LIGHT IS SHORT, WALK ON GIRL
도쿄 어느 골목의 심은경이라는 본격적인 모험가 혹은 타고난 실험가.
타이가 붙어 있는 실크 크레이프 셀린 셔츠에 체크 패턴 재킷을 걸친 심은경은 더없이 세련된 모습이었다. 탐정 가문을 이끌어야 하는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했다. 보조개를 드러내며 웃곤 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는 코로나 시대의 필수 연락 수단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쿄 시내 와이파이는 부채꼴 다섯 개를 그리고 있었지만, 내가 재택근무를 하는 서울 북한산 자락 아래는 그러지 못했다. 바이러스를 누구 책임으로 돌릴 수 없듯, 줌에서 발생하는 멈춤 역시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어느 날이었다.
드라마 <머니게임>에서 금융 스캔들 한가운데 고군분투하는 그녀를 볼 수 있었지만 심은경은 주로 일본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여우주연상과 다카사키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 수상 소식은 한여름의 폭죽 같은 사건이었다. 일본 정권의 사학 비리를 담은 영화 <신문기자>에서 진실에 다가서는 눈빛과 진심만큼 붉은 머플러가 기억에서 지워지기도 전이었다. 성장하는 어떤 시절이 담긴 영화 <블루 아워>에서 기묘하고 반짝이는 연기가 생생한 참이었다. 일본 진출 2년 만에 심은경은 영화 두 편에 출연했고, 두 개의 트로피를 쥐었다. 아역 배우로 시작한 후 계속해서 이룬 성취는 강렬하고 놀라워 과거를 더 오래전 과거로 만들어버리곤 한다. 주체적이면서 담대하게 사랑을 찾아 나섰던 <궁합>, 강제 철거 현장에서 꿋꿋하게 대항했던 <염력>, 사회성이 떨어지지만 비상한 해커였던 <조작된 도시>, 야심만만한 청년 정치인이었던 <특별시민>이 아득했다.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 심은경은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깨물고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결국 눈물을 흘렸다.
통신 장애로 대화가 끊기기 전까지 심은경은 <보그> 촬영 장소에 대해 세세히 설명하던 참이었다. 사진가 지카시 스즈키(Chikashi Suzuki)를 비롯, 모두 현지 스태프들과의 촬영이었다. “나카노라는 곳에서 촬영했어요. 이 동네는 저도 처음이네요. 아기자기하면서도 일본 특유의 느낌이 살아 있는 독특한 마을인데 사진가는 신주쿠와 아키하바라를 섞어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길이 좁고 상점이 많아 촬영 중간에 차가 여러 대 지나다녔어요.” 잠시 옷매무새를 다듬던 심은경은 최근 2년 가까이 수트에 매료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해 보이지만 수트의 세계는 결코 그렇지 않아요.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고 넥타이 같은 아이템도 매치하기 좋죠. 요즘 시크해 보이는 느낌을 추구하는데 수트가 꼭 들어맞아요. 직접 옷을 사보고 매장에서 입어보기도 한 결과, 저는 각이 살아 있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역시 쿨하고 시크해 보이죠. 크크.” 지난해 10월 아사히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7인의 비서>에서 심은경은 좀 더 포멀한 블랙 스커트 정장을 입고 등장한다. <7인의 비서>는 은행, 대학병원, 경찰 등 고위 간부 비서 7인이 자신의 능력과 극비 정보 등을 이용해 악인을 처단하고 약자를 돕는 이야기다. “최근에 진지한 작품을 많이 해서 유쾌한 작품을 원했어요.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연속극 출연 기회였죠. 여자 배우들과 같이 <오션스8>이나 <미녀 삼총사> 같은 느낌을 재미있게 구현해볼 것 같았어요.” ‘닥터 X 시리즈’를 집필한 나카조노 미호 작가답게 매회 같은 패턴으로 대사가 나오는데 “당신들은 누구야!”라는 질문에 7인의 비서가 한결같이 내놓는 대답이 재미있다. “이름을 댈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낮추지만 이들이 힘을 합쳐 악인을 처단하는 반격은 그야말로 짜릿하다. “한 명이 그 대사를 하면, 옆에서 ‘저도요’, ‘저도요’ 하는 식인데 1회 대본에서 그 대사 읽고 ‘멋있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옛날 형사 수사물 같은 느낌도 있었고요.” 7인의 비서가 매번 비장한 표정으로 일렬횡대로 걸어 나오는 모습이 진짜 멋졌다고 내가 말하자 심은경도 큭큭큭 웃으며 답했다. “배우들끼리 팀워크가 진짜 좋았어요. 드라마에서는 쿨하고 도도했는데, 실제로는 장난도 많이 치고 왁자지껄했어요. 저도 그렇고 모두 한마음으로 이 작품을 좋아했어요. 다 같이 작전을 짜는 장면을 찍을 때는 각자 애드리브를 준비하거나 그런 호흡이 잘 맞았죠. 그런데 감독님은 계속 ‘친하지만 너무 친한 사이는 아니에요? 적당한 거리 유지하는 거예요? 쿨한 거예요?’라고 말씀하셨어요(웃음).” 반면에 쿨한 외양과 반대로 불의를 못 참고 세상에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 뜨거운 여자들이었다. 주로 ‘혼내줍시다’를 담당하던 심은경도 7인이 ‘멋있다’고 동의했다. “저도 생각해봤어요. 나는 불의를 보면 어떻게 반응할까. 눈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당당히 얘기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이야말로 영웅이에요.”
심은경의 일본 드라마 차기작은 테레비 도쿄에서 방영하는 <어나니머스~경시청 “손가락 살인” 대책실~>이다. SNS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관한 이야기가 맞냐는 나의 질문에 줌 화면의 심은경은 수사물이라고 답했다. “처음으로 형사 역할을 맡았어요. 주인공의 예전 벗이에요.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되니까 ‘쩜쩜쩜’입니다(웃음).” 그리고 드라마 내용에 공감이 많이 갔다고 덧붙였다. “SNS와 댓글 문화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그런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었고 자극적으로 소재를 쓰기보다 정말 그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느낌이 강한 대본이었어요.” 심은경은 SNS를 그만두었을 때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SNS를 이제 나쁘게 보지는 않아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얻는 시너지가 분명히 있으니까요. 예전에 2년쯤 SNS를 그만둔 적 있었어요. 제가 헤어 나오질 못했는데 한마디로 마음이 강하지 못했던 거죠.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그만뒀는데, 비밀번호를 까먹는 대참사가 일어났죠(웃음). 다시 할 생각이 사실 없었는데 팬들의 응원을 들으며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늘 행복할 순 없지만 인스타그램을 보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으면 좋겠다 싶어서 귀여운 것들, 좋아하는 음악, 산책하다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오늘의 그녀와 나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통해서도 연결되어 있다. “어려서 방황할 때는 날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이제는 팬들을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 연결된 걸 느낄 수 있어요.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요.”
<신문기자>, <머니게임>, <7인의 비서>, <어나니머스~경시청 “손가락 살인” 대책실~>까지 다른 그림 찾기를 하듯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정의’겠으나 심은경은 오히려 정의의 정의를 묻고 싶었다. “<머니게임> 이혜준도 정의감이 넘치는 캐릭터예요. 그런데 정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람마다 가치가 다르니까요. 정의파 캐릭터를 생각하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걸 벗어나고 싶었어요. <신문기자> 때부터 차근차근 시도했고, <머니게임>이 완결 편이겠죠. 나서서 ‘이런 가치를 이야기해야겠어!’라기보다 그때그때 느끼는 것이 달라서 대본을 읽으며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작품에 임해요.” 심은경은 빌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나를 보며 말했다. “배우로서 연기하고 싶은 건 악역이에요. 한 번도 해본 적 없거든요. 제가 너무 선하게 생겨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요? 그래서 늘 캐릭터를 많이 비틀어가며 연기해요.”
놀랍게도 심은경은 곧 일본에서 연극 무대에도 오른다. 처음이 아니다. 두 번째다. “2019년에 처음 연극 무대에 섰는데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어요. 정말 부족한 게 많은 배우임을 깨달았죠. 매일 연습을 다녀오면 넋이 나가서 이대로 계속 배우를 해도 되나 고민했어요.” 처음 맡은 역은 아홉 살 소년이었다. 대사는 “아빠 가지 마”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정말 긴장되었다고 힘을 실어 말했다. “공연마다 어떻게 다르게 연기할지 숙고했어요. 그러면서 이게 연극의 묘미구나, 어렵지만 배우로서는 꿈의 작업이구나, 했어요. <특별시민> 때 최민식 선배님이 ‘연극해야 돼, 인마’ 그러셨거든요. 연극은 기본으로 돌아갈 매체이자 배우가 할 수 있는 최정점의 예술이에요.” 스포일러 때문에 ‘쩜쩜쩜’을 이어가야 했지만, 이번 연극의 설정만큼은 선명하게 들려주었다. “사랑을 받지 않으면 몸이 사라지는 병에 걸린 역할이에요. ‘나 좀 사랑해줘’, ‘나 좀 사랑해달란 말이야’ 하며 처절하게 몸부림을 치는 역할이라 대본 읽자마자 ‘이건 합시다’라고 했어요(웃음).”
중간중간 ‘잠깐 멈춤’의 순간이 생기긴 했지만 우리의 대화는 비교적 매끄럽게 흘러갔다.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심은경의 표정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칭찬을 전제로 질문하면 고개를 떨구고 어깨를 들썩이며 대단히 멋쩍어했고, 연기 이야기에는 따듯하게 데운 우유처럼 평온한 표정이 됐다. “<7인의 비서>를 찍을 때 스태프들이 다 마스크 써서 얼굴을 몰라요. 마지막 촬영할 때 ‘그동안 고생 너무 많으셨어요, 마지막까지 얼굴도 모르고 끝나네요’라고 서로 그랬죠.” 코로나가 일상에 끼친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에 있을 때도 산책을 좋아했지만 일본에 와서 더 다녔어요. 우에노를 좋아하는데 자주 못 가 아쉬워요. 우에노 뒤쪽이 조용하거든요. 야나카라는 동네를 걸으며 사색하고 언덕의 노을 풍경도 보며 전철을 타고 혼자 돌아오곤 했어요. 한 번씩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에 가서 바다와 야경도 보고. 트인 곳에 가면 센티해져서 ‘난 어디에서 이렇게 흘러온 것일까’ 이런 생각도 해요(웃음). 미술관도 다녔는데 요즘은 이동이 쉽지 않군요.”
이어서 스무 살 시절의 덕질에 대해 청해 들었다. 에반게리온, 아키라 같은 일본 1980~1990년대 애니메이션, 다카하시 루미코 작가의 작품 <이누야샤>에 대하여. 더 이상 피규어는 사들이지 않지만 여전히 음반은 수집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재즈 위주다. 급하게 돌입한 복싱도 접었다. 연극을 하며 느끼던 부족함을 만회하고자 시작한 훈련이었는데 말이다. “영화는 큰 움직임보다 섬세한 움직임이 중요한데, 연극은 포괄적으로 몸을 어떻게 잘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하더라고요. 연극을 녹화해서 봤는데 몸에 중심이 없이 끌려다니듯 해 복싱을 시작했어요. 복싱은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고, 하반신을 많이 움직이거든요. 큰 도움이 됐죠.”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는 한국인 설정이라든가(<신문기자>), “일본어나 제대로 하라고!” 같은 대사(<7인의 비서>)는 보호막이 되어주지만 사실 그런 장치가 없더라도 심은경은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몇 년 전 어느 인터뷰에서 일본 진출에 대해 “일본 영화계는 한국과 좀 다른 색깔의 영화를 만든다고 여겼고, 내가 그 색깔을 입으면 어떨까 궁금했다”고 답한 적 있는데, 심은경은 자신을 상대로 실험을 즐기는 듯 보인다. 조금 전 악역을 연기하고 싶은 이유에 관해서도 “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맡아본 적 없어서 어떤 색깔을 나타낼까 궁금하다”고 동일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1년 뒤 서부극에 등장해 쌍권총을 쏘거나 발리우드에 진출해 골반 춤을 추고 있다고 한들 고개를 끄덕이게 할 유연성이 심은경에게 있다. 사실 매번 다른 얼굴로 등장하는 그녀를 볼 때면 실제 나이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사랑을 못 받으면 몸이 사라져도, 아홉 살이 되어도, 새우등을 하고 밤을 새워 기사를 쓰는 기자를 만나도 그 인물의 색깔을 옷처럼 바꿔 입고 우리 앞에 나선다. “일본 영화의 특색이자 장점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깊이예요.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히 흘러가는 듯하지만 메시지는 깊고 날카로워요. 사실 일본에서 활동한다고 연기 스타일이 달라지진 않아요. 일본식 연기, 한국식 연기는 없어요. 시나리오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할 뿐이죠.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지금까지 단 하나 깨달은 건, 연기에 진심이 있다면 그 진심은 통한다는 거예요.” 물론 여전히 가장 어려운 건 언어다. “모국어가 아니니 현지인의 일본어와 저의 일본어가 미묘하게 달라요. 방금 진심은 통한다고 말했지만 그 전에 일본어 발음이나 억양 연습을 정말 많이 해요. 대본을 안 봐도 될 만큼 달달 외워요. 외국 작품 연기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뉘앙스를 담을 수 없어요. 일단 외운 후 녹음해서 들으며 감정을 넣어요. 그러면 또 뉘앙스가 달라져요. 그리고 이게 맞는지 사람들에게 재차 확인해요.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많은 분이 도와줘요. 이러한 의지가 통하다 보니 힘든 작업도 즐기고 있어요.”
심은경은 좀 더 근본적인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일본이라서가 아니라 한국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머니게임> 때 정말 어려웠거든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며 캐릭터와 늘 싸우는 느낌이었어요. 감독님이 쫑파티 때 제 눈빛이 너무 날카로웠다고 하시더군요. ‘난 이대로 할 겁니다, 방해하지 마, 토 달지 마’ 이런 느낌. 혜준이는 정의를 대표하는 인물인데 평면적으로 보이기 싫었어요. 그러기 위해 단계적으로 캐릭터를 구축해야 했는데 대사도 만만치 않게 어려웠어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손으로 쓰며 대사를 외웠다길래 저도 쓰면서 외우기도 했어요. 이런 과정을 다 겪고 나니 연기는 늘 어렵지만 한편 나는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어릴 때는 그 사실을 인정하면 멋지지 않은 것 같았는데 한때의 허세였죠(웃음). 결국 나는 연기하는 게 좋고, 이 일을 할 때 제일 행복해요. 포기하고 싶거나 접겠다고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잘하건 못하건 하고 싶으니까 계속하고 싶다고 여겨요.” 심은경은 연기를 이야기하며 해방감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작품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그 생각만 해요.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만들까, 이 영화를 참고해볼까, 계속 멍 때리며 생각해요. 음악을 워낙 좋아해 감성적 영감을 많이 받는데 제가 만든 캐릭터의 감정을 함께 떠올리기도 하죠. 그렇게 연기에 관해서라면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막 분출돼요.
나는 마지막으로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지만 개봉이 연기되고 있는 영화 <동백정원>에 대해 물었다. 심은경은 눈앞에 그려질 듯한 설명을 들려줬다.“ 한 영화를 사계절에 걸쳐 촬영하는 건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실제로 촬영하던 집이 우에다 감독님의 별장이에요. 봄의 며칠, 여름의 며칠, 이렇게 띄엄띄엄 촬영했는데 이상하리만치 갈 때마다 금방 적응됐어요. 연기적으로 뭔가 했다기보다 저는 정말 그곳에 있었어요. 할머니 역할을 맡은 후지 상과 마당을 쓸고 밥도 지어 먹으면서 연기인지 다큐멘터리인지 모를 일상을 살았어요. 한번은 우는 연기를 하는데 아무런 감정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도 눈물이 툭 나왔어요. <동백정원> 대본을 덮으며 뭔가 아름답기도 하고 굉장히 허무하기도 한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밀려왔어요. 인생은 그렇게 덧없이 흘러간다는 이야기인데, 영화를 보며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게 하는 게 좋을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줌 인터뷰 특성상 모니터 바깥 상황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에이전시에서 심은경에게 다음 스케줄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눈치였다. 나는 활동을 그리워하는 한국 팬들도 많은데 언제 한국으로 돌아오느냐고 항의하듯 물었고 심은경은 비밀을 호주머니에 숨긴 토끼 같은 표정으로 답했다. “좀 기다려보세요. 소식이 있을 거예요.”
- 에디터
- 조소현
- 포토그래퍼
- Chikashi Suzuki
- 컨트리뷰팅 에디터
- 김베베
- 스타일리스트
- Michiko Kitamura
- 헤어
- Shuco(3rd)
- 메이크업
- Michiru(3rd)
- 프로덕션
- Tomoko Ogawa
추천기사
-
셀러브리티 스타일
당장 따라 하고 싶은, 티모시 샬라메의 배지 패션
2024.12.12by 이소미
-
아트
힐러리 페시스가 그린 아주 일상적인 그림
2024.11.25by 김나랑
-
패션 트렌드
칙칙한 겨울 룩을 환기해줄 컬러 조합
2024.12.11by 안건호
-
패션 아이템
올겨울 코트를 무너뜨릴 패딩의 변신
2024.12.10by 이소미
-
패션 아이템
겨울 스타일링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의외의 저렴한 아이템
2024.12.12by 안건호, Alice Monorchio
-
뷰티 트렌드
제니도 로제도! 중요한 연말 모임엔 이 헤어스타일로 통일
2024.11.29by 김초롱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