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디자이너 시리아노의 평화롭고 스타일리시한 해안 지역 집

2021.10.05

디자이너 시리아노의 평화롭고 스타일리시한 해안 지역 집

다재다능한 유명 디자이너 크리스찬 시리아노와 그의 파트너가 뉴욕에서 멀지 않은 해안 지역에 마련한 평화롭고 스타일리시한 집.

크리스찬 시리아노가 코네티컷 웨스트포트 집 부엌에 서 있다. 봉쇄령이 내려진 뒤 지난해 3월부터 이 집에 머물렀다. 그는 수납 가구의 브러시드 니켈 자재를 무광 블랙으로 교체해 거대한 창문의 블랙 프레임과 포인트를 맞추었다.

크리스찬 시리아노(Christian Siriano)는 과감한 발언으로 유명하다.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하는 빌리 포터(Billy Porter)에게 턱시도 볼 가운을 입힌 그였지만 주거지를 앤티크 콜로니얼 주택에서 창문 높이가 3m에 이르는 모던한 곳으로 옮긴 것은 다소 드라마틱한 일이었다. “완전한 리프레시를 찾고 있었죠.” 디자이너이자 ‘프로젝트 런웨이’ 멘토인 그가 건축 스타일이 180도 바뀐 집에 대해 말했다. “삶이 약간 혼돈스럽게 느껴졌어요. 지난 1~2년간 쇼, 컬렉션, 협업을 멈추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휴식이 필요해’라고 말했죠. 느긋하고 편안한 뭔가를 원했던 거죠.”

그는 코네티컷 웨스트포트의 한 해안 마을에 있는 목재와 스투코(Stucco) 마감재로 지은 세련되고 시원시원한 구조물에서 그런 느낌을 찾았다. 전통적인 싱글 지붕 주택으로 유명한 이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이었다. 건축가 볼렉 리진스키(Bolek Ryzinski)와 라드 스튜디오(RAAD Studio)가 함께 디자인한 이 주택의 위치 또한 장점 중 하나였다(시리아노가 8년 전에 구매한 첫 번째 집은 댄버리(Danbury) 내륙 깊은 곳에 있다). “완전 휴가 모드죠.” 그가 주말 도피처로 마련한 그 집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타이밍이 제일 중요하다. 시리아노는 지난해 2월에 그 집의 인테리어를 마쳤다. 그리고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코로나19로 록다운에 들어갔다. 그의 파트너이자 남성복 디자이너 카일 스미스(Kyle Smith)는 여기서 종일 지냈다. 5개월 후 시리아노는 깨달았다. “완전히 다른 세계 같아요. 아주 조용하죠. 완전히 자연에 둘러싸였어요.” 심지어 그는 요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거의 매일 밤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 있어요. 더 실재적인 삶을 사는 느낌이죠. 뉴요커는 늘 음식을 시켜 먹으며 뭔가를 시청하고 있어요.” 시내로 통근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는 지금 맨해튼 아파트의 크기를 줄이고 지금처럼 이 집에 쭉 지낼지 고심하고 있다.

시리아노는 탁 트인 거실에 자신이 좋아하는 귀한 디자인 작품 몇 점을 놓았다. 피에르 폴랑 소파, 마리오 벨리니가 까시나와 협업한 체어가 글라스 커피 테이블 주변에 놓여 있다. 그는 체어리쉬(Chairish)에서 발견한 1970년대 세티에 시어링 커버를 다시 만들어 씌웠다. 뒷벽에 걸린 거대한 그림은 아티스트 에세르 귄뒤즈(Eser Gündüz)의 작품.

시리아노는 퍼니싱에 처음부터 많은 힘을 쏟아부었다. “주말이면 열심히 골동품을 찾아다녀요.” 그러면서 그는 오랫동안 수집해온 모던 디자인 작품을 그의 댄버리 집 차고에 보관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전에는 놓을 장소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시리아노에 따르면 그 귀중한 소장품 중에는 미드 센추리 덴마크 티크 체어 한 쌍과 갈기갈기 찢어져 굉장히 저렴하게 구매한 피에르 폴랑(Pierre Paulin)의 멋진 소파도 있다. 자신의 아파트와 사무실에서도 소품을 가져왔다. 실제로 그의 아틀리에에서 5년간 쓰던 글라스 커피 테이블이 이제 이 집의 널찍한 거실에서 센터피스 역할을 한다. 그 옆에는 아파트에서 가져온 까시나(Cassina)와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의 협업 빈티지 체어 한 쌍이 놓여 있다.

화이트 월, 높다란 천장, 널찍한 공간은 꾸준히 진화하는 그의 수집품에 완벽한 배경이다. “갤러리 공간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진열해놓는 방식이죠. 사무실은 180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입니다. 더 고전적인 환경에서 지냈죠. 그래서 채광과 자연에 둘러싸여 지내는 것에만 집착했죠.” 이를 위해 커튼을 없앴다. “햇빛을 원해요.” 그가 강하게 말했다. “우리는 아침 햇살에 깨어나죠. 늘 모더니즘은 살기 불편하다고 과민 반응을 보였지만 이제 그것과 함께 지내고, 그걸 편하게 느끼기 위해 노력해요.”

봉쇄령 기간의 취미 중 하나는 가구 디자인. 서재에는 그가 디자인한 룰라(Lula) 세티(Settee, 긴 안락의자)가 놓여 있다. 둥근 백 쿠션과 삼각형 나무 다리 위에 부착된 화이트 부클레 벤치 베이스가 특징이다. 아래층 거실에서도 기하학형 체어를 볼 수 있다. “저 의자가 작은 드레스나 사람들처럼 보여 맘에 들어요.” 인스타그램에 세티 체어를 올린 시리아노가 얼마 전 첫 작품 의뢰를 받았다. “정말 좋았죠. 그저 간단한 정보를 올렸을 뿐인데, 어느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관심을 보였죠. 그들은 침대 발치 부분을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하더라고요. 저도 마음에 들어요. 정말 근사할 것 같아요.” 그는 인테리어를 시도하며 여러 의미의 다양한 다리를 만들고 있다. 웨스트 할리우드에 오픈할 런던호텔의 펜트하우스 스위트룸 인테리어도 맡았다. 그곳의 다이닝 체어도 그의 작품을 모두 배치한다.

뮤리엘 콜맨(Muriel Coleman) 체어가 다이닝 룸에 놓인 RH 테이블을 둘러싼다. 1940년대 콘솔 위에 지 지 콜린스(Gee Gee Collins) 작품을 디스플레이했다. 옆에는 1970년대 까시나와 매킨토시(Mackintosh)가 협업한 체어 한 쌍이 놓였다. 오른쪽 글라스 도어를 지나면 와인 셀러가 있다. 프레데릭 와일드맨 앤 선스(Frederick Wildman & Sons)의 이탈리아 파인 와인 스페셜리스트 사라 마울레(Sara Maule)는 각종 와인을 구비하도록 크리스찬을 도왔다.

스테이트먼트 체어는 집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다. 계단 밑에서 필립 아크탠더(Philip Arctander)의 클램 체어와 목각 민예품이 어우러졌다.

시리아노의 매력 중 하나는 열정적이고, 열광적으로 시도하는 데 전념하는 모습이다. 그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이며, TV에 출연하는 셀러브리티로, 인테리어 마니아다. 심지어 아티스트다(그가 디자인한 가구와 마찬가지로 회화 역시 그의 웹사이트에서 특별 주문이 가능하며 작품 몇 점이 이 집을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최근 큰 찬사를 받은 천직은 공익사업이었다. 팬데믹 초기에 마스크 부족 사태가 심각하자 시리아노는 자신의 아틀리에를 마스크 생산 공장으로 바꿔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대의를 향한 그의 자발적 활동은 정부의 재정 지원뿐 아니라 뉴욕 주지사로부터 찬사를 이끌어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겠더라고요. 놀라웠어요. 하지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죠. 그래서 우리 팀은 매일 일해요.”

시리아노는 그들의 헌신을 절대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는 웨스트포트에 마련한 집에 행복한 보금자리를 마련했기에, 팀원들에게 주말 휴식처로 쓰도록 댄버리 집을 일종의 아지트처럼 바꿔놓았다. “저는 ‘어차피 돈을 내고 있어서 여러분이라도 쓰는 편이 좋아요’라고 말했죠.” 그는 웃으며 그때 한 말을 다시 전했다. “거기 가서 수영하세요. 정말 근사해요.” (VK)

느긋하게 쉬는 날을 위해 마련한 공원 같은 녹지에 둘러싸인 콩 모양의 거나이트(Gunite) 풀장. 건축가 볼렉 리진스키와 협업해 라드 스튜디오가 디자인한 모던 하우스 뒤쪽에 펼쳐진다.

    JANE KELTNER DE VALLE
    사진
    TIM LENZ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