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을 느낀 당신을 위한 묘책 6가지
흥미 감소, 의욕 상실, 무기력증, 인지능력 저하, 감정 소진, 신체적 피로…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번아웃’.
“직업 관련 현상(Occupational Phenomenon) 중 하나로 직장에서 받는 만성적 스트레스를 조절하지 못하는 현상.” WHO는 번아웃(Burnout)을 이렇게 정의한다. “예전엔 대면 서비스를 하는 사람만 겪는 증상이라 여겼지만 요즘엔 거의 모든 직무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증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문화 역사가이자 <피로: 역사(Exhaustion: A History)>의 저자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Anna Katharina Schaffner)가 말했다. 물론 번아웃을 더 쉽게 느끼는 직군도 있다. 교사나 의료 종사자에게 번아웃은 항상 직업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코로나19로 그런 위협은 더 커졌다. “늦게까지 야근하고 일찍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번아웃에 빠지는 거죠.” <#쉼: 일에서 벗어나 삶을 즐겨라(#Chill: Turn Off Your Job and Turn On Your Life)>의 저자이자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브라이언 로빈슨(Bryan Robinson) 박사가 말했다. 그는 번아웃이 스트레스의 한 형태이긴 하지만 차이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관리법은 있지만 번아웃은 아니에요. 관리가 안 되어 누적된 스트레스 때문에 생겨나는 것으로 완전히 다른 종류죠. 번아웃이 한번 찾아오면 긴 휴식을 갖거나 일을 천천히 하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걸로는 빠져나올 수 없어요.” 간단히 말해 번아웃은 ‘휴식으로 치유할 수 없는 극도의 피로를 느끼는 증상’이다. 끊임없이 지쳤다는 느낌을 받는 이 증상은 여러 파급효과를 미친다. “번아웃이 오면 자신의 성과나 능력을 의심하고 일의 가치를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직장 동료, 고객처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나 내가 몸담은 직장 자체에 분노를 느끼기도 해요.” 샤프너가 말했다.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거나 집중을 잘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일을 미루거나 상황에 맞지 않는 전위 행동(Displacement Activities)을 하기도 하죠. 심지어 신경쇠약에 걸리거나 직장에서 일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해요.”
너무나 극명하게도 팬데믹으로 집에 고립된 사람들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개인 생활과 직장 생활, 일과 쉼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졌죠.” 샤프너가 설명했다. “직장과 집을 구분해주던 통근이 사라지고 같은 공간에서 모든 걸 하게 됐어요. 일이 우리 삶을 파고들기 쉬워진 셈이죠.” 팬데믹으로 친구들이나 사회 생활로부터 단절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줌으로 연락할 순 있지만 온종일 컴퓨터 화면 앞에서 보냈기 때문에 또 화면을 통해 교류하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에요. 많은 이들이 ‘줌 번아웃’도 겪고 있죠.” 아플까 봐 무섭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뒤처질까 봐 걱정하고, ‘팬데믹 자세(Pandemic Posture)’라는 신조어까지 나오는 요즘 상황 때문에 급격히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로빈슨 박사는 강조했다.
또 많은 워킹 맘이 평소처럼 혹은 평소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 아이들까지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를 두 배로 받고 있다. “하루 동안 처리해야 할 일의 양은 그대로인데 이제는 동시에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는 거죠. 수학적으로 따져봐도 그렇고 실제로도 잠도 더 자고 스스로를 돌볼 시간을 찾는 게 불가능해졌어요.” 심지어 정신 소모까지 크다. “일과 아이들 교육과 양육 모두에서 실패하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끝없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죠. 많은 여성이 팬데믹 시대에 극심한 번아웃에 빠지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에요.” 샤프너가 말했다.
안타깝게도 번아웃을 빨리 극복하는 방법 같은 건 없다. 특히 우리가 요새 겪는 극심한 번아웃의 경우엔 더 그렇다. 하지만 완연한 봄, 새로운 목표를 세우려는 의지가 공존하는 지금이야말로 번아웃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기엔 최적의 타이밍이다. 여기 ‘번아웃’을 느낀 당신을 위한 여섯 가지 묘책이 있다.
경계를 확실히 구분하라 요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 유난히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경계를 만들길 포기해선 안 된다. 거절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거절하고 나만의 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자. 퇴근하면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거나 업무 관련 전화를 받지 않는 것만으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이메일과 휴대폰을 확인하는 것만큼 휴식을 해치는 건 없죠. 끊임없이 업무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다른 곳으로 생각을 돌리기도 힘들어지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됩니다.”
나를 최우선시하라 번아웃을 피하거나 번아웃에서 벗어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 있다. 바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다.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 있다면 산책을 하거나 독서, 그림 그리기, 베이킹, 요리, 스포츠 등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도 있죠.” 샤프너가 설명했다. “나만의 재충전 방법을 알아야 해요. 그건 사람마다 달라요. 내향적인 사람이냐 외향적인 사람이냐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균형을 찾아라 “일하는 동안 화면 앞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저녁이나 주말엔 다른 걸로 재충전하는 게 좋아요. 단, 누워서 휴대폰 사용하는 건 금지!” 샤프너가 말했다. 새로운 걸 시도하거나 배우기, 새로운 주제에 대해 알아보기, 새로운 장소 가보기, 새로운 사람 만나기 등 선택은 다양하다.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이 흔들리는 걸 막아줄 소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라 업무 시간에 잠깐의 휴식을 취해보길. “최근 연구에 따르면 5~10분간의 휴식이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해요. 일어나 창밖도 한번 보고, 간식도 먹고, 잠깐 밖에 나가 바람도 쐬고 한 바퀴 걷고 오는 거죠.” 로빈슨 박사가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5분 미만의 자기 돌봄 시간을 갖길 권한다. 나를 충만하게 하는 생각과 명상을 하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대신 지금 그 순간에 집중하는 거예요. 새들의 지저귐이나 길가의 자동차 소리 등 들을 수 있는 모든 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거죠. 단 5분, 아니 3분만이라도 주변을 둘러보고 공기를 음미하며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을 느껴보세요. 숨을 깊이 들이마셔봐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피로도 줄고 소화 기능도 좋아집니다.”
필요하면 도움을 구해라 스트레스 관리가 번아웃을 피하는 데 중요하기에 상담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른 방법을 시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면? 지금 내 상태를 파악하고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 찾기를 도와줄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보자.
관점을 바꿔라 “물론 스트레스를 조절하거나 더 나은 휴식을 취하고 스스로를 돌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기운을 금방 차릴 수 있는지, 여가 시간에 요가를 얼마나 자주 하는지와 상관없이 우리를 번아웃으로 몰고 가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요.” 샤프너가 설명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나눠보는 것이다. 관점을 바꿔보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속한다. “관점의 전환을 시도하는 거예요.” 로빈슨 박사의 조언이다. “주변의 스트레스 요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거죠. ‘이걸 어떻게 나에게 좋은 방향으로 써먹을 수 있지?’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어떻게 하면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거죠.” 그는 이러한 ‘관점 바꾸기’를 카메라 렌즈를 줌렌즈에서 광각렌즈로 바꾸는 것에 비유했다. “스트레스를 곧바로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어요.” 로빈슨 박사는 자신을 찾는 환자들에게 ‘관점 넓히기’를 권한다. 온 우주가 나를 위협해도 그 안에서 얻을 만한 게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우리가 늘 간과하는 것이 있다고 로빈슨 박사는 주장한다. “우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를 ‘외상 후 성장’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많은 연구가 역경 속에서 의미를 찾을 때 더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거든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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