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LIPE OLIVEIRA BAPTISTA
흥미롭고 기묘한 봄
겐조의 21 S/S 컬렉션은 ‘두렵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긍정의 봄’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펠리페 올리베이라 밥티스타(Felipe Oliveira Baptista)와 직접 나눈 비대면 인터뷰.
Vogue(이하 V) 우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팬데믹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남아 멋진 의상들을 업데이트해줘서 고맙다. 답답한 시간을 개인적으로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매우 흥미롭고 기묘한 시간이었다. 나는 우리가 온전히 팬데믹 상황에 지배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과 생활에서 취해야 할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난 2021년 런웨이 컬렉션 작업을 시작했다. 컬렉션을 준비하는 동안 사람들이 경험한 세상의 연약함,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닥친 두려움과 불안감 등 이러한 모든 것들에 시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이것을 삶과 패션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접근으로 바꿀 수 있을지 찾고 싶었다.
V 겐조의 2021 S/S 컬렉션은 아름다운 서사시 같았다. 웅장하고 비장한 봄의 기운이 느껴졌달까? 의도한 바인가?
슬픔과는 정반대로 연약함과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도, 이로 인한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 극한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컬렉션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표현해보고자 했다.
V ‘BEE’가 중요한 키워드 같다. 마케도니아 양봉업자에 관한 다큐멘터리 <Honey land>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리서치 작업을 하면서 이렇게 불확실한 시기에 벌은 ‘우주의 규제자’로서의 좋은 상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니 랜드’로 돌아가, 사람과 벌의 협력은 인간과 자연의 가장 오래된 협력 중 하나이며, 이러한 것이 우리에게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전체적인 상황과 팬데믹은 우리가 자연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다시 생각하고, 그 관계를 재구성하게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V 바야흐로 마스크의 시대다. 이번 시즌 겐조의 옷을 보고 ‘방어‘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몇몇 의상들은 지금 당장 입고 나가도 ‘안전‘해 보인다. 코로나19가 시즌 디자인에 미친 영향은?
디자인은 현실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맞닥뜨린 모두에게 시적이고 서정적인 답변이 됐다. 내 마음 속 감정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두려운 현실 속에서 낙관적인 분위기와 희망을 품길 원했던 것 같다.
V 겐조의 또 다른 정체성인 호랑이도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어릴 때 호랑이에 관한 동화를 많이 듣고 자란다. 그래서인지 더 친숙하다. FOB의 호랑이는 좀 더 유니크하게 느껴졌다. 호랑이에 관한 당신만의 해석이 있나?
겐조에 왔을 때, 호랑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 업무 중의 하나였다. 디자인된 호랑이는 덜 공격적이고 더 친근하기도 하지만, 나에겐 그저 아름다운 동물이다. 현재 야생 호랑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어, 우리는 WWF와의 협업을 통해 그들을 보호하고 있다. 단지 새로운 호랑이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닌, 아름다운 동물 호랑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보호하는 것이다.
V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매 시즌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처음이 꽤 성공적이어서 두 번째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크진 않았는지?
첫 번째 시즌과 두 번째 시즌을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세상은 6개월 만에 너무나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것이 내가 두 번째 쇼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만든 이유다. 천 명의 게스트가 백 명 그리고 오십 명으로 바뀔 때, 우린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모든 것들이 점점 작아지고 훨씬 더 불확실해지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나는 이 두 시즌을 비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두 컬렉션은 너무 다른 현실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이다.
V 위의 질문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당신의 의상 가운데는 마치 작품 같은 의상들이 있다. 철학적이면서 미학적이랄까? 영향을 받은 철학가나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하다.
많은 참고자료들이 있다. 세계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 작가, 그리고 영화 등에서 늘 영감을 얻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패션은 이야기를 나누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컬렉션은 겐조 브랜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현상과 브랜드의 가치에 대한 나의 표현이다.
V 반면 스트리트 감성이 묻어나는 웨어러블한 의상들도 많다. 패션의 미학과 패션의 실용성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려고 하는 편인가.
정확한 설명은 못하겠다. 각각의 피스들은 리버서블하거나, 또 다른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이해하기 쉽고, 읽어내기 쉬우며, 쉽게 분리하여 다른 것들과 다시 결합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편이라고 하면 좀 설명이 될까.
V 인간의 생각은 언제나 변화에 변화를 거듭한다. 2021년 현재, 당신이 생각하는 패션이란 무엇인지 정의해달라.
패션은 내가 일을 시작한 이후 크게 변했다. 디지털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단지 옷과 옷들의 이미지만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커뮤니티와 인플루언서 그리고 인스타그램 등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흥미롭고 새로운 것이 빠르게 도입되고, 그것은 또 더 많은 패션을 만들어 낸다. 오늘 날의 우리가 말하는 패션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 더불어 유니크해지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V 패션과 환경에 대한 이슈는 최근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여기에 관한 견해 혹은 솔루션이 있다면?
겐조에 합류했을 때부터 “About nature, for nature (자연에 대하여, 자연을 위하여)”라는 슬로건과 함께 시작했다. 모든 캡슐 컬렉션을 ‘오가닉 코튼’으로 제작하려고 한다. 내가 겐조와 함께 한 이후, 25%에서 거의 90%까지 오가닉 코튼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새로운 패키지도 환경 친화적으로 디자인했다. 겐조의 모든 제품이 지속 가능한(sustainalble) 상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방침들에 대해 LVMH그룹 내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V 패션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다.
패션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이번 팬데믹이 패션 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나는 무엇이든 조금 덜하고, 조금 더 잘하면 상황이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V 고맙다. 그렇다면 겐조의 미래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합류하는 것은 하우스의 역사에 또 다른 챕터를 여는 것을 의미한다. 나 역시 로고를 재검토하고 시그니처인 호랑이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색상과 그래픽, 그리고 실루엣에 대한 다른 접근 방식과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합류한 후, 여러분들에게 보이기 시작한 겐조가 바로 FOB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브랜드의 미래이자 방향이다.
V 어려운 질문에 답해줘서 고맙다. 문득 지금 이 인터뷰에 답하고 있는 당신의 룩이 궁금하다.
2021 SS컬렉션 니트와 리바이스 블랙, 그리고 다음 시즌 겐조 슈즈를 신고 있다.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한다. (웃음)
V 대답을 들으니 마치 가까이 앉아서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그런 기분일 거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전세계 팬데믹이 완벽히 해제된다면(제발 하루 빨리 그런 날이 오길!)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Dance, Swim and Run!!!
- 포토그래퍼
- Tim Elkaim, SS21 show images by Filippo Fior/IMAXtree Backstage images by JASON LLOYD EVANS
- 브랜딩 에디터
- 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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