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컴퍼니의 케미스트리
음악의 심연을 함께 항해하는 어비스컴퍼니의 아티스트 선미, 산다라박, 어반자카파, 박원, 뱀뱀, 멜로망스.
어비스컴퍼니 소속 아티스트가 모였다. 박원, 선미, 어반자카파, 뱀뱀, 산다라박, 멜로망스까지. 아이돌 위주의 시장에서 자기만의 음악을 해온,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다. 이들이 이곳을 선택한 연유도 절대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권한과 지원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어비스(Abyss)가 심연이란 뜻인 만큼 우주와 바다가 떠오르는 푸른색 안에서 아티스트들의 촬영이 이뤄졌다. 이들은 아직 사적으로 어색한 사이도 있지만, 경도만 다를 뿐 음악 영감과 지원을 서로 주고받고 있다. 지난해 연말 어반자카파 콘서트엔 아티스트들이 단체 출격했고, 지난 4월 박원의 콘서트엔 선미와 멜로망스가 무대에 올랐다. 선미는 박원의 ‘OH YEAH’에 피처링을 하기도 했다. “박원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많이 받아요. 독보적인 목소리로 날것 그대로 감정을 전달하죠. 실제로도 꾸밈없는 사람이고요.” 박원은 어비스컴퍼니의 구심점 같은 인물. 다들 그와의 음악 작업과 든든함을 언급했다. 멜로망스는 어비스컴퍼니 합류 전부터 피처링과 편곡을 함께 해왔고, 어반자카파의 권순일은 “박원 형이 항상 우리 앨범을 듣고 고생했다고 말해줘요. 동료 아티스트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되죠”라고 말했다. 박원도 마찬가지. “소속 아티스트 면면이 장르가 다양하잖아요. 음악의 장르는 다를지라도 리듬, 박자, 멜로디라는 뿌리는 같거든요. 제가 무뚝뚝한 편이라 자주 만나진 않지만, 상대의 음악이 멋지면 지나치지 않고 연락해 해석을 공유해요. 제 음악도 피드백을 받고요. 사적 대화 없이도 음악으로 소통하는 거죠.” 박원은 어비스컴퍼니와 가장 먼저 손을 잡은 아티스트다. “이곳에서 박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앨범 <Like a Wonder>(2015)를 낼 때 자신감이 대단했어요. 하지만 생각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죠. 그때 소속사가 ‘언젠간 좋은 음악을 들려줄 거라 확신한다’라며 믿어줬어요. 그 말에 정신을 차리고 6개월간 카페에 가서 나는 누구이고 장단점은 무엇인지 정리했어요. 음악 제작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우선이라 생각했거든요. 그 뒤에 ‘노력’(2016)과 ‘All of My Life’(2017)가 나왔죠.”
선미가 솔로 가수에서 확장해 프로듀서로서 출발을 알린 곳도 어비스컴퍼니다. “이적하면서 아티스트 선미의 색깔을 확립하고 싶었어요. 작사에 참여한 ‘가시나’(2017)를 기점으로 프로듀서로서 제 이야기를 앨범에 담아왔죠. 내 이야기가 대중에게 가닿을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어요.” 선미는 ‘가시나’ 직전까지만 해도 가수 활동을 3년 정도만 더 할 줄 알았다. 한국 가요계에서 아이돌 출신 여성 아티스트의 행보를 볼 때 그러했다. 이제 선미가 새로운 선례가 되는 중이다. “앞으로 10년은 더 열심히 해보려고요. 저는 오래도록 소비된 아티스트기에 앞으로 10년 내내 핫하고 트렌디한 가수는 될 수 없겠지만, 열광적인 순간순간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출발하는 친구들에게 좋은 예가 되길 바랍니다.”
재계약을 앞뒀던 뱀뱀은 그룹 출신에서 솔로 아티스트로 자리 잡은 선미에게 조언을 구했다. 또한 어비스컴퍼니의 비전에 끌렸다. “태국뿐 아니라 한국 활동도 주력하고자 하는 계획이 제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였어요. 한국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아주 많거든요.” 뱀뱀은 지난 1월 솔로 아티스트로 미니 앨범 <B>(2022)를 선보였고, 드라마 <사내맞선> OST를 통해 보컬로서 반향도 얻었다. 뱀뱀은 어비스컴퍼니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도 기대하고 있다. “뭔가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처음부터 저를 잘 챙겨준 어반자카파 현아 누나와는 힙합이 어떨까 해요(웃음). 음악은 경쟁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레드벨벳, 러블리즈, 여자친구, 위너 형들 모두 오래오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레드벨벳 슬기 누나에게도 먼저 ‘Who Are You’(2021) 피처링을 제안했는데, 이처럼 함께 작업하는 기회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날 만난 아티스트들은 다른 아티스트에게 경쟁보다는 함께 음악을 한다는 연대감을 갖고 있다. 선미가 화사, 청하 같은 여성 솔로 가수를 마음 깊이 응원하는 것도, 어반자카파가 2년 전부터 기회를 잡지 못한 후배들을 지원하는 것도 그러하다. 어반자카파의 조현아는 자신이 어릴 때 그런 도움이 절실했다고 말한다. “재능은 있지만 소속사가 없는 친구들의 촬영과 활동을 보조하고 있어요. 선배로서 챙겨줄 수 있어 기뻐요.” 박용인도 동의한다.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는 선배가 되어야죠. 동료도 마찬가지예요.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뮤지션에게 ‘너 아직도 업계에서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면서 웃었어요. 꾸준히 음악을 하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기운을 얻어요.” 소속사에 새로 영입된 아티스트를 가장 먼저 챙기는 것도 어반자카파다. 일면식 없던 뱀뱀에게 전화해 술자리를 청하고, 피처링과 편곡으로 연이 있던 멜로망스와는 고민을 나누곤 한다. 멜로망스의 김민석은 “어떻게 대중에게 음악을 전달할지, 특히 순일 형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유쾌하게 웃으며 자리를 뜨지만 마음에 항상 뭔가가 남죠”라고 말했다. 멜로망스는 어비스컴퍼니에 지난 3월 합류했다. 멜로망스의 정동환은 서른을 기점으로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출발을 결심했다.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다음 앨범에서 보다 다채로운 멜로망스를 보여드릴 거예요.” 김민석의 목표는 이러하다. “우릴 사랑해주는 분들께 부끄럽고 싶지 않아요. 악성 비방에 영향받지 않고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제가 떳떳해야죠.”
또 한 명 컴백이 기대되는 아티스트는 산다라박이다. 산다라박이 어떤 솔로 아티스트인지,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 처음으로 대중에게 보여주는 중요한 앨범이 될 것. 재계약을 앞둔 산다라박에게 배우 위주의 회사가 많이 연락했지만 어비스컴퍼니를 택한 것도 음악이란 꿈을 우선순위에 뒀기 때문이다. “연기도 좋지만 우선 무대에 서고 싶어요. 팬들도 통장 채웠다며 빨리 컴백하라고들 해요. 돈은 안 쓰셔도 되고 응원과 사랑이면 충분해요. 지금껏 없던 파격을 위해 거의 매일 수십 곡을 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부담도 크죠. 그 전까지는 서포트해주는 사람들에 둘러싸였다면 이젠 솔로로 첫걸음마를 떼거든요. 하지만 제가 성장하리라 믿어요.” 근래 산다라박 역시 다른 아티스트를 보는 마음이 깊어진다. “제가 투애니원으로서 태국 콘서트를 했을 때 신인 갓세븐이 오프닝 공연을 했어요. 그땐 상대 회사라서 인사도 못했는데 지금은 뱀뱀과 한 가족이죠. 이전에 1위 후보로 붙던 친구를 만나면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안부부터 물어요. 라이벌 의식은 없어지고 나와 같은 상황을 헤쳐왔을 친구가 대견하고 때론 울컥해요. 음악 안에서 모두 하나인 것 같아요.” (VK)
-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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