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시장에서의 ‘딥페이크’ 기술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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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시장에서의 ‘딥페이크’ 기술 사용법

2021-12-01T14:47:37+00:00 2021.12.02|

기술 범죄의 온상과 뷰티 마케팅의 미래.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몸집을 불려가는 괴물의 실체.

바람에 흩날리는 긴 생머리와 가녀린 몸 선. 그 고루하고 구시대적인 청순가련함을 나는 한때 소망한 적 있다. 포기가 훨씬 빠르고 쉽다는 사실을 깨우치고도 이미 한참이 지난 시점, 태어나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그 이미지는 바로 내 휴대폰 안에서 실현되었다. 그렇게 변신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초. 앱을 다운로드하고 이목구비가 제대로 나온 ‘셀피’를 업로드하자 마법 같고도 기괴한 일이 벌어졌다. 평소에는 절대 입을 리 없는 딱 달라붙는 옷을 입은, 누군가의 늘씬한 몸과 얄팍한 얼굴형 안에 내가 합성된 짧은 영상 한 편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본다면 그냥 존재하는 사람처럼 보일 만큼 딱히 어색하거나 이질적인 느낌조차 없다. 친구와 보면서 재밌다며 웃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모골이 송연해졌다.

‘얼굴 바꾸기 앱’으로 지칭되는 이 유희성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된 기술은 이름하여 ‘딥페이크’. 음성이나 얼굴 인식, 사물 감지 등 인공지능적 기계 학습법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 이해되지만 사실 이 기술의 어원에는 부끄러운 과거사가 있다. 때는 2017년 말, 소셜 뉴스 웹사이트 레딧(Reddit)에서 누군가가 딥 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연예인의 사진으로 선정적인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 게시자의 닉네임은? 이쯤에서 예상해볼 수 있듯이 ‘Deepfakes’.

탄생이 그러했듯 딥페이크 기술이 주로 활용된 분야는 음지였다. 음란 영상의 주인공에 유명 인사의 얼굴을 합성하는 것도 모자라, 일반인까지 이 성범죄의 표적이 되면서 ‘지인 능욕’이라는 참담한 사회문제가 따랐다. 그 밖에도 정치인의 영상이나 신종 피싱 기술에 이용되며 정신적 고통을 겪는 피해자를 양산해 논란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하루가 다르게 정교해지는 딥페이크는 무조건 근절하고 박멸해야 할 위험한 기술일까? 그 뿌리를 뽑는다고 시원하게 뽑히긴 할까?

딥페이크의 등장 직후, 독일의 이커머스 플랫폼 ‘잘란도(Zalando)’는 카라 델레바인을 모델로 무려 29만 개의 각 지역별 광고를 제작해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의 표정 몇 가지, “I like it!”을 외치는 목소리만으로 언어별, 브랜드별로 제각각 다른 클립을 만들어낸 것이다. 데이비드 베컴이 출연해 말라리아의 위험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은 그가 직접 9개 국어를 구사하는 듯한 버전으로 엄청난 바이럴을 기록했다. 그 후 기술은 한층 고차원으로 접어들며 코로나 이후 한동안 공백기였던 패션 위크가 ‘딥페이크 런웨이’라는 신종 패션쇼로 탈바꿈했다. ‘Clones’라는 제목의 발렌시아가 2021 S/S 런웨이는 딥페이크 기술과 3D 모델링 기술로 제작되었다. 옷을 입고 런웨이를 걷는 여러 명의 모델은 사실상 단 한 명! 브랜드의 뮤즈이자 아티스트 엘리자 더글라스(Eliza Douglas)의 얼굴을 컬렉션의 모든 옷에 합성한 결과다. 쇼를 직관하는 관객 또한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디스토피아가 배경인 SF영화처럼 느껴지지 않나? 소셜 미디어 안에서는 놀이가 되고, 바이럴 효과가 뛰어난 광고 마케팅의 일환으로 딥페이크는 이토록 무섭게 고공 행진 중이다.

그렇다면 뷰티 월드의 인공지능 실태는 어떤 상황일까? 무엇보다 빠르고 대중적으로 도입된 기술은 ‘얼굴 인식’이다. 피부와 이목구비, 심지어 진피층까지 파고들어 분석하는 AI 기술은 얼굴 위에 직접 테스트하지 않고도 어울리는 화장품을 매칭한다. 이 신기술이 백화점 매장,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으로 도입됐을 때만 해도 우리는 화장품 구매와 활용 방식이 재편될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실물만큼 컬러나 텍스처 구현이 정교하지도 않고, 그 필터를 적용한다고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아 성장은 기대 이하다. 이제는 흔하디흔한 AI 필터 외에는 뷰티 비즈니스에서 인공지능의 다음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 가운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딥페이크는 뷰티 브랜드의 광고 마케팅을 ‘넥스트 레벨’로 이끌 것이다.

핵심은 커스터마이징된 경험을 무엇보다 정교하게 제공한다는 것. “넷플릭스는 영화나 TV 시리즈의 시청 패턴을 바꿔놓았죠. 그다음은 뭘까요? 우리는 시청자가 직접 영화 캐릭터가 될 차례라고 봅니다.” 얼굴 바꾸기 애플리케이션 ‘리페이스(Reface)’의 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아나스타샤 마루셰브스카(Anastasiia Marushevska)의 설명이다. 얼굴과 음성을 합성하는 딥페이크는 내가 광고 주인공이라도 된 듯 컬렉션을 관람하는 것처럼 보다 정교하고 생생한 콘텐츠를 만든다. 향수를 뿌리고 립스틱을 바르는 광고 모델이 내가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유튜브에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됩니다. 틱토커들은 뮤비에 자신의 얼굴을 입히고,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죠. 100만 가지 콘텐츠가 재창출되는 거예요”라며 아나스타샤는 덧붙인다. 할리우드 CG 같은, 단 몇 분 만에 모든 것이 가능한 기술이 따르기 때문이다.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 총책임자 매튜 드링크워터(Matthew Drinkwater)는 “광고 콘텐츠가 개인화될 경우 소비자는 더 연관성을 느낍니다. 업계는 이를 널리 사용할 실제적인 적용 방법을 찾고 있죠”라고 딥페이크 마케팅이 미칠 긍정적 영향을 말한다. 상품이 개인 정체성의 확장이라고 여길 때, 사람들은 더 많이 소비하고,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주위에도 이를 정당화한다는 사실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도 등장한다. 자신의 피부 톤이나 얼굴형에 어울리는 화장품을 선택하기보단 구매 과정을 하나의 ‘놀이’로, 또 다른 디지털 자아를 만드는 것에 익숙한 Z세대에게는 더없이 통할 만한 방법인 것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무한한 재창출을 이룩할 수 있으니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스타들에게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브랜드 입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발렌시아가의 딥페이크 패션쇼를 기획하고 제작한 뎀나 바잘리아는 다소 부정적인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이제 필터를 통해 세상을 봅니다. 본연의 것과 변형된 것, 진품과 가품, 사실과 허구가 구별되지 않는 디지털 세상에서 창출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요?” 그로 인해 쇼의 모든 것이 ‘가짜’가 아닐지 의심되지만, 그는 확신에 찬 한마디를 던진다. “옷은 ‘진짜’입니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 만든 결과물이죠.”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