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화보

LA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뷰티 피플들

2021.09.29

by VOGUE

    LA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뷰티 피플들

    바야흐로 뷰티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서 지금 가장 뜨거운 뷰티 피플들.

    뷰티 강국에서 30년을 보냈지만 로스앤젤레스로 옮긴 뒤에 마주한 뷰티 신은 꽤 생경했다. 성별을 불문한 형형색색의 메이크업, 자신감의 상징처럼 치부되는 개성 만점 헤어스타일. 작열하는 태양 아래, 누구의 눈치 볼 것 없이 여유의 미학을 실행 중인 사람들은 건조한 도시 생활과 획일화된 뷰티 기준에 물든 내 마음을 뒤흔들었다. “이 도시는 다양함을 상징해요. 성별, 출신, 인종, 나이, 외모와 상관없이 새로운 존재를 모두 환영합니다. 어떤 문화든 신선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 도시가 낙천주의자로 가득 찬 건 당연하죠. 통통 튀는 아이디어를 보완할 혁신적 기술력도 갖췄고 세련된 감각으로 브랜딩을 이끌 재능 있는 뷰티 구루와 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떠오르는 하일랜드파크(Highland Park)에서 뷰티 오프라인 숍을 운영하는 노토 보타닉스(Noto Botanics)의 창립자 글로리아 노토(Gloria Noto)도 로스앤젤레스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말을 보탠다.

    전대미문의 위기에도 캘리포니안들은 여전히 다른 기준에서 건강을 염려하고 뷰티를 갈구한다. 이 ‘천사의 도시’를 미리 눈여겨본 대기업도 있다. 연 매출 1위인 로레알이 뉴욕에 이어 이곳에 제2 본부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20분 거리의 엘세군도(El Segundo)다. 3만여 평 사무실의 실내외 공간과 최초의 로레알 전문 아카데미 본관은 또 다른 뷰티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스테판 랭데르크네슈(Stéphane Rinderknech) 로레알 미국 지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캘리포니아는 창의성, 혁신, 트렌드, 다양성과 재능을 모두 발휘할 세계적 무대가 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사업에 가장 큰 동력을 선사하는 곳입니다.” 모두에게 개방된 뷰티 무역의 도시, ‘감성 충만’한 이들의 새로운 안식처, 뷰티 산업의 비전이 될 이 도시에 견고히 뿌리를 내린 여섯 브랜드를 만났다.

    GLORIA NOTO

    Noto Botanics

    성을 본떠 브랜드 이름을 지었군요. 노토(Noto)는 이탈리아 출신의 부모님이 물려준 자랑스러운 이름이죠. 미시 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났는데,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지 15년이 지났군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한 지도 15년. 그간의 경험과 특기를 살려 흥미로운 뷰티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5년 전에 탄생한 노토는 식물성 성분을 함유하고 다목적 기능을 지닌 채 성별 구분이 없어요. ‘나’다운 아름다움이 돋보이도록 건강한 피부로 가꾸는 스킨케어 라인을 만들기 위해 숙고했고, 이어서 가벼운 메이크업 제품을 론칭했어요.

    뷰티 세계에 입문한 계기와 열정의 원천이 궁금해요. 가구 디자이너를 꿈꾸며 미술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길 무렵이었죠. 중고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누군가 팔고 간 물건을 정리하던 중 케빈 어코인(Kevyn Aucoin)의 메이크업 책을 발견했어요. 당시 저는 고스와 펑크에 심취한 스무 살이었는데 메이크업이 그저 외모 치장이 아닌, 정체성으로서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메이크업을 좋아했고 굉장히 열정적이었으니 제 결심에 확신이 있었죠.

    스킨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달랐을 것 같은데요.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심한 뒤로는 성분을 많이 공부했어요. 피부가 좋지 않던 20대의 어느 날 피부과에 갔는데, 아주 강한 성분의 약을 권하더군요. 집에 오며 약 대신 천연 로즈 크림을 샀는데 다음 날 피부 염증이 확실히 가라앉더군요. 시간이 흐르며 성분에 대한 지식이 쌓여갔고, 허브 연구도 시작해 현재까지 왔어요. 향이 강한 허브류는 정서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노토의 단골 성분입니다.

    로스앤젤레스의 뷰티 신은 다른 도시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한마디로 다양성. 이곳은 여유로운 다양함을 상징해요. 경계와 한계도 없죠. 성별, 출신, 인종, 나이, 외모와 상관없이 새로운 존재를 모두 환영합니다. 새로움과 신 선함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 도시가 낙관주의자로 가득 찬 건 당연하죠.

    그럼 노토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점은 뭘까요? 노토는 공동체를 위한 브랜드나 다름없어요. 제 스스로가 ‘She/They’로 성 정체성을 규정하는 사람으로서 클린 뷰티, 젠더리스를 표방하는 브랜드를 이어갈 수 있어 행복합니다. 5년 전에 브랜드를 론칭할 때만 해도 클린 뷰티의 세계는 좁았어요. 소비자 그룹은 딱 하나의 유형이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모방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죠. 메이크업은 자기표현을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회의감이 들더군요. 성 정체성이 선택의 문제라는, 세상에는 단지 두 가지 성별이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그중 하나여야 한다는 사실에 맞서고 싶었어요. 성별만이 아닌 배경,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여전히 많다고 여겼기에 시작했습니다. 직감을 따른 건 행운이었고, 과거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아직은 브랜드 규모가 작기에 더 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특별한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자주 쓰는 제품을 소개해주세요. ‘딥 세럼(Deep Serum)’을 바르지 않는 날이 없어요. 피부에 즉각적으로 생기가 돌죠. 중독이라고 할 만큼 없어선 안 될 제품이에요. ‘아젠더 오일(Agender Oil)’도 빼놓을 수 없죠. 자신의 성 정체성을 특별하게 규정하는 사람들에게 헌정하는 러브 레터와 같아요. 제품력도 훌륭하지만 수익 100%가 LGBTQIA 단체에 기부되는 비영리 제품이라 더 뿌듯합니다.

    탄생 5주년을 맞아 파이브(Five) 제품을 공개했어요. 노토의 5년, 15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요? 제품 창작 활동에만 몰두하기에는 아이디어가 많아요. 성 소수자를 위한 자선 활동도 확장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지속 가능성을 창출하고 싶어요. 재활용과 리필 프로그램도 도입해야죠. 무엇보다 고객을 직접 만나고 그들이 체험할 공간을 늘리고 싶어요. 다른 도시 혹은 서울 같은 해외도 좋겠군요. 말하자면, 노토를 예술 플랫폼으로 활용할 겁니다.

    JESS HANNAH RÉVÉSZ
    J. Hannah

    주얼리 디자이너로서 매니큐어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가 궁금해요. 고등학생 때 취미로 방에서 주얼리를 만들 때만 해도 제가 뷰티 제품을 만들 줄은 생각도 못했죠. 사실 매니큐어도 주얼리와 다를 게 없어요. 여전히 손을 꾸미는 과정 중 일부니까요. 반지를 제작할 땐 손가락에 착용한 사진이 많이 필요한데 시중에 제가 원하는 색상과 명도의 매니큐어를 찾는 게 쉽지 않아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어요.

    색상이 다양하지만 어느 것 하나 튀는 것 없이 잔잔해요. 보다시피 저는 뉴트럴 컬러의 옷을 자주 입는데 주얼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이 한나(J. Hannah)의 절제되고 느긋한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않는 매니큐어를 원했어요.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을 제이 한나식으로 해석했죠. 금속을 다루는 제게 뷰티 제품 개발은 참신한 영역이자 색다른 예술적 분출구가 되었어요.

    캘리포니아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졸업 후에는 학위 때문에 그래픽 디자인을 이어가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졌고 편집 디자이너로도 일했지만 결국 그만뒀어요. 그러다 예술가 도널드 저드(Donald Judd) 기사를 읽었는데 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죠. “본질적으로 마음이 가는 것에는 분석할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이었어요. 실패의 가능성도 있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엔 직진하라는 얘기였죠. 다른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 주얼리 제작이었고, 취미로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브랜드 론칭 후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린다면? 주얼리는 감정적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요. 누군가에게는 행운의 부적이거나 기억을 위한 오브제가 되죠. 평생 사용할 물건을 디자인한다는 건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들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감사해요.

    최근에 시도한 뷰티 루틴이 있나요? 요가를 오래 해왔는데, 얼마 전 침대 옆에 요가 매트를 펴놓고 잠자기 시작했어요. 어수선한 환경을 못 보는 성격이라 괴롭긴 하지만요(웃음). 모닝콜이 울리면 옆으로 몸을 굴려 스트레칭과 명상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답니다. 이 과정을 마치면 세안제 없이 가볍게 물로 세안하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 로션과 ‘세라비 SPF 로션’을 바르면 끝이에요!

    생각보다 간단하군요? 몇 달 전엔 스킨케어에 관심이 생겨 탄력에 좋다는 고가의 제품을 구입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두드러기가 심하게 났어요. 그런데 피부과 의사로부터 단순한 처방을 받았어요. 효과가 있는 제품 몇 개만 사용해도 피부는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죠. 20달러 미만이니 이득 아닌가요?

    지금까지 배운 최고의 뷰티 팁은요? 메이크업은 결점을 감추기보다 장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사실! 저는 눈에 자신 있어서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를 좋아해요. 눈썹 균형을 위해 브러시로 자연스럽게 빗는 것도 잊지 않죠. 물론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꿔야 한다는 사실도 늘 잊지 않아요.

    목표는 뭔가요? 제이 한나를 성실하고 진실하게 전개하는 거죠. 사업 목표를 달성하려면 여러 방법과 수단이 동원되지만 그만큼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것이 중요해요. 운이 좋게도 요즘 소비자들은 지속 가능성과 독립적인 디자인에 큰 가치를 두고 있어요. 우리가 그 아름다운 소비 문화에 동참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JAMIE LEILANI PELAYO, JP COLLETT

    Natureofthings

    모든 패키지가 흙, 식물을 만지는 듯 자연스럽고 거친 감촉이군요. 그렇다면 성공이군요! 네이처오브띵스(Natureofthings)는 자연의 지혜에 뿌리를 둔 웰니스 브랜드입니다. 식물, 광물처럼 자연 유래 추출물을 성분으로 하죠. 피부를 가꾸는 동시에 스트레스, 불안, 염증을 완화하는 보디, 스킨케어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브랜드를 구상하게 된 영감의 원천이 궁금해요. 고대 선조의 지혜를 살린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기원전 1세기에 지어진 시인 루크레티우스의 시 ‘De Rerum Natura’에서 착안했어요. ‘사물의 본질 (Nature of Things)’이라는 의미인데, 고통과 두려움의 결핍에서 비롯된 진정한 삶의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죠. 행복과 쾌락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스트레스와 불안, 긴장을 풀고 해방과 자유를 느끼도록 자신을 돌보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합니다. 자연에서 발견한 성분을 수집해 과학적 연구를 거듭한 결과, 외적이든 내적이든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염증과 아픔을 치유하는 제품을 개발했어요.

    제품의 반응이나 후기는 어땠나요? 일하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 고객의 피드백을 받을 때예요. 관절염, 근육통, 스포츠로 인한 부상, 심하게는 대상포진, 산후 통증과 이별할 수 없었던 여성들,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있던 사람들처럼 여러 고통에 노출된 소비자에게 “염증이 완화되었다” “고통이 줄었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는데 마침내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줘 고맙다”와 같은 긍정적 반응을 얻을 땐 하늘로 날아갈 만큼 기분이 좋아져요.

    가장 특별한 제품 두 개를 꼽자면? 모든 제품이 특별하지만 첫 번째로 ‘슈퍼래티브 바디 밤(Superlative Body Balm)’을 고를게요. 통증 완화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증명하려면 입이 열 개라도 모자라요. 앞서 소비자들이 보내온 후기가 증언이 될 겁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는 피부 온도를 낮춰주는 ‘쿨링 크림’으로도 요긴해요. 특히 1년 내내 햇빛이 쨍쨍한 이곳 날씨엔 필수죠. 제가 가방에 넣고 다니는 유일한 제품입니다. 심신이 지친 상태라면 목욕 시간을 꼭 갖기를 권해요. ‘리스토러티브 플로럴 배스(Restorative Floral Bath)’를 온수에 50ml 정도 풀면 우유처럼 하얗게 변해요. 20분쯤 반신욕을 하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원기가 회복됩니다. 저는 아침에 반신욕을 하며 이 제품을 쓰는데, 목욕 전에 드라이 브러시로 몸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쓸어주세요. 몇 초 안에 씻겨 나가는 비누보다 목욕을 즐기며 피부가 유효 성분을 흡수하는 것이 좋아요.

    이런 패키지는 처음 봐요. 유리와 나무 소재인데 유럽에서 맞춤 제작했어요.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은 돌이나 토기 같은 조각적 형태이면서 내구성도 원했어요. 또 화장대 에 올려놔도 뿌듯할 만큼 예쁜 오브제가 되길 바랐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다 사용한 유리 용기는 씻어서 꽃병이나 액세서리 수납함처럼 써도 돼요. 그래서 디자인에 더 신경 썼죠. 오픈 파우치 형태의 제품은 대부분 퇴비성 소재로 만들었어요. 제품 안전성을 위해 뚜껑 안쪽 같은 꼭 필요한 곳에만 플라스틱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유리 용기를 채울 리필 가능한 포장 방식을 연구하고는 있지만,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역설적 상황을 피할 수 없기에 고민 중이에요. ‘플라스틱 제로’의 리필 용기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네이처오브띵스’에 어떤 기대를 걸 수 있을까요? 얼마 전엔 패션 브랜드 ‘브록 컬렉션(Brock Collection)’과 협업해 수면 안대, 헤어밴드로 구성된 액세서리 컬렉션을 론칭했어요. 그동안 욕실을 위한 스킨케어와 보디케어 제품을 연구하고 만들었다면 이제 침실 영역까지 도전한 거죠. 뷰티 브랜드로 규정되지 않도록 웰니스 여정을 준비하고 싶어요.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을 소개해주세요. ‘리카리 스튜디오(Ricari Studios)’는 셀프케어가 간절할 때 찾아요. 핸드 마사지와 기계식 자극을 혼합한 트리트먼트 코스를 경험할 수 있죠. 림프관을 자극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독소 배출 효과가 좋아요. 세포를 자극해 숨은 골격이 살아나는 건 보너스죠. 한 세션만으로도 땅 끝까지 내려간 컨디션이 금방 회복되는데, 최근 산후 조리를 위해 찾았을 때도 효과가 컸어요. 웰니스 사교 클럽 ‘레메디 플레이스(Remedy Place)’도 좋아요. 고압산소실, 크라이오테라피실 등 스파 시설이 마련돼 비타민 주사를 맞으며 미팅을 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 좋답니다. ‘더 올드 플레이스(The Old Place)’는 위안이 될 만한 음식이 필요할 때 찾습니다. 옛날 시골 동네를 방문할 때처럼 사장님 인심이 넉넉해 주문한 음식을 다 먹으려면 꼬박 이틀은 걸리지만, 장작불에 구운 음식을 먹을 땐 향수가 느껴져요. 옆에 자리한 ‘더 코넬 와이너리(The Cornell Winery)’에서는 독특하고 환상적인 캘리포니아 와인을 맛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리틀 비치 하우스(Little Beach House)’는 절경이 일품인 브런치 레스토랑인데, 가끔 노트북을 들고 가서 일하거나 친구나 가족과 브런치를 즐기기도 해요. 혹시 저를 찾는다면 집보다 여기 오는 게 빠를 겁니다.

    MATTHEW HERMAN, DAVID KIEN
    Boy Smells

    5년 전, 두 사람의 로스앤젤레스 집에서 보이 스멜스(Boy Smells)가 탄생했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가스레인지가 있는 주방 한쪽이었죠(웃음). 당시 저와 데이비드는 같은 패션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었죠. 디자이너였던 저는 디자인 감성을 후각 팔레트로 표현하는 크리에이터로, 생산과 프로덕션을 맡은 데이비드는 전자상거래와 마케팅 파트에서 일했어요. 우리의 감각과 비전을 보이 스멜스의 미학으로 바꾸는 데 둘 다 매우 열정적이었어요.

    브랜드를 만들 때 염두에 둔 것이 있나요? 5년 전만 해도 사회적으로 성 정체성을 표현하는 자세가 소극적이었어요. 전통적인 성 규범에서 벗어나 접근하고 싶었어요. 브랜드 이름은 소년(Boy)인데 분홍색 박스로 포장한 건 편견과 편협한 아이디어에 반기를 드는 거였어요. 향, 성, 정체성을 규정할 때는 어떤 규칙도 없어야 해요. 보이 스멜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성적인’ 향과 ‘여성적인’ 향을 교묘하게 혼합해 더 광범위한 개념으로 향의 관문을 제시합니다.

    소비자들이 보이 스멜스 같은 브랜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여겼나요? 확신할 순 없었어요. 그러나 우리가 보고 싶은, 우리가 원하는 품질과 디자인, 우리가 지불하고 싶은 가격대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죠. 성공 여부는 불분명했고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예상 못했어요. 그러나 이제 요즘 소비자들이 보이 스멜스를 좋아하는 건 사회 권위 거부의 허락을 의미해요. 직접 그 변화를 목격해 흥미진진했죠. 그것은 곧 자유를 상징합니다.

    향초에서 시작해 향수, 속옷 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는 순간까지 보이 스멜스가 가장 친밀한 친구가 되어 진정한 자아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당신의 갑옷이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보이 스멜스 입문자에게 향을 소개한다면? 모든 향이 처음 시도하기에 부담이 없지만, 저는 ‘카우보이 쿠시(Cowboy Kush)’ 향초를 추천할게요. 전통과 현대 사이를 오가는 과감한 향을 좋아하는데, 소박함과 세련미를 함께 느낄 수 있어요. 데이비드는 오리지널 ‘쿠시(Kush)’를 골랐어요. 여름과 햇빛을 좋아하는 캘리포니아 출신다운 선택이죠. 청춘이 느껴지며 접근이 쉬운 향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성격이 향 선택에도 반영되는군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요즘, 어떤 뷰티 루틴이 좋을까요? 만남이 줄고 고립 시간이 늘수록, 힘을 줄 향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직접 걷고 즐기는 여행이 제한적인 이 시기엔 향으로 공간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어요. 요가 스튜디오에 가긴 어려워도 집에서 노트북을 사용해 요가 세션을 즐기긴 수월하죠. 이때는 ‘히노키 판톰(Hinoki Fantôme)’ 같은 향초를 켜요. 이렇듯 기분이나 날씨, 시간에 따라 감각을 깨우기 위해 각기 다른 향초를 켭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특히 좋아하는 곳을 공유해줄 수 있나요? 친구들과 내추럴 와인 바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틸다(Tilda), 반디니 바(Bar Bandini) 혹은 코벨(Covell) 등이죠. 또 그리피스 공원(Griffith Park)에서의 하이킹은 주말 필수 코스예요. 하이킹이 끝나면 살리자르(Salazar)에 들러 허기를 채우는 것도 주말 루틴 중 하나입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맛있는 토르티야를 맛볼 수 있으니 꼭 방문해보세요. 우리가 자주 가는 저녁 약속 장소는 나이트 마켓 송(Night+Market Song), 레스토랑 바(Bar Restaurant), 키스멧(Kismet)과 지지스(Gigi’s). 개인적으로 이 도시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마루(Maru)에서 즐겨요.

    MARIANNA HEWITT, LAUREN IRELAND

    Summer Fridays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인플루언서에서 사업가가 되었어요. 성공적인 변신을 축하해요! 고마워요. 타이틀이 하나 추가됐지만 우리는 뷰티 세계에 갓 입문한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영감을 주고받으며 창작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인플루언서 활동이 브랜드 론칭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군요. 2018년 3월에 서머 프라이데이스(Summer Fridays)의 첫 제품을 론칭했는데, 2016년부터 꼬박 2년을 준비했어요. 그때는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지금보다 별로 없었어요. 사회에 반향을 일으킬 만한 비건 뷰티 브랜드는 보기 힘들었죠. 인플루언서로 활동해온 배경지식과 경험이 디지털에 익숙한 우리 세대를 자극한 것 같아요. 제품 이름부터, 성분, 성능, 패키지 디자인까지, 흔히 말해 ‘요즘 스타일’로 창조하고자 노력했답니다(로렌 아일랜드). 제 팔로워이자 소비자에게 큰 도움을 받았어요. 새 제품을 고안할 때도 그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영감을 얻습니다. 시장조사와 같죠. SNS 뷰티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 사용 중인 뷰티 제품에 대해 늘 질문을 받곤 했는데, 반대로 팔로워들은 무엇을 갈망하는지, 뷰티 시장에 대한 갈증과 경험담을 공유해주곤 했죠(마리아나 휴잇).

    브랜드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요? 이 도시에서 태어나 살면서 느끼는 감정을 떠올렸어요. ‘어느 여름의 금요일’을 연상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떠나고 싶지 않나요? 패키지와 색상에도 그 느낌을 담았어요. 서머 프라이데이스 제품이 소비자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지, 화장대 선반이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방 안에 놓인 모습을 상상했어요.

    브랜드를 운영하며 가장 기쁜 순간은요? 어느 팔로워의 메시지를 받고 울컥한 기억이 있어요. 결혼을 앞둔 여성이었는데, 몇 달 전 심한 트러블로 피부 상태가 나빠져 우울증을 앓았다고 해요. 그러다 우리 제품 중 하나를 썼는데, 예민하던 피부가 진정되어 예식을 무사히 치렀다는 메시지였어요. 특별한 날에 자신감을 심어줘 감사하다고 말이죠. 사소하지만 이런 소중한 순간은 그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3년 사이 제품 라인업이 한 개에서 열세 개로 다양해졌어요. ‘젯 래그 마스크(Jet Lag Mask)’는 브랜드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한 제품이자 베스트셀러이기에 늘 특별하죠. 제 아이 같아요. 피부 타입이나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든 쉽게 쓸 수 있어요. 10분만 바르고 닦아내는 마스크로, 바르고 자는 용도의 오버나이트 마스크, 수분 크림이나 핸드 크림까지 여러 방법으로 쓸 수 있다는 걸 아셨나요? 그러니 꼭 써보세요. 언제 어디서든 효과를 신속히 경험할 수 있어요.

    뷰티 산업이 현재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뭘까요? 여러 소비자의 취향을 충족시키고자 노력한 덕분이죠. 저조차 매일매일 소셜 미디어에서 새로운 랜드마크를 발견해요.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제품도 눈에 띄죠. 많은 브랜드가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둔 패키지 개발을 멈추지 않는 것도 큰 이유입니다.

    작지만 매일 실천하는 뷰티 팁이 있나요? 진부할 수 있지만 자기 전의 꼼꼼한 세안! 아무리 고단한 날도 거르지 않아요. 태어나서 엄마에게 처음 전수받은 뷰티 팁일 거예요. 깨끗한 피부로 수면을 취하는 건 피부 컨디션에 큰 영향을 줍니다(로렌). 물을 많이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고 외출하는 것! 햇빛이 강한 이 도시에서라면 더 신경 써야겠죠?

    NIMA JALALI

    Salt & Stone

    프로 스노보더로 활동했죠. 뷰티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뷰티 역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죠. 제 인생 전부가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야외에서 즐기는 운동과 액티비티에 열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언젠가 브랜드를 만든다면 누군가의 건강과 웰니스 여정에 도움을 줄 카테고리이길 바랐죠. 솔트 앤 스톤(Salt & Stone)은 그렇게 시작됐어요. 소비자로서 아웃도어 코스메틱 브랜드의 부재와 필요성을 느꼈다고나 할까?

    어떻게 그 틈을 메울 수 있었나요? 세상에 출시된 브랜드를 분석하던 중 라이프스타일 요소와 브랜드를 뒷받침하는 스토리가 다소 부족해 보이더군요. 그것이 곧 솔트 앤 스톤의 경쟁력이라 자부했죠. 견고한 브랜딩과 훌륭한 원료, 고기능 제품의 브랜드를 원했습니다. 현재 데오도런트, 자외선 차단제와 스킨케어 라인을 갖추고 있어요.

    솔트 앤 스톤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제품을 꼽자면? ‘내추럴 데오도런트 포뮬러 넘버원(Natural Deodorant Formula No 1)’ 컬렉션은 그 자체로 혁명적입니다. 자연 추출물로만 데오도런트를 만들었는데 개발에만 수개월이 걸렸죠. 과격한 운동과 활동에도 탁월한 탈취와 세균 억제 효과를 보여줘요. NBA 선수들이 몇 년 동안 써온 알루미늄 화합물 원료의 데오도런트(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제품)보다 효과가 좋다고 찬사를 보내올 정도니까요.

    브랜드를 이끌며 성취감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개발한 제품이 소비자에게 긍정적 반응을 얻을 땐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저는 정말이지 일하는 것을 좋아해요(웃음). 어떤 제품은 개발에만 몇 년이 걸리는데 결국 소개할 준비가 됐을 때 최고로 행복합니다. 또 제품 론칭에 앞서 최고의 스태프를 비롯해 촬영과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 채널을 관리하며 솔트앤 스톤 제품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순간도 즐겁습니다.

    평생 없어서는 안 되는 단 하나의 제품을 고르자면? 자외선 차단제. 아웃도어 스포츠인에게는 운명 같은 거죠.

    건강 유지 비결이 따로 있나요? 모두 아침에 이뤄집니다. 기상과 동시에 양치한 뒤 미지근한 물을 두 컵 정도 마십니다.그리고 15분 정도 컴퓨터 앞에 앉아 급한 용무를 처리해요. 최근엔 집에서 일하기에 시간을 적절히 안배하는 편이죠. 일을 마쳤다면 4.5마일 정도 뛰러 나갑니다. 음악을 들으며 달리면 시간이 금방 가요. 러닝이 끝나면 줄넘기나 윗몸일으키기처럼 쉽지만 근육을 자극하는 활동으로 운동을 마무리해요.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따뜻한 녹차를 마시면 아침 일과 끝. 단언컨대 햇빛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건 삶에 최고의 동기부여가 돼요. 하루의 기분과 컨디션이 좌우되는 순간이죠.

    로스앤젤레스에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바다와 산이 만나는 곳이라면 어디든! 토팡가(Topanga)나 퍼시픽 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 지역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공기가 무척 상쾌해 정신은 물론 호흡기가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VK)

      컨트리뷰팅 에디터
      우주연
      포토그래퍼
      곽기곤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