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화보

블랙핑크와 올해의 팬톤 컬러

2021.05.25

by 이주현

    블랙핑크와 올해의 팬톤 컬러

    유쾌하거나 대범하거나! 낭만적이거나 도발적이거나! 낙천적인 옐로와 도회적인 그레이를 곁들인 ‘블랙핑크’ 헤어 스펙트럼.

    시선을 사로잡는 애쉬 블론드 헤어로 변신한 로제.

    ‘보그 커버 걸’의 조건은 뭘까? 다들 떠오르는 체크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패션 팬들이라면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뮤즈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고, 대중문화 애호가라면 좋은 작품 한 편으로 폭풍처럼 등장한 신인 배우거나 이미 연기대상을 수차례 수상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더 확장해서 상상한다면, 자기만의 의미 있는 행보를 걷거나 당대 시대상을 주요하게 관철하는 인물도 포함될 수 있다. 물론 패션이나 뷰티가 주는 판타지 자체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변신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해 지난 한 해 동안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게 만드는 이미지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중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2020년 10월 16일. <보그> 뷰티 데스크에 이메일이 도착했다. 축약하면 2021년 6월호 커버를 위한 컨디션 체크였다. 주인공은 ‘보그 커버 걸’을 위한 조건을 다 갖춘 네 명이었다. 제니, 지수, 로제, 리사라는 ‘원맨 파워’의 집합체 ‘블랙핑크’다. 다들 알다시피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있는데, 뭘 얻거나 이루기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따로 또 같이 활약하는 이 ‘월드클래스’를 한날한시에 모으는 일이 정확히 그랬다. 지난해 10월 말 6월호 블랙핑크의 <보그 코리아> 표지 진행 확정 이후,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촬영은 멤버별 스케줄 조율이 까다로워 성사되지 못했다. 해를 지나 지난 3월 중 약속한 2차 예정일마저 지나 마침내 4월 28일. 지구인이 열광하는블랙핑크 4인과 <보그>가 함께할 그날이 1년여 만에 다시 왔다.

    리사의 선택은 골드 블론드 헤어. 크롭트 블랙 재킷은 모노(Mônot).

    블랙핑크 ‘완전체’ 커버 촬영의 첫 주자, 제니는 젖은 머리로 스튜디오에 도착했어요. 혹시 운동하고 왔나요?Jennie 집에서 바로 나왔어요(웃음). 운동은 촬영 마치고 저녁에 하러 갈 예정이에요.

    다크 애쉬 그레이와 카키빛의 만남. 크리스털 디테일의 미니 드레스는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

    뭘 입어도 멋진 제니의 ‘직각 어깨’를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아요. 필라테스 덕분인가요? Jennie 맞아요. 최근 필라테스의 매력에 푹 빠져서 매일 출석 도장을 찍을 정도예요.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은 요즘, 굳어버린 심신을 개운하게 풀어주는 마성의 운동이죠.

    클래식한 매력의 애쉬 토프 헤어. 화이트 슬릿 디테일 원피스는 모노(Mônot).

    다음 타자 지수는 2020년 2월 <보그> 뷰티 화보 촬영 이후 1년 만의 재회군요. 오랜만에 봐도 늘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여전한데, 쉴 땐 어떤 모습인가요? Jisoo 요즘 드라마 촬영에 틈틈이 화보 촬영까지 겹쳐 스케줄 포화 상태라서 ‘쉰다’는 말만 들어도 행복해요(웃음). 쉴 땐 정말 푹 쉬는데요, 밀린 잠을 몰아 자거나 쉬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에너지를 충전해요.

    셀프 염색을 즐길 만큼 헤어 변신에 거리낌 없는 리사. 올여름 리사의 선택은 골드 블론드다. 블랙 원피스는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

    지수의 해사한 미소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해요. 늘 밝고 긍정적인 지수가 절대 참지 못하는 상황이 있나요? Jisoo 절대까지는 아니지만… 공복이오(웃음).

    로제는 염색의 매력을 ‘반전’이라고 말한다. 헤어 컬러만으로 이미지 변신이 가능하니까. 화이트 칼라 디테일의 롱 드레스는 모노(Mônot).

    세 번째로 도착한 리사는 뱅 스트레이트 헤어부터 단발, 금발, 땋은 갈래머리까지 가장 많이 변신한 ‘헤어 카멜레온’이에요. 가장 마음에 드는 헤어스타일은 뭔가요? Lisa 모든 게 다 소중하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발? 평소 편안한 스타일을 선호하거든요.

    다크 애쉬 그레이 헤어로 지수의 하얀 피부가 더 돋보인다. 화이트 블라우스는 마티세브스키(Maticevski at Net-a-Porter).

    곧 솔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어요. Lisa 첫 솔로 앨범인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또 준비하고 있어요. 저만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음악과 스타일로 보답할 테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아주 미세한 색 차이라도 기분과 태도의 변화를 이끄는 염색의 매력. 제니가 염색을 즐기는 이유다. 블랙 톱은 다니엘 귀조(Danielle Guizio), 와이드 팬츠는 록(Rokh).

    마지막 주자 로제는 오늘 ‘히메 컷’이 처음이라고요. 촬영 내내 모니터 옆을 떠나지 않는 모습이 프로다웠어요. Rosé 새로운 시도라서 살짝 걱정했는데 마음에 들어요. 오랜만에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이번 촬영에 기대가 커요.

    리사가 입은 크롭트 블랙 재킷과 시스루 롱스커트는 모노(Mônot), 로제가 입은 화이트 칼라 디테일의 롱 드레스는 모노.

    금발은 로제의 트레이드마크죠. 금발로 정착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Rosé ‘뚜두뚜두’ 활동 당시 빨간 머리 유지가 어려워 핑크빛으로 뺐는데 여기서 색이 조금씩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플래티넘 블론드가 됐어요.

    블랙핑크가 토털 헤어 브랜드 미쟝센과 만나 2021년 팬톤 컬러인 얼티밋 그레이 & 일루미네이팅을 표현했다. 지수가 입은 크리스털 디테일의 미니 드레스는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 제니가 입은 블랙 톱은 다니엘 귀조(Danielle Guizio), 와이드 팬츠는 록(Rokh).

    2021년 팬톤 트렌드 컬러는 ‘얼티밋 그레이 & 일루미네이팅’이에요. 오늘 <보그> 촬영에 함께한 미쟝센 ‘헬로 라인’의 핵심 컬러이자 이번 촬영의 주제예요. Rosé 두 컬러가 나란히 놓인 컬러 차트를 보자마자 ‘모던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밝은 노란색과 차분한 회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보였으니까요.

    기분에 따라 원하는 색을 바르면 끝. 마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할 때처럼! 블랙 원피스는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

    ‘그레이’ 유닛인 지수와 제니는 처음 염색한 때를 기억하나요? Jisoo 연습생 때 붉은빛이 살짝 도는 갈색으로 처음 물들였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꽤 얌전한 컬러였는데 하루 종일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거울로 보고 또 봤죠(웃음). Jennie 시기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컬러는 밝은 갈색이었어요. 기대만큼 컬러가 밝게 나오지 않았지만 인생 최초의 염색이라는 사실에 그저 즐거웠던 추억이 있어요.

    은근한 카키빛이 감도는 지수의 다크 애쉬 헤어. 말린 장밋빛 입술과 잘 어울린다.

    알다시피 미쟝센 ‘헬로 라인’은 셀프 염모제예요. 그래서 말인데, 혼자 염색해본 적있나요? Jisoo 아직 없어요. 미용실이 아닌 집에서 가족의 도움을 받아 해본 적은 있어요. 그런데 ‘헬로버블’은 사용법이 간단해 언젠가 꼭 한번 시도해보려고요. Lisa 저는 해봤어요! 어릴 때부터 헤어 컬러로 이미지 변신하는 걸 좋아했고, 혼자 하기 어려울 만큼 머리도 길지 않았기에 기분 전환으로 집에서 하곤 했죠.

    특별한 메이크오버를 꿈꾼다면 염색만큼 세련된 접근법도 없다.

    염색의 매력을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나요? Jennie ‘변화’. 아주 미세한 차이로 달라지는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헤어 컬러나 스타일링만으로도 그날의 기분은 물론 애티튜드의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것 같아요. Rosé 저는 ‘반전’을 꼽고 싶어요. 헤어 컬러만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가 확 바뀌는, 한마디로 마법 같죠. 한 사람의 개성을 잘 나타내는 데다 메이크업만큼 크나큰 반전 매력을 선사해요.

    찰랑이는 머리칼과 세련된 컬러는 완벽한 스타일링 그 이상의 효과를 선사한다.

    일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헤어스타일은 무엇이었나요? Jennie ‘How You LikeThat’ 때 앞머리만 탈색한 포인트 헤어요. 새로운 시도라서 신선했고 많은 팬들이 제 머리에 열광하셨죠. Lisa ‘Lovesick Girls’ 시절의 헤어가 기억에 남아요. 단발은 그간 많이 해왔는데, 부분 탈색 포인트로 색다른 변화를 줬죠.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블랙은 답답하고 브라운은 심심하다면? 제니의 애쉬 토프 헤어가 정답. 화이트 슬릿 디테일 원피스는 모노(Mônot).

    그렇다면 주변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스타일은 무엇이었나요? Rosé 현재의 금발이오. 또 반응이 가장 좋았던 스타일이라면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 무대 때 바람에 자연스럽게 휘날리는 금발 웨이브! Lisa ‘Kill This Love’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역대급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했는데, 그때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장면마다 헤어를 바꾸느라 고생했지만 결과가 좋아서 언제 힘들었나 싶을 만큼 뿌듯했죠.

    노란색을 좋아하는 리사. 원 포인트 립 메이크업과 금발이 잘 어울린다. 크롭트 블랙 재킷과 시스루 롱스커트는 모노(Mônot).

    ‘옐로’ 유닛인 로제와 리사는 활동 중 잦은 염색과 스타일링으로 모발이 많이 손상되었을 텐데,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나요? Rosé 완벽한 금발을 유지하기 위해 헤어 관리에 투자해요. 수시로 헤어 오일이나 에센스를 바르거나, 아침이든 저녁이든 머리를 감은 뒤 두피부터 모발까지 꼼꼼히 말리죠. Lisa 오늘처럼 촬영이 있거나 앨범 활동할 때, 특히 무대에 오르기 전 스타일링을 위해 스프레이 소비량이 많아요. 그래서 아무리 고단해도 집에 돌아와 머리는 꼭 감고 자요.

    히메 컷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 로제. 홀터넥 보디수트와 블랙 팬츠는 뮈글러(Mugler), 브라 톱은 레호(Lehho).

    이쯤에서 블랙핑크의 샴푸 선택 기준이 궁금해지는군요. Jisoo 여러모로 점검한 뒤 골라요. 향에서 성분까지 두루두루 확인하죠. Jennie 피부와 두피 모두 민감한 편이라 성분을 가장 많이 체크해요. 가끔 트러블이 나기도 해서 변화의 폭이 좁은 편이죠.

    바람에 휘날리는 지수의 머리가 신비로운 그레이의 매력을 담았다.

    여행이나 출장 때 파우치에 꼭 챙기는 헤어 제품은 뭔가요? Rosé 헤어 에센스와 오일! Lisa 앞머리 볼륨을 위한 헤어 롤과 에센스, 트리트먼트, 이 세 가지는 꼭 챙겨요.

    로제가 입은 홀터넥 보디수트와 블랙 팬츠는 뮈글러(Mugler), 브라 톱은 레호(Lehho). 지수가 입은 크리스털 디테일의 미니 드레스는 데이비드 코마(David Koma). 리사가 입은 크롭트 블랙 재킷과 시스루 롱스커트는 모노(Mônot). 제니가 입은 블랙 톱은 다니엘 귀조(Danielle Guizio), 와이드 팬츠는 록(Rokh).

    새로 도전하고 싶은 드림 헤어 컬러가 있나요? Jisoo 아직까지 금발이나 밝은 탈색 머리를 해보지 않았어요. 언젠가 기회가 있겠죠? Jennie 요즘 염색 기술이 정말 좋아져서 다양한 컬러가 구현되더군요. 컬러를 다채롭게 활용해보는 것도 색다를 것 같아요.

    뷰티 디렉터
    이주현
    패션 에디터
    남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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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준
    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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