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口)’를 주제로 신작을 발표한 작가 5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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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口)’를 주제로 신작을 발표한 작가 5인

2021-11-15T12:00:03+00:00 2021.11.15|

‘구(口)’를 주제로 작가 5인이 신작을 발표한다. 구 스테이크와 카라스 갤러리의 무경계 협업이다.

레스토랑은 미식뿐 아니라 오감이 만족되어야 하는 공간이다. 안락한 조도, 들어설 때의 냄새, 분위기에 어울리는 테이블 세팅,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돋우는 음악, 서버의 숙련된 움직임 등이 필요하다. 그 공간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작품까지 걸린다면 그곳은 앞에 나열된 조건에 합격한 곳이다. 레스토랑 구 스테이크(GOO STK)와 카라스갤러리(Kara’s Gallery)가 다섯 명의 작가(김안선, 이동욱, 최나리, 홍성준, 황혜정)와 협업을 진행한다. 카라스갤러리는 라운지 바, 카페, 호텔 등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공간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해온 갤러리다. 이번 협업은 단순히 공간에 그림을 거는 것이 아니라, 구 스테이크의 로고인 ‘입 구(口)’를 작가들이 해석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회화뿐 아니라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이며, 컬렉터에게 주목받는 블루칩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번 협업은 갤러리가 아닌 장소에서 예술 작품이 공간과 어우러져 대중과 소통하길 바랐어요. 방문하시는 분께 맛과 시각적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경험을 드리고 싶어요.” 배카라 카라스갤러리 관장의 설명이다. 구 스테이크의 김현석 대표는 본래 컬렉터다. 이번 전시에도 참여한 황혜정 작가를 비롯해 유망한 작가의 작품을 수집해왔다. 그는 “재미있는 작업이잖아요”라고 협업 이유를 밝혔다. “식당은 음식만 먹는 곳이 아니에요. 그 일환으로 공간의 취지에 맞는 새 작품을 만들고 선보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또 다른 공간에서도 전시를 기획 중입니다.” 전시는 서울 한남동에 자리한 구 스테이크 733(GOO STK 733)에서 12월 말까지 열린다.

Study Layers 15(Layers of the GOO STK), Acrylic & Korean Paper, 72.7×60.6cm, 2021.

홍성준

“한 겹 위에 응축된 세계의 환영을 탐색하는 작업부터, 겹겹이 쌓인 물감의 지층을 통해 레이어의 물성 자체를 드러내는 작업까지, 미술에서 레이어가 가진 다양한 함의를 탐색하고 있다. 회화(서양화) 작품의 기본적인 구성으로 사용되는 아크릴이나 유화물감의 텍스처가 아니라 한지를 사용해 캔버스 표피, 표면의 촉각성에 집중했다. 특별한 재료와 맛에 대한 레이어마저 한 폭의 캔버스에서 추상적인 의미로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Untitle, Acrylic on Canvas, 61×73cm, 2021.

최나리

“나의 회화는 상징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드러낸다. 풍요로운 식탁에 앉은 세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표정으로 음식을 먹을까? ‘구 스테이크’와의 협업인 만큼 메뉴를 레스토랑에서 실제로 제공하는 음식으로 그렸고, 배경의 정사각형 패턴 또한 레스토랑의 로고이다. 나의 그림에는 각지고 둥근 형태가 조화를 이루며 ‘화합’과 ‘평화’의 의미를 내포하는데, 사각형의 로고는 둥근 캐릭터, 음식 이미지와 대비를 이루며 시각 효과를 극대화한다.”

알레테이아, Oil on Canvas, 72x60cm, 2021.

이동욱

“밥상 공동체라는 말이 있다. 공동체는 어떤 가치나 이념을 공유하는 구성원의 모임이고 밥상에서 함께 식사하며 유대감을 형성한다. 입과 관련된 공동체의 필수 요소는 식사(존속)와 언어(소통)다. 언어가 날숨이라면 식사는 들숨이다. 구 스테이크의 구는 입의 구(口)다. 口(입 구)는 막힌 것이 아니라 그 공동체가 함께하는 이상적인 세계로 열려 있는 문이다. 먹는 것, 공동체 구성원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하는 것은 그 공동체의 유토피아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 이미지를 시각화했다.”

아홉 가지 이야기, Oil on Canvas, 72.7×60.6cm, 2021.

김안선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고 반대편에는 이야기를 나누듯 가까이 붙어 앉은 두 사람이 있다. 그 왼쪽으로 몸을 반쯤 돌리고 앉은 이의 셔츠 소매가 보인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에 동참하는 듯 입을 벌린 테이블과 그들 너머로 이야기를 듣는 아스파라거스 숲이 있다. 제목의 뜻은 구 스테이크 로고의 口(입 구)에서 동음이의어인 九(아홉 구)로 연결 지었다. 아홉이라는 숫자는 전설이나 신화, 전래 동화 등에서 많이 다뤄지는 숫자로 ‘아홉 가지 이야기’라는 이름은 관객이 그림 안에서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이름이었다. 우리가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맛을 상상하는 것처럼 그림 속 이야기도 다양하고 새롭게 상상해보길 바란다.”

Satisfying GOO, Pencil on Paper, 72.7×60.6cm, 2021.

황혜정

“구 스테이크는 하이엔드 음식을 추구한다고 느꼈다. 또 다감각적 만족감을 주는 공간이었다. 미각의 경험은 음식을 입으로 들이고 씹고 음미하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맛은 결국 입안 점막의 접촉으로 느껴지는 만족감으로, 미각과 더불어 촉각을 만족시킨다. 접촉의 욕망, 말하자면 만지고 만져지고 싶은 욕망은 가장 원초적이다. 입이라는 공간은 이러한 촉각적 욕망을 가장 완벽하고도 은밀하게 만족시키는 곳이 아닐까. 구 스테이크를 그런 곳으로 느꼈다. 입 구(口)가 연상되는 구 스테이크 로고를 바탕으로 촉각을 충족시켜주는 곳으로의 입구(入口)를 형상화했다. 입을 벌리고 있는 구(口)는 음식을 갈구하는, 촉각적 자극을 욕망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입체와 평면 두 가지 스타일의 ‘Satisfying GOO’를 통해, 직접 만지거나 촉각적 상상을 통해 인간 가장 밑바닥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입이자 입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