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Dreamers

Beauty

City Dreamers

2021-09-09T19:02:45+00:00 2021.09.08|

에펠탑에서 내려다보던 낭만적 풍경, 템스강 위로 반짝이던 불빛과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거닐던 맨해튼의 거리. 그 어느 때보다 도시 여행을 갈망하는 우리에게 한 달간 르 라보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이라는 후각의 미학이 찾아온다.

 

“설명이 예술을 망친다(Explanation Kills Art).” 몇 년 전 뉴욕 첼시 거리에 대문자로 크게 전시된 간판의 문구는 르 라보(Le Labo)의 향기 세계를 관통하는 신조와 일맥상통한다.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향기 또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직접적인 경험과 해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철저히 입각한다. 한 병의 보틀에는 향기 외에도 그로부터 비롯되는 개인의 추억과 경험, 라이프스타일이 집약되어 있다. 허영이나 화려한 미사여구는 덜어낸 보틀의 디자인만큼이나 단순하고 간결한 르 라보의 향수는 맡는 사람으로 하여금 몸소 행복을 느끼게 한다.

2006년 르 라보의 정체성이기도 한 뉴욕을 시작으로 파리, 도쿄, 런던, LA 등 각 도시에서 얻은 영감을 향으로 재해석한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City Exclusive Collection)’은 브랜드의 향기 철학을 확장하는 영리한 전략이었다. 르 라보 매장이 자리한 도시를 기리는 향수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으로 무엇이든 쉽게 취할 수 있는 요즘, 아무리 원해도 갖기 어려운 것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마치 향신료를 얻기 위해 먼 타지로 여행을 떠나던 과거의 조향사들처럼,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은 해당 향수가 속한 각 도시의 르 라보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파리를 모티브로 탄생한 ‘바닐 44(Vanille 44)’는 오직 파리 매장에 직접 걸음을 해야 구할 수 있다. 모바일이나 온라인 주문은 일절 불가능하다. 다소 까다롭다고 생각되는가? 하지만 르 라보는 이렇게 제품을 직접 구매하고, 날짜와 이름 또는 원하는 메시지의 라벨을 새기고, 그 도시를 여행하던 개인의 기억 등 향수를 둘러싼 모든 경험을 더없이 가치 있게 여긴다. 희소성이 만들어내는 이 컬렉션만의 특별함은 오히려 우리의 구매욕에 더욱 불을 지피기도 한다.

매년 9월은 직접 그 도시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이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을 소유할 수 있는 특별한 시기다. 그리하여 이 한 달 동안은 어떤 르 라보 매장에서도 모든 도시의 향수를 만나볼 수 있다. 다른 도시로의 여행이 아직까지는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지금 더없이 소중한 기회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은 지난해에 출시된 서울의 향, ‘시트롱 28(Citron 28)’에 이어 베를린을 향기로 표현한 ‘세드라 37(Cedrat 37)’까지 총 15가지로 구성된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매장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향으로 엄선한 편집 컬렉션을 특별히 르 라보 백화점 매장에서 선보인다. 물론 풍성한 전체 컬렉션은 부티크(이태원점, 가로수길점, 롯데월드몰점)에서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선정된 일곱 가지 시티 익스클루시브 향수는 다음과 같다. 서울의 시트롱 28, 도쿄의 가이악 10(Gaiac 10), 암스테르담의 무스 드 쉔 30(Mousse de Chene 30), LA의 머스크 25(Musc 25), 마이애미의 타박 28(Tabac 28), 파리의 바닐 44 그리고 2021년의 새로운 향 베를린의 세드라 37.

서울을 대표로 하는 시트롱 28은 지난해에 출시되면서 브랜드 최초로 해당 지역의 언어인 한글로 라벨링 서비스까지 도입하게 만든 향수. 메인 원료로 시트러스를 사용했지만,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단순히 싱그럽고 상큼한 향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처음 분사하는 순간의 새콤함은 달콤한 포근함으로, 이윽고 쌉싸름한 향까지 반전을 거듭하며 이어진다. 레몬의 오리지널 시트러스에 표현하되 진저, 재스민, 시더와 머스크 등을 믹스 매치한 이 향은 현대적이면서도 전통과 역사의 뿌리가 깊은, 양면적인 서울의 특성을 반영했다. 암스테르담은 서정적인 정서보다는 날카로운 멋과 전통과 혁신이 공생하는 도시. 그를 모티브로 한 무스 드 쉔 30은 모스와 파촐리, 시나몬과 핑크페퍼가 조화를 이뤄 스킨처럼 시원하고 알싸한 향이 특징이다. 우디한 노트로 묵직하게 마무리돼 적당한 무게감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이다. 머스크 25타박 28은 각각 미국 LA와 마이애미의 특징을 녹인 향수. 따뜻하고 활기 넘치지만 이면의 관능적인 데카당스를 지닌 LA의 매력을 다양한 머스크의 변주로 표현한다. 순수하지만 섹시한 살 내음은 바로 이 향수를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지. 반면 타박 28은 시가에 불을 붙일 때 은은하게 퍼지는 스모키한 향을 연상시킨다. 따뜻하지만 호화롭고, 퇴폐적인 느낌이 다채롭다.

도쿄로부터 탄생한 가이악 10은 특유의 포근하고 안정적인 향으로 팬층을 확보해왔다. 단단하고, 미묘한 듯 심오한 분위기를 지닌 초록빛 나무 ‘가이악 우드’를 네 가지 종류의 머스크가 에워싸며 차분한 기운을 전달한다. 그리고 파리. 바닐 44는 이름처럼 달콤한 바닐라 버번의 노트와 함께 로즈, 아이리스, 은은한 앰버 인센스가 어우러져 관능적인 향을 만들어낸다.

이쯤에서 올해 새롭게 등장한 15번째 주인공, 세드라 37의 정체가 궁금할 것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다양한 분야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든 이 도시는 ‘자유’라는 단어로 대표된다.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특유의 분위기는 어디서든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와 자유로운 영혼을 모두 포용해왔다. 베를린으로부터 탄생한 세드라 37은 톡 쏘는 탄산 같으면서도 설탕에 절인 듯한 달콤한 향조를 띤다. 그린 시트러스 계열의 세드라와 스파이시한 진저, 재스민이 어우러진 첫 향은 싱그러운 태양 빛을 떠올리게 만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보드라운 머스크와 베티버, 용연의 향이 자칫 휘발되어버릴 수 있는 애시딕한 노트와 섬세하게 섞이면서 풍부하고 따스한 향을 만들어낸다.

시트러스의 상큼한 특징과 르 라보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향기는 기존 시트러스 마니아는 물론, 복잡하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향조를 어려워하던 입문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겠다는 취지가 엿보인다. 9월 1일부터 만나볼 수 있는 기존의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렉션과 달리, 세드라 37은 1일부터 사전 예약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르 라보가 선사하는 단 한 달의 후각 기행. 전 세계 각 도시만의 상징적인 분위기를 후각적으로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은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작금의 우리에게 그 무엇보다 큰 매력 요소임은 분명하다. 갑갑함으로 점철된 일상을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 가지거나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해보는 것도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직접 그 도시의 부티크에서, 그 도시의 향을 경험하는 가까운 미래를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