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의 멘탈 이슈
유명 운동선수들은 정신 건강 이슈를 왜, 어떻게 제기했나.
운동선수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피트니스나 식이요법에 대해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를테면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의 엄격한 식습관이나 르브론 제임스의 길고 고된 데일리 운동 루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정신 건강은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는 걸까? 올해 프랑스 오픈의 전통과도 같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거부한 오사카 나오미(Osaka Naomi)는 6월 토너먼트 기권 당시의 정신 건강 문제를 언급하며 해당 이슈에 화두를 던졌다(그녀는 이뿐 아니라 언론의 역할과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불씨를 지폈다). 미국의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Simone Biles) 역시 같은 행보를 보였는데, 이번 도쿄 올림픽의 여자 기계체조 단체 경기를 기권했다. 그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일이 되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하며, 경기에 참여하는 것으로 인한 큰 스트레스를 리포터들에게 전했다. “대표 팀은 완벽히 준비되어 있지만, 스스로와 싸우는 것 때문에 정말 지치죠. 스스로를 위해 하자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저를 위해 옳은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비영리단체인 ‘애슬릿 포 호프(Athletes for Hope)’에 따르면, 프로 선수의 35%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겪으며, 섭식 장애나 번아웃 증상으로 우울이나 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국제 규모 대회에 출전하는 최고 레벨의 선수층에서 거론된 적은 많지 않다(오사카 나오미는 현재 여성 테니스 협회 기준 세계 랭킹 2위로 2,5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입을 올리는 선수다).
지난 30여 년 동안 기분 장애나 정신적 문제를 드러내는 운동선수는 대부분 프로라는 압박이 덜한 은퇴 선수들이었다. 전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NHL)의 골텐더였던 클린트 말라척(Clint Malarchuk)이 한 예다. 2019년에 그는 1989년 경기 중 일어났던 끔찍한 부상 이후 따라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해 이야기했다. “의자에 똑바로 앉아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스케이트 날이 경동맥을 끊는 그 순간을 꿈에서 보지 않을 수 있었거든요.” 그는 CBC 방송에서 전했다. 1996년 NHL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는 여전히 불안 장애와 알코올 오남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씨름 중이었다. 재활 센터에 입원하고 나서야 PTSD 진단을 받았다.
부상 이후 10일 만에 빙판으로 복귀해야 했던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어떤 종류의 상담 치료도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라척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어떤 치료도 없었어요. 그때는 저도 생각 못했고 다른 사람들도 그랬죠.” 그러나 2014년 그는 자서전 <The Crazy Game>을 출간하며, 그와 아내 조앤 구들리(Joan Goodley)는 은퇴 선수들의 우울, 트라우마, 자살 방지, 강박 장애에 대한 인식 제고에 힘썼다.
2007년, 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메달리스트 도로시 해밀(Dorothy Hamill, 가족력으로 우울증이 있었다)은 CBS 인터뷰에서 정신 질환으로 선수 생활 내내 고통받았음을 알렸다. “목표가 있고, 꿈이 있고, 현실이 되면 뭔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한순간에 올림픽 챔피언 같은 것을 이루면 알게 됩니다. 다른 게 없거든요.” 전 여성 NBA 선수였던 샤미크 홀즈클로(Chamique Holdsclaw) 역시 병적 우울 증세와 양극화 장애를 진단받은 사실을 2012년 출간한 자서전 <정면 돌파: 확률을 부순 득점(Breaking Through: Beating the Odds Shot After Shot)>을 통해 고백했다. “저처럼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선수는 쉽게 포기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곤 합니다. 사람들은 저를 ‘구제 불능’ 또는 ‘문제아’ 취급했어요. 하지만 그건 진짜 제 모습이 아닙니다.” 그녀는 출간하던 해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말했다.
오사카 나오미의 기자회견 거부 사건은 다른 스포츠 스타를 떠오르게 한다. 바로 러닝백으로 활동했던 NFL 선수 리키 윌리엄스(Ricky Williams)다. 그는 1999년 뉴올리언스 세인츠 팀에 입단한 후 수줍은 성격으로 인해 헬멧을 착용하고 인터뷰하거나 팬이나 팀원들과도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 선수였다. 결과적으로 그는 사회적 불안 장애로 진단받아 항우울제와 치료 처방을 받았다. “많은 사람, 특히 남성이 직업 때문에 저를 동경하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치료를 받음으로써 인생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2009년에 그가 말했다.
프랑스 오픈에 관한 뉴스에서 오사카 나오미는 2012년 런던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 올림픽 기간 동안 우울증, 불안 장애 및 다른 정신 질환 이슈와 분투해온 마이클 펠프스의 사례와 비교되었다. 2012년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네 개와 은메달 두 개를 획득했음에도, 그 후 수년간 스포츠에 대한 의지를 보여온 펠프스는 2014년 음주 운전으로 체포된 후 최하점을 찍었다. 당시 그는 지나치게 유명세를 얻은 공인이라는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 그는 2016년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저를 저로 보지 않았어요. 자신을 다른 사람들이 보듯 보고 있었어요. 미국인이 키운 아이 같은 이미지로요. 하지만 솔직해집시다. 세상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없어요.”
펠프스는 리우 올림픽 이후 은퇴했지만, 그의 체포와 관련된 기사나 선수 생활 복귀는 스포츠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젊은 운동선수들은 이런 문제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2018년 NBA 농구 선수인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 소속의 더마 드로잔(DeMar DeRozan)은 트위터를 통해 정신 질환 문제를 알렸으며, <토론토 스타(Toronto Star)>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루를 마무리할 때는 모두 다 같은 사람입니다.” 또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팀의 케빈 러브(Kevin Love)는 <플레이어스 트리뷴(The Players’ Tribune)>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이에게(To Anybody Going Through It)’라는 제목으로 우울과 불안에 대해 기고했다.
프랑스 오픈 기권이라는 오사카 나오미의 행동은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러운 일, 해서는 안 될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정신 건강보다 육체적 상태와 퍼포먼스를 우선시해오던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정신 건강이라는 이슈를 직면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됐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Martina Navratilova)는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오사카 나오미의 소식은 정말 유감입니다. 우리는 운동선수로서 신체를 돌보는 법은 배우지만, 정신과 감정에 대해서는 소홀합니다. 이는 기자회견을 하는가 하지 않는가보다 더 큰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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