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감정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
심신의 안정을 위한 보조제부터 피부 고민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심리 치료사까지. 이 모든 것이 실현 가능하다면 그토록 바라던 평안이 찾아올까?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은 아마 흔치 않게 찾아오는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중일 것이다. 휴대폰 알림은 꺼둔 채 편하게 소파에 기대앉아, 거의 젠(Zen)에 가까운 상태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일상에서는 이런 순간을 자주 갖기 어렵다. 영국 정신건강협회(Mental Health Foundation)에 따르면 성인 74%가 지난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었으며, 스트레스에 압도되거나 이를 조절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현대인의 삶과 우리가 이를 헤쳐나가는 방식은 만성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투쟁-도피 반응: 심박수와 혈압이 상승하고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급격히 분비되며 각성도가 높아짐)과 매우 유사하다. 스트레스 대응이 너무 잦은 탓에 부교감신경계(우리 몸이 쉬는 동안 소화를 담당한다)가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완전히 스위치를 끄는 순간이 없이 계속 각성 상태인 듯한 기분이다.
장시간 근무부터 끝없는 소셜 미디어의 자극 등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번아웃처럼 무기력한 기분이 들거나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가슴의 두근거림, 숨 가쁨, 두통, 긴장감 등의 증상이 느껴진다면,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거나 잠드는 게 어렵다면, 당신도 지금 수많은 현대인처럼 만성 스트레스를 겪는 중일 수 있다.
침술 전문가 로스 J. 바(Ross J. Barr)는 그에게 찾아오는 많은 환자 중 이런 ‘현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비율이 1년 전 20%에서 80%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몸이 불안을 느끼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더 많이 분비합니다. 옛날부터 인간이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피할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죠. 그러나 이런 시스템이 너무 오래 활성화되면 지나친 걱정에 잠식되거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지 못하게 됩니다.” 로스 J. 바의 설명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극도로 많이 분비되면, 일례로 넷플릭스를 보면서도 가만있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하는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지금 하는 일 외에 항상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할 듯한 기분을 느끼는 거죠.”
이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면, 이처럼 몸속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피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코르티솔 증가는 염증 발생의 원인이 되는데, 이는 여드름과 발진 등 다양한 피부 질환의 주범이다. 정신피부학 전문의 알리아 아흐메드(Alia Ahmed)는 “피부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 중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있는데, 스트레스 반응은 이런 성분의 생성과 분해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아흐메드가 운영하는 클리닉에도 건선, 습진 등 스트레스 관련 피부 질환으로 내원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아흐메드는 이런 질환 치료를 위해 여러 심리 치료사와 협업해 우리의 감정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심리 치료사 샬롯 퍼거슨(Charlotte Ferguson)이 설립한 ‘디사이플(Disciple)’은 아답토젠(스트레스 영향을 상쇄하는 효과를 지닌 허브) 성분이 가득한 항염 스킨케어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정신피부학 전문의들이 만든 ‘로움(Loum)’에서는 편안한 향과 진정 효과를 지닌 성분을 통해 혼란스러운 스킨케어 루틴에 평화를 가져다줄 거라 자부한다. 무려 13년의 개발 기간을 거친 ‘드 마미엘(De Mamiel)’의 ‘퍼스트 픽스 스트레스 리스폰스 세럼(First Fix Stress Response Serum)’은 스트레스로 지친 피부에 수분을 공급하고 회복을 촉진한다. 끝내주는 향은 물론, 제품의 아로마테라피 효과는 그야말로 최고다. 저녁 시간 여유로운 페이셜 마사지에 사용하거나 호흡 요법도 곁들여 긴장을 풀어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불안감을 잠재워줄 제품이 곳곳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관련 보조제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 누 코(The Nue Co.)’에서 내놓은 ‘디스트레스 360(Destress 360)’은 아답토젠, 아슈와간다와 함께 아연, 감초 뿌리, 비타민 C를 첨가해 심신의 긴장도를 조절할 수 있는 포뮬러를 사용한다. “에너지나 소화 기능을 비롯해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저하되는 다섯 가지 신체 기능을 보조합니다.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 될 거라 확신해요.” 설립자 줄스 밀러(Jules Miller)의 말이다. 로스 J. 바 역시 최근 ‘아드레날 캄(Adrenal Calm)’이라는 보조제를 출시했는데, 강장 효과가 뛰어난 로디올라와 비타민 B6가 함유돼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느라 피로가 쌓인 부신에 도움이 된다. ‘제이에스헬스(JSHealth)’의 ‘불안 & 스트레스(Anxiety & Stress) 캡슐’ 또한 아슈와간다와 시계꽃 추출물로 신경 안정 효과가 있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때론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첫째, 매일 몸을 움직일 것. 명상이나 마음챙김, 호흡 요법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균형 잡힌 식사와 적당한 휴식도 잊지 말자. “모든 것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휴대폰을 끄고 종이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세요.” 로스 J. 바의 조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패배나 게으름의 상징으로 여기지 마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시간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일 수 있으니까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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