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가구와 오브제의 의무를 실현하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

2021.11.10

by 조소현

    가구와 오브제의 의무를 실현하는 에르메스 홈 컬렉션

    만질 수 없는 시대, 에르메스는 궁극적 촉감을 선사하는 홈 컬렉션을 선보인다.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과 알렉시스 파브리가 가구와 오브제의 의무를 말한다.

    에르메스가 새로운 홈 컬렉션을 선보이며 “소재의 의미를 탐구했다”고 운을 떼던 순간은 촉각의 허기에 시달리는 시대의 방증이었다. “다양한 소재는 삶에 물질적 현실감과 텍스처를 더하고 훨씬 더 넓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준다”는 설명은 더더욱.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꾸준히 소재를 탐구해왔지만, 올해 그 시도는 더욱 창의적이고 정교하다. 뭄바이 건축가가 디자인한 나무 안락의자 ‘시아주 데르메스(Sillage d’Hermès)’가 대표적이다. 한 줄 한 줄 손으로 페인트칠을 하고 셀룰로오스 마이크로 파이버 소재로 코팅한 의자는 손으로 만졌을 때 정말이지 특별한 느낌을 준다. 예술가 카슨 컨버스(Carson Converse)가 퀼팅 기술을 사용해 어린 시절 수집한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지안파올로 파니(Gianpaolo Pagni)의 디자인을 금사 자수로 그려 넣은 침대 커버 역시 촉감에 재미를 선사한다. 구름처럼 포근하고 부드러움은 물론이다. 벨기에 에노 지방에서 나는 블루 스톤으로 디자인한 테이블은 석공 장인이 눈금자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돌에 줄을 새긴 것이다. 낯설지만 삶에 영감이 되는 촉감이다.

    의외성과 유머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의 한 축이다. 날렵한 가죽과 프랑스 전통 바구니의 색채 조합에서는 예상치 못한 결합이 주는 즐거움이 넘쳐흐른다. 그래픽과 활기찬 컬러가 돋보이는 말을 모티브로 한 그릇은 세 개를 나란히 놓았을 때 비로소 한 마리 말로 완성된다. 이런 유머는 그릇을 꺼내 사용할 때마다 웃음 짓게 한다.

    에르메스의 홈 컬렉션은 육안으로 보는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소재는 혁신적이고 장인과 협력하기 때문에 만드는 방식은 전통적이다. 그리고 모두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앉고, 눕고, 음식을 놓고, 덮을 때, 즉 가구와 오브제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때 가장 빛난다. 이 균형감은 가구가 나와 오브제가 밀착되어 있다고 느끼게 한다. 에르메스의 정신이기도 하다.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샬롯 마커스 펄맨(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Alexis Fabry)는 2021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홈 컬렉션을 선보이며 기하학 패턴이 활기를 더하는 큐브 다섯 개를 세웠다. 특별한 구조물 안에 자리한 가구와 오브제는 마치 액자 속 액자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한정적이지만 주목할 만한 오브제를 보여주기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든 오브제는 ‘관심을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어야 했다”고 말하는 샬롯 마커스 펄맨, 알렉시스 파브리와 ‘그 가치’에 대해 서면으로 대화를 나눴다.

    COURTESY OF HERMÈS

    COURTESY OF HERMÈS

    COURTESY OF HERMÈS

    COURTESY OF HERMÈS

    에르메스는 꾸준히 소재에 집중해 창의적인 컬렉션을 선보인다. 소재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에르메스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디테일과 원래 모습 그대로 보이는 소재의 가시성 사이에 역설 혹은 균형이 존재한다. 에르메스의 소재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운 소재에 대한 탐구는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비전 중 하나이다.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원재료를 향한 탐구는 에르메스에서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특히 소재의 텍스처가 주는 관능미는 오늘날 에르메스에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셀룰로오스 등 새롭게 선보인 소재도 여럿이고,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해 새로운 효과를 내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결과물 혹은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전통 노하우로 훌륭한 장인들과 함께 일하는 건축가 비조이 자인(Bijoy Jain)과 작업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의 철학이 에르메스의 철학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시아주 데르메스 암체어는 매우 견고한 목재 구조에 셀룰로오스 소재를 적용해 만들었다. 셀룰로오스는 조밀하고 단단하며, 바니시 처리로 대단히 부드럽고 관능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앉았을 때 매우 인체 공학적이다. 암체어는 15세기에 처음으로 사용된 전통 기법이 오늘날에도 계속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 이 가구는 장인이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디테일을 더하기 때문에 일러스트를 입힌 가구를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도 놀랐다. 손으로 직접 칠한 세로선 덕분에, 모든 피스가 서로 다르고 독특하다.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다양한 예술가와 협업한다. 예상치 못한 예술가도 에르메스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전에 없던 컬렉션을 만들어낸다. 협업할 때 고수하고자 하는 지점, 열어놓고자 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함께 일하기로 선택한 디자이너는 우리와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들과 타협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티스트, 디자이너, 장인 사이의 대화에서는 창의적이고 예상치 못한 놀라운 일이 나타날 수 있다. 에르메스는 놀라움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는 늘 특정한 방식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이것은 디테일에 대한 관심, 제스처의 정확성, 높은 기준, 장인의 탁월함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또한 오브제의 기능과 내구성, 오브제를 사용하는 고객의 삶을 어떻게 아우를지를 염두에 두는 일이기도 하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선보일 때는 어떤 공간에 놓일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시노그래피 작업을 했나.

    샬롯 시노그래피와 오브제는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오브제를 구상하기 시작할 때, 먼저 컬렉션에서부터 시작해 시노그래피에서 오브제의 적절한 위치를 찾아서 배치했다. 올해는 텍스타일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은 소재와 디자인을 결합해 컬러의 풍부함, 신선함, 기쁨을 표현하고자 했다.

    알렉시스 샬롯이 시노그래피를 디자인하고 어떤 재료를 사용할지, 그 부피감이 어떤 존재감을 줄지 구상할 때까지, 우리는 스튜디오 뭄바이(Studio Mumbai)가 디자인한 암체어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최종 세팅을 보았을 때, 암체어의 구성과 부피가 이루는 완벽한 조화에 놀랐다.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새롭게 느낀 흐름이 있다면.

    어느 때보다 더, 우리 모두가 집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안식처로 여긴다. 우리는 관능미, 집이 지닌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오래 지속되고, 또 고객이 오랜 시간 사용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오브제를 만든다. 그래서 이번 박람회에서 그들에게 올바른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가구는 밀도 있고 충만한 감성을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어떤 의미였는지 듣고 싶다. 그리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지금, 가구와 오브제는 피로한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

    가구는 그 나름대로 존재감이 있다. 오브제와 관계는 에르메스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다. 우리는 고객이 오브제와의 독특한 관계를 즐기고 구축하길 바란다. 1980년대 한 이탈리아 디자이너는 “가구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과 같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구는 매우 구체적인 존재감을 가지며, 우리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VK)

      에디터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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