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독들이 말하는 패션쇼 음악의 법칙
멋진 음악과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덕분에 2022년 F/W 패션쇼가 한층 돋보였다. <보그 비즈니스>가 패션계 대표 음악 감독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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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화이트 쇼에서 DJ 제프 밀스(Jeff Mills)가 선보인 사운드트랙부터 오즈왈드 보텡(Ozwald Boateng) 쇼에 등장한 합창단까지, 겐조 디자이너 니고의 앨범 발매부터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기 위해 보여준 강력한 침묵의 사운드트랙(아르마니는 사운드트랙이 없었음)에 이르기까지 음악은 패션쇼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다. 패션쇼의 사운드트랙은 라이선스, 장비와 인력 동원, 비용 면에서는 엄청난 도전이 될 수 있다. 특히 신출내기 디자이너에게는 더 그렇다. 이 기사를 통해 패션계 대표 음악 감독 몇몇이 컬렉션과 음악이 잘 소통하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을 놓고 토론을 펼쳤다.
일렉트로닉 뮤직 프로듀서 리치 호틴(Richie Hawtin)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패션쇼에서 디제잉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의 음악이 패션계에 반향을 일으켰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2년 현재까지 그는 네 번의 프라다 패션쇼를 위해 음악 작업을 했고 ‘Prada Extends’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유럽 도시 전역에서 예술과 음악 인재를 불러 모으고 있다.
호틴은 라프 시몬스와 오랜 친구 사이다. 이 두 사람은 20년 전 벨기에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처음 만났다. 시몬스가 미우치아 프라다와 협업한 첫 프라다 패션쇼 사운드트랙을 기획할 때 호틴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틴은 “소셜 미디어 덕분에 패션과 음악이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상호작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은 패션의 포인트, 아이디어, 미학을 더 강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패션쇼를 온전히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비디오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죠.”
영국 출신 DJ, 프로듀서 겸 라디오 진행자 벤지 비(Benji B, 벤자민 벤스테드(Benjamin Benstead)로도 알려져 있다)는 10년 전 새빌 로 양복점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사운드트랙을 만들기 시작했고, 셀린느에서 피비 파일로가 발표한 마지막 네 번의 패션쇼를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 버질 아블로는 2019년 벤지를 루이 비통 남성복의 음악 감독으로 임명했다. “컬렉션을 뒷받침하면서도 분위기를 고조시킬 수 있어야 패션쇼에 걸맞은 최고의 사운드트랙을 만드는 거죠.” 벤지가 설명을 이어갔다. “때로는 최고의 사운드트랙이란 사람들이 패션쇼에서 눈을 떼지 않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패션쇼를 드라마틱하게 증폭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고요. 사운드트랙은 실제로 패션쇼의 컨셉에 딱 들어맞고 그것과 하나가 되어 어우러져야 해요.”
벤지는 故 버질 아블로의 마지막 오프화이트 쇼에서 자신의 협업자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패션쇼 무대 한가운데 스피커를 층층이 쌓아 올렸다. 그 패션쇼의 꾸뛰르 섹션이 진행되는 동안 그 스피커는 런웨이 한복판에 앉아서 실시간으로 음악을 믹싱하던 디트로이트 테크노 DJ 제프 밀스의 오리지널 음악을 내뿜었다. 1월에 열린 아블로의 마지막 루이 비통 쇼에서 벤지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에게 오리지널 음악을 의뢰했다. 브라질 출신 작곡가 겸 프로듀서 아르투르 베로카이(Arthur Verocai)가 편곡을 맡았고, 유럽에서 처음으로 흑인 연주자들이 모여서 결성해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치네케 오케스트라(Chineke! Orchestra)가 오페라 드 파리(Opéra de Paris)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의 지휘에 따라 연주를 했다.
이 두 패션쇼는 패션쇼의 전후 맥락에서 음악이 지닌 힘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였다. “요즘 같은 스트리밍 시대에는 실제로 패션쇼에 갈 필요가 없죠. 우리는 두 가지 종류의 체험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현장에 함께하는 사람들을 위한 극장 요소, 그리고 물리적 체험뿐 아니라 영상적 체험도 준비해야 하는 거죠. 음악적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합니다.
후드바이에어의 부흥을 예고한 디자이너 셰인 올리버(Shayne Oliver)의 뉴욕 패션쇼는 버질 아블로에 대한 경의로 쇼의 문을 열었다. 그다음 이 패션쇼는 그가 정기적으로 협업해온 일렉트로닉 뮤직 DJ 아르카(Arca)와 함께하는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 웬치(Wench)의 음악을 즐기는 파티로 바뀌었다.
올리버는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을 창작한다. 2022 F/W 패션쇼의 각 룩이 각기 다른 사운드트랙과 매치됐다. 그래서 트랙 수에 따라 룩 숫자가 결정됐다. “그것은 정말 생동감 넘치는 콘텐츠죠.” 그는 협업의 에너지와 현대의 수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의 다면적인 접근 방식에 흥분했다. “카니예가 지금 내놓는 것을 보세요. 아니면 버질을 돌아보세요. 그의 유산은 꽤 음악적이었죠. 우리 모두가 서로 알고 지냈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게 없어요. 소리와 옷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결국 우리는 같은 길에서 비롯한 거죠. 기본적으로 자신의 세상 전부와 조화를 이뤄야 하니까요.”
올리버에 따르면 젊은 아티스트와 음악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들을 셰인 올리버/후드바이에어 세상으로 통합시키기 위해 인재 양성 인큐베이터인 어나니머스 클럽(Anonymous Club)을 2020년 론칭했다. 그는 뉴욕 패션 위크 기간 동안 클럽의 밤무대를 꾸몄고, 그들의 작품을 지원하고자 자신의 쇼 앞에 이 젊은이들의 이름을 꾸며놓았다.
베이프(A BATHING APE)의 설립자 니고는 겐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선보이는 첫 패션쇼에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키드 커디, 에이셉 라키, 퍼렐과 협업한 새 앨범을 공개했다. 그 앨범을 제작한 음반사 관계자 스티븐 빅터(Steven Victor)는 이 패션쇼야말로 이 프로젝트의 첫 데뷔 무대로 완벽한 장소라고 여겼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패션과 음악이, 단지 서로에 대해 평하는 두 가지 예술 형태가 아니라, 진정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을 지켜봤죠.”
떠오르는 디자이너 코너 아이브스(Conner Ives)는 음악이 정교한 세트보다 쇼에 한정된 예산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라 믿는다. 그는 런던 패션 위크 데뷔 패션쇼의 사운드트랙 작업을 런던에서 활동하는 DJ Cajm에게 의뢰했다. 그 사운드트랙은 비욘세의 ‘Naughty Girl’, 머라이어 캐리의 ‘It’s Like That’, 50센트의 ‘Candy Shop’ 등 틱톡 매시업에서 영감을 받은 2000년대 초 R&B 샘플로 넘쳤다. “저는 음악이 엄청난 기분 전환제라고 생각해요.” 아이브스가 말했다. “음악은 예산을 훨씬 더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이었죠.” 아이브스는 패션쇼가 라이브로 스트리밍되지 않았기 때문에 음악 트랙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
패션쇼 사운드트랙을 만드는 창의적 창작 과정에서는 종종 의상을 보지도 않은 채 음악 감독들이 유연한 접근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호틴에게 프라다 쇼 사운드트랙 작업은 항상 그 자신, 라프 시몬스, 미우치아 프라다와의 토론으로 시작된다. “이메일이나 문자로 이뤄지죠. 보통 늦은 밤에 길고 긴 대화를 주고받게 되더라고요.” 그가 말했다. “뭔가를 보기 전, 보통은 룩을 보기도 전에 컬렉션의 정신, 아이디어, 컨셉을 배우죠. 그렇게 네오클래식인지 아니면 정체성과 기술을 탐구하는 것인지 알게 됩니다.”
쇼가 진행되는 가운데 타이밍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65개 룩을 진행하기로 하고 특정 사운드트랙을 틀었는데, 그다음에 스타일리스트가 룩을 58개로 줄인다면 기본적으로 한 곡 정도 버리게 되죠.” 벤지 비가 말했다. “또는 프로덕션 관계자가 모델들의 워킹 간격을 10초에서 8초로 줄인다면 모든 속도가 빨라지죠. 뭔가를 창작하고 있을 때 그 아래서는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거죠.
코셰의 디자이너 크리스텔 코셰르(Christelle Kocher)는 아티스틱 어드바이저 줄리앙 라크루아(Julien Lacroix), 작곡가 애니원아이디(AnyoneID), 아무르오션(AamourOcean)과 함께 스무 번 정도의 시즌 동안 독창적인 패션쇼 음악 작업을 해왔다. 이번 시즌 음악은 1990년대 슈게이즈(Shoegaze, 신발을 쳐다보는 것처럼 머리를 숙이고 악기, 특히 기타를 연주하는 것) 현장에 대한 현대적 해석에 중점을 뒀다. 기타의 진동과 시끄럽고 강렬한 음악을 통해서 말이다. 코셰르는 패션쇼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사운드트랙을 제작하고 싶어 한다. “패션쇼의 한 순간 한 순간이 그 쇼만의 정체성을 담는다는 아이디어가 제 마음에 들어요.” 그녀가 말했다. “관객이 그 공간에 들어서는 첫 순간부터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말이죠.”
브랜드에서 패션쇼를 라이브로 스트리밍하려고 하면 라이선스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음악이 거창해질수록 보통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죠. 당연히 돈을 원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거죠.” 호틴이 말했다.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이 훨씬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이미 알고 있는 것 가운데 사람들이 공감할 뭔가를 찾아내기보다, 적절한 작곡가를 찾을 수 있다면 더 멀리,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음악 인재의 선정이 비용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벤지는 말했다. “저는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합니다. 물론 재정적 측면도 제대로, 정중히 다루죠. 그렇지만 적임자에게 문의하면 그 재정적 측면은 그들이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에요. 창조적 비전을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니까요. 저는 굉장히 운이 좋았어요. 함께 일한 사람 모두 그랬으니까요.”
벤지 비는 수년 동안 떠오르는 디자이너 베타니 윌리엄스(Bethany Williams)의 패션쇼 무대를 위해 음악 작업을 해왔다. 사회의식을 지닌 그 브랜드가 대변하려는 것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비교적 작은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그 작업에서는 일이나 돈이 핵심이 아니죠.” 그가 말했다. “그리고 제가 지원하고 싶은 많은 젊은 디자이너도 마찬가지입니다.” 규모가 더 작다는 건 창의적인 면에서 이점이 될 수도 있다. “때때로 작은 브랜드일수록 창작의 자유를 누리거든요. 이런저런 라이선스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죠.” 벤지가 덧붙여 말했다.
코너 아이브스는 DJ Cajm의 첫 패션쇼 무대였다. 그는 최근 ‘I Need Sound’라는 사운드 디자인 에이전시를 론칭해 오프화이트, 컨버스, 어콜드월(A-Cold-Wall)의 영상 작업을 했다. 그는 DJ로 활동하는 동료들이 추가 소득원으로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열렬히 원한다고 얘기했다.
벤지 비는 패션쇼 앞줄에서 박자에 맞춰 구르는 발을 보면 늘 아주 흥분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특히 음악계의 핵심 인물, 이를테면 퍼렐 같은 사람이 음악을 느끼며 음악에 장단 맞추는 것을 본다는 건 항상 좋은 징조입니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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