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로우 라이즈와 복근의 관계

2022.04.29

by VOGUE

    로우 라이즈와 복근의 관계

    로우 라이즈 의상이 유행할 때도 여전히 품위를 지킬 수 있을까? <보그>가 이번 시즌 패션쇼에 등장한 미드리프 노출 실루엣과 점점 진화하는 복근의 관계를 취재했다.

    미니스커트와 셔츠는 미우미우(Miu Miu), 귀고리는 쇼 주얼리(Scho Jewelry).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모든 세대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던 바로 그 시기에 나는 대학에 입학했다. 나와 친구들은 외출하려고 할 때, 주로 ‘남학생들이 여는 파티’에 가려고 한껏 꾸밀 때, 옷장을 뒤져볼 것도 없이 살짝 배꼽이 드러나는 크롭트 톱과 골반(로우 라이즈) 진을 골랐다. 이것들은 우리가 가진 옷의 전부였다.

    나는 긴 시간 아래 복근과 배꼽을 드러내 보인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복부(우리 신체의 중간 부분에 대한 해부학적 부정형 단어)가 내 주변 여성들의 복부와 어떻게 비교되는지 과민하게 의식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보니 배꼽을 드러나는 실루엣이 허리선 높은(High-rise) 데님, 팬츠 안에 넣어 입을 수 있는 셔츠, 먹고 움직이고 숨 쉬는 데 조금 더 편안한 다른 의상으로 대체되었을 때 당연히 그것을 애석해하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골반뼈에서 흉골까지 살갗을 당당히 드러낸 디자인이 이번 시즌 패션쇼에 등장했을 때 충격 그 자체였다! 컷아웃 그리고 배꼽까지 파인 네크라인(Navel-grazing Neckline)이 생 로랑 컬렉션에서 주를 이뤘고, 발망에서는 오버사이즈 체인 링크만 모델들의 상반신과 팬티 끈을 구분하고 있었다. 블루마린에서는 맨살 복근이 홀로그램 보디 글리터(Holographic Body Glitter) 형태로 2000년대의 또 다른 특징처럼 처리됐고, 그 뒤 미우미우에서는 빳빳한 옥스퍼드 셔츠의 흉곽 윗부분을 자르고 마무리하지 않은 옷단을 로우 라이즈 마이크로 미니스커트 쪽으로 늘어뜨림으로써 좀 더 DIY 스타일로 복근 부분을 처리했다.

    물론 미드리프 2.0은 더 폭넓게 수용된 Y2K 미학의 일부분으로, 뻔한 패션 노스탤지어 법칙이 이를 부채질한다. 오래전에 유행하던 것이 다시 새로운 것이 된다. 특히 브리트니, 크리스티나, 린제이, 미샤가 빨래판 같은 복근과 특이한 핑크빛 세계관을 설파할 때 성장하던 디자이너에게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부정, 회의론, 적대감 등으로 뒤얽힌 복잡한 감정이 이 독특한 재유행과 맞닥뜨렸다. “그 당시는 내게 좋은 시대가 아니었어요.” 페미니스트 작가 제시카 베넷(Jessica Bennett)은 지난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런 글귀와 함께 ‘로우 라이즈’ 의상의 급부상을 전하는 기사를 포스팅했다. 그러면서 20년 전 복근을 드러낸 자신의 사진을 공유하며 ”나는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출된 미드리프만큼 우려를 사는 의상 컨셉은 흔치 않다. 더 많은 살갗을 드러내는 것이 자유를 표현할 수도 있지만, 노출된 미드리프는 성적 박탈과 억압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엠마 맥클렌던(Emma McClendon)의 설명에 따르면 1930년부터 1960년대를 거치면서, 친구들과 해변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과 같은 레크리에이션 또는 스포츠를 위해 정해진 의상을 입을 때만 여성들은 몸통 위쪽을 살짝 노출했다고 한다. FIT 뉴욕 패션 스쿨 겸임 부교수로 재직하며 패션이 어떻게 신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구체화하는지 연구해온 엠마 맥클렌던은 “그러나 여성은 문화 결정권자들이 눈꼴사나울 정도로 성적인 것으로 간주하던 배꼽을 가려왔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심지어 NBC 경영진은 미국 드라마 <내 사랑 지니(I Dream of Jeannie)>에서 자신의 주인을 위해 일하는 가사 도우미 역할을 맡은 바바라 에덴(Barbara Eden)에게 배꼽 부분의 노출을 피해달라고 요구했다. 셰어(그녀 아니면 누구겠는가?)의 디스코 시대에 이르러서야 검열을 거부하게 됐다. 이 다재다능한 인기 스타가 1975년 텔레비전에서 자신의 배꼽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그것은 하나의 계시였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가 담긴 여성 건강 운동의 전조이기도 했다. 더 이상 작고 납작한 배를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복근은 ‘바위처럼 단단해야’ 했다. “우리가 이 신체 부분을 노출하면서 자유를 누린다고 가정했죠. 그렇지만 동시에 몸의 지배와 단련이라는 새로운 것을 강요하고 있었죠.” 맥클렌던이 설명했다.

    “단련이 자유입니다.” 오리지널 핏플루언서(Fitfluencer) 제인 폰다가 자신의 수많은 팔로워에게 말했다. 맨해튼 뉴스쿨의 피트니스 문화 역사가 나탈리아 멜만 페트르첼라(Natalia Mehlman Petrzela) 박사는 ‘강철 같은 복근’을 약속하는 홈 비디오의 끝없는 출시는 ‘또 다른 기대치’를 만들면서 조각한 듯한 몸이 여성이 취할 수 있는 인정받는 유일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여성은 실제로 식습관에 굉장히 신경 쓰고 근육을 키워야 했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에 배꼽을 기꺼이 드러내 보이는 것은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기까지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리고 어떤 중요한 상황일지라도 끼니를 건너뛰며 헌신하는 것을 의미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맞교환이 여성적인 힘의 오랜 전형에 깊이 뿌리 박혀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페트르첼라 박사가 주장했다. “미드리프 트렌드가 돌아왔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해석하고 그 트렌드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이 더 포괄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그녀가 말하면서 몸이 찬양받아 마땅하다는 것에 관한 사람들의 대화가 마침내 상당히 변화하기 시작했음을 인정했다. 대학 캠퍼스를 유심히 살펴보자. 또는 바퀘라(Vaquera)의 봄 컬렉션 모델들을 보자. 배꼽을 보여주거나 의상 컨셉을 보여주는 데 더 이상 복직근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여지없이 분명하다. “우리는 섹시함을 위한 여러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죠.” 바퀘라의 설립자 패트릭 디카프리오(Patric DiCaprio)가 말했다. 패션광들의 다양한 몸매와 다양한 젠더의 견본이 되는 이 뉴욕 소재 레이블의 소비자들이 디카프리오와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브린 토벤시(Bryn Taubensee)가 함께 디자인한 의상에 매료됐다. 그들은 관행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크롭트 룩이 정말 근사한 것 같아. 패리스 힐튼과는 완전히 다르게 보이도록 해주니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디카프리오가 덧붙여 말했다. “그런 변화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우리의 복근이 굉장히 많은 불안을 자아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믿을 수 없는 힘의 근원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코어’라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사라 클램펫(Sarah Clampett)이 말했다. 물리치료사인 그녀는 여성과 어머니들이 강한 골반기저근을 발달시키도록 돕는 데 집중하는 LA 소재의 진보적인 건강 기업 오리진(Origin)의 임상 사업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것은 신체의 동력실이죠.” 클램펫이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코어’라는 말을 들으면 복근, 즉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2001년 크런치 동작을 수없이 해서 얻어낸 피상적인 복직근 ‘식스팩’을 떠올린다. 실제로 그 코어는 중요한 장기를 지탱하기 위해 등에서부터 복부까지 감싸는 근육과 조직으로 이뤄진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르는 말이다.

    수많은 건강 문화 주도자들이 우리가 믿기를 바라는 것과는 반대로, 식스팩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코어 힘을 지녔다고 할 수는 없다. “미의 기준이 건강의 기준이 되는 것은 굉장히 덧없는 일이죠.” 뉴욕에서 활동하는 물리치료사 스네하 게이지(Sneha Gazi)가 말했다. 강한 코어를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근육과 숨겨진 근육을 모두 스트레칭함으로써 유연성을 키워야 하고, 그뿐 아니라 이 두 근육을 규칙적으로 ‘움직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게이지가 설명했다. ‘복근’뿐 아니라 미용적인 용도는 없지만 엄청난 기능적 용도를 지닌 가장 깊은 층에 자리한 복근인 횡복직근까지 단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녀의 의견에 따르면 강한 코어는 사람들이 활력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며, 어쩌면 바퀘라의 로우 슬렁(Low-slung) 배기 진과 롱 슬리브 브라 톱을 입은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생겼어요.” 케이티 스터리노(Katie Sturino)가 덧붙였다. 작가이자 신체 인정(Body-acceptance) 인플루언서이며 메가베이베(Megababe) 설립자인 그녀는 20년 전 밀레니얼 세대가 집단적으로 복근을 드러냈을 때 패션이 그 어느 때보다 획일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은 그렇지 않다. “당신은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그 당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죠.”

    솔직히 말해서 나 또한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내게 이제는 그 선택의 여지가 주어졌음을 인정하고 나니, 나는 대학 시절부터 좋아하던 크롭트 톱(마이애미로 떠났던 봄방학 여행 중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구매한 그 네온 오렌지색 빌트인 브라 홀터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고 확신했다)을 찾아 옷장 속 가장 높은 선반으로 향하면서, 그 옷을 입었을 때 새로운 힘이 느껴지기를 희망했다. 그렇지만 나의 과거를 구성한 옷(귀중한 레이스 캐미솔, 엄청나게 많은 신축성 있는 블랙 팬츠) 사이를 뒤졌지만 허사였다.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고, 사랑받고, 인정받으려면 그 크롭트 톱을 입고 특정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느낀 여성처럼 그 크롭트 톱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했다.

    사실을 털어놓자면, 내 복부와 나의 관계는 내가 이지 맥(Easy Mac, 맥앤치즈 제품)을 주야장천 먹으면서 바뀌고 말았다. 나는 더 이상 쏙 들어간 배에 집착하지 않는다. 임신 기간에 배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자녀, 결혼 생활과 다방면의 삶을 일궈내기 위해 바깥쪽은 부드러워지고 안쪽에서는 특별한 힘이 구축되는 것도 지켜봤다. 여성의 신체는 이 모든 진화를 당연히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러지 않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잔인한 이중 잣대다. 평평하고 단단한 복부는 자녀와 책임에서 벗어난 젊음 말고 무엇을 의미할까.

    그렇지만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바꿀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복부는 신성하게 느껴져요.” 뉴욕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로 어린 두 딸의 엄마인 마리암 나시르 자데(Maryam Nassir Zadeh)가 말했다. 자데는 이 코어의 겉모습에 대한 통제를 포기함으로써 힘을 만들어낸다는 바로 그 아이디어를 컬렉션의 패션쇼에 접목했다. 다양한 체격을 가진 모델들을 처음으로 캐스팅했고, ‘엄마가 된다는 것’과 자신의 신체에 더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 결단을 통해 쇼장엔 스트링 비키니 톱과 열어 젖힌 입기 편한 버튼다운 셔츠가 특징을 이뤘다. “그것은 정말 마법 같아요.” 자데가 복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말했다. 그녀는 두려움이나 비판 때문에 배를 가리려는 충동을 억누르는 대신 우리가 견뎌온 모든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위해 우리의 배를 기꺼이 찬양하자고 제안했다. (VK)

      패션 에디터
      신은지
      포토그래퍼
      박종하
      Danielle Fried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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