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아이템

치실을 통한 발굴로 희열을 맛볼 시간

2021.11.02

by 신은지

    치실을 통한 발굴로 희열을 맛볼 시간

    하루 세 번, 식후 입을 헹궈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이물질부터 처리한다. 이제 본격적인 발굴로 희열을 맛볼 시간.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는 “코로나 시국에 집에 있으면서 가장 무서운 것이 뭐냐”는 질문에 “무정부 상태와 갑작스러운 치아 문제”라고 답하며 둘 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난제라고 말했다. 무정부 상태는 차치하고 갑자기 치아에 문제가 생기는 건 정말이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특히 팬데믹 현상의 장기화로 치과 치료가 한없이 조심스러워지는 요즘 심각성이 더 커진다. 그리하여 입속 관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일이 되었다.

    “잇몸에 염증이 생겼군요.” 때는 2020년 여름,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이후 결국 참지 못하고 스케일링을 하러 갔을 때 치과 의사에게 들은 말이다. 치과에 가야 할 때가 6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평소 먹지 않던 배달 음식을 먹으며 탄수화물이나 당을 섭취했는데 증명하긴 어렵지만 이런 음식 때문에 치아 표면에 박테리아가 증식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규칙적인 스케일링을 미뤘기 때문에 입안이 지저분하고 치아에 막이 덮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양치와 치실 사용 습관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집에 있을 때도 제대로 된 구강 청결 습관이 중요해진 만큼 하루 두 번 양치 및 구강 청결제 사용과 하루 한 번 이상 치실 사용이 그들의 권고 사항. 그날부터 길고 새하얀 실에 대한 나의 집착이 시작됐다.

    그로부터 1년 후, 나는 여전히 치실에 진심이다. 메이크업, 쇼핑, 글쓰기, 심지어 블록 놀이 중 뭔가에 핀트가 나간 네 살배기 아들의 다급한 호출보다 치실을 선택할 정도다. 순간의 짜릿함보단 지속형 깔끔함을 원하는 치실 애호가에게 우울증을 겪을 일 따윈 없다. 한번은 룰루레몬에서 2사이즈 바이커 쇼츠를 산 적이 있다(주 2회, 6 개월간 지속한 필라테스가 초래한 과도한 자신감이 문제). 서른여덟 해 동안 정상 체중 범주를 벗어난 적 없지만 그걸 입으면 허벅지가 꼭 미쉐린 타이어같이 보였다. 하지만 치실 사용 중에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 다른 누군가처럼 보일 수 없다는 얘기다. 나의 정체성은 더 확고해지고 나의 처지를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치실 사용 중에는 절대 헤일리 비버나 마리옹 코티아르처럼 보일 수 없다. 오로지 내 입과 ‘초딩’ 시절 신속하게 끝낸 교정 이후 반듯하고 가지런한 치아만 존재할 뿐.

    매번 번거롭지 않느냐고? 모르고 하는 소리다. 치실 사용 전 먼저 입을 헹궈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이물질을 뱉어낸다. 그런 뒤 시작되는 대대적이고 정밀하며 본격적인 발굴! 미로 같은 치아 사이를 치실이 드나든다. 유연한 몸짓이 마치 흰색 살모사 같다. 음식물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하는 중간중간 다시 입을 헹구고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치실질을 한다.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상승하다 하강하고 격해지다 사그라진다. 이쯤 되면 중독이다. 치실을 건너뛴 상태에선 일은 물론 사소한 대화에조차 집중하기 버겁다. “치아 사이에 낀 크고 작은 찌꺼기를 빼내고 난 뒤 사용한 치실을 욕실 거울에 슬쩍 튕긴다. 잔여물이 거울에 잠시 붙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롭다. 깨끗하던 거울에 남겨진 자국은 일종의 문집 같다. 흔적의 무리.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한 사소하고 세세한 정보를 모아보는 것 같다.” 문화 평론가 웨인 케스텐바움이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치실 예찬론을 읽고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수직 상승했다. ‘격공’이란 이런 것.

    요즘 내 위시 리스트엔 늘 치실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구매 내역은 코코플로스(Cocofloss). 크리슬(Chrystle)과 캣 쿠(Cat Cu) 자매가 선보인 이 획기적 상품은 지속 가능한 리필 타입이라는 점과 경쾌한 컬러의 패키징으로 5만 명에 달하는 팬덤을 확보했다. 치실만으로!

    미국치과위생사협회장과 세계치과위생사연맹 회장을 역임한 조앤 구렌리안(JoAnn Gurenlian) 박사는 치실 사업이 구강 케어 시장에서 가장 큰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치실질하는 걸 좋아하지 않죠. 하지만 치실을 사용해야 입속 염증을 막을 수 있어요.” 아이다호주립대 교수로 재직 중인 구렌리안 박사는 최근 오럴 케어 회사 프레쉬(Fresh) 의 최고 임상 책임자(CCO)로 임명돼 맞춤형 전동 구강 세정기를 시장 최초로 내년에 선보인다. 구렌리안 박사는 이 전동 구강 세정기가 혁신적으로 구강 홈 케어 방식을 바꿀 거라고 단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계가 격변하면서 스스로 구강을 관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고민했어요.” 프레쉬의 전동 구강 세정기를 고객 맞춤형 마우스가드와 연결한 후 민트 맛 클렌징 용액을 분사해 쓰면 된다. 용액은 7초 간격으로 분사되며 치아 주위뿐 아니라 잇몸 선 아래까지 말끔히 세척한다. “워터픽(Waterpik)과 비슷하지만 치아 사이사이로 기기를 직접 움직일 필요가 없죠. 전동이니까요. 들고 있기만 하면 치아 전체를 한 번에 세정할 수 있어요. 사용자가 잘못 사용할 걱정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품을 쓴다고 치과 방문에 소홀해선 안 된다. “4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스케일링을 꼭 받아야 해요.” 치과 전문의 대부분은 코로나 관련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주기적인 스케일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강 관리에 대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다양하지만 진짜 중요한 세 가지는 변함없다. 칫솔을 사용해 양치하기, 치실 사용하기, 항균 구강 청결제로 ‘가글’하기. 모닝 뷰티 루틴에 대한 질문에 레니 크라비츠는 200점짜리 대답을 내놨다. “우선 양치를 합니다. 양치와 치실 사용은 아주 중요해요. 입속과 잇몸 건강이 몸 전체의 건강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 사람들은 잘 생각하지 못하죠.” (VK)

    에디터
    이주현
    포토그래퍼
    최문혁
    스타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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