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빅터앤롤프’ 롤프 스뇌렌의 엉뚱해서 재밌는 집

2022.09.16

by VOGUE

    ‘빅터앤롤프’ 롤프 스뇌렌의 엉뚱해서 재밌는 집

    ‘빅터앤롤프’의 공동 창립자 롤프 스뇌렌은 절친한 디자이너 욥이 아방가르드하고 엉뚱하게 꾸민 집 덕분에 늘 웃으며 지낸다.

    플레이모빌 스타일의 도어가 빅터앤롤프의 공동 설립자 롤프 스뇌렌과 남편 브랜든 오델의 집 현관문을 장식한다. 전체적인 집 디자인은 스튜디오 욥이 담당했다.

    ‘놀이동산은 젊은 친구들이 가는 곳이다.’ 적어도 이것이 통념이다. 하지만 욥 스메이츠(Job Smeets)는 어린아이 취향의 소품을 절대 배제하지 않는다. 그는 도발적인 제품을 디자인하는 스튜디오 욥(Studio Job)의 설립자다. 반항적일 만큼 저질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의 DNA는 네덜란드 최대 테마파크 에프텔링(Efteling)에서 쌓은 어린 시절 추억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가 만든 햄버거 모양의 안락의자, 빨간 벽돌처럼 보이는 펀칭 백, 껍질을 반만 벗긴 바나나를 흉내 낸 테이블 램프를 떠올려보면 알 것이다. “그 기억을 시각화할 수 있다면 새로운 형태와 모양을 탐구할 수 있죠.” 1998년 네덜란드 틸뷔르흐(Tilburg)에 스튜디오 욥을 연 스메이츠가 설명했다. 이 회사는 네덜란드 본사 외에도 밀라노에 전초기지를 마련했고 현재 뉴욕의 갤러리 R&컴퍼니가 이 회사를 대리 운영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모던하고 깔끔한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니죠.”

    롤프 스뇌렌(Rolf Snoeren)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초현실적인 오뜨 꾸뛰르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패션 하우스 빅터앤롤프의 공동 설립자인 그는 에프텔링에 위치한 이 가짜 성에 아주 잘 어울린다. “우리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가 자신과 창의적인 업무 파트너 빅터 호스팅(Viktor Horsting)의 환상적인 앙상블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스메이츠가 이렇게 대응했다. “그들이 패션에서 하는 일을 제가 디자인에서 하죠.” 스뇌렌의 미국인 남편이자 전 세계 에이즈 퇴치 운동에 앞장서는 NGO 암스테르담 디너 파운데이션(Amsterdam Dinner Foundation)의 이사로 재직 중인 브랜든 오델(Brandon O’Dell)은 이 디자이너들을 ‘코스믹 브라더스’, 즉 ‘우주적인 형제’라 부른다.

    도시 전경이 내다보이는 루프 테라스.

    거실에 설치된 브론즈 벽난로. 그 주변에 스튜디오 욥 디자인의 칵테일 테이블과 브론즈 체어가 함께 놓였다. 스튜디오 욥을 위한 피에트 파라(Piet Parra)의 맞춤 제작 패브릭이 까시나(Cassina)의 긴 라운지체어를 감싼다.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스뇌렌과 스메이츠는 19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각각 성장했다. 그렇게 에프텔링 거리에서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두 사람은 20대에 파리의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스뇌렌은 스메이츠와 아트 & 디자인 컨설턴트 레베카 샤키(Rebecca Sharkey)가 낳은 아들 엘비스(Elvis)의 대부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그와 오델이 케이제르스흐라흐트(Keizersgracht, 황제의 운하라는 뜻) 거리에 있고 1890년대에 은행 건물로 건축된 이 펜트하우스를 매입했을 때, 스메이츠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아줄 유일한 후보였다. 물론 그는 인테리어를 많이 맡진 않았다. “그것은 정말 욥이 할 일이 아니죠.” 스뇌렌이 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창의적인 물건을 만들죠. 그렇지만 우리가 이 집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는 ‘내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더군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엉뚱함을 섬기는 신전이 탄생했다. 쉽지 않은 허가 관련 문제, 왓츠앱을 통한 논의 등 힘든 과정을 거치며 18개월 만에 리노베이션 작업이 마무리됐다. 바둑판 모양 글라스 패널부터 이 커플이 닥스훈트 리틀 로즈와 함께 루프톱을 바라볼 때 사용하는 버튼이 촘촘히 박힌 침대 겸용 소파에 이르기까지 스메이츠가 거의 모든 요소를 기획한 이 유쾌한 게잠트쿤스트베르크(Gesamtkunstwerk, 종합 예술 작품)에 스뇌렌 커플이 머물게 되었다. “이 인테리어는 우리의 우정을 기념하는 겁니다.” 스뇌렌은 그 아파트의 인테리어 공사가 암스테르담에 봉쇄령이 내려지기 며칠 전인 지난해 3월 마무리되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이 집으로 이사 왔고 떠날 수 없었죠.”

    스메이츠가 만들어낸 이 원더랜드에 머물면서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유광 브라운 레진으로 만든 현관문은 3차원의 나뭇결무늬가 들어가 있다. 플레이모빌 요새에서 떼어온 것 같다. 거실 가스 벽난로의 정면은 떡 벌린 브론즈 입으로 꾸며졌다. 그 입의 이빨 위에서 불꽃이 일렁인다. 빌트인 캐비닛은 웃고 있는 로봇 얼굴을 닮았고, 스튜디오 욥의 펀칭 백 스타일처럼 이곳 부엌도 만화 속 벽돌로 만든 듯 보인다. 스메이츠가 “실용적인 부엌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요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아름다운 부엌이죠”라고 말했다. 벽에는 윌마 플린트스톤(Wilma Flintstone)이 감탄할 만한 판석 패턴 월페이퍼를 사용했으며, 네덜란드 아티스트가 휘갈겨 그린 풍만한 누드를 담은 패브릭이 샬롯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상징적인 가구 중 하나인 ‘셰이즈 롱(Chaise Longue)’, 기다란 라운지체어를 감싼다. 다이닝 공간 부근의 굽은 계단은 심장 모양의 빨간 지붕 테라스로 이어진다. 이곳은 암스테르담 운하 구역이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거리에서 보이지 않는다. 스뇌렌은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에서는 그곳이 보일지 궁금해했다.

    카라 워커(Kara Walker)의 작품이 침실 라운지를 바라본다. 스튜디오 욥의 월 커버링 & 캐비닛, 마르치오 체키(Marzio Cecchi)의 라운지체어 & 오토만, 클라우디 용스트라(Claudy Jongstra)의 카펫.

    카니발 전구가 테두리를 장식한 맞춤 제작 조명은 빈티지 세면대 위에 두었다.

    스튜디오 욥이 기디니 1961(Ghidini 1961)을 위해 제작한 거울이 파우더 룸에 걸려 있다. 스튜디오 욥의 사기 도끼는 움푹 들어간 벽감(壁龕)에 걸었다.

    이 엉뚱함은 스뇌렌이 10년간 집이라 부르던 거리 바로 아래 위치한 운하 부근의 5층짜리 주택에 대한 고의적 거부감을 표하는 것이다. “신분 사회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죠.” 그 집과 달리, 대체로 트여 있는 이 아파트는 한 층에 쫙 뻗어 있고(“더 이상의 계단은 원하지 않았죠”라고 스뇌렌이 말했다) 채광창이 여러 개 있다. 그리고 요가 교실에서 처음 만난 이 커플이 3년 전 결혼식을 올린,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교회가 보이는 시티 뷰를 제공한다. 결혼식 하객으로 인권 운동가이자 왕자비였던 마벌(La Princesse Mabel d’Orange-Nassau)도 참석했다. 그녀는 프리소(Friso) 왕자와의 결혼식에서 200개가 넘는 크레이프 조젯 리본으로 꾸며진 빅터앤롤프 드레스를 입었다.

    “저는 전권을 위임한다고 욥에게 말했죠.” 그렇지만 그는 다시 고심한 사실을 인정했다. 두 디자이너의 고집 세기는 엇비슷할 것이다. “어쩌면 좋은 생각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가 조심스럽게 인정하며 말했다. “그에게 놀라운 것, 엉뚱한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쉽죠. 그렇지만 브랜든이 원하던 따뜻함을 만들어내는 건 좀 더 어려운 일이에요.” 과정은 그가 예상한 것보다 순조로웠다. 오델은 그가 원하던 위안과 부드러움을 얻었다. “라인이 굉장히 우아합니다. 모양은 둥글둥글하고.” 그렇지만 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솔직히 ‘오, 세상에나!’라는 말을 몇 번 불쑥 뱉기도 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스메이츠가 남자 성기 모양의 조명 기구를 제안할 때도 그랬다. 하지만 재빨리 거절했다. 한번은 스메이츠가 그들에게 오줌 색이라고 알려준 노란색 타일로 덮은 파우더 룸을 볼 때였다. 메인 욕실은 별다른 의미는 없어 보이는 살몬 핑크다.

    파우더 룸의 배색에 대한 스메이츠의 발칙한 영감은 어떨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그런 것이었죠”라고 스뇌렌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여전히 놀란 기운이 살짝 감도는 것 같았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오, 욥, 고마워!’ 정도였어요. 이 집은 저를 웃게 만듭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집을 통해 행복을 얻는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VK)

    맞춤 제작한 트레카 드 파리(Treca de Paris) 침대가 거북 모양 받침대 위에 놓였다.

      MITCHELL OWENS
      사진
      KASIA GATKOW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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