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화보

‘자라 뷰티’의 틀을 깬 자유로움과 포용

2021.05.20

by 이주현

    ‘자라 뷰티’의 틀을 깬 자유로움과 포용

    아름다움에 정형화된 규칙은 없다. 틀을 깬 자유로움과 포용 그리고 뷰티.

    머지않아 뉴욕 패션 위크 백스테이지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앤 켄달(Diane Kendal)을 마주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녀에 관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 거의 민낯에 가까운 모습으로 일한다. 둘,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소유자다. 그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침대에서 잠들기 전 그녀가 머리맡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셋,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의 달인이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브라운 컬러로 아이라이너를 그린 뒤 수분 크림을 덧발라 살짝 경계를 풀어주는 식이다. “과한 메이크업은 절대 지양하려 해요”라고 그녀는 늘 말한다. 실제 자신도 메이크업할 때 차림새를 깔끔하게 하는 정도로만 끝낸다. 주로 틴티드 모이스처라이저, 마스카라, 틴티드 밤 정도다.

    전 세계 <보그> 화보부터 마크 제이콥스 런웨이 쇼까지, 패션 세계에서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다이앤 켄달은 ‘자라’가 향수에 이어 처음 공개하는 뷰티 카테고리를 이끌 인재로 특별히 선정된 인물이다. 런던 오킹엄 출신인 그녀는 블리츠 키즈(Blitz Kids)가 스타일 아이콘을 자처하던 1980년대에 성년을 맞았다. “그때야말로 진정 사람들이 다양하고 색다른 룩을 실험하던 시기였죠.” 켄달은 새빨간 머리(그것도 백콤을 넣어 60cm는 될 정도로 높이 세운!)에 붉은 아이섀도를 진하게 칠하던 그 시절 스타일을 회상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20대 초에 켄달은 그때만 해도 신예 헤어 스타일리스트였던 귀도 팔라우(지금은 최고 중의 최고!)를 만났고, 두 사람은 곧 슈퍼 듀오가 되었다(그들 곁엔 늘 데이비드 심스 같은 실력파 포토그래퍼가 함께했다).

    수십 년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패션쇼와 광고 촬영에 참여한 그녀의 커리어를 회고해보면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이다. 단순히 누군가를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을 초월해 마크 제이콥스 뷰티와 캘빈 클라인 코스메틱, 맥 제품 개발에도 참여했다(그녀가 립스틱 포뮬러나 파우더 블러셔에 정통할 거라는 기대는 이미 전제되어 있다). 의심할 여지 없는 베테랑 뷰티 컨설턴트가 자라 뷰티와 의기투합하며 지난 4월 마지막 수요일 저녁, 데스크톱 화면에 블랙 니트에 뿔테 안경을 쓴 채 온화한 미소로 <보그>에 인사를 건넸다.

    만나서 반가워요. 평소 ‘자라’에 대해 어떻게 여겨왔나요? 포용성이 특히 좋았어요. 패션 민주화를 이뤘잖아요. 여러 배경과 직업, 삶, 성별, 피부색, 나이, 스타일의 사람들을 아우른다는 의미죠. 접근이 수월한 데다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도 물론이고요. 또 최신 트렌드를 민첩하게 잡아내 활용한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라 뷰티와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운 좋게도 자라 캠페인 작업을 오래 하면서 브랜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어요. 특히 아트 디렉터 파비앵 바롱(자라 로고를 바꾼 인물)과도 막역한 사이라 이 자리를 맡는 과정이 자연스러웠죠.

    수많은 제품을 써보고 또 협업해왔어요. 자라 뷰티만의 차별점은 뭘까요? ‘지속 가능’한 제품만 만든다는 사실이죠. 브랜드가 책임감을 갖고 제품을 만드는 일이 중요해요. 이런 지점이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친환경적이면서 아름다운 포뮬러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고싶었거든요. 그래서 협업을 요청했을 때 윤리적 관점에서 많은 의견을 내놓았어요.

    팬데믹 때문에 꾸미는 즐거움을 잃었다는 말에 동의하나요?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새롭고 다양한 메이크업을 시도하는 이들이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지금처럼 ‘줌’으로 미팅하다 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이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또 팬데믹 종식을 기대하며 더 다양한 룩을 실험하고 자신을 위한 새로운 이미지를 찾고자 하는 욕구도 커질 거예요.

    한국 여성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뭔가요? 모든 제품이 다 마음에 들 거예요. 모두를 아우를 포괄적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니까요. 컬러 역시도 톡톡 튀고 재미있는 색부터 클래식한 색까지 다양해요.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든, 거기에 딱 맞는 색깔을 찾을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제품은 뭐죠? 듀오 아이섀도와 스틸레토 립스틱.

    패키징이 심플하면서도 초현대적이에요. 파비앵의 철저한 계산 아래 모두 슬라이드형이에요. 알파벳 ‘Z’처럼. 그리고 전부 리필 가능해요. 립스틱의 경우 리필 가능한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일부 있지만, 전 제품의 패키지를 리필 가능한 용기로 만드는 일은 흔치 않죠. 플라스틱 대신 리필 가능한 유리 용기도 함께 써요. 다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자신만의 메이크업 제품을 직접 구성할 수 있는데, 패키지 뒷면을 보면 분리가 가능해요. 패키지로 구매하거나 단일 색조 제품으로 구매할 수 있죠. 심지어 아이라이너도 리필이 가능해요. 네일 폴리시를 제외한 모든 제품이 리필 가능합니다. 네일 폴리시 제품만 유리 용기를 사용했어요.

    캠페인 촬영은 슈퍼 포토그래퍼 9인과 함께 했어요. 팬데믹 상황이라 촬영은 고역이었어요. 다 완성하기까지 6~8개월 걸렸죠. 베이스캠프는 뉴욕이었고, 첫 촬영은 마릴린 민터였어요. 마리오 소렌티와 조 게트너를 제외한 다른 사진가와의 촬영은 파리에서 이뤄졌어요. 각자 자신만의 고유한 컨셉이 있어서 하나하나 모두 특별해요. 심지어 팬데믹 때문에 자라 뷰티 총괄인 에바 로페즈 로페즈와 저는 이동이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모든 작업을 개별적으로 책임지고 끝내야 했어요. 에바가 제게 제품을 보냈고, 저는 팬데믹 기간에 그 제품을 테스트한 뒤 제가 쓰고 싶은 제품을 선별했죠.

    개인적으로 조와 올리버의 작품이 특히 좋았어요. 한국 모델로 최소라도 참여했어요. 오, 소라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오픈 마인드인 데다 어떤 제품이든 긍정적으로 반응했죠. 메이크업의 느낌을 제대로 캐치하고 몰입해 촬영할 줄 아는, 제가 아끼는 모델 중 한 명이에요.

    전 세계 <보그>와 많이 작업했는데, 기억에 남는 촬영을 꼽을 수 있나요? 스티븐 마이젤이 찍고 커스틴 오웬이 열연한 이탈리아 <보그> 화보! 이젠 상징적인 작품이 됐죠. 1990년대 당시엔 접근 자체가 매우 새로웠어요. 지금 봐도 여전히 아름다운 컨셉이죠. 흰색 그리스 페인트(Grease Paint)를 썼어요. 눈 바깥쪽과 안쪽에 살짝.

    메이크업에 관해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삶. 야외에서 자연을 관찰하거나,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죠. 게다가 유명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하기에 그들이 쇼에서 보여주는 것 역시 큰 영감과 재미를 줘요. 디자이너들과 협력하고 미팅하면서 시즌 컬러를 찾죠. 열린 태도로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영감의 비결입니다.

    당신이 꿈꾸고 바라는 ‘뷰티’는 어떤 모습인가요? 어릴 때는 사람들이 변신하는 방식에 매료됐어요.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영감의 원천이 되는 여러 룩을 개발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늘 즐겁거든요. ‘뷰티’는 어디에나 존재해요.

    끝으로 <보그 코리아> 독자들에게 베스트 메이크업 팁을 알려주세요. 스튜디오에 있거나 스스로 메이크업을 하거나 여러 경우가 있지만, 제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파우더를 ‘덜’ 쓰는 거예요. 저는 여성의 얼굴에 파우더를 절대 쓰지 않아요. 카메라에 영향을 주거든요. 조명과 자리, 카메라 위치 등을 확인한 후 필요한 부분에 파우더를 칠하는 식이죠. 저는 피부가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룩을 좋아하거든요. 물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아방가르드한 룩도 연출하지만 소녀 느낌을 내고 싶어요. 조 게트너와 함께 룩을 개발할 때는 눈 뒤쪽을 크게 강조했지만, 여전히 소녀 이미지와 개성이 느껴지잖아요. 모든 것을 없앴다가 다시 집어넣는 방식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섬세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군요(웃음).

    뷰티 에디터
    이주현
    사진
    Courtesy of Zara Beauty / Sponsored by Zara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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