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로즈가 이끄는 강력한 팬덤의 브랜드
마틴 로즈가 이끄는 강력한 팬덤의 브랜드에는 조용한 관습의 전복, 섹슈얼리티, 정신이 담겨 있다.
“이런 연대감. 아주 강력한 거죠.” 현재 영국 디자이너 가운데 가장 겸손하면서도 두루 존경을 받는 마틴 로즈(Martine Rose)가 말했다. 우리는 런던 북부 그녀의 집에서 멀지 않은 파라다이스 파크의 벤치에 앉았다. 햇살이 인근 지역을 서서히 물들이고 있었다. 인간적인 공감대가 우리를 둘러쌌다. 41세인 로즈의 접근 방식을 분명히 규정짓는 것이 바로 이런 정서다. 그녀가 젊은 시절 좇던 광란의 파티 문화뿐 아니라 서인도제도 출신 할머니가 일군 가정적 분위기가 지금 전 세계 팬들과 공유하는 마틴 로즈의 디자인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로즈의 색다른 스타일 코드는 패션을 통해 진정성 있고 매력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결합력이 되어왔다. 그녀가 만든 더블 브레스트 블레이저나 풋볼 셔츠 등에는 나름의 사회 비판 의식이 담겨 있다. 이번 여름에 맞춰 나이키와 함께 제작한 최신 젠더프리 스타일 풋볼 셔츠가 그렇다. 이 셔츠는 ‘로스트 라이오네시즈(Lost Lionesses)’라고 알려진 영국의 힘겨웠던 여성 축구 개척자를 집중 조명했다. 게다가 독특한 컷, 즉 테일러링 스타일이 있다. 옷의 일부를 뒤틀거나 과장되게 표현한다. 혹은 거꾸로 뒤집거나 꼬아놓는다. 그녀의 작품은 굉장히 세밀하게 작업했으면 오류로 보일 만한 것도 담았다. 이는 매우 포용적 사고방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패션광과 예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드레이크(마틴 로즈 2021 S/S 디지털 프레젠테이션에 모델로 섰다)와 리한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2007년에 브랜드를 내면서 스포츠웨어와 캐주얼웨어, 테일러링을 믹스했다. 그러자 시대에 앞서는 이 스타일을 추종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당시 그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부자연스러운 컬렉션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오해를 받았고 외면당했다. 그러나 2015년 모든 것이 바뀌었다. 당시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고, 그는 이 브랜드에서는 처음으로 남성복을 선보이고자 했다. 바잘리아는 로즈를 컨설턴트로 고용했다. “그 일이 실제로 삶을 바꿔놓았죠.” 그녀가 말했다. “뎀나는 주저 없이 저를 진정으로 격려해주었죠.” 두 사람은 비슷한 부류다. 울트라 와이드 숄더 크롭트 봄버 재킷, 의도적인 칙칙한 색감의 트랙 수트, 수트 재킷 등 로즈의 시그니처와 장난스러운 로고는 지금과 같은 발렌시아가의 위상 정립에 도움을 주었다.
로즈는 발렌시아가에서 3년간 활약하면서 처음으로 재정적 안정을 얻었다. “그때까지는 움츠리고 있었죠. 그런데 그런 안정감은 실제로 뭔가를 하고, 그것을 나만의 브랜드로 돌리고, 앞으로 적절하게 도약할 기회를 마련해주었죠.” 그것은 마틴 로즈 브랜드가 황금기에 들어서게 해주었고, 지금도 그녀는 이 브랜드에 모든 시간을 헌신한다. “매우 낙천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그녀는 팬데믹으로 인한 난관에 여러모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종종 전형적인 런웨이 포맷을 건너뛰고(재정난에 처한 2015 S/S 시즌) 온라인을 활용하거나 한 가지 룩(가죽 트렌치 코트, 지퍼 넥 스웨터, 배기 그레이 말(Marl) 스웨트팬츠)만 선보인 것이다. “그 지긋지긋하던 시절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죠.” 그러면서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늘 그것이 마스터플랜이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했을 뿐이에요.”
본능을 통한 생존은 빚에 허덕이면서도 부유한 척하는 신인 디자이너들이 종종 보여주는 럭셔리 패션의 완벽함이라는 허울에서 벗어나 겸손함을 표현하면서, 그녀 디자인의 시그니처가 되었다. “제게 없는 것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었죠. 그것이 힘으로 바뀔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솔직히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즌 한 가지 룩만 선보일 거예요’라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죠.”
그녀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솔직함에 호응한다. “근본적으로 장난기가 넘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며 젠체하지 않는 확고한 마틴 로즈의 사고방식과 관점이 있어요.” 런던에 위치한 치즌헤일 갤러리(Chisenhale Gallery)의 디렉터이자 올해 터너상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조이 휘틀리(Zoé Whitley)가 말했다. “마틴은 관습을 재해석해요. 그녀가 말하려는 포인트가 분명하며 진정성을 담고 있다고 늘 평가하죠. 내숭 떨지 않아요. 그리고 음악에서, 일상적인 문화에서처럼, 누군가가 그녀의 디자인에서 자신만의 연계성을 인지할 때, 그녀는 사람들이 합류할 만한 여지를 만들어냅니다.”
로즈는 자신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독특함. “독특한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요. 기이한 것이 좋아요.” 이 독특함이 사고방식에 담겨 있다. 디자인에도 담겼다. 더블 브레스트 블레이저는 몸통 부분이 뒤틀린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드레스로 입어도 될 만큼 크다. 셔츠는 버튼이 중앙을 벗어났다. 후디는 한쪽으로 기울어지도록 재단했고, 앞쪽이 널찍하고 뒤쪽은 크롭트 스타일이다. “컷, 즉 재단 스타일이 독특한 거죠.” 로즈가 말했다. “이 독특함은 모든 요소에 담겨 있어요. 디자인 틀, 패브릭, 쇼 방식 모두 독특하죠. 그것이 바로 가장 중요합니다.”
독특함과 유대감을 겹쳐놓으면 마틴 로즈를 이해하게 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 투팅(Tooting)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서인도제도 커뮤니티의 중심이나 다름없었어요. 매우 큰 집이었고 당시 흑인 커뮤니티가 임대하기 어려웠던 곳이죠. 그래서 서로 빌려 쓰곤 했어요. 사람들이 항상 들락날락했어요. 쉬거나 식사하려고 그곳에 왔죠. 정말이지 안전하고 따스했어요. 단란함을 느끼며 자랐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함께 모이는 것이었죠.”
로즈의 패션쇼는 패션 피플을 공동체 공간으로 이끌었다. 그녀의 돌파구 같았던 2017 A/W 프레젠테이션은 토트넘(Tottenham) 세븐 시스터즈 인도어 마켓(Seven Sisters Indoor Market) 좌판 사이에서 열렸다. 2019 S/S 컬렉션은 켄티시 타운(Kentish Town)의 빅토리아풍 막다른 골목에서 열렸고, 주민들 모두 자기 집 정원에서 쇼를 지켜보았다. 2020년 A/W 시즌은 디자이너의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 교실에서 열렸다. “이런 커뮤니티에서 아웃사이더들이 함께 모이게 만드는 것이 좋아요.”
로즈는 아홉 살이었을 때 할머니와 주일 예배를 마친 후 사촌 대런(Darren)과 함께 클래펌 커먼(Clapham Common)에 가곤 했다. 그곳에는 대낮의 즉흥 파티를 위해 불법 사운드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당시 열다섯 살로 팸 호그(Pam Hogg)의 광팬이었던 언니가 로즈를 데리고 레게(Reggae) 레코딩 스튜디오에 가곤 했다. 이 경험은 오랫동안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그녀의 작품은 향수에 관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제가 향수를 다룬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잘 알아요. 과거의 것을 많이 참조하니까요.” 그것은 사실이다. 로즈는 광란의 파티 광고 전단이 부착된 자신이 만든 컴뱃 팬츠를 입고 있었다. “익숙함이 좋아요. 그래서 익숙한 것을 뒤엎길 좋아하죠. 하지만 장밋빛 향수 속에서 길을 잃고 싶진 않아요. 무엇 때문인지 현재에 머무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도전이에요. 우리는 과거나 미래의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하죠. 이 순간이 실재죠. 지금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성적인 것이 있다. “킹크(Kink), 즉 꼬임(성행위의 ‘굽힘’이라는 개념에서 파생된, 비규범적 성행위에 대한 구어체 용어). 섹시함. ‘섹스’가 진짜 중요하죠.” 때로 섹스를 공공연히 표현한다. 2020 A/W 시즌의 라텍스 블레이저처럼 말이다. 혹은 이번 시즌에 발표한 허리부터 치맛단까지 지퍼가 달린 페티시적 뱀 프린트 가죽 미니스커트도 그렇다. 어떤 경우에는 성적인 것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온다. 최근에는 가슴을 압박할 만큼 일부러 타이트하게 커팅한 셔츠를 선보였다. “굉장히 타이트한 다트(Darted) 셔츠 차림의 은행원을 봤어요. 살짝 기괴하고 삐딱해 보였죠.” 이 셔츠는 남녀 공용으로 고안했다. 이번 시즌의 레이스 캐미솔과 남성 사이즈 가터벨트는 이미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이상하죠. 제가 모든 래퍼가 그것을 착용하게 만든 거 있죠. 그런데 처음으로 캐미솔과 가터벨트가 동시에 매진됐어요.”
고지식해 보이던 것을 뒤엎는 것이 로즈의 마음에 끌렸다. 이를테면 축수 선수나 화이트칼라 계층에 대한 것들을 뒤엎는 식이다. “남성성이 매우 삐딱해지고, 굉장히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이 좋아요. 그것은 거의 초남성성이 나름의 하위문화를 가지는 것과 같아요. ‘저 독특하고 이국적인 사람들은 누구야?’라는 반응이 나오는 거죠.”
결국 로즈는 인류학자처럼 작업한다. 그녀의 컬렉션은 인간 행동에 대한 연구나 다름없다. 그것은 그녀의 작품과 컬렉션이 보기 불안한 것을 만들어내는 대신 수많은 디자이너의 이상적인 완벽성에서 끊임없이 멀어지려는 이유다. 그녀는 자신의 창의적 산출물에 대해, 적어도 그녀 자신에 대해 누구나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다. “솔직히 수도 없이 ‘제기랄, 너무 과한가?’라고 말하곤 하죠. 그렇지만 항상 그 정도가 저한테 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가 자신의 디자인 프로세스,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해 말했다. “뭔가 하자마자 ‘그거 마음에 드네’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마음이 편해요. 그런데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하고 다른 사람도 그것을 좋아하면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죠. 오히려 저를 흥미롭게 만든 컬렉션 작품은 ‘내 마음에 드는지 잘 모르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들이에요. 제가 작업하는 영역이죠. 저는 매우 조심스럽고 민감한 대상을 가지고 일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몹시 지루해요.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제 말 이해하시겠어요?” (VK)
- 글
- Charlie Porter
- 사진
- Nadine Ijew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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