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생색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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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생색展

2021-07-19T14:42:44+00:00 2021.07.19|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사색의 바람이 분다.

동화약품이 주최하는 제 7회 여름생색展이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여름생색은 이런 문구로 시작한다. 여름 생색은 부채요 겨울 생색은 달력이라 a fan, the best present in summer, and a calendar, the best present in winter


여름이 온다. 무풍 에어컨의 신기한 기술이 우리를 매료하는 첨단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문득 자연 바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한가롭게 부치는 부채의 움직임, 여유롭고 어떠한 규칙도 없으며 리듬을 타는 부채의 손놀림은 어느새 우리의 신체와 일치되어 잊고 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하고 예상치 못한 사색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2021 가송예술상, 제7회 여름생색전이 개최됐다. 이 전시는 부채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고유한 부채의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고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한 전시로, 참여한 작가들은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신진작가들이다. 여름생색展은 동화약품이 주최하는 전시회로 순간 떠오르는 동화약품의 친근한 부채 이미지가 연결되며 이 얼마나 위트 있고 맥락이 명료한 프로젝트인가 무릎을 치게 된다.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전시는 2011년 동화약품이 50인의 중견 및 신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며 시작됐다. 그 이듬해는 가송예술상을 제정하여 신진 작가들을 발굴, 육성하였는데 이로써 한국 부채가 잊히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대적 의미의 예술적 가치까지 창출해 내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여름생색展은 부채 장인들과의 협업 부분과 부채를 오브제로 재해석한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전통의 미를 간직한 부채, 접선의 재해석

전시회를 살펴보자. 인사아트센터 1층 전시장은 최혜수 작가가 시멘트와 금박 재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한 회화 작업과 김원진 작가의 기억을 기록하는 콜라주 작업을 시작으로 이지훈 작가의 바람을 일으키는 기계장치-팬(fan)들로 구성된 화려한 기둥 숲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어 전시장 안쪽에는 붓다가 해탈한 경지의 순간을 사이보그 형태로 표현한 왕지원 작가의 작업, 빛의 입자들이 유리 표면에서 반짝이는 것을 섬세하게 표현한 백나원 작가의 작업 그리고 김용원 작가의 미디어로 해석한 산수화를 만나볼 수 있다.

2층 전시장은 비단을 소재로 한 이세정 작가가 이음수라는 전통 자수 기법으로 부채의 조형미를 표현한 작품, 양수연 작가의 부채처럼 펼쳐지는 폴딩도어에 십장생을 담은 작업, 손승범의 아궁이 속 작은 불씨가 부채질을 통해 온기를 만들어낸 경험에서 착안한 대형 설치 작업이 선보인다. 김효연 작가는 순간을 주제로 한 수묵화를 캔버스와 부채에 담았는데 이 부채가 국가무형문화재 김동식 선자장이 만든 것이다. 신진 작가와 장인의 협업 작품은 이들이 작업하는 동안 나누었을 시대와 사상이 중첩되고 수많은 소통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최초의 신약인 활명수를 개발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동화약품의 이야기와 가송예술상의 연혁 및 지나온 발자취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대상 수상작은 김원진 작가의 <순간의 연대기 바람선-1,2,3,4>

대상 수상작, 김원진 <순간의 연대기 바람선-1,2,3,4>

시상식은 지난 10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치열한 심사 끝에 대상은 김원진 작가의 <순간의 연대기 바람선-1,2,3,4>, 우수상은 최혜수 작가의 <지금之昑>, 컬래버레이션상은 김효연 작가의 <순간>이 선정됐다.
대상을 수상한 김원진 작가의 <순간의 연대기 바람선-1,2,3,4>은 기억을 기록하는 콜라주 작업으로, 시간에 대한 작가의 고유한 시각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종이에 색연필로 선을 긋는 행위를 통해 현재라는 순간을 기록해 나가고, 잘라낸 종이를 어긋나게 붙이는 과정을 통해 기억의 변형을 시각화하여 시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표현했다.

 

우수상을 수상한 최혜수 작가의 <지금之昑>은 일정한 간격으로 이루어진 접선 부채의 반복된 면과 선에 주목해 이를 시멘트와 금박으로 구성된 지층의 모습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땅을 딛고 나아간다는 뜻의 갈 지(之)와 밝을 금(昑)의 ‘지금’은 인류가 무엇을 추구하고 나아가야 할지에 관해 작가의 개인적인 염원을 담았다.

김효연 작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과 협업한 작품 <순간>으로 컬레버레이션상을 수상했다. 김효연 작가는 캔버스와 장인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긴 부채 위에 수묵화를 각각 담았는데 현실의 복잡한 인간 군상과 관념적 산수의 대비를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전시 총괄을 맡은 동화약품 윤현경 상무는 “젊은 작가들이 ‘부채’라는 테마를 다양하게 변주하고 창작하여 세련되고 멋진 작품들을 선보여 주셨다”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힘겨운 한여름에 관람하시는 모든 분들께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