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nch Beauty’의 정의
국내에서도 제법 큰 팬덤을 자랑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뷰티 인플루언서 바이올렛(@violette_fr). 프랑스 출신의 그녀는 자신이 직접 편집하는 뉴스레터를 통해 유행하는 화장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프렌치 뷰티’를 정의하며 자신의 의견을 독자에게 피력해왔다. “프랑스 사람들은 ‘컨투어링’이란 화장을 하는 법이 없죠. 마치 마스크를 쓰는 것과 같아요”라며 꾸준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컨투어링, 셰이딩용 화장품을 비판한다. 얼굴형을 교정하는 용도로 메이크업을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좀 더 상냥한 태도로 받아들이자는 것. 바이올렛이 이야기하는 ‘프렌치 뷰티’의 미학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바이올렛의 철학은 최근 ‘MZ세대’가 공유하는 뷰티에 대한 관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런 점에서 그녀가 론칭한 비건 뷰티 브랜드 ‘Violette_Fr’은 점차 그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며, 그녀의 유튜브 채널은 2,400만여 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10년간의 연구와 팔로워와의 활발한 소통으로 탄탄하게 다져온 결과이다.
올봄 그녀와 화상 미팅을 하며 그녀가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여성 팬을 보유한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바이올렛은 루스한 화이트 블라우스와 청바지를 입고, 근사한 조명을 받으며 스크린을 향해 활짝 웃어 보였다. 그녀가 내놓은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인 딥 블루 컬러의 아이라이너를 진하게 그린 눈매가 ‘버킨 뱅’ 헤어스타일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그동안 내가 만나온 프랑스 여성의 냉담한 첫인상이 무너질 만큼 따뜻하고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메이크업 라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더 진정성이 느껴졌다. “단순히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제품에 의존하는 건 좋지 않아요.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처럼, 메이크업 제품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의 메이크업 방식을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느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과하게 시도할 필요는 없어요.”
‘파리 루브르 미술대학(École du Louvre)’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시절, 바이올렛은 ‘얼굴을 캔버스로 사용하면 어떨까?’라는 흥미로운 발상에서부터 시작해 메이크업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전문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보조로 일한 적도 없지만 무작정 그녀는 뷰티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19세에 뉴욕 모델 에이전시의 문을 두드리고, 1년간 직접 촬영에 참여하다가 자신의 소신대로 작품 활동을 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파리로 돌아갔다. 파리 <보그>에서 일하면서 업계의 인지도를 확보한 끝에 불과 27세의 나이로 2012년 ‘디올 뷰티’의 역대 최연소 인터내셔널 메이크업 디자이너로 등용되기도 했다.
3년 뒤 뉴욕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오픈한다. 솔직하고 활력 넘치는 분위기로 지금까지도 다양한 뷰티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유튜브의 패션 & 뷰티 분야를 총괄하는 데렉 블라스버그는 “유튜브 시청자들은 굉장히 영리하죠. 그들은 크리에이터가 속이는 순간 즉시 눈치를 챕니다. 바이올렛은 그런 면에서 진짜배기라고 볼 수 있어요”라고 말하면서 바이올렛만의 진실한 매력을 칭찬한다.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Glossier)’의 창립자이자 바이올렛의 단짝 친구이기도 한 에밀리 와이즈는 “그녀를 단순히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말할 순 없어요. 뷰티를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면서도 장난기 많은 방법으로 접근하죠”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자리매김하며 2017년 바이올렛은 ‘에스티 로더’의 글로벌 뷰티 디렉터로 발탁되었다. 이때의 경험은 그녀가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그녀가 목표한 바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로우 웨이스트(Low Waste)’, 쓰레기가 적게 발생하는 실용적인 포장 형태로 메이크업과 스킨케어, 향수, 헤어 제품을 공급하는 것. “저는 사람들에게 없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싶어요”라고 비전을 드러내며 그 누구보다 타이트한 가이드라인을 세워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로 탄생한 ‘Violette_Fr’의 컨셉은 바로 ‘스트리트 럭셔리’. 적정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뜻한다. 롤온 타입의 유니섹스 향수는 중성적이지만 고급스러운 ‘머스키 베티버’ 향을 자랑하고, 드라이 샴푸는 모발을 틈틈이 손질할 수 있도록 유용한 브러시가 내장되어 있다. 또한 다양한 피부 톤에 맞는 ‘싱글 하이라이터’, 손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쉽게 블렌딩할 수 있는 여섯 가지 컬러의 리퀴드 아이섀도 ‘아이 페인트’, 그리고 그녀의 시그니처인 레드 립스틱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바로 ‘붐붐 밀크(Boum-Boum Milk)’. 이 제품은 클린 뷰티 분야의 화학자인 럭 저글라(Luc Jugla)와 협업해 만들어낸 스프레이 방식의 스킨케어 아이템. 크리미한 텍스처로 모이스처라이저, 세럼, 토너가 하나로 합쳐진 ‘3-in-1’ 제품이다. 피부뿐 아니라 헤어에까지 활용 가능하다. 모발에 뿌리면 촉촉하면서도 자연스럽고 루스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바이올렛의 제품이 지닌 특징은 바로 요즘 여성이 원하는 바를 충족한다는 점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기대나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주저 없이 이뤄내는 것. 이런 기회를 주는 브랜드와 제품에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매력을 느끼며 이끌리게 된다. 그것이 친근한 뷰티 크리에이터로서, 또 제품 개발자로서 바이올렛이 사랑받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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