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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의 지구에 관한 가장 예술적 시선

2022.04.22

by 권민지

    오늘과 내일의 지구에 관한 가장 예술적 시선

    <보그 코리아>는 지구의 날을 맞아, 오늘과 내일의 지구에 대해 물었습니다.
    사진가에게 “당신이 포착한 가장 아름다운 지금의 풍경은 무엇입니까?”,
    현대 미술 작가에게 “당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지구는 어떤 모습입니까?”라고. 

    현재의 지구를 바라보는 사진가의 특별한 시선과 미래의 지구를 그려보는 현대 미술 작가의 희망적이고, 유쾌하지만, 조금은 섬뜩한 상상력 섞인 이미지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당신이 상상하고, 희망하며, 보고 싶은 지구는 과연 어떤 풍경입니까?”

    오늘의 지구 #1
    “평소 익숙한 것들 곁에 있는 낯선 장면을 수집한다. 자연은 익숙하나 이런 풍경을 만나는 기회는 흔치 않기에 셔터를 눌렀다. 그때 내 마음을 붙든 장면.” -표기식 

    ‘뉴 락’, 2017, 제주

    내일의 지구 #1
    “많은 동식물이 우리가 만든 변화에 사라져왔고 앞으로 사라져갈 것이다. 성공적으로 진화한 몇몇 종은 살아남을 것이고 그들만의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어갈 것이다. 과연, 인간은 인간이 만드는 빠른 변화 속의 자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한나

    장한나 작가는 해변에서 ‘뉴 락’을 채집해 전시합니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돌멩이, 바로 암석화된 플라스틱 쓰레기죠. 인간들의 욕망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물질이 햇빛, 바람, 물 같은 자연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인공과 자연의 이종교배. ‘뉴 락’.

    오늘의 지구 #2
    “풍경이 아름다운 아이슬란드 여행 중 세이디스피외르뒤르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포착한 모습을 꺼내보았다. 눈 내린 산이 보이는 창밖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아이슬란드의 낮과 밤을 그리며.” -신선혜 

    ‘Too Cute to be Just Plastics’, 2021

    내일의 지구 #2
    “현재의 지구와 인류의 선택을 보면 미래의 지구는 절망적일 것 같다. 어쩌면 이미 터닝 포인트를 넘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무조건적으로 비관적인 태도를 갖고 싶지는 않다. 현재의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지구도 더 나은 쪽으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아직은 있다.” -시시킴 

    시시킴 작가는 플라스틱 혹은 일회용이라고 하기엔 귀여운 100개의 물건을 3D 모델링하여 수록한 책을 만들었습니다. 플라스틱의 물성을 표방한 작업이지만, 일회용품으로 소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유머와 귀여움을 담아. 

    오늘의 지구 #3
    “여름 내내 한 장소만 찾은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연꽃이 피고 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연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 나의 여름이었고 전부였다. 그리고 올해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연잎을 찍어두었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피고 지는 연꽃처럼, 내년에 또 만나자.” -민현우 

    내일의 지구 #3
    “기술의 발전이란 반가우면서도 두려운 것이다. 지금처럼, 앞으로 더욱, 디지털은 우리의 삶을 상상 이상으로 변화시켜나갈 것이 분명하다. 그 변화된 모습은 우리가 어떤 것을 기대하고 희망하느냐에 달려 있다. 누구도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바라지 않는다.” -정휘윤(프로젝트 ‘Sujanggo 수장고’ 운영자)

    ‘Sujanggo 수장고’, 2021
    데이터가 된 조각을 모으는 프로젝트 ‘Sujanggo 수장고’. 작품을 3D 스캐닝하고, 웹사이트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작품을 확대, 축소해 살펴보고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다운받은 데이터는 일정한 조건 아래 자유롭게 2차 창작과 유포가 가능합니다. 결국 오프라인 세계와 필연적인 접점을 가진 조각을 데이터화해 온라인 세상에서의 무게를 가늠해봅니다. 

    오늘의 지구 #4
    “봄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눈꽃처럼 피어 있는 벚꽃 나무, 꽃이 지고 이맘때 떠난 오키나와 여행, 그때의 온도가 떠오르는 순간.” -김신애

    내일의 지구 #4

    “지구 역시 아주 큰 범위의 생명체 단위라고 생각한다. 수명이 있고, 끝이 있다. 주변의 다른 생명처럼 지구를 대한다면 그 끝도 아름다우리라 믿는다.” -장명식

    ‘Shapeshifter’, 2022

    장명식 작가의 ‘Shapeshifter’는 해파리, 해면동물과 같은 무척추동물의 발생 과정과 움직임을 참고해 계속 변화하는 비정형 유기체를 표현한 작업입니다. 영상을 통해 세상에 고정된 것은 없다는 이야기를 아주 사랑스럽고 유쾌한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지구 #5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동안 ‘버려진 것들’을 포착해왔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한적한 시골, 자연에 버려진 건물 쓰레기를 담은 오늘의 지구.” -박배

    내일의 지구 #5

    “기술 만능주의와 테크노 유토피아에 문제의식을 갖지만 기술이 없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바뀐 자연을 기술의 도움 없이 복구하기 어려운 것처럼 인간과 동물, 환경과 기술은 상호 의존해야 한다.” -최태윤

    ‘분산된 돌봄의 웹: 가든.로컬’, 2021

    만약 인터넷이 정원과 같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이끼와 버섯, 지의류로 가득 찬 풍요로운 공간에서 소프트웨어 식물의 이야기를 듣고, 하드웨어 흙에게 의지하고, 데이터 생명체와 서로를 돌볼 수 있게 된다면? 작가 최태윤은 2018년부터 <분산된 돌봄의 웹(Distributed Web of Care)> 시리즈를 통해 예술가, 기술자, 작가와 협업해오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인터넷 환경을 다루는 것을 출발점으로, 이에 반문하고 상상하며 대안적 미래를 제안하면서. 

      에디터
      가남희, 허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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