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현실과 가상, 2D와 3D, 모델과 아바타 사이

2023.02.26

by VOGUE

    현실과 가상, 2D와 3D, 모델과 아바타 사이

    현실과 가상, 2D와 3D, 모델과 아바타, 화보와 게임. 그 이중의 포토그래메트리.

    <보그 코리아> 3월호 ‘Creativity’의 주제는 ‘Duality’. 팬데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프라다는 쇼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인 ‘관객’ 없이 컬렉션을 선보였다. 관객의 여러 역할을 조금씩 나눠 짊어져 ‘Dual’해진 결과가 라이브 쇼 형식으로 나온 프라다 봄/여름 쇼. 거기에서 영감을 받은 <보그 코리아>와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의 ‘듀얼리티’는 ‘현실’과 ‘가상‘의 컨셉을 ‘VRChat’이라는 공간을 빌려 구현했다. 2차원적 시선으로 포착한 모델 신현지가 3차원적 공간에서 아바타로 변한 자신의 다양한 분신을 바라본다.

    이번 컬렉션은 프라다 유니폼, 커뮤니티, 자아와 사고방식의 표현 등 복합적인 면을 탐구한 컬렉션이다. 레디 투 웨어는 불필요한 장식 없이 심플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한 리나일론 소재 톱, 스트레이트 팬츠, 풀 스커트와 코트가 주를 이룬다. 특히 블랙 풀 스커트는 프라다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은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개버딘 나일론(리나일론: 재생섬유)에 캐주얼한 디테일의 벨트 장식이 특징.

    상반되는 소재의 조합으로 꾸뛰르적 완성도를 꾀한 이번 컬렉션. 니트, 신축성 있는 레이온 소재, 광택감 있는 나일론 등 이질적 소재로 하나의 근사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니트나 레이온에 수작업으로 연출한 구멍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의 대표적 디테일이기도 하다.

    강렬한 해바라기 패턴을 입힌 버석거리는 태피터 실크 코트와 오렌지 컬러 슬링백. 그래피티 같은 프린트의 다양한 시도는 라프 시몬스 디자인의 특징 중 하나. 역시 이너웨어로는 레이온 톱을 매치했다.

    3D 스캔하여 수집한 것들을 VRChat에 배치해 공간을 만들고, 관객 혹은 독자는 이 공간에서 아바타를 입고 돌아다니거나 프라다의 아이템을 구경할 수 있다. 이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 모델 촬영본이 3D로 변환되는 과정. 마치 SF 영화의 최첨단 컴퓨터를 보는 듯하다.

    바람막이 점퍼 같은 가벼운 코트가 이번 컬렉션의 키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드레시한 태피터 실크에 해바라기 프린트를 입힌 태피터 치네 소재와 리나일론 소재를 믹스하는 식. 불일치하는 소재를 융합하는 프라다의 역설적인 표현법을 잘 살린 케이스.

    모델과 스틸 촬영 기법, 아우터웨어, 실루엣 등 모든 시도가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이미지다. 아바타 변신 과정 중 첫 단계에서 보여주는 캔버스 소재 코트는 좀 더 구조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넓은 칼라를 위로 올려 세운 옷깃이나 똑딱단추, 플라스틱 지퍼 등은 꾸뛰르적 요소를 아우터웨어에 접목한 것. 여기에 상반되는 소재인 개버딘 리나일론 드레스와 레이온 소재 니트가 조화를 이룬다. 이는 상반되는 소재가 하나의 룩을 완성하고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

    프라다를 상징하는 개버딘 나일론 소재 드레스와 구멍 난 레이온 톱의 조화. 인조섬유와 수작업의 만남 또한 상충하는 두 가지로 하나를 만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Duality’는 의상과 모델을 3D 스캔 촬영해 VRChat의 아바타로 만들고 이를 관객이나 독자가 VRChat에서 사용하게 한다. 라이브 쇼 방식을 통해 관객이 무대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의 시점으로 쇼를 본 것처럼 화보의 모델 혹은 아바타의 시점으로 옮겨가게 하는 것. 관객이나 독자는 자기 아바타를 스스로 내려다보거나 다른 유저와 함께 서로의 아바타를 구경하고, 서로 소통하게 된다. 화이트와 블랙의 나일론 톱과 스커트는 마치 SF 영화 속 주인공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체적인 장미 코르사주에 입힌 큼지막한 로고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고안한 것.

    프라다가 ‘뉴 유니폼’을 다양하게 제안했다. 소매가 없는 상의는 바지와 함께 태피터 치네 실크(태피터에 프린트를 넣은 것)로 완성했다. 구름과 소용돌이를 묘사한 프린트는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수묵화 같은 프린트와 함께 부각되는 건 섬세한 장미 코르사주에 오버 프린트한 삼각형 로고!

    3D 스캔 촬영한 프라다 컬렉션과 모델 신현지가 아바타가 되는 과정. 3D 스캔 촬영한 후 텍스처, 스킨을 입힌 3D 모델과 스포티한 캔버스 소재 코트, 스포티한 슬링백.

    단정한 셔츠와 팬츠에 망토 같은 케이프 재킷이 어울린 룩은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았다. 프라다의 대표 소재 중 하나인 태피터 실크로 완성한 톱과 팬츠는 길고 폭 좁은 실루엣이 특징. 심플하지만 광택감 있는 태피터 실크 소재 덕분에 화려한 감각이 느껴진다.

    나일론은 프라다의 대표 소재다. 그 시작은 낙하산 원단인 포코노(잘 찢어지지 않는 나일론)를 의류 원단에 맞게 개발한 것. 여기에 시각적 요소를 더한 민소매 원피스와 일자형 팬츠가 어울렸다.

    건축 스튜디오 OMA가 프라다의 플래그십 스토어 세 곳을 설계하며 발간한 책 'Projects for Prada Part 1'이 김희천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OMA/AMO가 설계한 프라다 런웨이를 살펴봤고, 특히 OMA/AMO의 설계에 관심이 갔다고 말한다. 3D 스캔한 모델의 포즈는 'Projects for Prada Part 1'의 커버를 오마주한 것. 이 아바타는 VRChat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의 3D 작업 중 완성된 이미지. 프라다가 언제나 강조한 이원성과 복수성이라는 개념이 현실과 가상, 2D와 3D 같은 상이한 조건 속에서 근사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서로 다른 요소를 나열하고 그 속에서 조화를 찾기 위해 탐구하고 표현하는 프라다와 김희천 작가의 창조적인 결과물.

    프라다의 전형적인 소재와 디자인을 보여주는 하이브리드 유니폼. 개버딘 리나일론 톱과 팬츠에 강렬한 오렌지 컬러 레이온 소재 니트 톱을 매치했다.

    미래적 분위기의 화이트 룩. 나일론과 신축성 좋은 레이온이라는 상반된 느낌의 소재를 매치한 것이 특징이다.

    김희천 작가는 “팬데믹 상황 아래, 가상현실 같은 쉬운 방법은 지양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대신 이를 ‘가상’으로 데리고 오는 ‘장난을 치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VRChat 플랫폼과 어찌 보면 익숙한 아바타를 통한 채팅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 VR 기능만 더한 플랫폼이 주는(실제론 눈앞의 스크린을 보고 있지만) 어떤 ‘공간’에 있다는 느낌, 누군가와 함께 있고, 그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을 더했다. 이를 위해 작가가 가장 먼저 떠올린 공간은 공항. “공항의 여러 시설 중에서도 유독 ‘짐 찾는 곳’의 따분함이 그리웠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든, 출장에서 돌아오든, ‘수하물 구역’에서 만나는 길고 긴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 결과 프라다 컬렉션으로 여행 준비를 마친 다양한 멋쟁이 아바타가 방문한 가상 공항이 완성됐다. 의상과 액세서리는 프라다(Prada).

      패션 디렉터
      손은영
      패션 에디터
      남현지
      큐레이터
      변홍철
      헤어
      김정한
      메이크업
      유혜수
      모델
      신현지
      3D 리터칭
      전혁
      3D 스튜디오
      디메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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