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 올리버, 유일무이한, 지금 그리고 미래의 패션이 돌아왔다
2016년 셰인 올리버(Shayne Oliver)가 뉴욕에서 연 ‘후드바이에어(Hood By Air)’ 2017 S/S 쇼를 기억하는지? 폰허브(Pornhub)의 후원을 받아 오르가슴 소리를 배경으로 전개한 쇼는 충격적일 만큼 새로웠다. 그 후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고, 오랜 휴식을 끝낸 셰인 올리버가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패션계를 열광시키는 그의 능력이다. 아르카(Arca, 베네수엘라 출신의 뮤지션 알레한드라 헤르시 로드리게스(Alejandra Ghersi Rodríguez))의 신곡 공연과 함께 지난밤 더 셰드(The Shed)에서 그가 선보인 새 컬렉션 쇼에서 다시 한번 증명했듯 말이다.
뿌연 연기, 임시 구조물, 조각물 사이로 올리버가 단상 위에 녹여낸 결과물을 어떻게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2010년대 중반부터 그의 여정을 지켜봐온 나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작품 세계는 더 멋지다고 확신한다. 패션 피플, 예술계 유명인, 헌터 샤퍼(Hunter Schafer), 에반 모크(Evan Mock) 같은 셀러브리티, 과거 후드바이에어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루아르(Luar)의 라울 로페즈(Raul Lopez)와 집시 스포츠(Gypsy Sport)의 리오 우리베(Rio Uribe)가 올리버가 창조한 세계를 함께 항해했다. 그리고 쇼가 끝난 직후 몇몇 사람이 내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왔다. “천재다” “아주 매력적이다” “무례하다” “너무 길다” “보기 힘들었다” “우아!”… 다채로운 감상평이었다. 그로부터 12시간 후인 지금도 나는 모델들이 걸쳤던 핫한 옷과 팻 맥그라스의 근사한 플로럴 메이크업을 계속 되새긴다.
패션계는 때때로 쉽고 뻔하다. “이번 컬렉션은 ‘근사하고 외진 여행지’로의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하지만 올리버의 작업은 단순한 설명 그 이상이다. 그는 패션, 음악, 문화, 퍼포먼스, 예술을 한데 모아 쌓아 올리고, 광대하고 화려한 인맥을 활용해 이를 현실로 만들어낸다. 후드바이에어는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비교적 명료한 컨셉이었다. 패션계는 이를 스트리트 웨어라 부른다.
쇼가 끝난 후 백스테이지에서 마주한 그의 모습은 차분하고 당당하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그가 입은 옷부터 그런 분위기가 스며 나왔다. 쇼의 시작을 알린 블랙 룩(Black Toile)은 크리스털로 빛났고, 가장 괴이하고 가장 육감적인 신체 부위를 드러내는 디자인이 특징이었다. 총 12가지로 선보인 룩은 그의 첫 셰인 올리버 컬렉션(추후 전 라인 론칭 예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텔파 클레멘스(Telfar Clemens), 어그(Ugg), 아티스트 벤자민 랭포드(Benjamin Langford, 이번 컬렉션에 그의 플로럴 일러스트를 잘라서 장식했다)와의 콜라보레이션 피스도 포함한다. 각각의 블랙 룩은 아르카와 협업한 웬치 뮤지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올리버가 작곡한 음악과 맥을 같이한다. 이들의 새 앨범은 곧 발매될 예정이다. 개별 런웨이 룩은 싱글곡과 연결되고, 해당 트랙의 커버 아트가 된다. 쇼의 마지막 주인공이었던 플라워에 관해 올리버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하나의 부케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알레한드라와 제가 추구한 것이에요. 이 노래는 우리의 선물, 우리가 건네는 꽃다발이죠.” 또한 어스이터(Eartheater)의 마지막 공연과 함께 펼친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는 하나의 뮤직비디오였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피지털(Phygital), 전통적 런웨이로 가득했던 한 해를 보낸 지금, 올리버의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는 패션계가 원하는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비록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 세계의 광대함과 독창성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그리고 쇼가 1시간 반이나 지연된 것에 짜증 난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과거가 미래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면, 지금 그가 전개하는 것은 2년 후 우리 모두가 동경하는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이는 후드바이에어가 늘 겪어온 일이다. 거대한 패션 대기업이 올리버의 아이디어를 베끼는 관행에 그는 그리 개의치 않는 것 같지만.
그러나 그는 패션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 아웃사이더 가운데 최고 인사이더이며,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디렉터, 리테일러,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쇼퍼들이 열광하는 디자이너임에도 불구하고 올리버는 정해진 패션의 룰을 따르는 이들과 동일한 지위나 무조건적 칭송의 주인공은 되어본 적 없다. “뉴욕에서 일반적으로 작품을 전개해나가는 것 그리고 이 도시가 보통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생각하면 약간 떨립니다.” 그가 덧붙였다. “(2010년대 후드바이에어의 전성기에도) 늘 언더그라운드 디자이너로 여겨지는 것이 정말 힘들었어요. 그리고는 매 시즌 베스트 패션쇼 톱 3에 들었죠.”
그는 패션계의 전설적 인물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했다. 런웨이 쇼를 판타지, 야심을 바탕으로 전개하는 갈리아노나 고티에와 달리 올리버는 현실을 표현한다. “제 작업은 뉴욕에서 살아가는 실제 사람들을 훨씬 더 기반으로 합니다.” 그의 말이다.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 말이에요. 이런 리얼리티는 제 옷에 생명을 깃들게 하죠.”
괴상해 보이기까지 한 긴 부츠는 모델의 어색한 걸음을 부추겼다. 계단에서 구조물 단상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최소 한 명 이상의 모델이 비틀거렸다. 웃음이 나오는 풍경일 수도 있지만, 늦은 밤 무거운 가방을 들고 뉴욕이라는 도시를 터덜터덜 걸어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그 구부정한 걸음걸이가 몹시 친숙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군중 틈에서 다양한 길로 걸어 다니는 모델들의 모습 역시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었다. 마치 오후 6시 브루클린의 그랜드 아미 플라자(Grand Army Plaza) 지하철역과 같은 풍경, 혼돈 그 자체였다.
혼돈은 새 컬렉션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듯하다. “모두가 극단적으로 편집된 취향을 보여주는, 기묘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는 말한다. “누구도 더듬거리지 않죠. 제가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이거예요. 좀 어설프면 어때? 정말 근사한 것도 환영하는 동시에, 결함도 기꺼이 껴안자는 거예요.” 그의 이런 시각은 1990년대 안티 패션의 거물 마르탱 마르지엘라와 라프 시몬스와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안티 패션은 너무나 유명하죠. 안티 패션을 만든 이들은 이제 전설이 되었지만, 과거 패션계가 그들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그들의 쇼를 얼마나 경멸했는지 사람들은 말 그대로 까맣게 잊은 듯합니다. 사람들은 마르지엘라를 싫어했어요.” 그의 말이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조심스럽게 고른 단어를 그가 꺼냈다. “이제 그런 관행은 그만할 때입니다. 소통에 적합하고, 당대의 맥락에 맞는 패션을 선택하자는 거예요.”
셰인 올리버의 세계는 지금 바로 이 순간과 확실히 어울린다. 그리고 힘차게 나아가는 그의 작품은 당분간 그 속도를 유지할 것 같다. “이런 현상이 더 많이 일어나는 시대를 꿈꿔요. 패션 위크는 전부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관객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작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하거나, 너무 많이 드러내는 것에는 다소 조심스러워 보였다. “흐름을 거스르는 일을 벌일 때마다 나 자신을 과도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는 피식 웃더니 손에 사케 한 병을 들고 구름 떼처럼 몰려드는 팬들 사이로 홀연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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