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패션 피플 야스민 스웰의 삶을 변화시킨 이스트런던 집

2023.02.17

by VOGUE

    패션 피플 야스민 스웰의 삶을 변화시킨 이스트런던 집

    재능 넘치는 패션 피플 야스민 스웰이 이스트런던 달스턴의 집을 수리했다. 초록색 페인트칠 덕분에 집은 물론이고 자신의 커리어와 삶까지 변화했다고 그녀는 말한다.

    야스민 스웰과 카바푸종 애완견 피자(Pizza)가 프런트 룸에 앉아 있다.

    색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야스민 스웰(Yasmin Sewell)에게 페일 이집션 그린(Pale Egyptian Green)은 정확히 그런 효과가 있는 듯하다. 2019년 스웰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친구 조엘 번스타인(Joel Bernstein)의 조언에 따라 이스트런던에 위치한 테라스 딸린 집 거실을 선명한 페이퍼스 & 페인트(Papers & Paints) 색조로 페인트칠했다. “제가 그 친구에게 ‘초록’이 좋아진다고 말했죠. 그건 정말 힐링 컬러예요.” 그녀가 그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이 초록색을 제안하더군요. 그러면서 천장에도 페인트칠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하더군요. 기겁했죠. 하지만 결국 그렇게 페인트칠한 천장 아래 앉아 있고, 그가 완전히 옳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페인트칠한 결과 정글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건강에 좋고 원기가 회복되는 느낌이 드는 생활 공간을 얻었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성과다! 특정 조명에서는 청록색으로 장식한 초록 벽, 패널링, 천장이 아보카도 그늘보다 압생트(Absinthe, 쑥으로 만든 독주)에 더 가깝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말이다. 그런 대담함은 커리어를 진지하게 재고하도록 그녀를 북돋운다. 호주계 레바논인으로 45세인 스웰은 어린 두 아들을 키우는 싱글 맘이다. 그리고 브라운스의 패션 바이어이자 파페치의 스타일 & 크리에이티브 부사장으로 일했으며, 컨설팅 비즈니스 업체를 운영하고 라운지 웨어 브랜드 에트르 세실(Être Cécile)을 공동 창립하는 등 인상적인 이력을 쌓아온 패션계 유명 인사다. 그런 그녀가 패션계에서 한 발씩 빼고 있다. “일을 내려놓고 쉬면서 이 집을 고치는 과정은 하나의 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변화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녀가 살짝 웃었다. “이 집은 힐링과 에너지, 색을 나타냅니다. 그것들은 제가 정말 좋다고 확신하는 것들이죠. 게다가 코로나로부터 안식처가 되어주었죠. 저는 그냥 앉아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녀는 인테리어에 그렇게 신경 쓸 계획이 아니었다고 솔직히 말했다. 6년 전 조용한 달스턴 스퀘어로 이사했을 때 그 집은 화이트에 메말라 보였으며, 사랑받지 않는 공간 같았다. 하지만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기억한다. 사실 그녀는 예전 집에서는 인더스트리얼의 절제된 스타일을 선호했다. 대신 모든 에너지를 일과 옷에 쏟아부었다. 옷은 절충적이고 밝은색으로 가득했으며 드라마틱한 실루엣과 눈여겨볼 만한 신예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8년에는 ‘패션계에서 마지막 큰일’이라고 언급한 것을 파페치에 남겨놓은 채,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다. “변화할 시기였다는 것을 알았어요. 바로 그 시기가 온 거죠. 저는 페인트칠을 새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번스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스웰에게 패션 바이어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줬고, 그녀가 1990년 후반 스물두 살에 소호에 오픈한 부티크 야스민 조(Yasmin Cho)를 처음 구상한 인물이다. 그와 통화한 후 스웰은 지금처럼 초록에 파묻히게 된 것이다.

    캐롤린 팝햄(Caroline Popham)의 ‘Give Space to the Air Between’이 부엌에 걸렸다.

    그녀와 내가 호주산 차이 티를 조심스레 든 채 소파에 앉았을 때 니나 시몬(Nina Simone)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린 해리스(Lyn Harris)의 애시 캔들 향이 공간에 가득 스며들었다. 그때 스웰은 ‘자신의 오랜 친구’와 함께 이 집을 개조하면서 보낸 근사한 6개월을 떠올렸다. 그들은 1970년대 대나무 캐비닛과 티파니 스타일의 글라스 램프 갓을 찾아 캠튼 마켓(Kempton Market)을 뒤지고 다녔다. 그리고 알피스 앤티크 마켓(Alfies Antique Market)에서 한때 이탈리아의 불가리 부티크에 걸려 있던 1980년대 스타일 샹들리에를 찾아냈다. 그녀는 몇몇 디자인 클래식, 이를테면 까시나(Cassina)의 유트레히트(Utrecht) 그린 암체어와 테르에 에크스트룀(Terje Ekstrøm)의 에크스트룀 라운지체어의 구매에 거금을 들이기도 했다. 그다음 마블 파트너스(Marble Partners)와 함께 대리석 조각 사이를 돌아다니며 창고에서 즐거운 오후를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이 다이닝 테이블을 제작했다(피비 파일로가 이끌던 셀린느의 팬들이라면 그녀의 임기 동안 매장을 장식하던 다양한 색상의 대리석 바닥을 섬세하게 오마주한 것을 알아챌 것이다). 이 테이블 옆에는 파리에서 주문 제작한 메종 드뤼케(Maison Drucker)의 전통 라탄 체어가 놓여 있다.

    다채로운 빛깔을 뽐내는 정원에서 시트러스 열매가 자란다.

    정원으로 이어진 계단에 앉은 야스민. 정원은 장식용 전구와 양치식물 덕분에 더없이 활기가 넘친다.

    그녀는 복도를 청록색과 애시드 옐로 페인트로 칠했고, 계단에는 아주 선명한 옐로 러너를 설치했다. 심지어 더 과감하게 아홉 살 녹스(Knox)와 여섯 살 렌조(Renzo)가 아이들 방 색깔을 직접 고르게 했다. 녹스는 코럴 레드 벙크 침대와 옐로 카펫, 이브 클랭(Yves Klein)의 블루를 골랐다. 그리고 렌조는 엄마처럼 초록색을 골랐다. “제가 그랬던 것만큼 도박 같은 일이었어요. 그렇지만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됐죠.” 스웰이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첫 록다운 이전, 카바푸(Cavapoo)종 강아지를 입양했다. “그 애 이름은 피자 헤어리 체인소우(Pizza Hairy Chainsaw)랍니다.” 그녀가 한숨을 쉬며 힘든 흉내를 내보였다. “아이들을 위해 제일 잘한 일이죠. 더 러그 컴퍼니(The Rug Company) 러그에 몇 차례 오줌을 싸기는 했지만요. 충격 그 자체였죠. 저는 러그를 애지중지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만…” 평소 그녀는 레바논식 축제를 즐기기 위해 친구들을 초대해 정원에서 아유르베다(Ayurvedic) 스타일 카레, 바비큐, 마르가리타를 대접하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밤에 장식용 전구 밑에 앉아 있으면 황홀하기 그지없죠.”

    집을 새로 꾸몄고, 팬데믹이 왔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재정비할 추진력과 공간을 얻었다. “다음 일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됐어요. 제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뭘 하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시간이었죠.” 패션보다 웰니스(Wellness)가 새로운 초점이 될 거라고 한다. 물론 그녀가 그 단어를 마음에 들어 하진 않지만. “수많은 단어가 남용되고 있어요. ‘웰니스’도 그중 하나예요. 그러다 보니 힘을 잃었죠. ‘힐링’과 ‘긍정(Affirmation)’도 마찬가지고요.”

    그녀는 웃으면서 “초자연적인 것을 믿는 사람입니다. 저도 그런 초자연적인 힘을 틀림없이 지니고 있죠”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대안 치료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안다. 그녀는 직관에 의해, 정서적으로 주도된 통찰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신중을 기한다. “바이어로서 저는 늘 직관적이었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도 직관적이었고. 항상 일을 느낌으로 판단했죠.” 스웰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20대 이후 베다(Veda)식 명상을 하고 있으며, 기 치료와 양한방 통합 의료(Integrative Quantum Medicine, 기 치료의 한 형태)를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차크라(Chakras), 만트라(Mantras), 크리스털(Crystal), 달의 주기에 대해서도 꿰고 있으며, ‘차분한’ 차이 티를 끓일 줄도 안다.

    스웰은 5월 20일 영국 쇼핑몰 셀프리지스에 바이라오(Vyrao)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를 통해 그녀는 기분 전환을 목표로 하는 향수 5종부터 출시했다.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들어간 공간에 좋지 않은 분위기가 감돌면, 어떤 기분인지 모두가 알죠. ‘직감을 믿는다’는 것이 뭔지 모두 이해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내가 저 사람을 만났는데 그다지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았어’라고 말해요. 그런 기분은 어떤 걸까요? 모두 에너지와 감각을 연결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건 사람을 지치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생각에 ‘매직’을 조금 믿는 것. 그게 훨씬 더 나은 듯해요!” (VK)

    빈티지 티파니 스타일 조명이 조르디 커윅(Jordy Kerwick)의그림을 환히 비춘다.

    다크 블루 모로코 타일을 거실 벽난로에 시공했고, 그 위에 호주 출신 아티스트 미란다 스콕첵(Miranda Skoczek)의 작품 ‘The Space in Between’이 걸려 있다.

    스웰의 침실에 놓인 맞춤 제작 헤드보드에 코럴 벨벳 커버를 씌웠다.

    안방에 걸린 크리스타벨 맥그리비(Christabel MacGreevy)의 파스텔 작품 ‘Entwined’(2019).

    ELLIE PITHERS
    사진
    DYLAN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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