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는 왜 계속되어야 할까?

Fashion

패션쇼는 왜 계속되어야 할까?

2021-11-29T22:38:17+00:00 2021.11.30|

마크 제이콥스는 팬데믹 기간에 패션쇼를 중단했다. 그런 뒤 어마어마한 양감과 함께 복귀했다. 그가 패션쇼는 왜 계속되어야 하는지 <보그>에 조언했다.

“잃었던 뭔가를 되찾으면 정말 특별해지기 마련이죠.” 마크 제이콥스가 2021 A/W 컬렉션에 대해 말했다. 로고 모자에 장갑을 착용한 루크와 저지 드레스 차림에 V형 발라클라바와 베이스볼 캡을 쓴 아마르.

지난 20개월은 분명 패션쇼 측면에서 뜻밖의 시간이었다. 한때 세계적인 패션 중심지에서 새로운 시즌 룩으로 꾸미고 패션쇼 앞줄에 앉아 있던 패션계 인사들이 이제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소파에 앉아 세상 사람들이 실제로 절대 입지 않을 허깨비나 다름없는 옷을 지켜보지 않았나! (봉쇄령으로 어느 때보다 생활이 힘들었고, 이와 더불어 팬데믹으로 인해 패션계의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 이는 온라인 패션쇼가 고의적으로 무시하던 총체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말았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 또는 패션 영상 만드는 것을 지켜보며 ‘절대 저렇게는 할 수 없어. 저런 상태에서는 내 진심을 담을 수 없어’라고 생각했죠.”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가 그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지난해 초 컬렉션을 생중계로 안전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느낄 때까지 새 컬렉션을 디자인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뒤 많은 것을 내려놓고 한발 물러서 있었다. “제 ‘선택 전달 체제’는(정신과 의사로부터 들은 표현입니다) 관객에게 런웨이 쇼를 보여주는 겁니다. 에너지 그리고 희로애락의 정서를 옷에 서서히 주입하는 컬렉션 과정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으니까요.”

마크의 세상 속 정황을 보면 그 결정은 완벽하게 일리 있다. 그는 자기 작품을 세상에 발표하는 장관의 무대에 오래 마음을 쏟아왔다. 게다가 그의 컬렉션은 주로 개인적인 것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반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컬렉션은 늘 어느 정도 ‘자전적’이라고 그가 말했다. 제이콥스에게 의상 디자인은 일 이상이다. 그는 이에 대해 말하면서, 그것이 신념 체계의 주춧돌로서 인맥 궤도(마일리 사이러스부터 그의 디자인팀까지)의 사람들 사이에 촉발한 담론을 언급했다. 그는 뉴욕 머서 호텔에서 혼자 격리 생활을 하던 팬데믹 초기에 화려한 옷을 차려입고 유튜브 메이크업 강좌를 듣고 머리에 두건을 쓴 채 방 안을 느릿느릿 걸어 다니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때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옷을 사진으로 담아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기도 했다. 주로 애슬레저로 꼼꼼하게 구성된 룩이 많은 입소문을 만들어냈다. “세상 전체를 무대라고 치면 거기서의 정체성은 다름 아닌 옷입니다.” 그가 줌을 통해 말했다. “제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제 옷을 입기로 했습니다. 정체성의 형성은 정신 건강에 중요하니까요.”

이번 시즌에 제이콥스의 런웨이 복귀는 최근 그의 경험이 농축된 것이었다. 그의 테라피스트와의 대화(머서 호텔에서 지내는 동안 주 3회)가 패션계에서 수십 년간 지속된 커리어에 대한 재정비의 시작점이 됐다. 그것이 효과적인 것, 효과적이지 못한 것, 사랑하는 것, 내려놓고자 하는 것, 가치, 중요성과 의미를 지닌 것을 깊이 생각하고, 재평가하고, 가슴으로 느끼고, 전체적으로 자세히 살필 기회가 된 것이다. 현실적 차원에서, 그의 비즈니스는 본의 아니게 ‘다운사이징’됐다. 자금이 타이트했던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사무실 벽에 이번 시즌 예산을 적어놓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미학적 측면에서 제이콥스는 팬데믹 기간에 경험한 감정의 일부를 포착해 그것을 옷으로 해석해내려고 애썼다. “대부분 움직임에 관한 것을 포착했습니다. 필수적인 것에 관한 것이었죠.” 그의 팀이 봄에 사무실로 복귀했을 때(그들은 2미터가량 떨어져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일했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한 장갑과 스카프뿐 아니라 보호막이 되는 칼하트 재킷과 패딩을 보며 우리 일상에 활동복이 깊게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새로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마크는 팀원들의 일상 룩을 개선할 방법을 고민했고 후디의 완벽한 암홀을 고안하려고 애쓰면서 우아한 저지 드레스의 드레이프를 수정하며 몇 주를 보냈다. 푹신한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 놀라울 정도로 화려해 보이는 초현대적 실루엣과 과도하게 부풀린 외투 덕분에 꾸뛰르 감성이 감돌았다(겉보기에 간결한 의상의 안감은 알파카였다. 그것은 옵아트(Op Art,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미술 양식)의 인타르시아 위에 동그라미가 층층이 쌓여 있거나 반짝이는 동그라미를 조각조각 붙인 튜닉처럼 보였다). 제이콥스는 피에르 가르뎅이 지난해 작고한 후 그에 대해 연구하며 받은 영감으로 의상을 탄생시켰다. “결국 저는 절대 반짝반짝 빛나는 제 드레스를 빼지 않았죠.” 그가 웃으며 말했다.

지난해 작고한 피에르 가르뎅을 오마주한 컬렉션에는 옵아트 감성이 많이 녹아 있다. “저는 ‘그가 정말 혁신적이고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제이콥스가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스트라이프 패딩 재킷에 저지 드레스를 입은 조던과 아마르.

마크는 지난 6월 에디터, 친구와 가족을 초청한 자리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발표했고 휴대폰과 삼각대 등 로파이(Lo-fi) 툴킷을 사용해 인스타그램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세상에 공개했다. 두 가지 극단적인 면을 합친 패션쇼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단단히 둘러싼 모델들이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사운드트랙에 맞춰 무대로 걸어 나왔고, 몸을 감싸던 의상을 벗어, 야광 드레스, 실크 장갑과 농구 모자, 모자 달린 골이 진 보디수트 등 편안함과 매력적인 우아함의 혼합체를 보여줬다. 예전보다 관객이 적었지만 그것은 빛나는 스팽글과 함께 담요처럼 헐렁한 옷 등을 통해 마크 제이콥스에게 내재된 눈부시게 아름다운 드라마를 담아내는 동시에 세상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이런 이유로 이 패션쇼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초대장 RSVP뿐 아니라 백신 접종 확인서를 지참해야 했다.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가볍게 느끼고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는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고 있죠. 비포와 애프터가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사안이 아니거든요.” 그가 지적했다. “사람들은 광란의 1920년대 Roaring ’20s에 대해 말하면서 ‘모두가 외출해서 열광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뭘 입고 싶어 할까?’를 묻고 있죠. 그렇지만 그건 진심에서 우러난 대화처럼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저는 분명 사람들이 다시 이브닝 웨어를 입고 싶어 할 것 같아요. 그러나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입시다. 그것은 누군가가 조명 스위치를 다시 ‘껐다, 켰다’ 하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마찬가지로 그가 올 스톱해야 했던 동안 깊이 재검토한 상업적 인프라가 그 브랜드의 새로운 매출 모델을 분명히 보여줬다. 즉 이번 컬렉션은 버그도프 굿맨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맞춤 주문 방식으로만 구매 가능하다. “우리는 진귀하고 가치 있게 느껴지는 뭔가에 대한 생각으로 회귀하고 있어요.” 제이콥스가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그 백화점에 쇼핑하러 간 뒤부터 늘 그곳에 빠져 있다. “제 생각에 아름다운 이브닝 드레스가 싸구려 행어에 걸린 채 판매대에 눌려 있는 것을 보는 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그것은 의류 생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 수준으로 줄여줄 것이다. 일반적으로 폐기되는 패브릭과 옷도 이 새로운 접근법에 의해 엄청나게 감소된다. “마크는 늘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어떤 감성을 지닌 듯한 보기 드문 아티스트입니다.” 린다 파고(Linda Fargo)가 말했다. 그녀는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상무로 패션 부문과 매장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하고 있다. “지금은 일반적 추측과 현재 상황에 대해 수집할 시기가 아닙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모두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죠.”

제이콥스의 올 가을 겨울 패션쇼 프로그램 노트에 그런 내용을 완벽하게 담았다. “헤아릴 수 없는 손실, 외로움, 공포,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겪은 뒤, 가장 사랑하는 것을 향해 돌아가는 여정에, 나는 창의성이 존재에 왜 그렇게 중요한지 떠올리게 됐다. 지난 1년 반에 걸쳐, 우리가 무엇을 잃었으며 무엇을 얻었는지 총체적이면서 개별적으로 고심했기를 바란다”고 그가 적었다. “저는 사람들이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상관없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잃었던 뭔가를 되찾으면 정말 특별해지기 마련이죠.”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팬데믹 이후의 옷차림뿐 아니라 팬데믹 과정에서 배운 것을 경시하지 않고 전진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아주 사려 깊게 갖추고 정말 멋지게 옷을 입은 채 우리가 그렇게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은 미래를 더 희망차게 만든다. (VK)

“우리는 진귀하고 가치 있게 여겨지는 뭔가에 대한 생각으로 회귀하고 있죠.” 버킷 햇을 쓴 에덴은 로고 재킷에 랩 스커트를 입고 양말과 신발을 신었다. 루크는 로고 레깅스에 장갑, 모자를 갖추고 신발을 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