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가 필요할 땐 이런 전시!
대형 미술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부담스러운 때.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열리는 흥미로운 전시는 어때요?
<에디티드 서울: 뉴 호옴>
꽃과 덩굴 등 자연의 형태를 모방한 실내 장식물부터 꽃무늬 가전제품, 등나무로 만든 의자, 어항과 분재, 볼링 핀이 놓인 장식장까지. 25평 남짓한 갤러리(한국전쟁 이후 정부가 도입한 국민주택의 면적과 유사한 크기죠)에 들어서면 마치 1970년대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듯한 착각이 듭니다.
1970~1980년대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주거 공간에서 거주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실내 장식이었죠. <에디티드 서울: 뉴 호옴>전은 서구식 생활 문화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1970년대 무렵 실내 디자인을 한국 디자이너의 가구와 소품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일단 새소리, 신비한 음악과 함께 서툰 피아노 실력의 동요 연주가 나오는데요. 이는 상수동 제비다방이 운영하는 음반 레이블 씨티알사운드의 황현우 대표가 그 시절을 떠올리며 완성한 것입니다. 전시품과 어우러져 농경 사회에서 도시로 갓 진출한 초보 도시인의 자연에 대한 향수가 절로 느껴져요.
전시장의 중심을 잡아주는 레트로 컬러의 주방은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앙증맞습니다. 서울우유 컵부터 ‘골드스타’ 마크가 붙어 있는 냉장고까지! 전시장의 한국 빈티지 제품은 모두 디자인 바 ‘꽃술’의 수집품으로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전시 리서치에 참고한 도서와 사진작가 최용준의 사진집도 구매할 수 있어요. 전통과 현대, 진짜와 가짜, 자연과 인공이 뒤얽힌 오늘의 집을 이곳에서 발견해보세요.
주소 : 안테룸 서울 Gallery 9.5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153 B2F)
<아뜰리에>
프렌치 감성의 옷과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을 소개하는 이태원 편집숍 페르마타에서는 색다른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깨진 석고상이 가득 쌓인 빈티지 서랍장을 지나 딱딱한 계단을 오르면 아티스트의 다락방 같은 비밀스러운 공간이 펼쳐지는데요. 유럽의 작은 공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신비로운 공간에 들어서면 잠시 발이 묶인 듯한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19세기 조각가들이 작업에 사용하던 우드 턴테이블을 재현한 작품부터 프랑스를 대표하는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기념상, 화가이자 조각가 장 바티스트 카르포(Jean-Baptiste Carpeaux)의 작품을 복원한 조각, 페르마타와 리빙 레이블이 특별 기획한 석고 오브제까지.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작품이 ‘보디(Body)’라는 테마 아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빈티지한 감수성의 도자기를 만드는 오자 크래프트, 고운 터치감이 살아 있는 핸드메이드 세라믹을 만드는 이혜미 작가의 작품은 접근 가능한 가격에 실용성까지 더해 더욱 구매 욕구를 자극합니다.
온기가 필요한 자리에 작가의 터치감이 느껴지는 따뜻한 오브제를 더해 나만의 공간을 꾸며보는 것도 좋겠어요.
주소 : 페르마타(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36길 30)
- 에디터
- 공인아
- 포토그래퍼
- 최용준, 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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