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DMASTERS (1)
100세까지 풍성한 모발을 누리고픈 열망은 증폭된다. 힐링 스파부터 브레인 리추얼, VIP 재생술까지. <보그> 뷰티 군단이 경험한 두피 케어의 총체적 유니버스!
SCALP REGENERATION
세월은 자비가 없어요. 노화의 속도와 강도는 더 매정하죠.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훅 들어옵니다. 얼굴 피부와 보디, 모발과 두피까지 예외가 없었죠. 출산 후 3개월쯤 지났을 무렵, 불치병에 걸리기라도 한 듯 샴푸할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뭉텅뭉텅 무섭게 빠졌고 선천적으로 가는 모발은 힘을 잃고 더욱 가늘어졌어요. 중력을 이기지 못한 머리카락이 아래로 축 처지면서 볼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설상가상으로 정수리는 납작해져 더 빈약해 보였죠.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가늘고 힘없이 처진 모발은 그야말로 해결 불가능한 숙제였어요.
헤드 스파, 두피 케어, 두피 테라피만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던 차에 알게 된 것이 바로 ‘두피 지방 재생술’이었죠. “두피도 피부입니다. 두피 지방 재생술은 두피와 모낭의 구조에 집중한 시술로 모발이 자라는 두피의 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얼굴 전체 볼륨이 감소하는 것처럼 두피의 진피층과 지방층도 얇아지고 딱딱하게 경화되는데 이로 인해 모발도 가늘어지고 급기야 탈모에 이를 수 있습니다. 두상의 뼈와 두피, 지방층까지 얇아지면서 모낭의 지지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성장 인자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탈모 환자가 아니라 단순 노화된 두피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요. 두피도 피부처럼 재생, 안티에이징이 필요한 거죠.” JF피부과 김상엽 원장의 설명에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두피나 이마 등 피부가 얇아지면서 딱딱해지는 희귀병인 선상경피증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JF피부과에서 이 치료를 두피 안티에이징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시작된 두피 지방 재생술은 단순한 ‘시술’은 아닙니다. 재생 능력이 뛰어난 줄기세포를 골수보다 1,000배 더 많이 함유한 지방 조직을 얇아진 두피에 이식해 모발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두피 재생술, 치료로 봐야 하죠. 체내 지방을 채취해 이를 두피의 지방층에 주입하는 방식인데 스파나 테라피, 스케일링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고난도 시술이에요.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이 수면 마취 없이 국소 마취만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이에요. 의사가 비수면 마취로 수술을 진행하면서 그 과정을 공개한다는 것은 환자에 대한 배려와 풍부한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시술 전날 두피 상태를 측정했는데 예상보다 심각했어요. 두피는 모세 혈관이 보일 정도로 울긋불긋했고 모낭마다 3~4개씩 있어야 할 모발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가늘었죠. 눈에 띄는 염증은 없었지만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로 인해 전체적으로 예민한 상태였어요. 시술 당일, 안내받은 개인 회복실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후 샴푸와 드라이까지 하고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인 수술실로 이동했어요. 프라이빗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에 완벽한 스케줄링으로 다른 사람과 마주칠 일도, 대기 시간도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지는 시술 과정 내내 환자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어요. VIP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시술 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 이어 몸 상태를 체크한 후 다소 여유(?) 있는 옆구리에서 지방을 채취하기로 하고, 펜으로 채취할 부위를 표시한 후 떨리는 마음으로 베드에 누웠습니다. 국소 마취 후 체내 지방이 쉽게 분리되도록 양쪽 옆구리에 수액을 주입하고 잘 퍼지도록 30분 정도 기다렸다가 채취를 시작했어요. 이내 주사기에 망고 주스처럼 샛노란 지방이 채워지더군요. 채취량은 100cc 정도. 비수면 마취라 심리적 부담은 덜했지만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는 과정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어요. 꽤 많은 주사기가 채워졌고 채취가 끝난 후 옆구리가 늘어지지 않도록 복대를 감았어요. 이어 엎드린 상태에서 목덜미를 제외한 두피를 7구역으로 나누고 머리를 묶은 다음 마취를 하고 좌우, 정수리까지 지방을 이식하기 시작했는데 진피와 두개골 사이 안쪽이 차오르면서 두부의 살이 풍선처럼 빵빵하게 팽창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취 덕분에 통증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이식하는 내내 약간은 긴장되더군요. 이식이 끝나고 15분 정도 냉찜질한 뒤 머리 전체를 붕대로 감으면서 시술이 끝났어요. 병원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4시간 30분가량. 비용은 시술 범위에 따라 달라지는데 330만원에서 440만원 선이에요. 한 번 시술로 10년 이상 효과가 유지된다니 볼륨 펌을 반복하는 수고와 시간, 비용을 생각하면 두피 지방 재생술이 되레 합리적이라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시술만큼 중요한 건 사후 관리예요. 최소 48시간, 길게는 나흘 정도를 머리, 특히 이마를 잘 압박해야 하는데 이유는 지방 이식 후 수분이나 부기가 미간을 따라 얼굴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홀히 관리했다가는 영화 <아바타>의 등장인물처럼 눈과 코가 부어오를 수 있고 꽤 오랜 시간 부기와 전쟁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아져요.
이마에 적당한 두께의 수건을 대고 그 위를 스카프로 동여맨 채 며칠을 보냈더니 시술 이튿날부터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통증은 미미해졌죠. 붕대를 풀 때는 납작하던 정수리가 봉긋해지면서 키가 자란 것처럼 느껴졌어요. 풀 죽은 듯 누워 있던 머리카락도 당당하게 하늘을 향해 치솟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시술 후 통원하며 재생에 도움이 되는 스마트룩스 레이저 치료, 올바른 샴푸와 두피 케어를 병행하는데 철저하게 관리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육안으로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건 두상 교정, 볼륨감이 생기면서 풍성해 보이는 모발이 만들어내는 ‘동안’ 효과예요. 정수리가 봉긋해지면서 이전보다 키가 조금 더 커 보이고요. 장기적으로는 매일 아침 드라이어와 씨름할 일도, 평생 볼륨 펌을 무한 반복할 필요도 없다고 귀띔해주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시술 타이밍. 두피가 재생 불가능한 상태가 되기 전, 걷잡을 수 없이 노화가 진행되기 전 하루라도 서둘 것을 추천합니다. 고민은 노화와 후회만 앞당길 뿐이죠. 풍성한 모발과 입체적인 두상으로 어려 보이는 효과까지. 만족스러운 마음에 자꾸만 거울을 보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게 되는군요.
/ 이미경 <보그> 뷰티 칼럼니스트
PINS AND NEEDLES
어릴 때 헤어 숍에 가면 숱이 ‘너무’ 많다는 디자이너의 한숨 섞인 말을 듣곤 했습니다. 나이 들수록 이 핀잔은 “탈모 걱정은 없으시겠어요”라는 부러움 가득한 칭찬으로 바뀌었죠. 제 인생 사전에 탈모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최근까지도 자타가 공인하는 ‘숱 부자’였기에 어느 날 자비 없는 욕실 조명 아래 휑해 보이는 정수리가 저만의 착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루 이틀, 몇 주가 지나자 사태는 점차 심각해 보였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피보다 비오틴 영양제와 검은콩 두유를 삼키는 일상을 보내면서 두피 상태를 어디에서 점검해볼 수 있을지 서치했어요. 그렇게 찾게 된 차움의원의 헤어 스파, ‘두피 모낭 복원 관리’라는 프로그램을 예약하기에 이르렀죠. 두피에 MTS 요법과 라이트 테라피를 적용해 모발 주기를 정상화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촬영 소품을 구입하러 자주 드나드는 푸드 마켓이 있는 청담동의 피엔폴루스 빌딩. 지하가 아닌 2층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명성에 비해 시설이나 규모는 평범한 편이었습니다. 호화로운 스파보다는 클리닉에 간 느낌이라고 할까요? 간략한 안내를 받고 나서 평소 라이프스타일, 두피와 모발 고민을 묻는 사전 질의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문의와 상담이 이어지는데, 남자 교수의 잿빛이지만 풍성한 모발이 왠지 모르게 신뢰감을 주더군요. 요 몇 달 새 가르마를 중심으로 두피가 하얗게 드러나고 미미한 가려움증이 돋는다고 털어놓으니 아직 약물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소견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심했어요. 제가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고요.
두피 곳곳을 현미경으로 촬영하고 진단하며 테라피스트와 디테일한 분석에 들어갑니다. 모낭 속부터 각질까지, 샴푸를 좀 더 꼼꼼히 하고 올걸 후회될 만큼 두피가 낱낱이 공개되죠. 제 진단명은 충격적이게도 모발 탈락이 이미 시작된 ‘탈모 2.5단계’. 확인 사살이었습니다. 이마 라인도 기존보다 0.2~0.3mm 정도 뒤로 밀려난 상태였어요. “정수리부터 서서히 비기 시작하는 O자형 탈모에, 두피에 열이 많이 몰려 있어요. 주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타입이죠. 지금이 골든 타임이에요. 이 시기를 놓치면 어느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탈모가 빨리 진행되고 새치가 늘어날 겁니다.” 테라피스트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죠. 다행히도 아주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아직은 모낭에 건강하고 굵은 모발이 많은 편이고, 정수리와 이마 라인에 0.5mm 길이의 여릿여릿한 새싹 같은 단모가 고맙게도 잔류하고 있었으니까요. 관건은 앞으로 이 단모가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최적의 두피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진단 후 바로 관리가 시작됩니다. 여느 고급 스파의 프라이빗함은 없지만 프로그램이 매우 전문적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을 테라피스트의 손길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죠. 먼저 스팀을 10분간 쬐어 두피 모공을 확장시킨 뒤, 멘톨 성분의 에센스가 묻은 커다랗고 두툼한 면봉을 이용해 경직된 두피를 이완시키는 근막 마사지가 진행됩니다. 두피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청량한 쿨링감에 심신까지 안정되더군요. 관리 중간중간 10분씩 미스트 과정이 들어가는데, 이는 독소를 자극 없이 제거하고 수분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이어지는 스케일링 단계부터 본격적으로 테라피스트의 ‘사이다 손맛’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녀는 제 두피를 벅벅, 하지만 아프지 않을 정도의 환상적인 압력으로 문지르며 모공 속 비듬과 모낭충, 박테리아, 모발이 자라지 못하도록 막는 과산화지질을 말끔히 제거했죠. 모공 안쪽에 깊이 숨은 노폐물까지 흡착시키는 버블 팩은 거품이 톡톡 터지면서 혈액순환까지 촉진합니다.
생애 가장 속 시원하게 느껴지던 샴푸 이후 MTS(Micro-needle Therapy System) 시술이 시작됩니다. 미세 바늘 수백 개로 피부 표면에 약한 상처를 내면서 두피에 도포한 모발 성장 인자 앰풀과 면역 강화 앰풀을 깊숙이 침투시키는 원리죠. 이 과정을 통해 모낭에 영양분이 전달되면서 모발 주기를 회복합니다. 그다음에는 레이저를 통해 두피 심부층이 재생되고,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라이트 테라피가 이어지죠. 두피 진피층까지 흡수된 영양분을 순간적으로 냉각시켜 모공 수축으로 이끄는 마무리 단계로 120분의 대장정이 마침내 끝났습니다. 오롯이 두피 건강만을 위한 군더더기 없고 체계적인 과정이었어요. 가격은 회당 27만5,000원. 한 달에 1~2회 정도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더군요. 샴푸와 빗질, 평소 영양 공급 관리까지 테라피스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경각심을 일깨웠어요. 수년간의 취재와 기사 작성으로 이미 습득한 지식임에도 불구하고요. 두피 열을 내리기 위해 음주 습관부터 개선해볼까 합니다. 논알코올 맥주 12캔을 주문했으니 말 다 했죠?
/ 송가혜 <보그> 뷰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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