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 뉴스

별이 된 버질 아블로

2022.11.07

by 오기쁨

    별이 된 버질 아블로

    패션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2년간의 암 투병 끝에 41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Photographed by Sebastian Kim, Vogue, October 2015

    28일 아블로의 유가족은 성명을 통해 “아블로는 2019년 암 진단 후 치료를 병행하면서 패션, 예술, 문화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며 부고를 전했습니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겸 CEO는 “버질은 천재적인 디자이너였을 뿐 아니라 선구자였고, 아름다운 영혼과 지혜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 이민 1세대인 버질 아블로. 그는 패션을 제대로 공부한 적 없이 재봉사였던 어머니로부터 바느질을 배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학에서도 패션과 다른 길인 토목공학을 전공한 뒤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죠. 그런 그는 2009년 팝 스타 카니예 웨스트의 앨범 커버와 무대를 디자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아블로는 펜디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2013년 자신의 브랜드 ‘오프화이트’를 만들어 스트리트 패션에 활력을 불어넣었죠. 그는 오프화이트에서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창조성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한계를 두지 않았고 경계를 넘나들며 협업을 도모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죠. 나이키, 컨버스, 스투시 같은 패션 브랜드는 물론 바이레도, 리모와, 이케아, 모엣 샹동 등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도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그의 대담함에 마니아층이 더 많이 형성됐습니다.

    “자신의 스튜디오에 앉아서 다트를 던지며 그게 과녁에 명중하기만 기다리지 마세요. 여러분이 실제로 다트 판까지 걸어가면, 직접 다트를 과녁에 놓을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오프화이트의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디자인업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하지 않아요. 그냥 나 스스로가 두 세계에 완전히 몰두했죠. 그리고 난 패션업계에 오래 몸담은 사람이 아니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컬렉션을 만들어낼 만한 사치를 부릴 여유도 없어요.”

    2018년 3월 그는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루이 비통의 남성복을 이끄는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세계 패션 무대의 중심에 선 것. 그는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루이 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돼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해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했죠. 이후 그는 패션 그룹 LVMH의 루이 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렸죠. 인종의 벽을 넘어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패션을 통해 인종과 성별, 문화적 배경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 문제를 제기해온 아블로. 그는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기 위해 힘썼습니다. 2018년 파리 튈르리에서 열린 자신의 첫 루이 비통 쇼에는 3,000여 명의 패션 학도를 참석하게 했고, 자신의 고향 가나에서 스케이트보더와 서퍼를 지원했습니다. 2020년에 벌어진 전 세계적인 사회운동 ‘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 동참해 장학 기금을 출범시켰죠. 또 흑인 소유 기업을 위한 기금 마련과 지원을 위해 힘썼습니다.

    아블로가 세상을 떠나자, 많은 패션계 인사들이 SNS를 통해 그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모델 지지 하디드는 “사랑하는 친구 버질 아블로의 죽음에 가슴이 아프다. 그의 친절함과 활기 넘치는 관대함은 늘 인상적이었다”며 슬퍼했고, 모델 헤일리 비버 역시 “버질은 스트리트 스타일과 패션을 바라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었고, 그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은 늘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며 애도를 표했습니다. 

    Photo by Anton Corbijn

    스트리트 웨어에서 출발해 획기적으로 경계를 허물며 패션계를 이끈 버질 아블로. 세상은 앞으로도 그를 현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로 기억할 겁니다.

    에디터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포토
    Sebastian Kim, Anton Corbijn,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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