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는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럭셔리 패션 세계의 유명 브랜드가 새로움과 고객 충성도, 가치 공유뿐 아니라 문화적 큐레이팅을 위해 또 다른 브랜드를 시작한다고 <보그 비즈니스>는 전한다.
베트멍은 젊은 인재를 위한 플랫폼으로 리브랜딩을 예고했다. 그리고 구찌는 구찌페스트 영화제에서 콜리나 스트라다(Collina Strada)와 비앙카 손더스(Bianca Saunders)를 포함한 15개 신흥 브랜드를 조명한다. 생 로랑은 최근 뱅앤올룹슨, 바카라, 제이엘 코케(J.L. Coquet)와 협력해 라이프스타일 제품 시리즈를 선보였다.
럭셔리 브랜드는 더 이상 자사 브랜드만 판매하지 않는다. 가치 공유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큰 새로운 시대에 브랜드는 자사 브랜드의 후광을 더 넓은 문화로 확장하기 위해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큐레이팅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콜라보레이션도 업계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의 세컨드 레이블 맥큐(McQ)와 리론칭한 장 폴 고티에는 한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전부를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 크리에이티브와 협업을 통해 시즌 룩을 결정했다. 구찌와 발렌시아가는 최근 두 시즌 동안 서로의 쇼에서 시그니처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협업했다. 이를 통해 원하는 결과는 브랜드 자체보다 더 큰 공유 가치와 순간을 설정해 어떤 ‘흔적’을 남기는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큐레이션을 통해 브랜드는 유기적인 방식으로 문화적 시대정신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아디다스에서 넷플릭스에 이르는 여러 브랜드의 협력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위 아 소셜(We Are Social)의 리서치 및 인사이트 책임자 폴 그린우드(Paul Greenwood)는 전한다.
뉴욕대학의 럭셔리 마케팅 교수 토마이 세르다리(Thomaï Serdari)에 따르면, 이로 인해 브랜드는 단 하나의 에스테틱을 넘어서는 고유한 철학을 고려하게 되며, 이로써 결국 더 많은 사람이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녀는 또 다른 디자이너를 확보하고 홍보함으로써 브랜드가 더 강력한 스토리라인과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럭셔리 브랜드는 고객에게 한 가지 유형의 가치를 제안하는 것에 리스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큐레이터 오퍼링을 확장함으로써, 브랜드가 모든 종류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목적지라고 고객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겁니다.” 이것이 오늘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의상 디자이너, 즉 꾸뛰리에로서 덜 알려진 이유이기도 하며, 그 대신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린우드는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리스크에 대응해 핵심 크리에이티브를 결정하는 안목과 올바른 제품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브랜드 플랫폼에서 협업은 도매 파트너십이 감소하고 소비자와 직접적 관계가 증가하는 시기에 특히 유용하다고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의 마케팅 교수 바바라 E. 칸(Barbara E. Kahn) 역시 전한다. 그녀는 “일단 최종 사용자와 직접적 관계를 맺으면 그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따라서 다른 브랜드에 대한 추천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이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4월에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를 재개장한 스텔라 맥카트니는 이 공간을 #StellaCommunity 친구들을 위해 매주 뷰티, 예술, 음악, 음식, 특별 손님과의 라이브 스트리밍 대화 및 바바라 스트럼(Barbara Sturm) 박사와 페이스 짐(Face Gym) 등의 스킨케어 트리트먼트를 소개하는 곳으로 꾸몄다. 이 이니셔티브는 전 세계 매장을 지역 기업과 소비자를 위한 허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글로벌 론칭의 시작점이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에 첫 매장을 연 마크 제이콥스 헤븐(Marc Jacobs’s Heaven)은 모왈롤라(Mowalola)와 노달레토(Nodaleto)를 포함한 다른 브랜드 제품도 함께 선보인다. 이와 유사하게 마크 제이콥스는 이미 2010년부터 뉴욕과 도쿄에 ‘북마크’라는 매장을 운영해왔다. 책, 사진, 음악, 대중문화를 소재로 한 작은 장식물을 큐레이팅하는 편집숍이다. 헤븐 스토어는 마크 제이콥스가 올해 미국에서 오픈할 예정인 15개 매장 중 하나다.
“럭셔리 리테일 시장에서 지켜보는 한 가지 트렌드는 제품보다 고객에 초점을 맞춘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소비 측면에서 브랜드가 고객 충성도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들의 목표는 고객 확보와 유지이며, 이는 단순히 제품이나 혁신을 홍보하는 것과는 다른 목표입니다. 미디어 소비에 대한 초점이 다른 것이라 볼 수 있죠.” 바바라 E. 칸 교수는 말했다.
스텔라 맥카트니 같은 브랜드는 홀리스틱 접근 방식과 명확한 개인 철학 덕분에 성공적으로 큐레이션을 진행해올 수 있었다. 칸 교수는 “맥카트니는 패션뿐 아니라 많은 원칙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생 로랑의 경우는 길게 늘어지는 옷을 입은 젊은이, 음악과 대중문화의 반항아 같은 소비자들이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브랜드에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만들고 있다. 영국 전역에 매장 네트워크를 보유한 주얼리 브랜드 아스트리드앤미유(Astrid&Miyu)는 자사 제품과 함께 매장에 전시되는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에 멘토링을 제공한다. 제품 라인은 브랜드 비전과 목적의식을 기반으로 선택한다. 아스트리드앤미유의 설립자 코니 남(Connie Nam)은 “사업 규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성장에만 집중하기보다 충성도 높은 팬과 고객 사이에서 컬트적 지위를 누리는 브랜드에 끌린다고 덧붙였다. “이런 파트너십은 한창 떠오르는 신생 브랜드와 연결점을 만드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큰 이점입니다. 또한 큰 위험 없이 서로 다른 층의 고객에게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리고 이런 식의 판매를 통해 매출 범위가 좁아지는 대신 제품은 도매 가격으로 거래된다.
2019년부터 시작된 라이프스타일 레이블 토스트(Toast)는 올해부터 주얼리 디자이너 조디 멧칼프(Jodie Metcalfe), 바구니 제작자 줄리 거(Julie Gurr), 도예가 켈시 로즈 도슨(Kelsey Rose Dawson), 제품 디자이너 오드 아라고(Aude Arago), 조각 예술가 코리 윌리엄슨(Corrie Williamson) 등의 작품을 엄선한 크리에이티브 제품을 ‘New Maker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판매했다. 1년간 멘토링을 제공하며 전체 수익은 각 브랜드에 돌아간다.
한편 생 로랑은 매장에 제품을 선보이기 전에 외부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며, 이를 위한 좀 더 창의적인 협업 공간을 제공한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가끔 제품뿐 아니라 큐레이팅도 한다. 최근에는 아티스트 더그 앳킨(Doug Aitken)과 함께 대규모 설치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는 베니스에서 열리는 2022 S/S 남성복 쇼의 배경으로도 쓰였다. 목표는 여러 원칙을 통합하고 각기 다른 창의성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새로운 문화적 목적지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 브랜드는 고객에게 비전을 일방적으로 제시했지만, 고객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의미 있는 연결’이 부족했다. 서울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젠틀몬스터의 데이비드 킴에 따르면 소비자 자신이 그런 기준을 높였다. “우리 플래그십 스토어는 빠르게 지역 인플루언서의 핫 스폿이 됐습니다. 누데이크(Nudake, 매장에서 판매하는 디저트 브랜드) 제품은 거의 완판으로, 저희가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 가장 많이 팔리죠. 영감을 주는 환경과 경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고, 해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매장 중 한 곳에 창의적인 비전과 철학이 일치하는 브랜드를 교대로 비치해 보여주는 컨셉 공간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그들이 신뢰하는 브랜드의 큐레이션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들이 친구처럼 신뢰하고 이야기를 듣게 된 브랜드를 상상해보세요. 고객은 브랜드와 취향에 기댈 수 있다고 느끼는 동시에 브랜드 선택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때 이러한 의견 일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제품을 포함하도록 브랜드를 확장하는 것은 시너지가 있고 가치를 추가하는 경우에만 효과가 있다고 칸 교수 역시 말한다. “브랜드 확장의 오래된 규칙은 늘 제품에 적용되었지만, 요즘에는 플랫폼에서 제공할 수 있는 브랜드인지가 관건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판매하는 알리바바나 아마존과 달리, 럭셔리 브랜드는 그들이 내놓는 제품 라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겁니다. 브랜드에선 잘 큐레이팅한 것만 선보여야 합니다.”
아스트리드앤미유의 설립자 코니 남은 한국계로 강한 공동체 의식을 지닌다. 그녀는 한국에서는 비즈니스 오너가 매장에서 고객과 이야기하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사업을 확장할 때의 그 느낌을 결코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매장이 쿠키 커터로 찍어낸 듯한 또 다른 하이 스트리트 브랜드처럼 보이기 시작한다면, 슬플 것 같군요. 모든 매장이 새로운 발견의 장소가 됐으면 합니다.” 브랜드가 지역적으로 계속 확장함에 따라 코니 남과 그녀의 팀은 해당 지역에서 더 많은 크리에이티브를 멘토링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세르다리는 이에 대해 “여러분이 참여하고 싶은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화의 일부가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문화적으로 적절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위 아 소셜의 그린우드는 전한다. 아울러 그것은 업계가 흘러가는 방향이며 브랜드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 제안에 따라 마케팅할 수 있도록’ 시간을 투자해 ‘고객과 그들이 속한 문화를 이해하도록’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통적인 광고가 도리어 방해가 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에, 브랜드에선 계속 혁신적인 마케팅 전략에 집중할 거라고 세르다리는 말한다. “브랜드는 관련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좀 더 유기적인 방법을 찾고 있으며, 이것이 그들이 큐레이션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라고 봅니다. 이러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품 이외의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면 그들이 추구하는 것에 더 힘을 보탤 수 있는 멋진 기회죠.” (VK)
- 글
- KATI CHITRAKO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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