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의 배우, 김시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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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배우, 김시아의 꿈

2021-09-08T16:30:29+00:00 2021.09.09|

배우 김시아의 얼굴은 노스탤지어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킹덤 시즌 2>(2020)의 마지막 장면은 활을 든 전지현이다. 새로운 액션 히어로의 등장인가 싶어 후속작에 기 대가 컸는데, <킹덤>의 김은희 작가는 좀비의 원인인 생사초의 기원을 찾아가는 별개의 작품 <킹덤: 아신전>(2021)을 내놓았다. 전지현이 아신, 배우 김시아가 어린 아신을 연기했다.

어린 아신은 성인 배우의 아역이 아닌 독립적인 캐릭터에 가깝다. 어린 아신의 분량만 해도 전체 93분 중 49분이다. 부락민이 몰살당하며 180도 삶이 바뀌는 순간의 감정 변화도 어린 아신이 연기한다. <아신전>의 김성훈 감독은 어린 아신의 비중이 크기에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배우까지 열어두고 오디션을 봤다. 그는 “김시아가 1차 오디션부터 압도적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김시아는 초등학교 6학년. 김시아에게 오디션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었다. “우선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눈빛에 최대한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극 중 어린 아신은 조선에 귀화했지만 누구도 받아주지 않는 최하층민 여진족의 딸이다. 본토 여진족이 가족을 죽였을 때 군관에게 찾아가 눈물로 호소할 수밖에 없는 아이기도 하다. 어딘가 강하게 느껴졌을까. “제 가족이 끔찍한 일을 당했다면 저는 무너졌을 거예요. 하지만 아신은 복수하기 위해 힘든 일을 이겨내며 기다리잖아요. 강하지 않고는 그렇게 행동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전지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부담은 없었을까. “엄청 유명하신 분을 연기하니까 민폐가 되면 안 된다고 다짐했어요.” 김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전지현의 작품은 <암살>(2015)이다. 최근 본 영화 중 ‘최애’는 엠마 스톤이 거침없는 패셔니스타로 등장하는 <크루엘라>. “멋진 여성이 등장하는 작품을 좋아해요.”

패턴 드레스는 가니(Ganni), 레이스업 가죽 신발은 미우미우(Miu Miu).

평소 낯을 심하게 가리기에 반대 성격에 끌리는 걸까. 연기는 보통 공개된 현장에서 이뤄지는데, 부끄럼을 타면서 어떻게 배우가 되려고 했는지 물었다. “연기할 때는 내가 아니라 그 캐릭터에 몰입하잖아요. 별개라고 생각해요.” 슬픈 연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김시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불우한 환경의 아이 역할이 많다. 귀엽다기보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얼굴 때문인지도 모른다. 데뷔작은 영화 <미쓰백>(2018)으로 아동 학대 피해자 김지은을 연기했다. 이지원 감독은 600명의 어린이 지원자 중에 “뭔가 다 아는 듯한 눈빛이어서” 시아를 캐스팅했다. 당시 김시아는 아홉 살에 연기도 처음이라 그런 역할이 괜찮았는지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그때마다 “역할과 저를 최대한 분리하려고 노력하니까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킹덤: 아신전>의 불우한 여진족, 어린 아신에게 위로의 새 옷을 선물한 것 같다. 스카프처럼 스타일링한 실크 블라우스는 잉크(Eenk).

김시아는 일곱 살 때 또래보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 모델 일을 먼저 시작했다. 두 살 터울의 동생 김보민이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시아는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졌다. 엄마에게 “왜 난 안 시켜줄까요. 너무 하고 싶은데, 얼마나 노력하는데…”라며 울기도 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도전이 <미쓰백>의 김지은 역이다. “4차 오디션까지는 할머니와 함께 가서 봤어요. 마지막 5차에 합격했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기뻤어요.” 김시아는 이 작품으로 세상에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영화의 무사 촬영을 기원하는 자리에서 “아직 서툴지만 지은이란 역을 열심히 연기해서 지은이 같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일기를 쓰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봤다. 방치된 아이 역할이기에 적게 먹고 어느 날은 머리도 감지 않았다. 김시아는 이 작품으로 아역상 외에도 2019년 제3회 샤름 엘 셰이크 아시아 필름 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시아가 어른의 세계에서 고수하는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해요.”

붉은색 레이스 터틀넥과 꽃무늬 베스트는 잉크(Eenk), 팬츠는 마뗑킴(Matin Kim).

다음 작품이 <우리들>(2015)을 만든 윤가은 감독의 차기작 <우리집>(2019)이다. 가난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는 아이, 유미 역을 맡았다. 유미는 부모가 비운 집에서 동생을 살뜰히 보살핀다. 김시아는 실제로 4남매 중 맏이다. 어머니는 “그래서 시아가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시아는 스스로 “막냇동생 덕후”라며 “제가 키웠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배우인 동생 김보민과는 연기 비평을 나누는 동료다. 물론 ‘찐’ 자매라 직설적이다. “동생이 제가 출연한 영화 <클로젯>(2020)을 보더니 자기라면 더 세게 했을 거래요. 서로 같은 일을 하니까 얘기가 잘 통해서 좋아요.”

김시아의 꿈은 확실히 배우지만, 동생 김보민은 배우만큼 파티시에, 회사원, 디자이너 등 하고 싶은 게 많다. 동생에게 김시아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게 배우야.”

시아는 일곱 살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 “여러 인물로 살아볼 수 있잖아요.”

드레스는 비뮈에트(Bmuet(Te)), 레이어드한 레이스 상의는 잉크(Eenk).

김시아는 여러 삶을 표현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했다. 앞니가 하나 없던 시절엔 발음을 정확히 하고 싶어 볼펜을 물고 연습했고, 명작도 찾아봤으며, 여러 경험을 해봐야 한다며 직업 체험 학습까지 했다. “이젠 다 직접 경험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감독님이나 여러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며 배역을 이해하려고 해요.” 요즘엔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과 재회해 영화 <비광>(2021~)을 촬영 중이다. 하지원, 류승룡과 함께하는 가족 누아르다. “감독님께서 저를 믿고 다시 캐스팅해주신 거니까 엄청 잘해야 할 거 같아요.”

학생 김시아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다. 코로나와 촬영으로 출석을 많이 하진 못했지만 왠지 설렌다. 가장 좋은 점은 “교복을 입는 것”. 가장 곤란한 점은 “수학이 어렵다는 것”. 시아는 이렇게 덧붙였다. “키가 조금 더 클 거 같아서 교복은 ‘널널하게’ 맞췄어요.”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