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오웬스의 베니스 별장
지금 가장 ‘핫’한 베니스. 그곳에 릭 오웬스의 별장이 있다.
베니스의 리도(Lido)섬도 이제 가을이다. 지난 베니스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계 스타들은 여름휴가를 보내던 사람들에 이어 이곳을 채웠다. 영화관 길 건너편, 그 달콤한 축제 기간에 영화계 거장들과 스타들이 언론을 상대할 엑셀시어 호텔(Excelsior Hotel) 해변에서, 리도섬 현지인 가운데 한 명은 이렇게 변화하는 풍경을 보며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과정을 인지했다. “모두가 ‘안녕하세요, 미스터 오웬스!’ 또는 ‘미스터 오웬스, 잘 지내세요?’라는 인사에서 ‘누구라고 하셨더라?’라고 바뀌죠.” 릭 오웬스(Rick Owens)가 이렇게 농담을 건넸다. 오웬스는 리도에 집을 마련했고 팬데믹 상황에 이곳에서 네 번의 컬렉션을 선보임으로써 베니스 석호(Lagoon)와 아드리아해가 맞닿은 이 지역에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이다. 그러나 지난 영화제 기간에는 조지 클루니 같은 관심을 받진 못했다. 그는 관심을 받으려고 이곳에서 지내는 것이 아니니까.
오웬스는 2014년에 빌딩 꼭대기 층의 콘도식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곳은 엑셀시어 호텔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그리고 ‘슈퍼맨의 고독한 요새’의 비치 하우스 버전으로 개조했다. 1970년대 아쿠아마린 세라믹 바닥 타일을 시칠리아 화이트 스톤 재질의 널따란 패널로 교체했고, 부엌 크기는 냉장고와 에스프레소 머신을 놓을 정도로 줄였다. 운동할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욕실에는 음울한 느낌의 오닉스 마블을 시공했다. 이 오래된 아파트에서 그대로 둔 것이라고는 대리석으로 전체를 두른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전경뿐이다. 바다와 석호, 베니스 자체를 360도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탁 트인 거실, 다이닝 룸, 개인 공간, 사무 공간에, 타이야트(Thayaht, 점프수트를 발명한 인물)가 만든 미래주의(Futurist Movement) 창시자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의 두상 조각품이 대화와 독서,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오웬스는 그것을 모던 메멘토 모리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 “저는 항상 그 미래주의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오웬스가 설명했다. “처음에 이탈리아 미래주의가 유토피아적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모든 이상주의에서 그 의도가 처음에는 늘 고결하죠. 그다음 그것은 타락하게 됩니다.” 레나토 베르텔리(Renato Bertelli)의 또 다른 미래주의 두상 조각품이 마스터 욕실 선반에 놓여 있다. “그것은 삶, 염원, 실패,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메멘토 모리처럼 그 두상 조각품이 ‘모든 것이 헛됨’을 상기시키는 것 같아요.”
나는 짓궂게 “거울로 둘러싸인 아파트의 운동실이야말로 허영의 공간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정반대죠”라고 그에게 말했다. “결점을 잘 찾아내는군요.” 오웬스가 이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결점이 있다는 듯 미소로 내 말에 동의했다. 오웬스는 매일 이곳에서 운동을 하며 그가 생각하는 ‘인생에서 가장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가 가혹할 정도로 무거운 기구를 들고 운동하는 데 열중하는 듯 보인다면, 이 아파트에서 지내는 여름 내내 그가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는 놀기 위해 이곳에 온다. 해변에 누워 온화하고 잔잔한 바다를 즐기고, 독서하고,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고, 알다시피 실크 시폰 망토를 두르고 놀러 오는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비치 하우스 카바농(Cabanon)에서 주로 영감을 받은 이 아파트는 어쩌면 오웬스에게 하나의 구조물일 뿐 요새는 아닐지 모른다. 대리석으로 시공한 이 금욕적인 구조물은 소음과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 역시 아름답게 살아온 삶을 담아내는 캔버스가 될지도 모르겠다. (VK)
- 글·사진
- CHRIS WAL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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