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 Le19M 투어 2: 모자 공방 ‘메종 미셸(Maison Michel)’이 움직이는 소리

2022.04.15

by 가남희

    샤넬 Le19M 투어 2: 모자 공방 ‘메종 미셸(Maison Michel)’이 움직이는 소리

    프랑스에는 ‘성 카트린(St. Catherine)’이라는 축일이 있다. 매해 11월 25일마다 스물다섯 살이 지난 미혼 여성을 축하하는 날인데,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이뤄진 독특한 모자를 만들어 ‘카트리네트(Catherinette)’라 불리는 그녀들이 이것을 쓰고 하루를 보낸다. 이 축제는 대중에게는 사라졌지만 꾸뛰르 하우스에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전통이다. 샤넬 역시 이를 기념하는 하우스로, 모자 공방 메종 미셸이 있기에 여전히 의미가 크다.

    국내에도 이미 잘 알려진 메종 미셸은 오귀스트 미셸(Auguste Michel)이 파리 오페라 근처에서 가게를 시작한 1936년부터 그 역사를 잇고 있다. 14세기부터 이어진 노하우를 오늘에 이르기까지, 장인의 손과 손을 거쳐 명맥을 이어온 유산과도 같은 곳. 현재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모자를 판매하지만, 여전히 명성 높은 꾸뛰르 하우스의 협력 공방으로 창조적이고 뛰어난 기술력이 돋보이는 모자를 선보인다.

    공방에 들어서자 여성 장인이 100년의 세월을 견뎌온 기계를 노련한 손으로 다루는 모습이 보인다. ‘바이즈만(Weisman)’이라 불리는 이 재봉틀은 밀짚 끈을 보이지 않는 스티치로 정교하게 엮어 주로 뱃사공 모자로 불리는 카노티에나 챙이 넓은 카플린 모자를 만들어낸다. 1968년 메종 미셸에 영입된 모자 장인 피에르 드바르(Pierre Debard)와 클로딘 드바르(Cluaidne Debard) 부부가 한 대 남은 재봉틀을 복원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기술을 메종 미셸에 남겨놓았다. 이것은 메종 미셸이 꾸뛰르 하우스의 아트피스를 만들어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칼 라거펠트 또한 1983년부터 샤넬의 컬렉션에 들어가는 헤드피스를 디자인할 때면 주저 없이 메종 미셸 공방의 문을 두드렸다. 그 뒤로 꽃다발 장식의 베일, 희귀한 짚으로 만든 보터 햇 등의 칼 라거펠트의 지휘 아래 협업한 독특한 헤어 액세서리가 샤넬 컬렉션을 화려하게 장식해왔다.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이번 2021/2022 공방 컬렉션에 등장한 트위드 소재의 ‘앱솔뤼’ 모자 역시 메종 미셸 공방의 손길이 닿은 것이다. “샤넬의 패션 코드를 재현하기 위해 카노티에 형태를 중심으로 작업을 했어요. 버지니에게 제안을 받고 기존 카노티에 모자의 챙은 더 길고 헤드 부분은 더 높게 변경해 공방 컬렉션에 어울리는 정제된 세련미를 갖춘 디자인으로 완성했죠. 이 모자의 특징은 재봉이 없고 트위드 소재라는 면에서 아주 정교한 기술이 요구됐어요. 펠트로 만든 모자 틀로 주름과 재봉선이 보이지 않도록 트위드를 덧대는 과정을 반복한 후 챙과 헤드 부분을 연결하는 과정을 거쳤지요.” 공방 컬렉션의 진행을 설명하는 아트 디렉터 프리실라 호아예(Priscilla Royer) 뒤로 라벨링 작업을 끝낸 화이트 컬러 버전의 앱솔뤼가 열을 맞춰 진열장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녀는 앱솔뤼의 전신인 펠트 모자를 만드는 공방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장인은 클로슈 모양의 펠트를 집어 들더니 물에 적셔 부드럽게 말고, 증기 기계를 이용해 그것을 유연하게 만들어 부드러운 피자 반죽처럼 당겨 라임 나무틀에 씌웠다. 오랜 시간 장인의 손길이 거듭되며 반질거리는 나무틀 위로 모자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끈으로 둘러 조여주고 핀으로 고정하고 또 두드려 브러싱을 마치자 반듯한 숙녀 같은 카노티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섬세한 과정이 생략된 시연이지만 더없이 유연한 장인의 손놀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전해지는 장인의 몸짓으로 1997년 샤넬 협력 공방이 된 메종 미셸은 완벽한 제품 퀄리티와 제작 기술로 샤넬 컬렉션에 특별한 미학을 선사한다. 2006년부터는 메종 미셸의 탐구 정신과 역동적인 에너지가 돋보이는 메종 미셸 레이블을 선보이고 있다. 남성 라인과 웨딩 컬렉션, 레인 후드 등을 전개하며 다방면으로 나아가는 아트 디렉터 프리실라 그리고 그녀와 샤넬의 아이덴티티를 완벽한 기술력으로 재현해내는 메종 미셸 장인들의 미래는 찬란하게 이어질 예정이다.

      프리랜스 에디터
      이혜원
      포토
      김형식, COURTESY OF CHANEL (2021/2022 샤넬 공방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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