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 허그, 와인의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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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의 허그, 와인의 키스

2021-08-10T23:41:08+00:00 2021.08.11|

술은 기분으로 마시지만 놀라운 과학의 영역이기도 하다. 와인을 마시며 생각한 과학과 브랜딩 사이, 실제와 인지 사이.

위스키에 ‘테루아르’를 적용할 수 있을까?

내가 운영하는 가게 ‘라꾸쁘’는 와인과 위스키가 전체 술의 반절씩을 사이좋게 나누어 가진 술집이다. 찾아오는 이는 와인 애호가가 조금 더 많다. 와인을 마신 뒤 위스키로 마무리하거나 와인 마시러 왔다가 위스키를 즐기고 가는 경우가 많아 나는 와인 애호가에게 위스키의 기초를 설명하는 일이 꽤 잦다. 정말 신기하게도 와인 애호가는 자신이 마시는 위스키 보틀을 자세히 뜯어보면서 맨 처음 하는 질문이 대체로 엇비슷하다. “이 스카치위스키는 어느 지역에서 생산해요?” 아무래도 ‘보르도’, ‘부르고뉴’와 같이 같은 나라의 와인이라도 생산지에 따라 드러나는 뚜렷한 특징으로 큰 틀을 먼저 파악해보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손님은 “위스키도 테루아르의 영향을 받나요?”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 순간 나는 고민에 빠진다. 맞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이걸 정확하게 설명하려면 가게 문을 닫고 두세 시간 퍼질러 앉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스키 생산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위스키라는 결과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이가 된다. 증류소가 위치한 지역이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인지, 수원지와는 가까운지, 하다못해 직원의 능숙도는 어떠한지도 당연히 일관된 결과물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치고 이를 섬세하게 컨트롤하거나 이에 맞는 제조 과정을 구축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든다. 같은 맥락에서 테루아르(하늘, 땅, 사람)가 영향을 미치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와인만큼 테루아르가 결과물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조금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원재료를 발효해 그대로 술을 만드는 발효주와 달리, 증류 과정을 거치는 위스키는 술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가 알코올만 남기는 증류 공정에서 많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크기와 모양의 증류기를 썼는지, 증류 시 어떤 부분을 ‘컷(Cut)’하는지 등의 세부적인 증류 방법이 더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오크통에 증류 원액을 넣고 본격적으로 위스키를 만드는 아주 긴 시간의 숙성 과정에서는 다시 또 자연과 지형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는 원재료의 테루아르와는 또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와인에서 이야기하는 테루아르는 위스키 과정에 대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위스키를 홍보하는 혹은 위스키를 설명하는 사람이 위스키 제조 과정을 둘러싼 지형과 자연의 영향을 과장되게 포장해서 설명하는 경우를 간혹 본다. ‘물맛이 유난히 좋은 곳에 있는 증류소라서 위스키의 맛도 특별하다’,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곳에 증류소가 위치해 술맛이 더 좋다’, ‘직접 기른 보리를 사용해 더 프리미엄이다’라는 식이다. 엄밀히 말하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엄격히 따지면 정확히 들어맞는 말도 아니다. 먼저 물의 경우 스코틀랜드 전체에 흐르는 물이 연수에 가깝기 때문에 석회질 성분이 많은 경수에 비하면 일정하게 원액을 제조할 때나 증류소 관리 측면에서 수월한 면이 있다. 물론 경수에 가까운 수원지를 활용하는 증류소의 경우도, 경수에 맞춰 제조 공정을 조정하기 때문에 경수라고 해서 맛이 좋다, 나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위스키 증류소가 수원지를 이야기할 땐 대부분 ‘풍부한 수량’에 더 초점을 맞춘다. 증류기를 식히는 과정을 포함에 전 제조 과정에서 물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며 수원지가 근처에 있으면 많은 양의 물을 조달하기가 쉽다.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에 증류소가 우르르 모여 있는 이유는 그 지역만의 특별한 물맛이라기보다는 ‘풍부한 물’에 더 방점이 찍힌다. 따라서 ‘물맛이 좋아 위스키 맛이 특별하다’고 단언해버리면 생략된 부분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위스키 브랜드는 해당 증류소에 대한 아주 작은 설명이라도 차별화의 포인트로 삼고 이를 스토리로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에서 제일 작은 증류기를 가진 증류소라면, 그것을 그들만의 맛과 향을 만드는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거죠. 이런 차이 덕에 맛과 향이 더 좋아진다 혹은 더 나빠진다고 설명하면 무리가 있지만, 다른 증류소와 비교해 ‘달라진다, 그래서 특별하다’고 소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식품연구원 김태완 박사의 설명이다.

위스키의 주원료인 보리의 경우도 비슷한 맥락에서 자세히 따져볼 부분이 있다. 와인업계가 포도 품종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간혹 위스키의 재료인 보리 역시 품종이나 재배 조건이 위스키 맛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위스키는 보리에 싹을 틔운 맥아(몰트, Malt) 상태에서 위스키를 만드는데, 이 맥아를 말리는 과정에서 어떤 연료를 썼느냐에 따라 맛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보리 품종 자체나 재배 지역이 증류주인 위스키에 아주 큰 변화를 일으키진 않는다. 간혹 직접 재배한 보리를 사용했다는 증류소 혹은 특별 한정판 위스키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전체 맥아의 일정 부분만 사용한 경우가 많다. 브랜드의 스토리를 개발하거나 헤리티지를 강조하기 위한 경우이지 결과물의 품질을 확연히 바꾸는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전문 몰트 공급자가 전분질이 풍부해 위스키 제조에 적합한 보리를 대량으로 생산해 각 증류소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보리의 품질이 지금처럼 안정적이지 못해 어떤 보리로 만든 맥아를 쓰느냐가 위스키의 맛과 향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최근엔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더 차이가 적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손님을 대상으로 위스키를 설명해야 할 때나 혹은 초청으로 여러 사람 앞에서 위스키 강의를 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이런 위스키에서 ‘테루아르의 의미’를 일종의 ‘재미’ 요소로 설명해왔다. “사실 위스키는 와인처럼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테루아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서, 증류와 숙성만 이해해도 각 위스키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참 쉽죠?” 초심자에게 와인과 차별화되는 위스키의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말이지만, 앞으로는 이런 설명도 좀 위험해질 수 있겠다. 최근 업계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런 단정적인 설명은 또 다른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싱글 몰트위스키 바이블>의 저자이자 한국양조증류아카데미의 유성운 사무국장은 이제 아주 작은 영향 요인일지라도 과학적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우러난 풍미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어떤 오크통을 사용했는지가 중요한 문제였죠. 그런데 최근 원액 재고 부족 사태를 맞이하며 숙성이 얼마 되지 않은 원액도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오크통의 영향이 벗겨지며 맨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새롭고 활발하게 연구가 시작된 분야가 효모 분야와 보리의 테루아르 분야입니다. 예전 의 위스키 효모는 알코올을 얼마나 빠르게 많이 생산하느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어떤 풍미를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보리의 산지에 대한 연구, 토양 속 구리와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 함량, 기후가 최종 결과물인 2차 증류 원액의 품질에 미치는 영향 등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접근이 이제 막 시작됐어요.”

몇 달 전 클럽하우스가 한창 흥할 때 흥미로운 대화를 잠깐 참관한 적이 있다. <맛의 원리>의 저자이자 식품공학 전문가 최낙언 박사가 주축이 되어 맛과 향의 원리와 과학과 인지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최근 출간된 <향의 언어>를 미리 보기 하는 이 대화의 장에서 ‘위스키에서 느껴지는 짠맛의 실체는 무엇일까?’라는 주제로도 작은 논의가 벌어졌다. 아일라 지역 위스키의 특징을 이야기할 때 간혹 짠맛이 느껴진다고 설명하는데,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바닷가라는 지형적 특징이나 해풍의 영향으로 보기에는 위스키에서 실제로 짠맛을 내는 인자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논지였다. 그럼에도 인지로 인해 느껴지는 향, 감각으로 파악되는 향이 서로 엉켜 이러한 맛과 향이 감지된다는 것이 설명이다. 최낙언 박사는 “와인에서 미네랄리티의 실체가 모호하듯, 위스키에서도 짠맛은 위스키의 신맛과 향이 불러일으키는 일종의 착시와 같은 현상이 아닐까 한다”며 “주로 와인이나 위스키의 황화합물이 이런 왜곡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사람의 감각은 배선이 하나가 아니며 ‘온·오프’가 명확한 것도 아니다. 특히 감각은 생존을 위한 예측과 편견까지 포괄하고 있어 어떤 조건이 맞아떨어지면 착시가 흔히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의 언어>는 그동안 관능 감각으로 설명되어오던 향을 향기 물질로 명확하게 설명한 신간이다. 예를 들어 바나나 향은 이소아밀 아세테이트라는 향기 물질로 설명한다. 저자는 하나의 향을 설명하기 위해 또 다른 예를 가져오고, 또 그 비유된 향을 이해하기 위해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한 상황을 멈출 수 있는 ‘끝판왕’이 바로 향기 물질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과학적인 접근은 향을 둘러싼 언어의 본질에 바로 들어갈 수 있게 돕는다. 위스키와 같이 향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주류의 경우에는 향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더욱 소중하고 귀하다. 위스키를 둘러싼 과학의 영역이 과학자의 연구실이나 전문가의 기록에만 머물지 않고 소비자의 코앞에서 펼쳐질수록 우리는 위스키의 브랜딩을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위스키의 맛과 향을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즐거운 주류 탐구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뜻이다. / 손기은 프리랜스 에디터

 

와인에서 정말 돌 맛이 날까?

아버지는 헝가리 벌러톤(Balaton)에 위치한 어느 화산에 작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었다. 그 지역에서는 로마 시대부터 포도를 재배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아버지는 그곳에서 주말을 보내며, 정치 관련 에세이를 집필하고, 올라즈리즐링(Olaszrizling) 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었다. 그 와인에서는 레몬 향 미네랄워터 같은 맛이 났다. 아버지는 그 와인을 마음에 들어했다. 초창기에 만든 와인은 ‘크라우칭 스타일(Crouching Style)’에 딱이었지만. 이 표현은 와인 양조자의 집을 지나갈 때 눈에 띄어 와인 마시는 자리에 행여나 초대받을까 봐 사람들이 몸을 숙이고 지나갈 정도로 끔찍한 와인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다.

아버지가 만든 와인병 라벨에는 헝가리 작가 벨라 함바스(Béla Hamvas)가 그 지역 포도밭을 묘사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멈추고, 앉아, 적응하고, ‘저는 여기에 머물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런 것을 깨닫지 않아도, 죽을 때까지 머무르게 될 곳이다.” 함바스는 공산당 체제에서 출판을 금지당하고, 나중에 오지의 전력 공장으로 끌려가 노동자로 일하다가 1968년 작고한 작가다. 하지만 유배를 떠나기 3년 전인 1945년에 <와인의 철학(The Philosophy of Wine)>을 집필했다. 이 책에서 그는 무신론자와 유물론자를 신과 화해시킬 셈으로, 입증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의 일환으로 와인의 미스터리를 서술했다. 그리고 고유의 환경에서 생산된 와인이 ‘모방할 수 없는 특유의 미네랄 풍미’를 지닌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이를테면 모래 토양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아주 작은 별 같은 모양의 알갱이로 우리 혈관을 채우고 이 알갱이가 밀키 웨이처럼 우리 혈액 속에서 춤춘다”고 주장했다.

2010년 정치 상황의 변화로 아버지는 포도밭을 매각하고 내가 사는 몬트리올 집으로 이사했다. 이후 아버지는 포도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2년 전 내가 헝가리 여행을 계획하자, 아버지는 옛날 농장 창고에 넣어둔 와인 한 병을 갖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장례식에서 그 와인을 땄으면 좋겠다고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전형적인 헝가리 이주민이 할 만한 부탁이었다. 그해 여름, 나는 부다페스트에서 며칠을 보낸 후, 아버지의 1997년 빈티지 와인 몇 병을 가지러 센트죄르지(Szent György)산으로 차를 몰았다. 새 농장 주인 아틸라(Attila)는 은퇴한 후 그 화산에서 여름을 보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괜찮은 포도 재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포도 덩굴 대부분을 베어버렸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오래된 창고는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큰 호두나무 아래에 있었다. 아버지가 저장해둔 초록색 병은 창고 귀퉁이에 흙으로 덮인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곰팡이, 죽은 말벌, 딱정벌레 껍질, 수북한 거미줄이 그런 병을 휘감고 있었다. 아틸라는 코르크 마개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와인 두 병을 가져가라고 제안했다. 물론 내가 두 병을 집어 들었을 때, 그는 맛이 별로일 거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병을 물로 씻으며 “그쪽 아버님이 왜 이런 걸 가져오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중얼거렸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센트죄르지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숌로(Somló) 화산에 들렀다. 함바스는 그 산에서 나는 ‘얼얼한’ 화이트 와인을 열광적으로 표현했다. 나는 그곳에 머물면서 친구인 에바 카트라이트(Éva Cartwright)를 만나기 위해 그녀가 운영하는 숌로 와인 숍으로 갔다. 그곳은 에바 가족이 사는 집 아래 산비탈에 파놓은 작은 석굴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오래된 헝가리산 화이트 와인을 마셔본 적 없다고 말했고, 우리는 아버지의 와인 중 하나를 따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 중 누구도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심지어 우리 아버지도 어쩌면 “맛이 갔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식초와 셰리주 사이 정도 되는 와인의 헝가리 버전일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아버지의 올라즈리즐링은 훌륭함 이상이었다. 그것은 뭔가 다른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분명 재 같은 맛이 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스모키하고 수정처럼 맑은 와인이었던 것이다.

와인 양조법은 정밀한 과학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미스터리, 우연성, 예술성에 의존하기도 한다. 특정 요소, 특히 와인 배럴의 선택과 발효, 수확한 포도의 숙성 정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밝혀졌다. 때때로 이전에 없던 특징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러 물리적 환경이 와인의 독특한 맛을 유발한다는 함바스의 주장은 와인과 연관된 가장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인 ‘미네랄리티’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것은 토양 속에 돌이 많이 들어 있음을 뜻하는 모호한 개념이다. 많은 마이너리(Minerally) 와인은 산도가 높으며, 짠맛에 가까운 톡 쏘면서도 향긋한 보디감을 지녔다. 일부 마이너리 와인은 연필심처럼 가루 같은 텍스처를 지닌다. 이런 느낌은 철이나 점판암, 젬스톤 같은 토양 물질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이 맛과 향은 바닷가 또는 갓 내린 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미네랄리티’는 1970~1980년대에 와인 용어로 처음 등장했지만, 200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20년간 그 말은 와인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표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끝 맛이 플린티(Flinty)한 뉘앙스에 의해 한층 더 매력적인 미네랄 풍미를 지닌다’, ‘그래나이트 쿼리(Granite Quarry) 수준의 미네랄리티를 준다’ 또는 ‘페블(Pebble)을 빨아 먹는 것에 비교된다’ 등으로 표현하는 특징의 와인도 볼 수 있다. 그 말이 지닌 모호성 때문에 이 단어의 인기가 더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2013년 프랑스 연구진은 와인 전문가에게 ‘미네랄리티’에 대한 정의를 부탁했고, 이들조차 종종 이 말을 모순되게 정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와인계의 백과사전 같은 책 <옥스퍼드 컴패니언 투 와인(The Oxford Companion to Wine)>에 그 단어가 처음 실렸을 때, 이 책의 편집자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이 용어를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굉장히 보편적으로 사용되므로 무시할 수 없다고 기록했다.

이 용어는 ‘암반 사이를 흐르는 액체가 건강에 더 유익하다. 더 순수하다. 또는 질이 더 좋다’는 가정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런 가정은 주로 광고에 사용되는데 생수 기업은 오랫동안 미네랄 샘물이 건강에 이롭다고 넌지시 시사해왔다. 그리고 물속 풍미의 미묘한 차이가 치료 효능이 있다고 일컫는 미네랄에서 비롯되었음을 강조한다. 당연히 중요한 차이가 있다. 으깬 포도와 달리 샘물은 암반과 직접 맞닿기 때문이다. 돌이 물에 의해 흡수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그런 편재된 형상화 때문에 사람들은 이 논리가 다른 액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미네랄리티에 관해 가장 잘 알려진 속설에 따르면 토양 속 미량의 원소가 포도나무 뿌리에 흡수되고, 줄기를 통해 포도알로 전달되며, 완성된 와인에 잔류하기 때문에 이런 원소에 의해 맛이 결정된다고 한다. 굉장히 그럴듯하다. 하지만 이는 토양학의 주요 이론에 어긋난다. 말하자면 석회석과 편암(이 두 암석은 미네랄리티의 원인으로 자주 인용된다)은 고체이기 때문에 포도나무 뿌리에 직접 흡수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포도나무는 흙에서 빨아들이는 물을 통해 이온 형태의 미네랄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 영양소는 분해된 유기물의 잔해물로 이루어진 부엽토, 비료 등과 같은 모든 화학 첨가물 그리고 기후 때문에 용해된 미네랄 등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나온다. 이 미네랄 성분 소량이 궁극적으로 와인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의 미각으로 인지될 만큼 충분히 존재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웨일스 애버리스트위스대학의 지구과학과 명예교수 알렉스 몰트먼(Alex Maltman)은 돌이 미네랄리티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단호하게 비판한다. 그는 2012년 <Journal of Wine Research>에 기고문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1955년 실시한 ‘와인과 물속 미네랄의 존재’에 관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미네랄리티가 무엇이든 말 그대로 포도 농장의 돌과 토양 속 미네랄의 맛일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추가 진행된 연구에서 토양이 지엽적으로, 간접적으로, 복잡하게 그리고 다소 동떨어지는 수준으로 풍미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인정하기는 했다. 인터뷰 도중, 몰트먼 교수는 미네랄리티를 ‘정신적 구성체(Mental Construct)’라 칭했다. 그러면서 토양에서 파생된 그 개념을 ‘종교적 신앙 같은 믿음’에 비교했다.

식물생물학자 출신 제이미 구드(Jamie Goode)는 양조학 서적 <와인의 과학: 포도나무에서 술잔까지(The Science of Wine: From Vine to Glass)>를 펴냈다. 그는 몰트먼 교수와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는데, 저서에서 그는 “능숙한 테이스터는 석회암, 편암 혹은 화강암이 와인 맛에 미치는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훈련받으면 토양 타입 같은 것을 감지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나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기존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불충분하며, 발견되지 않은 생화학적 과정이 작용하는 듯하다고 말했다(최근 그런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기고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 글에서 그는 토양 성분이 간접적으로, 예를 들어 수분 보유 능력이 와인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네랄리티가 당분간 비유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피노 누아 품종에서 느껴지는 체리 같은 맛 혹은 샤르도네 품종에서 느껴지는 버터 바른 토스트 맛처럼 말이다. “언어는 우리가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알게 해주는 수단입니다.” 구드가 말했다. “인지에서 언어로 이어지는 여정은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는 ‘미네랄리티’라는 말이 그래도 마음에 들어요. 맛볼 때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죠.”

나와 함께 아버지의 올라즈리즐링을 맛보았던 친구이자 와인 숍 운영자 에바 카트라이트는 친구들 사이에서 ‘숌로의 마녀’로 알려져 있다. 머리가 길고 검은 데다, 신령스러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절기를 기리며 크리스털의 ‘심오한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처럼 그녀 또한 숌로 와인에서 느껴지는 ‘플린티’한 맛이 굳은 마그마로 형성된 산비탈 때문이며, 화산 지대 와인이 특별히 ‘마이너리’하다고 확신한다. 몇 년 전 그녀는 숌로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지니는 고유한 특징인 짠맛이 자신의 아버지가 텃밭에서 기른 수박에서도 나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2019년 후반 카트라이트는 광물학자, 결정학자, 퇴적학자, 와인 제조자, 전 세계 화산 지역 와인 마스터와 함께 화산 지역 와인의 특성을 탐색하고자 ‘Go Volcanic Summit’을 조직했다. 나는 센트죄르지산을 방문한 지 1년 반 만에,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아침, 그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다뉴브강의 한 섬에 자리한 19세기 건축물 문야드(Moonyard)에 도착했다. 그런 뒤 컨퍼런스 홀을 돌아다니며 참석자들이 와인의 돌 맛을 설명하는 방식을 들어보았다.

달 표면을 떠오르게 하는 변성암 표본이 놓인 테이블 옆에 서서 중부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식물과 돌의 연관성을 추측했다. 또 어떤 사람은 식물 뿌리 체계와 곰팡이 생물의 역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살펴보았고, 미생물 자체의 대사 경로를 언급하는 이도 있었다. 30명 정도 되는 와인 바 오너들이 모인 한 그룹은 ‘비가 올 때 마른 흙이 젖으면서 나는 비 냄새’를 뜻하는 ‘페트리코(Petrichor)’에 대해 토론하면서 트란실바니아산 ‘스톤 와인’ 한 병을 나눠 마시고 있었다. 시칠리아의 활화산 에트나산에 위치한 와인 농장 파토리에 로메오 델 카스텔로 (Fattorie Romeo del Castello)에서 온 양조업자 키아라 비고(Chiara Vigo)는 기차가 그려진 긴 빨간 치마를 입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 와인에서 용암 같은 맛이 난다고 계속 이야기하죠.” 그녀가 내게 말했다. “저는 용암 맛이 어떤 것인지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 맛이 좋아요.”

나는 살구 잼과 알루미늄 포일을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굉장히 메탈릭한 토카이(Tokaji)를 샘플링하면서 트위드 재킷을 입은 상냥한 백발 남성 엘레메르 팔 몰나르(Elemér Pál-Molnár)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헝가리 세게드대학의 지구과학대 학과장이자 마그마 전문가다. 카트라이트는 이 컨퍼런스의 과학 프로그래밍을 팔 몰나르에게 맡겼다. 그는 미네랄리티에 관한 논쟁의 일부가 ‘미네랄’의 정의 두 가지를 혼동하는 것과 주로 부엽토에서 나오는 이온 형태의 다양한 영양 성분에 대한 내용이 지질학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하는 것에서 발생한다고 추측했다. 그는 일부 화산 지역 포도밭 토양에 들어 있는 미네랄인 감람석이 부분적으로 들어 있는 지구 맨틀 조각을 들고 있었다. “어떤 맛도 나지 않아요.” 그는 혀를 그 돌 측면에 대고 몇 번 핥더니 말했다. “아무 맛도 없죠.” 나는 팔 몰나르 교수에게 ‘와인에 들어 있는 미네랄 이온이 미네랄리티의 맛을 만들어낸다고 보는 미네랄-영양소 가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미스터리예요.” 그가 돌 조각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좋은 미스터리를 마음에 들어 하죠. 그렇죠? 결국 우리 인생이 미스터리니까.”

문야드에 있는 누구도 아버지의 와인이 기피 대상에서 선호 대상으로 바뀌는 결정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 더 만족스러운 몇 가지 이론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카트라이트는 내게 외트뵈시로란드대학의 지구과학 & 지리학대학 학장인 사볼츠 하랑기(Szabolcs Harangi) 교수를 소개했다. 59세로 말씨가 부드러운 그는 장기 휴면 화산의 화성암석학 전문가였다. “미네랄은 와인이 시작된 곳, 즉 한 장소의 기운을 느끼도록 도와줍니다”라고 그가 말했다. 나는 ‘기운’의 의미를 물었고, 그는 “토양, 그 지역 자체, 그곳의 역사, 박테리아, 와인용 포도 농장의 주인, 와인 양조 방식에 영향을 준 수백 년간의 시도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돌의 유산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로서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이 독특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벨라 함바스가 사용한 것과 같은 의미로 ‘기운’을 사용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입증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대상을 언급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느끼는 사람들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 Adam Leith Gollner 작가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