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서울 패션의 현재를 정의하는 공식

2021.10.22

by 신은지

    서울 패션의 현재를 정의하는 공식

    서울 패션의 현재를 정의하는 공식. ‘전통+현대+미래=서울 패션 위크 2022 S/S.’

    Caruso

    10월 6일 저녁, 서울 DDP. 엑소 카이가 (말 그대로) 떴다! 이 젠틀하고 재능 많은 뮤지션은 <보그>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올해 21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최대 패션 행사인 서울 패션 위크의 글로벌 홍보대사를 맡게 되어 기쁩니다.” 2022 S/S 서울 패션 위크의 글로벌 홍보대사로서 엑소 카이가 K-팝은 물론 K-패션을 전 세계에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평소에 패션을 사랑하는 만큼, 이런 뜻깊은 역할을 맡게 되어 감회가 무척 새롭습니다.”

    이 글로벌 슈퍼스타와 함께 2022 S/S 서울 패션 위크가 10월 7일 개막했다. 비대면 디지털 패션쇼로 진행된 이번 서울 패션 위크는 디자이너 26인이 발표하는 ‘서울 컬렉션’과 신예 11인의 ‘제너레이션 넥스트’로 구성된 37개 브랜드의 패션 필름을 선보이는 방식이었다. 이번 시즌 런웨이는 물론 오프닝과 피날레 영상을 서울 패션 위크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네이버 TV, V Live, 틱톡을 통해 7일에 걸쳐 세계에 공개했다.

    특히 이번 서울 패션 위크는 문화재청의 협조로 서울의 5대 고궁이 패션 무대가 됐다. 서울의 역사와 현재의 역동성, 미래의 잠재력을 품은 600년 문화유산을 런웨이로, 서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컬렉션을 발표한 것이다(탐미적이고 고아한 고궁 안에서 동시대적 키워드인 자연, 환경, 공존의 가치가 담긴 패션을 선보이며 전통과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울렀다).

    2022 S/S 서울 패션 위크의 첫 런웨이는 노앙(Nohant)이었다. 경복궁을 무대로 노앙의 정체성인 ‘브런치 룩’ 컨셉을 담은 현대적인 스포티 룩이 등장했다. 노앙의 디자이너 남노아는 “이번 컬렉션 주제는 바로 ‘모닝 루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모닝 루틴 후 브런치를 먹으러 나가는 노앙의 크루를 상상하며 일상적인 옷에 쾌활한 스포티즘을 가미했어요.” 그런가 하면 운현궁을 무대로 인공지능(AI)이라는 컨셉과 함께 패션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석운 윤(Seokwoon Yoon)도 인상적이었다.

    서울 패션 위크의 둘째 날엔 하나차 스튜디오(Hanacha Studio)를 비롯해 에이벨 (A.Bell), 세인트 밀(Saint Mill) 등의 컬렉션을 공개했다. 셋째 날은 궁중에 지은 최초의 서양식 건물 중 하나인 덕수궁 중명전에서 비욘드 클로젯(Beyond Closet)의 컬렉션이 열렸다. 컬렉션 주제는 ‘야드(Yard)’. 디자이너 고태용은 “자연을 닮은 색채와 소재, 오가닉한 일상을 반영해 건강한 삶과 정신을 조명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근현대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중명전 곳곳을 야드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이 여유롭게 거닐었다. 그 결과 비욘드 클로젯 고유의 아메리칸 클래식과 프레피 룩에 빈티지 분위기를 더한 의상이 중명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갸즈드랑(Gaze De Lin)과 슬링스톤(Sling Stone), 시지엔 이(C-Zann E)의 컬렉션을 공개한 넷째 날을 지나, 티백(Tibaeg)과 에몽(Aimons)의 컬렉션이 이튿날 발표됐다. 디자이너 조은애의 티백 컬렉션은 봄과 여름에서 발췌한 화사한 색감과 그래픽이 일품이었다. 볼륨감 있는 퍼프 디테일과 하늘하늘한 레이스가 더없이 로맨틱한 실루엣을 완성했다. 한편 ‘Joyful Ode’라는 테마로 진행된 에몽 컬렉션은 테일러링과 유틸리티, 스포티즘을 결합했다. 일상이 된 팬데믹 상황을 우아하고 유쾌하게 해석한 디자이너 김재현 특유의 재치는 여전했다.

    마지막 날에는 디자이너 장광효의 카루소(Caruso)와 제너레이션 넥스트의 디자이너 정미나가 전개하는 미나 정(Mina Chung)이 있었다. ‘창덕궁의 봄’이라는 주제로 창덕궁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인 카루소 컬렉션은 고난과 역경 가운데 보존된 창덕궁의 기개를 반영했다. 전통 의복에서 영감을 받은 고전적 모티브가 기본이 되었다. 곤룡포를 연상시키는 오버사이즈 코트에서는 시대를 꿰뚫어 보는 노련한 디자이너의 통찰력이 돋보였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미나 정은 이번이 데뷔전이었다. 매 시즌 키워드 한자를 선정해 컬렉션을 전개하는 그녀는 ‘廻(돌 회)’를 주제로 정했다. “곡예하듯 유연하게 흐르는 형태와 이질적인 소재 간의 생경한 조화를 통해 계절의 순환과 계절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표현했습니다.”

    이렇듯 서울 패션 위크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전통과 미래, 페미니즘과 스포티즘,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디자이너. 그러니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전격 공개한 2022 S/S 서울 패션 위크를 세계가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올해 런던 패션 위크에 진출한 비뮈에트(Bmuet(Te))의 서정적인 플라워 패턴 수트를 입고 서울 패션 위크 홍보 영상에 등장한 엑소 카이처럼. (VK)

    Mina Chung

    Bmuet(Te)

    Aimons

    Beyond Closet

    Tibaeg

    Nohant

    에디터
    신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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