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페이스 주얼리’라는 트렌드

2022.05.05

by 송가혜

    ‘페이스 주얼리’라는 트렌드

    ‘페이스 주얼리’의 황홀한 빛.

    Simone Rocha

    Fendi

    Conner Ives

    Conner Ives

    Eckhaus Latta

    Givenchy

    Burberry

    Koché

    Koché

    Simone Rocha

    Emporio Armani

    Koché

    Simone Rocha

    Germanier

    “2022년의 메이크업은 하나의 ‘놀이’ 같은 개념이에요.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독특한 형태와 방식을 찾습니다. 스티커, 타투, 보석처럼 장식적인 예술품을 사용하는 데 매우 자유롭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다이앤 켄달(Diane Kendal)의 분석은 최근 트렌드를 가장 적절하게 반영한다. 그녀가 언급한 뷰티를 하나의 ‘놀이’로 삼는 이 ‘사람들’은 여러분도 예상할 수 있듯 바로 Z세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무색하도록 자유로운 감성, 거리낌 없이 시선을 즐기는 대담함으로 무장한 뷰티 키즈에게는 기존 룰을 따르는 것은 크게 중요치 않다. 쉽게 말해 계절마다 유행하는 립스틱 컬러, 아이섀도의 블렌딩 순서나 블러셔를 어느 부위에 어떻게 발라야 얼굴이 작아 보이는지 따위의 통상적인 것들 말이다. 메이크업은 곧 개성을 더 강하게 드러내는 방식일 뿐이니 도구는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그것이 원래는 목덜미나 손가락에 자리해야 할 커다랗고 영롱한 보석이라도.

    이처럼 뷰티를 ‘갖고 노는’ 신인류의 탄생으로 트렌드는 더 이상 런웨이에서 리얼웨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HBO 시리즈 <유포리아>가 전 세계의 ‘젠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것 또한 한몫 거들었다. 그래픽 컬러 아이라인과 글리터를 흩뿌리고, 스와로브스키 조각을 붙인 메이크업은 놀라울 만큼 빠르게 번졌다. 이 거대한 유행은 2019년 뉴욕 패션 위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런웨이를 점령해오고 있으며, 더욱 대담하고 환상적인 스토리를 담는다. 그야말로 꿈같은, 판타지 가득한 뷰티 룩은 바이러스가 삼킨 현실을 가장 ‘쿨하게’ 탈피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된 것이다. 디지털 스크린 안에서 더할 나위 없이 돋보이는 비주얼이라는 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팬데믹이 뷰티 월드에 드리운 짙고 지난한 암흑기. 그 어두운 시절로부터의 해방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2022년의 백스테이지는 눈부시도록 빛났다. 버버리 F/W 컬렉션 무대 뒤에서 팻 맥그라스(Pat McGrath)는 도시와 시골, 미인 대회와 펑크라는 이중성을 통해 영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뷰티 아이디어를 선포했다. 모델들의 얼굴 윤곽을 따라 ‘수천 개의 프리즘 크리스털 꾸뛰르 보석’을 장식하고, 크리스털로 브랜드 로고를 새기는 등 초현대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스트리트 무드를 완성했다. 지방시는 이마나 두 볼에 금속 피어싱을 붙여 더없이 쿨한 룩을 연출했고, 시몬 로샤는 진주와 크리스털 등 색색의 보석을 모델의 눈가에 섬세하게 배치해 동화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런던 패션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는 코너 아이브스(Conner Ives) 쇼의 모델들은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보석 스티커를 얼굴 곳곳에 붙여 지금 젊은 세대가 푹 빠진 Y2K 감성을 가득 담아냈다. 이토록 얼굴에 보석을 연출하는 방법도, 분위기도 가지각색이라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마스크 착용의 장기화로 부상한 ‘노 메이크업’ ‘파운데이션 프리’ 추세에 대한 극렬한 저항으로 보일 만큼 이토록 화려하게 피어난, ‘페이스 주얼리’로 일컫는 뷰티 룩은 올해의 백스테이지를 관통하는 메인 비전이다.

    자, 이제 뷰티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뷰티 아이디어를 얼굴에도 직접 입혀볼 차례.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최소한의 전제 조건은 존재한다. 장식이 대담할수록 그를 빛나게 해줄 밑바탕은 단순해야 하는 법. 시몬 로샤의 백스테이지를 지휘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토마스 드 클루이버(Thomas De Kluyver)는 “메이크업 자체가 액세서리처럼 보이도록 끊임없이 논의했죠. 피부는 최대한 깨끗하고 프레시해 보이길 원했고, 컨실러와 보습제, 최소한의 파운데이션을 사용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눈썹을 탈색하면서 얼굴의 색조는 없애고, 윤기로 반짝임을 극대화한 팻 맥그라스의 철저한 계산도 참고할 만한 팁. 준비물은 숙면을 취한 듯한 말간 피부, 그날의 스타일링과 어울리는 ‘페이스 주얼리’를 매치하는 센스와 당당한 애티튜드다. (VK)

    에디터
    송가혜
    포토그래퍼
    Darrel Hunter, James Coch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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