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샤넬과 버지니 비아르

2021.03.30

by 손기호

    샤넬과 버지니 비아르

    몽환적인 꿈과 밤, 별과 조명. 반짝이는 세상 모든 것을 위한 찬가.

    “나는 대조를 좋아한다. 그래서 볼륨감 있는 겨울 룩을 선보일 장소로 작은 공간을 원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 때문인지 내가 따뜻하면서 생동감 있는 무언가를 원해서인지는 모르겠다. 모델들이 자기들끼리 쇼를 여는 듯 방에서 방으로 이동하고 계단에서 서로 엇갈리며 이동하면서 보관실에 옷을 쌓아둔 채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상상했다. 그리고 칼 라거펠트가 말하곤 했던 모델이 직접 옷을 입고 화장하던 예전의 쇼를 생각했다.” – 버지니 비아르

    클럽 카스텔 앞에서 만난 샤넬의 2021 F/W 컬렉션.

    파리의 센강 좌안에 자리한 작은 골목 프헝세스가에 들어서면 온통 붉은색으로 칠한 건물이 보인다. 간판도 없는 이 미스터리한 공간은 1960년대부터 파리를 지켜온 클럽 ‘카스텔(Chez Castel)’이다. 프랑수아즈 아르디, 프랑수아즈 사강, 믹 재거 등이 비밀리에 파티를 즐기던 전설적인 곳이다.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는 2021 F/W 컬렉션을 선보이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카스텔을 떠올렸다. 마침 샤넬을 대표한 웅장하던 그랑 팔레가 재정비에 들어갔고, 좀 더 친밀한 패션쇼를 선보이고 싶었던 비아르는 카스텔로 향했다. 사실 카스텔은 단순한 클럽이 아니다. 식사를 함께 하며 그곳에 있는 모두와 특별한 순간을 공유한다. 빛과 비밀로 반짝이는 여러 개의 살롱, 돌돌 말린 나선형 계단, ‘달큰’하게 달아오르는 바, 작은 공간에서의 무한한 탐험, 집의 정취를 누리는 동시에 시공간의 무한함을 누리는 샤넬 우주를 위한 완벽한 공간이다.

    클럽 카스텔 앞에서 만난 샤넬의 2021 F/W 컬렉션.

    “여기서 모델들이 옷을 갈아입고, 함께 메이크업하고, 여자들끼리 보내는 즐거운 밤을 떠올렸어요. 그것은 매우 관능적이죠.” 이 문장은 칼 라거펠트가 생전에 종종 이야기했던 ‘씬’이기도 하다. 모델이 직접 옷을 입고 화장을 하기도 했다는 과거의 쇼 백스테이지 말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 혹은 꿈과 현실을 마음껏 넘나들며 확장하는 버지니 비아르의 꿈은 카스텔이라는 공간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클럽 카스텔 앞에서 만난 샤넬의 2021 F/W 컬렉션.

    사진가 이네즈와 비누드가 촬영한 영상은 파리지엔만의 멋과 관능적인 밤기운으로 충만하다. 프헝세스가를 걸어 카스텔로 들어간 모델들은 두툼한 외투를 툭 벗어두고 얇은 드레스 차림으로 더 은밀한 클럽 내부로 입장한다. 그러한 동선과 움직임에는 중성적인 멋이 숨어 있다. 이런 룩 중 일부에서는 샤넬을 즐겨 입었고 샤넬 뮤즈였던, 지금은 별이 된 스텔라 테넌트(Stella Tennant)가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버지니 비아르는 ‘무척 샤넬다웠던’ 테넌트로부터 받은 영감을 이번 컬렉션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클럽 카스텔 앞에서 만난 샤넬의 2021 F/W 컬렉션.

    테넌트가 상징하던 중성적 매력, 펑크와 꾸뛰르를 오가는 대조적인 멋은 컬렉션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묵직한 외투와 섬세한 블라우스, 포근한 모피로 감싼 부츠는 매끈한 부티로 변신하기도 한다. 또 겨울 스포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디테일과 1960년대 클럽을 오가던 여인이 입을 법한 클럽 웨어까지 공존한다. 게다가 노르딕 스웨터와 양감이 느껴지는 패딩, 스키 팬츠와 짧은 크롭트 재킷까지. “이번 컬렉션은 내가 좋아하는 스키 여행과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파리지앵 시크, 이 두 가지 요소의 영향을 받았어요.” 이 외에도 샤넬의 1994년 가을 컬렉션, 브라이언 페리의 ‘Slave to Love’ 뮤직비디오 등 비아르는 ‘자기만의 방’에서 다양한 추억을 꺼냈다.

    클럽 카스텔 앞에서 만난 샤넬의 2021 F/W 컬렉션.

    컬렉션 영상은 다이애나 로스가 부른 ‘Do You Know Where You’re Going To’가 흐르면서 시작된다. 샤넬 여인들은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반짝이는 클럽 CC로 가는 길이에요!”

    클럽 카스텔 앞에서 만난 샤넬의 2021 F/W 컬렉션.

     사진가 이네즈와 비누드가 원격으로 촬영한 샤넬의 친구들

    지디

    수주

    제니

    패션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Courtesy of Chanel
    브랜딩 에디터
    나정원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