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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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만났을 때

2021-09-08T15:51:02+00:00 2021.09.09|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체제 파괴적이고, 예측 불가하며, 문화적 국면의 모순에 민감하다는 점이 닮았다. 두 사람은 전도유망한 배우 4인이 모델로 참여한 프라다 새 컬렉션을 위해 활발하게 교류했으며, 그 과정을 <보그>에 전했다.

Emma Corrin
이번 가을을 가장 기대하는 25세의 배우 엠마 코린은 어떤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을까? “학교로 돌아갈 것처럼 뾰족하게 깎은 연필을 사고 있죠.” 그녀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4차원적 생각을 말했다. 물론 코린은 점잖은 스타일이라 앞으로 찍게 될 영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D.H. 로렌스의 고전소설 <채털리 부인>을 각색한 영화에서 채털리 부인 역할을 맡았고, 1960년대 배경의 <마이 폴리스맨>에서 해리 스타일스의 상대역을 맡을 거라고 한다. <더 크라운>에서 다이애나 비를 소름 돋을 정도로 똑같이 재현해낸 코린은 어디서든 레드 카펫의 매력적인 존재일 뿐 아니라 스타로 우뚝 서고 있다. “색상, 정교함과 상상력.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요.” 코린이 프라다 컬렉션에 대해 나긋하게 말했다.

Jessie Mei Li
“지난해 저를 위한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정말 필요했던 거죠.” 인생의 다음 챕터, 즉 ‘명성’의 시기를 준비하는 제시 메이 리가 말했다. 넷플릭스 히트작으로 시즌 2를 제작 중인 <섀도우 앤 본>의 주인공 알리나 스타르코프 역부터 안야 테일러 조이와 함께 에드가 라이트(Edgar Wright) 감독의 영화 <Last Night in Soho>에서 맡게 될 역할까지 2021년은 이 25세 배우의 등장을 알리는 해다. “미리 계획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앞으로 흥미로운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시가 말했다. “인생길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모르는 게 좋아요.”

Wunmi Mosaku
지난해는 운미 모사쿠의 팬들에게 몹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LA에 활동하는 35세의 이 배우는 지난 3월 <His House>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S)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그녀는 이미 영국 아카데미 TV 여우 조연상을 받았다). 그리고 <Lovecraft Country>와 마블의 영화 <Loki>에서 주연으로 열연했다. 다음은 뭘까? “<Call Jane>에 대한 기대가 커요. 그 영화는 1960년대 여성의 생식권을 다루고 있죠.” <보그> 인터뷰에서 그녀는 영화에서 시고니 위버와 함께 주연을 맡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좀 더 시의적절한 시기에 개봉되지 못해 아쉽네요”라고 말했다.

Simone Ashley
“장갑이 마음에 들어요!” 시몬 애슐리가 이 룩에 대해 감탄했다. “장갑이 왜 이렇게 섹시한 거죠?” 이것은 좋은 징조였다. 26세의 애슐리가 넷플릭스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에서 못된 올리비아로 이미 유명해졌을 수도 있지만, 잉글랜드 서리 출신이자 LA에서 활동하는 이 배우가 8,200만 가구가 시청한 시대극 <브리저튼> 시즌 2의 주인공으로서 장갑과 보닛을 착용하고 연기하게 된 것이다. 어떤 느낌일까?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가 굉장히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그다음에 대해 그다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현재에 감사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을 알아요. 그저 가진 것을 다 쏟아붓고 있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는 콜라보레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콜라보레이션 요청을 받아왔어요!” 그녀가 외국인 악센트가 섞인 영어로 한탄하며 말했다. “그런 협업은 늘 매출 증대와 관련된 듯했죠.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 틀에 박히고 상투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흥미로울 게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다소 모순적이게도 그녀는 자신의 밀라노 사무실에 새 업무 파트너이자 프라다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Raf Simons)와 함께 앉아 있었다. 사실 프라다 본사 수뇌부의 자리에 시몬스가 앉아 있는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도, 이 브랜드에 관심 있는 사람은 누구나 지난해 프라다에서 일어난 놀라운 일이 ‘콜라보레이션’이었음을 잘 알 것이다. 두 사람은 2020년 2월 처음 파트너십에 대해 발표했고 놀라움과 호기심을 엄청나게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이 디자이너들의 흔적이 프라다 컬렉션 전반에 찍혀 그 만능 ‘삼각형 로고’만큼 도처에서 발견되었다.

두 사람은 현재까지 두 번의 여성복 컬렉션을 발표했다. 2021 S/S(지난해 9월 코로나로 인해 라이브 스트리밍 쇼로 론칭)는 미니멀한 실루엣, 구조적인 스커트와 흥미로운 패브릭 등 다채로운 의상을 발표했다. 의상에 적합한 모노크롬 프린트, 모델들이 손으로 잡아 여민 재킷 가운데서도 특히 새로운 프라다 클래식이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 두 사람의 특징을 성공적으로 담아낸 항공기 안전벨트 스타일의 허리선을 가미한 매력적인 A라인 스커트는 구멍 뚫린 터틀넥 셔츠와 매력적으로 잘 어울렸다.

지난 2월에는 2021 F/W 컬렉션을 발표했다. 신세대 영화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낸 이 컬렉션은 사이키델릭 컬러와 낙관적인 관능미 사이, 방어적 갑옷 스타일의 작품과 퍼플 패턴 플랫폼 부츠 사이를 넘나들며 작품과 작품 간에 끊임없는 대화를 이끌어냈다. 다양한 촉감에 집중된 이번 무대는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렘 콜하스(Rem Koolhaas)와 함께한 프라다 여사의 협업을 상기시켰다.

그렇지만 여전히 두 디자이너가 어떻게 이 컬렉션을 만들어냈는지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73세의 프라다 여사와 53세의 시몬스로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우리는 대화부터 시작해요.” 시몬스가 말했다. “지난 시즌에 대해 이야기하고, 아이디어와 느낌을 이야기하죠. 거기에서부터 작은 것들을 키워나가기 시작하죠. 어쨌든 모든 것의 시작은 늘 대화입니다.”

프라다 여사가 덧붙여 말했다. “우선 좋은 생각을 가져야 해요. 그다음 그것들을 해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 때, 늘 ‘정말 흥미로운 게 뭐지?’라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죠. 그것은 장소일 수도 있고, 색상일 수도 있어요. 어쩌면 감정일지도 모르죠. 그다음 그것을 패브릭에 접목하고, 뭔가에 매료된 이유를 알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미학적인 것부터 시작하게 되죠. 이런 과정이 몇 달 지속됩니다.”

“협업하는 부분은 너무너무 쉬워요. 정말 쉽죠. 디자인 방식의 본질이 서로 동떨어져 있지 않거든요. 책상에 앉아 스케치를 비롯한 모든 것을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있어요. 저희는 그런 유형이 아니랍니다!” 시몬스가 말했다. “시몬스는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랐죠. 저는 그렇게 할 수 없거든요”라고 프라다가 웃으며 말했다.

어떤 모습이든 스타일에 대한 영감으로 분석되는 프라다 여사는 실제 모습도 전혀 실망스럽지 않았다. 어깨에 닿는 차분한 웨이브의 금발은 옆 가르마를 탄 채 핀으로 고정했으며, 카넬리안인 듯한 보석을 금으로 정교하게 세팅한 귀고리가 생기 있게 보였다. 그녀는 주름진 핑크 셔츠에 브라운 체크 트라우저 수트를 입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너무나 차분한 차림이었지만, 신발이 눈에 확 띄었다. 반짝이는 진주로 덮인 미우미우 털 슬리퍼였다! “마음에 쏙 드는 룩이에요!” 시몬스가 말했다. 그는 슬림 블랙 트라우저와 미니멀한 실용주의 앵클 부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오버사이즈 점퍼를 입고 있었다. 점퍼 안쪽으로 파란 깃이 살짝 보였다. 그의 칭찬은 진심에서 우러난 것이었고, 프라다 여사를 향한 화답이기도 했다.

솔직히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한 두 디자이너가 힘을 합친 전례가 없다. 라프 시몬스의 이름을 딴 레이블은 25년 동안 명성을 이어가는 중이고, 프라다의 영향력은 물론이고 매출이 떨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이야기했듯 두 사람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의 진가를 이해한 후 힘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좋아하는 브랜드가 몇 안 돼요. 프라다는 즐겨 입던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시몬스가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로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에 자신의 레이블을 입는 것이 어색해 프라다와 헬무트 랭을 주로 입었다.

2005년 프라다 여사와 그녀의 남편이자 프라다 그룹 CEO 파트리치오 베르텔리(Patrizio Bertelli)가 시몬스를 질 샌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그 일은 절대 잊히지 않아요”라고 시몬스가 말했다. “제 브랜드는 굉장히 아방가르드한 남성복으로 비쳤죠. 그래서 질 샌더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어요. 다른 누구도 보지 못했거나 감히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던 옷이 나오게 된 거죠.”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일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다 도쿄에서 열린 2015년 미우미우 쇼가 끝난 뒤 그들이 말하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정말 열린 대화였죠.” 프라다 여사가 강조하며 말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역할 바꾸기도 생각했어요. 제가 라프 시몬스에서, 그가 프라다에서 일하는 거죠.” 그녀가 말하면서 다시 웃어 보였다.

“이 콜라보레이션은 굉장히 대담했죠.” 콜하스가 줌을 통해 말했다. “그것은 프라다 여사의 실험에 대한 흥미에 제대로 부합하는 겁니다. 또 굉장히 놀라워요. 일상적이거나 이와 비슷한 느낌이 아니라 잠재력으로 채워진 느낌이죠.”

그것은 또한 ‘콜라보레이션이 오늘날 패션에서 의미가 있는가?’라는 유의미한 질문을 탐색한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뿐 아니라 발렌시아가와 구찌(콜라보레이션보다는 일회성 고용 정도로 묘사되기는 하지만)도 힘을 합치는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는 시대다. 특이하고 독재적이고 창의적인 천재가 보여주는 작가주의적 사고에서 디자인과 브랜드 전반에 대한 공동체적 접근을 추구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결론을 피하기는 어렵다(시몬스는 이제 프라다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하는 동시에 자신의 레이블도 이끈다. 프라다 여사 역시 시몬스가 전혀 개입하지 않는 미우미우에서 단독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패션학과에서 시몬스를 가르쳤던 린다 로파(Linda Loppa)는 자신의 제자가 프라다와 함께 모험하는 것을 불가피한 일로 보고 있다. “시몬스와 프라다의 행보가 그다지 놀랍지 않아요”라고 로파가 말했다. “두 사람은 전형적인 패션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기대한 스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아웃사이더죠. 자신들의 개성을 이어갔고, 이 복잡한 사회에서 행동하는 방법에 대해 공통의 의식을 지녔기 때문이죠. 우리는 정말 중요한 변화의 순간에 놓여 있어요. 그래서 일하는 방식에 그런 의식을 반영해야 합니다.”

시몬스는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이어가면서 급진적 유스컬처와 관련된 숭고한 주제를 다뤄왔다. 그의 2001년 ‘Riot Riot Riot’ 컬렉션은 포스트 소비에트 동유럽 청년 세대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11년 질 샌더 테크노 꾸뛰르 컬렉션은 사운드트랙으로 버스타 라임스(Busta Rhymes)를 깔고 산성 컬러를 발산하는 모델을 무대에 올리면서 브랜드의 혁신적 순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해답까지는 아니더라도 문화적, 정치적 국면에 제기된 질문은 디자이너로 일하는 내내 시몬스와 프라다를 이끌어가는 동력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느끼듯 두 사람 모두 그 모순을 바로잡는 데 관심을 가지며, 이것이 그들의 우정과 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반감, 공포, 불편함을 파헤치면서 특별한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그 대상이 두 사람 모두 싫어한다는 리넨이든, 조금 더 추상적인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우선 뭔가를 싫어하게 되고, 그다음 싫어하는 이유를 조사하는 거죠.” 프라다 여사가 말했다. “굉장히 흥미로워요. 그리고 창의적인 사람들에게는 흥미를 갖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죠.”

현재 두 디자이너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자본주의와 포퓰리즘 정치라는 변화 추이다. “사람들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어요.” 프라다가 말했다. “그것을 다루는 쇼를 올리고 싶어요. 그것이 진실이니까요.” 그녀도 시몬스도 더 이상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으려 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의 2022 S/S 컬렉션이 우파적 성향을 풍자하는 것이냐고 캐묻자, 두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서로 주고받았다.

“저희는 세상과 세상의 진화 방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어요.” 시몬스가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패션과 옷을 바라보는 방식이 그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되는지도 이해하려고 하고요. 많이 바뀌고 있죠. 그런 것은 세대 차원의 일이죠.” 럭셔리에 대한 생각과 예상이 틀렸음을 입증하면서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것으로 유명한 프라다 여사 역시 시몬스의 생각을 그대로 이어받아 말을 이었다. “일을 통해 아이디어를 보여주죠. 그래서 제 일을 굉장히 진지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프라다에서 50년 넘게 일하는 그녀는 지금도 일을 내려놓는다는 생각 자체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그녀가 단호하게 물었다. “일을 그만둬야 할 이유가 뭐죠?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말이에요!”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