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제이미 호크스워스가 13년간 담아낸 사진

2022.08.18

by VOGUE

    제이미 호크스워스가 13년간 담아낸 사진

    제이미 호크스워스는 13년간 따뜻함과 예상치 못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얼굴과 장소를 사진으로 담아냈다.

    제이미 호크스워스(Jamie Hawkesworth)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사진가 중 한 명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가 진정 사랑하는 작업이자 매체는 다큐멘터리 사진과 포트레이트다. 13년간 그는 방문해보지 않았던 영국제도의 각지를 열차, 버스, 페리로 여행하며 각 지역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보여주는 100여 장의 사진을 모아 책으로 냈다. <보그>는 그의 책 <영국의 섬들>(Mack에서 구매 가능)의 밝은 이미지에 맞게 영국의 가장 화창한 날에 호크스워스와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처음 사진 찍을 때부터 장장 13년의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작업을 메인으로 계획을 세웠는지, 그저 일상 작업과 같이 접근했는지 궁금합니다.

    일상적 작업으로 접근했죠. 사진 작업을 아주 좋아해요. 그저 돌아다니며 사진 찍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죠. 책에 실린 사진 중 맨 먼저 찍은 것은 2007년 사진인데, 첫 촬영으로 전공을 변경할 때였습니다. 처음 카메라를 받아 무언가 찍으려 하고,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던 기억이 납니다. 늘 사람들은 있으니까, 집 밖으로 나가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묻곤 했죠. 그렇게 카메라 다루는 법을 배웠습니다. 책에 첫 번째로 실린 것은 인도 소년의 사진입니다. 가까이서 보면 검은 선이 있는데, 사진 현상을 제대로 못해서 생긴 겁니다. 이런 사진을 보관한 이유는 단지 포트레이트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진을 현상하고 출력하는 과정에서 한 실수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부분으로 책을 시작하는 것이 사진집으로 완벽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는 법의학을 전공했죠. 과학적으로 뭔가를 포착하려는 사실적 목적을 지닌, 일종의 다큐멘터리로 사진을 공부했는데, 여전히 사실 포착이라는 관점에서 사진을 보나요? 아니면 좀 더 미적 관점에서 보나요?

    법의학을 전공할 때, 주 1회 아주 현실적으로 모의 범죄 현장을 구성해놓고 증거를 수집하는 실습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객관적인 방법이죠. 아주 간단합니다. 범죄 증거 옆에 자를 놓아 크기를 재고, 디지털 카메라로 증거를 기록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결국 사진으로 전공을 바꿨는데, 너무 달라서 이전 전공에서 해오던 객관적이고 단순한 사진 촬영을 바로 잊어버렸습니다. 게다가 그땐 디지털 카메라를 썼는데, 지금은 아날로그 카메라를 쓰고 있어요.

    13년 넘게 촬영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바뀌었다고 느끼나요?

    늘 모든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었는데, 포트레이트 사진이라는 작업 자체가 매우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죠. 시간에 대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장소 문제도 아니고. 그저 개개인이 그 사람 자체로 빛나기 때문이죠. 책을 보면 2007년인지 2020년인지 구별하기 힘들 겁니다.

    당신의 포트레이트와 스틸라이프는 시대를 초월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풍경 사진, 특히 도시 풍경의 경우 정물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풍경이면서 정물이기도 한 그런 작업이 있죠. 사람들의 포트레이트를 찍을 때 흥미로운 건, 정말 대단한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 느낌이 저의 동력이 된다는 거죠. 밖에 돌아다녀도 사진 찍을 사람을 30분 동안 한 명도 찾지 못할 때는 눈을 크게 뜨고 뭐든 찍을 것을 찾는 일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탕이 들어 있는 유모차나 빵, 푸들 강아지 같은 것을 찍죠. 그런 피사체가 저의 여정을 도와줍니다. 일종의 재충전이죠. 그러면서 제가 또 다른 누군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작업을 보면 당신도 가보지 않았던 곳을 여행하면서 찍은 풍경이 많더군요. 당신이 ‘고향’이라 부르는 영국에서 작업한 것이라 이 작업에 더 친숙함이라는 개인적 내러티브가 들어간 건지, 일시적 방문 경험을 여전히 실감 나게 느끼는 건지 궁금합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작업하는 것이라 일시적 경험조차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이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우리나라가 어떤 모습인지 거의 알지 못했죠. 기차역에서 시간표를 보고 하틀풀인지 뭔지 비슷한 이름의 목적지를 발견했고, 그저 한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도 안 가는 곳이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고향과 몹시 비슷하더군요. 그곳이 어떤지 몰랐고, 그곳 사람들도 몰랐다는 사실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분하고 놀랐어요. 일본이나 뉴욕 또는 세계 어디에 가는 것보다 더 놀라웠습니다. 어쨌든 이 장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집에 있지만, 바로 코앞에는 뭐가 있는지 모른다는 게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포트레이트 사진이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핵심’이라고 얘기했죠. 이것은 당신이 만난 사람에 호기심을 많이 느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더 큰 이유가 있나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사람들은 늘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기차역을 나서자마자 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였습니다. 놀라운 경험입니다. 포트레이트를 찍으려고 길을 따라 내려가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또 다른 사람을 향해 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도시 전체를 돌아보게 됩니다. 사람들이 길을 이끈 거죠. 그냥 계속 걷기 위해서는 호기심만 충분하면 됩니다. 한 명을 만나면 그다음 또 그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갑자기 이틀쯤 걷고 나니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에 하틀풀의 삶이 어떤지 필름 20롤이 나오더군요. 이 책에 대해 생각할수록, 10년 전이었다면 부엌에 앉아 “좋아, ‘영국의 섬들’이라는 주제로 책을 내겠어. 영국의 삶이 어떤지 보여주고, 다양성을 보여줄 거야”라고 다짐하고는 부엌에서 절대 움직이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프로젝트 자체가 벅차게 느껴져 많은 질문을 했죠. 그런데 프로젝트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할수록, 답을 찾기는 더 어려워지더군요. 결국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즐기고, 사진 찍는 것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아요. 이게 바로 ‘영국의 섬들’ 프로젝트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실수로 만든 것도 아니고, 저절로 탄생한 이런 책을 작업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제 마음에 든 포트레이트 중 하나는 푸른 수트를 입은 금발의 소녀입니다. 출근하는 여성처럼 보이면서, 어떤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차려입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런던으로 이사 오자마자 스타일리스트 벤자민 브루노(Benjamin Bruno)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는데, 동네 근처 뉴캐슬 같은 곳에서 옷을 사곤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사람들에게 그 옷을 입힌 거죠. 그 푸른색 재킷을 입은 소녀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있었어요. 우리가 제안하자 굉장히 즐거워하면서 우리 앞에서 바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듯 보여줬죠. 이 사진을 책에 실어야 할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연출하는 느낌에 굉장히 마음이 끌렸어요. 갑자기 뭔가를 하고 다른 일이 함께 딸려오며 비현실적이고 이상한 것이 되는…

    더 열려 있고 뭔가 보여주려는 젊은이에게 끌리는 건가요? 물가의 두 여학생 사진도 맘에 듭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냥 존재 자체로 많은 것을 주죠. 굉장히 현실에 밀착돼 있고, 현재 그 자체잖아요. 시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죠. 10대의 사진을 보면 우리가 보기에 너무 요즘 느낌이지만 또 공감할 수 있고 궁금하기도 하잖아요. 그들과 있으면서 그저 관찰하거나 아이들이 어색한 모습을 드러내게 하면서, 솔직함이야말로 강력한 뭔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진에 드러난 색채나 따뜻한 느낌도 특별합니다.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고 손으로 직접 현상하는 것은 사진 찍는 순간부터 전 과정을 컨트롤하기 위해서인가요?

    정확합니다. 색에 대한 해석은 매우 주관적이면서 개인적이죠. 누군가에게 제 작업을 보여주면, 각기 다르게 생각할 테고, 아마 모든 사진에 너무 따뜻한 색감을 쓴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런던으로 이사 온 뒤 맨 처음 디지털 사진에 큰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사진을 찍고 아날로그 필름을 현상하는 것을 거의 미친 짓 취급하더군요. 그런데 그 사이에 이런 작업 방식을 고수하는 저 같은 그룹도 있었죠. 제 작업은 어떤 것보다 심플함에 초점을 맞춥니다. 카메라의 경우 배터리도 따로 없고, 무슨 상자 같죠. 네거티브 필름을 갖고 암실에 들어가면, 쓸 수 있는 색상도 딱 세 가지뿐입니다. 거기까지만 쓸 수 있어요. 우선 심플한 장소에서 매우 편안함이 느껴지고, 작업 방식이 제한적이라 오히려 작업에 더 도움이 됩니다.

    책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 날씨라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당연히 영국은 날씨가 과히 좋지 않은 나라로 꼽히죠. 날씨 때문에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없겠다고 느낀 적도 있나요?

    분홍색 트랙 수트를 입은 소녀의 사진이 생각납니다. 애버딘으로 가는 열차를 탄 뒤 페리를 타고 셰틀랜드섬으로 간 다음, 다른 페리를 탄 뒤 버스를 또 갈아타고 시청에 도착했는데, 비가 쏟아지더군요.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죠.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사람들이 경마장의 말처럼 달렸거든요. 그 사진의 소녀는 맨 끝에서 달리고 있었는데,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사진을 찍어도 될지 양해를 구했고, 비에 쫄딱 젖은 모자를 벗었는데 머리가 사진처럼 딱 그런 상태더라고요! 믿을 수가 없었어요. 이 일을 겪으며 정말 끔찍한 날씨여도 뭔가 멋진 것을 만들 수 있겠다 싶더군요. 뭔가 만들어내기 위해 꼭 태양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일상적인 작업을 13년간 진행해왔어요. 책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그리고 이 작업은 끝났다고 봐도 될까요?

    1년 전쯤 자리에 앉아 ‘이 포트레이트 전부를 현상해야겠다’고 생각한 적 있어요. 집에 있을 때 계속 ‘Preston Bus Station’(2010년에 발표한 호크스워스의 첫 프로젝트) 시절에 낸 책을 보고 있었는데, 거기서 사진 찍던 그때가 굉장히 그립더군요. 잉글랜드에서 걸어 다니며 사람들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도 그렇게 했거든요. 영국에서 이 작업을 하지 않은 것이 창피했던 건 아닙니다. 단지 나가서 사람들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때가 딱 맞아떨어진 거죠. ‘그만해. 13년을 했잖아. 지금 해야 할 일을 직시하고 먼저 하는 게 어때?’라는 생각을 멈췄습니다. 그래서 그 생각대로 현상하고 다시 나가서 촬영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마침 영국 <보그>에서 핵심 노동자와 관련한 촬영을 의뢰했습니다. 아주 의미 깊은 포트레이트 작업을 마친 상태였고, 그때 이 프로젝트를 멈추고 책으로 만들기 딱 좋은 시점이었습니다. 또 포트레이트 특성상 사람들을 촬영해두면 그 모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됐습니다.

    감사의 말 이후 책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사진 말인데요. 아마 당신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과 나무를 찍은 듯해, 발칙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신이 말했듯 걷고 걷고 또 걸어서 전체 도시를 하루 이틀 만에 다 돌았다고 했죠. 또 13년 동안이 작업을 멈추지 않고 해왔다는 점에서 그렇게 편안하게 늘어진 순간을 넣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그 사진을 마지막에 넣자는 건 제 의견이었어요. <보그>의 노동자 포트레이트 작업이 끝나고, 넵 캐슬 에스테이트(Knepp Castle Estate)에서 일을 의뢰했습니다. 완전히 집중해서 일을 진행했는데, 환경도 아주 좋았고 책 말미에 넣기에 매우 좋은 사진을 찍었다고 여겼습니다. 그 사진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을 위해 연설을 한번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연설 중 그의 신발, 그가 걷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보기에 조금 이상한 촬영에 대해 작은 긍정적 신호였달까요. 오랫동안 책 표지를 정하는 것을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뒀습니다. 작업을 마치자 특정한 사람을 커버로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전체가 사람에 대한 것인데, 굳이 한 사람만 꼽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는 이글스턴일 것 같습니다만, 작업 전반에 영향을 준 특정 영화나 회화, 사진가가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정말 사진가 수백 명이 떠오르는 동시에, ‘세상에, 제 사진이 그렇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다른 작가를 카피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늘 말하고 싶어요. 현재 작업을 즐기지 못하게 되는 전형적인 사례죠.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엄청나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걸어야 한다는 것은 악몽이나 다름없는 일입니다.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다른 사진가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끔찍한 시간을 수없이 보냈습니다. 특정 인물이 있는 게 아니고, 제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 제가 뉴스에서 보는 사람들이나 그냥 모든 사진가에 대한 일련의 생각이 이어졌죠. 조금 이상할 수 있겠지만 이 작업을 하면서 또 엄청났던 점은 카메라를 지고 다니느라 허리가 완전히 망가져서 2년 전쯤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찍고 싶은 누군가나 풍경을 발견하면, 그 고통이 말 그대로 사라져버렸어요. 단 몇 분이지만 그건 분명 아드레날린의 효과겠죠. 그 순간만큼은 제 자신을 누구와 비교한다는 생각을 완전히 잊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저의 안식이었죠. (VK)

      ALLISON SCHA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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