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Show Must Go On

2021.05.12

Show Must Go On

패션쇼는 죽었다? 아니다, 패션쇼는 영원하다!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로랑 최신 컬렉션. 사막은 진짜가 아니라, 디지털 작업으로 완성한 캣워크다.

지난해 ‘Vogue Runway’가 취재한 패션쇼는 952개다. 이 가운데 250개 정도는 기존과 다를 바 없었다. 나와 동료들은 전 세계를 돌며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메모와 가십,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멋진 순간과 의상의 사진을 교환했다.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다 알 것이다.

팬데믹이 강타한 후에도 발렌티노, 발망, 릭 오웬스, 샤넬, 루이 비통 등은 IRL, 즉 실제 패션쇼를 열었다. 하지만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로에베 패션쇼는 상자를 열어서 만나야 했고, 메종 마르지엘라의 쇼는 사진가 닉 나이트가, 구찌 쇼는 영화감독 구스 반 산트가 연출한 영상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모스키노 패션쇼는 퍼핏(꼭두각시 인형)이 무대와 객석을 채웠으며, 뮈글러 쇼에서는 가상의 벨라 하디드가 살아 움직였다. 그리고 발렌시아가와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는 플레이가 가능한 비디오게임으로 새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도 시즌별로 새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패션쇼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6월 이후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고, ‘보그 런웨이’ 사이트에 컬렉션을 게재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이는 여전히 크고 작은 브랜드에 새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주요 방법으로 패션쇼가 자리매김한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다. 패션쇼는 박람회보다 더 시장성이 있고 단독 제품 드롭(텔파의 주간 제품 드롭은 예외다. 참고로 ‘Product Drop’이란 한정판 에디션으로 단시간만 특정 제품을 발표하는 것을 말한다)보다 더 활력이 넘치며 문화적이고 산업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특징을 지닌다. “패션쇼가 창작 과정의 대단원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개인에게나 제 스튜디오에, 6개월 동안 작업한 컬렉션을 패션쇼로 마무리 짓는 일은 매우 정상적인 일이죠.” 올해 초 드리스 반 노튼이 말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반 노튼의 생각에 동의하는 듯하다. 그러나 정확히 패션쇼를 구성하는 요소와 패션쇼에 초대되는 인물은 2021년에도 계속 변화를 이어갈 것이다.

‘피지털(Phygital, Physical과 Digital의 합성어로, 물리적 제품과 디지털 서비스의 결합 혹은 결합 상품)’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6월 24일이었다.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밀라노 남성복 패션 위크에서 패션쇼를 7월 17일에 열겠다고 발표할 때였다. 이 브랜드에 피지털은 밀라노 외곽의 작은 마을 트리베로(Trivero)의 어느 옥외 구조물에서 열린 실제 런웨이와 동시에 녹화된 영상을 의미했다. 그 후로 그 말은 가상 효과와 결합된 물리적 쇼부터 소셜 미디어 콘텐츠와 결합된 홈 메일러(At-home Mailer)에 이르기까지 부분적으로 IRL(In Real Life, 실생활)과 URL(인터넷 세상)이 공존하는 패션쇼를 정의하게 되었다.

2021년 봄 컬렉션에서 디지털 콘텐츠와 자산이 럭셔리 브랜드에 물리적 쇼만큼 중요해졌다. “쇼에 참석하는 사람들보다 패션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훨씬 더 많습니다.”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패션에 관해 토론하는 그룹인 ‘High Fashion Talk’ 설립자 이올로 루이스 에드워즈(Iolo Lewis Edwards)가 말했다. 노드스트롬 디자이너이자 뉴 컨셉 담당 수석 전무 샘 로밴(Sam Lobban) 역시 물리적 쇼와 디지털 쇼의 구분을 거부했다. “누구도 물리적인 세상 아니면 디지털 세상 한 곳에만 머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6~9개월간 소비자들이 하나의 접근을 취하기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통해 가장 매력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죠. 조나단 앤더슨은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것과 사람들을 연결하는 실제 물건을 전달함으로써 JW 앤더슨과 로에베를 굉장히 영리하게 이끌어갔어요. 그는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연결할 뿐 아니라 그들의 집까지 영향력의 범위를 확장시켰거든요.” 많은 브랜드가 이런 트렌드에 합류했다. 물리적 쇼를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으면서 한편으로는 온라인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에디터들의 집에 제품을 전달하고 온라인으로 뒷이야기를 전했다. 최고의 흥미를 끈 온라인과 오프라인 절충 패션쇼 중에 특히 눈에 띈 것은 루이 비통 패션쇼의 초록 스크린이었다. 쇼가 진행되는 동안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관객에게 빔 벤더스 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를 초록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발망 2021년 봄 컬렉션에서는 흥미롭게도 가상으로 갈채를 보내는 LED 스크린을 설치했다. 새로운 실험에 대한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느껴졌고 브랜드에선 코로나 시대 이후 그들의 실질적인 가상의 접근 방식을 현명하게 조화시켜나갔다.

지난해 화제가 된 브랜드는 ‘포스터, 비디오게임, 아바타와 VR 헤드셋!’으로 그런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그런 요소에 담긴 의상과 아이디어는 기술적인 진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이 발렌시아가의 영상과 비디오게임에 환장했죠.” 에드워즈가 말했다. “물론 많은 사람이 패션 필름을 제작하면서 실수를 저지르는 곳이기도 해요. 소비자나 시청자를 고려하지 않은 거죠. 발렌시아가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뮤직비디오를 감상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모방한 나름의 필름을 제작했죠. 겉멋 잔뜩 들어간 패션 필름을 볼 때, 심지어 모델들이 춤추는 영상을 볼 때면 그저 ‘나한테는 맞지 않아’라는 생각을 할 뿐이죠.” 유저, 뷰어,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를 위한 경험은 패션 산업이 실제로 신경 써야 하는 이데올로기다. 발렌시아가의 뎀나 바잘리아는 직설적인 입장을 취한다. <보그> 저널리스트 사라 무어에게 발렌시아가 2021 가을 컬렉션 비디오게임에 대해 설명하던 그는 “오늘날의 소비자는 게임을 하죠. 중요한 고객층이에요. 그들은 자신들의 게임 캐릭터에 실제 자신을 많이 투영시킵니다. 평행 세상인 거죠”라고 말했다.

각 브랜드가 발렌시아가처럼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만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자이너 아니파 음부엠바(Anifa Mvuemba)는 지난해 5월 보이지 않는 3D 모델들과 함께 인스타그램 라이브 쇼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론칭했다. 유명 디자이너가 아니었던 그녀는 각기 다른 체형을 보여주고 콩고의 전통적 특징을 부각시키기 위해 혁신 기술을 사용해 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패션 위크나 하니파(Hanifa) 쇼케이스를 직접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매일 관객이 저희를 만나기 위해 자리한 곳에 저희도 자리하고 싶었죠.” 그녀는 봄 컬렉션 론칭을 마치고 이렇게 밝혔다. 그 후 그녀의 기사가 <보그>를 장식했고 비욘세부터 젠데이아에 이르는 다양한 유명 인사가 그녀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또한 가상 패션쇼는 한 브랜드가 지닌 메시지를 표현할 무궁무진한 기회를 제공한다. 콜리나 스트라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힐러리 테이모어(Hillary Taymour)는 #GucciFest의 일환으로 자신의 2021 봄 컬렉션을 위해 초록 스크린 비디오와 프리폴 아우팅을 위해 실제로 플레이할 비디오게임을 제작했다. “가상현실의 제작 과정은 제가 해오던 그 어떤 일보다 힘들더라고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손수 그린 아바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비디오 제작을 위해 따놓은 비디오 클립 18개를 한 번에 겹쳐놓으며 5일 동안 촬영한 시간은 성공적이었다. “재생 시간이 14분 같지 않은 14분짜리 비디오를 만들었고, 사람들은 끝까지 지켜보았죠.” 52분짜리 필름은 어떨까? 닉 나이트가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저널의 2020년 가을 컬렉션을 위해 제작한 미니 다큐멘터리는 유튜브에서만 거의 조회 수 12만1,000회를 기록했다. 물론 에드워즈는 조회 수보다 유저의 참여도가 더 중요하다고 평가하지만. “마르지엘라가 미니 다큐멘터리에서 그랬듯 뷰어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준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겠죠. 실제로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한 장인이 품은 의상에 대한 아이디어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패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죠.” 존 갈리아노는 이런 형태의 다큐 필름이 성공으로 가는 최고의 길임을 확신하는 듯 보인다. “이것은 제 컬렉션을 보여주고 싶은 방법에 대한 제 의견이죠. 저희는 런웨이 무대를 기획하지 않고 있어요. 저는 지금 바로 ‘이것이 그저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뿐이죠.” 갈리아노가 지난여름 사라 무어에게 이렇게 말했다.

뉴욕 패션 위크(#NYFW), 런던 패션 위크(#LFW), 파리 패션 위크(#PFW) 등과 같이 통합된 패션 위크 기간에 패션쇼를 보고 싶은가? 아니면 1년 내내 단일 브랜드의 독자적인 제품 발표를 보는 것이 좋은가? 두 가지 모두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폭넓게 보면, 한 해 동안 일정 기간을 정해놓는 패션 위크가 효과적으로 보인다. 구글에서 ‘패션쇼’ 검색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기간은 2020년 2월 말과 3월 초, 그다음 10월 첫째 주였다. 즉 파리 패션 위크 기간이었다. 결과적으로 공식적인 패션 위크에 참여하는 소규모, 독립 브랜드는 단독 쇼보다 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끊임없이 패션 콘텐츠를 게시하는 플랫폼 틱톡조차 틱톡 패션의 달을 제정해 유저에게 최신의 놀라운 패션 경험을 선사한다. “패션과 관련된 일이 계속 벌어지죠.” 틱톡 패션 & 뷰티 파트너십 가운데 대표 주자인 세세 뷰(CeCe Vu)가 말했다. “그렇지만 기간이 정해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그 축제 시기를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틱톡 패션의 달을 도입하고 싶었던 거죠. 진정성 있으면서도 색다른 방식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함께 어울리고 즐기기 위한 것이죠.”

코코 로샤 같은 모델, 프라다와 셀린 같은 브랜드의 기여로 틱톡 패션의 달은 전통적 패션 위크가 제공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수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어요. 브랜드뿐 아니라 그 커뮤니티가 실제로 관심을 갖는 주제와 영감과 관련된 것이죠.” 뷰가 말했다. 주류 패션 위크도 이 아이디어를 활용한다. 런던 패션 위크는 룩북 발매, 패션쇼 중계와 더불어 인스타그램 라이브 질의응답 시간과 팟캐스트를 제공했고 로에베, 구찌, 프라다 등은 자사 플랫폼에서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그런 대화 속에서 주목받고 싶은 브랜드는 전통적 패션 위크와 더불어 자사의 타임라인 설정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여길지 모른다. “한 브랜드가 쇼 발표 시기를 국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터넷에서 주목받죠. 정해진 기간뿐 아니라 다른 기간에도 말입니다.” 에드워즈가 말하면서 주간 콘텐츠 발표의 예로 최근 2021 디올 남성복 프리폴 컬렉션의 콘텐츠 발표를 들었다. “밀레니얼과 Z세대에 더 걸맞은 패션을 이야기하려면 꾸준히 흥미를 유발해야 하거든요.” 결국 해결 방법은 주요 패션 위크를 중심으로 지속적 패션 캘린더를 마련하면서도 1년 내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이 때문에 각 브랜드는 팔로워와 팬들로부터 흥미를 끌어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 “시스템이나 솔루션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기보다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관리 가능한 것으로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에드워즈가 경고했다.

2020년에 분노를 일으킨 엄청난 교훈이 있다면 ‘힘이 사람들에게 달렸다’는 점이다. 패션은 존재해온 상당 기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대중적 아이템과 트렌드, 아이디어를 세상에 전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지만은 않다. 그 증거로 점점 커지는 틱톡의 패션에 관한 영향력을 확인해보시라. “저희는 틱톡에서 더 많은 것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어요. 서서히 유기적으로 많은 일이 일어나는 유명한 거리의 디지털 버전이 바로 틱톡이죠.” 에드워즈가 말했다. 앱에서는 유명한 비디오에 반응하고, 대응하고, 심지어 다시 만들어내도록 유저를 장려한다. 창작자에게 존경을 표하거나 그들을 패러디하는 데 사운드트랙이나 보이스 오버를 활용하면서 말이다. 그것은 브랜드가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무한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틱톡의 패션 & 뷰티 파트너십 가운데 선두 주자인 세세 뷰는 “지난해 패션 콘텐츠에 대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높아진 관심과 함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패션쇼에 갈 때마다, 늘 배타적이라고 느꼈죠.” 일부 패션쇼 관계자들이 프라이빗 행사를 통한 친밀감 형성을 더 선호하면서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난해 말에 틱톡에서 론칭한 #MakeItVogue가 9억4,000만 뷰를 기록하지 않았나.

“브랜드는 틱톡 커뮤니티로 분명 확장하고 그쪽으로 기울고 있어요. 소셜 리스닝(특정 주제에 대해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이 이런 브랜드에 중요해질 겁니다. 자사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들이 자사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가는 데 참여하거나 그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또 그 인식을 더 제고하는 방법은 뭘까요?” 뷰가 이어갔다. “그것은 패션쇼와도 관련되어 있어요. 그들은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 거죠.” 뷰는 그 예로 구찌 모델 챌린지를 들었다. 어느 크리에이터가 만든 이 밈은 자신의 옷으로 구찌 룩을 스타일링하는 것이다. 구찌는 여러 채널을 통해 홍보했다. “구찌는 분명히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가 지닌 가치를 확인했죠. 실제로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터놓고 커뮤니티가 함께하도록 허용하고, 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했어요.” 그녀에 따르면 셀린과 발망도 유저들이 콘텐츠 작품에 추가할 오리지널 사운드를 제작해 틱톡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JW 앤더슨도 마찬가지다. 이 브랜드는 틱톡 유저들이 각자 버전으로 DIY를 시작한 이후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국의 팝 아이콘 해리 스타일스가 입었던 체크 카디건의 패턴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 브랜드는 마음을 터놓고 Z세대의 사고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조금 더 진심으로, 창의적으로 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뷰가 말했다. “포스트 컨슈머 경험은 실재적인 것이죠.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는 자신들이 패션쇼 비디오에서 방금 봤던 것, 그것을 따라 하는 방법이나 만드는 방법을 구글에서 검색할 테니까요. 브랜드는 이 포스트 컨슈머 경험을 인지하고 있죠. 그래서 그들은 커뮤니티 내에서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관련 활동을 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콘텐츠가 동등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린워싱, 즉 위장환경주의와 미덕 과시를 위한 무의미한 시도는 엄격한 조사와 피드백의 대상이 된다. 콜아웃(정보 설명)과 코멘트가 실제로 패션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브랜드는 이에 조금 더 집중하면 된다. “Z세대는 환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이로 인해 지금 패션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에 관한 논의를 표면화했고, 지금과 같은 선택을 지지하게 된 거죠. 이를테면 그들의 관심 덕에 프라다가 재활용 나일론을 사용하게 된 거죠.” 뷰가 말했다. “중고 매장 제품 구매, 빈티지 쇼핑, 지속 가능성 등은 지금 틱톡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트렌드입니다. 또 브랜드에서 스타일뿐 아니라 대의까지 갖춘 크리에이터와 공조하는 것을 보게 되었죠. 그들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반인종주의에 목소리를 높이고, 사회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활동가와 함께 일하거든요. 이 15초짜리 영상은 작은 콘텐츠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것은 강력한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터무니없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한 공간의 에너지 혹은 쇼에 들락날락하면서 누군가와 마주치는 우연한 일이 쇼 전체를 재구성할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순간에 나누는 유기적인 대화죠.” 노드스트롬의 로밴이 말했다. “디지털 쇼에는 분명 뭔가 빠져 있어요. 하나의 물리적 공간에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것. 바로 그 요소가 없기 때문이죠.”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의 사진을 촬영하고 누군가가 곁에 앉는 그런 우연한 순간이 브랜드에 대한 실질적인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카메라 폰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무대 뒤와 객석에서 셀카를 찍고, 이 모든 것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그날이 끝나갈 무렵 결론적으로 ‘매출’에 기여하게 되죠.” 에드워즈가 말했다. “심지어 넷째 줄에 앉은 누군가의 소셜 스토리가 수천 달러짜리 가방 판매로 이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그것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어요. 그런 인간적인 측면이 필요하죠.”

지난해 말 하이패션 토크의 첫 매거진이 이 대인 관계와 관련한 스토리를 다뤘다. 2020년 가을 패션쇼가 ‘마지막 패션쇼’같이 느껴진 이후 함께 진행된 이 매거진 프로젝트 작업을 계기로 에드워즈는 패션 산업의 모든 측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스트리트 패션 사진가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사진 촬영용 샘플을 직접 나르는 어시스턴트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모두에게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그들을 집중 조명하는 것은 패션을 중요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2021년 봄 코치는 아카이브에서 고른 작품과 스튜어트 베버스가 디자인한 새 컬렉션을 통합했다. “각기 다른 시즌에 발표된 작품을 합치고, 한데 섞고, 신선한 느낌을 가미하는 방식으로 재구성해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했죠.” 베버스가 여름에 말했다.

패션 산업의 과잉생산 문제가 심각하다. 보다 더 공정하고 환경 의식 넘치는 패션 산업을 조성하고자 탄생한 조직 리메이크(Remake)는 뉴욕시 매립지에 버려지는 옷이 2억 파운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다 보니 섬유 쓰레기가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콜리나 스트라다의 테이모어는 이렇게 말했다. “패션 하우스가 향후 10년 내에 제품을 발전시켜야 할 겁니다. 앞으로 매장 판매용 컬렉션에서 지나치게 많은 작품을 발표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래서 이제 ‘제품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쇼케이스를 열지는 않지만 어떻게 소비자를 사로잡는 쇼를 만들어낼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그녀는 수입원으로도 작용할 디지털 콘텐츠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다. “당신은 패트리온(Patreon)에서 열리는 쇼에 채널을 맞추고 보기 위해 돈을 낼 건가요? 그 돈은 디자이너에게 가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어요. 향후 몇 년 내에 그런 쇼를 많이 보게 될 것 같아요”라고 테이모어가 말했다. “우리는 시각적인 것을 실험하고 있죠.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사용하고 제공자는 요금을 청구할 수 있는 필터 같은 것 말이죠. 제품보다 경험을 판매하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한 성공의 길이죠.”

패션 산업은 더 의미 있는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패션이 2021년뿐 아니라 그 후에도 계속 고심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에디터
    남현지
    글쓴이
    Steff Yotka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