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에서 만난 내 인생 최고의 디저트_#탐식과 미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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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에서 만난 내 인생 최고의 디저트_#탐식과 미식 사이

2022-08-09T11:28:30+00:00 2022.04.14|

지금 서울에서 단 하나의 디저트 숍을 말해야 한다면 아틀리에 폰드입니다. 기다림의 미학과 스몰 럭셔리의 행복을 전해주는 한남동의 작은 연못 체험기. 

디저트는 가장 단시간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동전만큼 아주 적은 양만 먹어도 미각은 순식간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세계에 매료되죠. 그래서 전 이 작은 세계에 오래도록 집착해왔습니다. 디저트 베이커리 전문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며 최고의 디저트를 찾기 위해 포크와 펜을 들고 밤낮으로 뛰어다니던 시절의 감각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일까요? ‘요즘 뜨는 디저트 매장’을 하나하나 방문해 맛보고 기록하는 일을 여전히 취미 생활로 하고 있죠. 

아름답고 우아한 아틀리에 폰드의 디저트.

신문, SNS, 주변 미식가들의 입소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리스트 가운데 1순위는아틀리에 폰드라는 우아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이었어요. 갖기 어려울수록 애타는 마음은 더 커지죠. 이곳의 예약 픽업 시스템은 조금 독특합니다. 인기 공연을 예약해본 경험이 있다면 그것과 비슷해요. 티켓 오픈 날짜를 기다리고, 정해진 시간에 내가 원하는 날짜를 찍고, 혹시 그날이 매진이라면 다른 일정을 변경해서라도 반드시 차지해야만 하는 그 찰나의 순간 말이죠. 

아틀리에 폰드는 인스타그램(@atelier.pond)을 통해 두 달 치 예약을 미리 받습니다. 원하는 날짜, 제품, 이름과 연락처를 DM으로 전송한 후 기다리면 순차적으로 답이 와요. 맛있는 것을 먹는 데는 기다림이 가장 큰 미덕이죠. 2월 마지막 주 마침내 디저트 예약에 성공했습니다. 대망의 픽업일엔 반차를 냈어요. 소중한 것을 위해 더 소중한 걸 기꺼이 내놓는 일, 정말 행복했습니다. 소개팅, 첫 데이트보다 두근거리고 설렐 정도였다니까요. 

초인종을 누르면 점원이 문을 열어주는 독특한 프레젠테이션.

매장에는 윤가림 작가의 자수 작품이 걸려 있다.

무엇보다 픽업 과정에서 느낀 경험이 굉장히 기억에 남습니다. 도시에 숨어 있는 연못(Pond)처럼 폰드는 한남동 주택가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어요. 저 멀리 비밀스러운 문이 보이네요. 늦은 밤 스피크이지 바처럼 나만 알고 있는 초인종 버튼을 눌렀더니, 그 순간 굳게 닫힌 병풍 형태의 문이 촤라락 열리더군요. 외부 쇼윈도에는 오차원(오유미) 작가가 꽃과 풀로 만든 설치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오른쪽 벽에는 윤가림 작가의 자수 작품이 걸려 있어요.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해온 갤러리 ERD가 아트 디렉팅을 맡고 있다고 하더군요. 미각, 시각, 촉각 등 소비자의 다양한 감각과 경험을 일깨우려는 의도가 엿보였어요.   

고급스러운 패키지로 포장된 아틀리에 폰드의 캐러멜 바 박스. 견고한 나무 소재로 제작한 패키지는 보관함으로 사용해도 좋다.

제가 선택한 캐러멜 바는 82,000원입니다. 10개가 들어 있고, 고급스러운 나무 상자 케이스에 담겨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기쁜 순간을 공유했더니, 평소보다 더 많은 DM이 쏟아졌습니다. 어떻게 예약했냐, 어떤 맛이냐, 나도 먹고 싶다 등.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맛있습니다. 쇼트 브레드 쿠키 사이에 진득한 캐러멜이 끼어 있는 형태인데, 바스러지는 부드러운 식감과 깊은 풍미가 인상적이었고 많이 달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맛의 밸런스가 훌륭했어요. 커피나 티를 곁들여도 좋지만 위스키랑 먹어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죠.  

사실 그동안 고가의 프리미엄 디저트가 국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건 아닙니다. 프랑스에서 건너온 고급 마카롱 브랜드 라뒤레, 피에르 에르메, 크리스토프 아담 셰프의 에클레어 드 제니가 서울에 화려하게 상륙했지만 현재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죠. 첫 구매는 호기심으로 할 수 있어도 그것 이상의 만족감을 채워주지 못한다면, 재구매로 이어지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틀리에 폰드는 한 끗 차이 디테일로 차별화된 지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향신료, 견과류, 고급 초콜릿 등으로 만든 쿠키 세트는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는 구성.

독특한 맛 조합을 즐길 수 있는 휘낭시에 세트.

언제든 원할 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과 룰이 필요한 독특한 운영 시스템. 디저트를 다 먹은 후에도 간직하고 싶은 고급스럽고 견고한 패키지, 다른 곳에서 결코 맛볼 수 없는 확실한 디저트 맛과 아이덴티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브랜딩과 스토리텔링까지. 아틀리에 폰드는 단순히 화제성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는 전략을 지녔어요. 특히 이들은 디테일의 고수입니다. 디저트 포장지를 하나하나 벗기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작은 점선이 표시된 세밀한 포장지부터 스티커의 디자인과 만듦새 등을 보며 디자인하는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 말이죠. 아틀리에 폰드의 BI(브랜드 아이덴티티)부터 패키지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 브랜딩 관련 작업은 엘리펀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맡았다고 합니다.앞으로 아틀리에 폰드가 보여줄 또 다른 프로젝트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자연, 숲, 나무, 연못 등 아틀리에 폰드의 세계관에 영향을 준 이미지.

현재의 예약 시스템을 좀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올여름쯤 한남동 근처에 새로운 컨셉의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희소식이 들려오네요. 또한 갤러리 ERD와 함께 지속적으로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이어나가고, 조만간 그래놀라 보울 패키지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도 한남동의 평온하고 아늑한 연못에서 자신만의 스몰 럭셔리, 작은 행복을 발견해보세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