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하이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의 장신구

2022.05.07

by 김다혜

    하이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의 장신구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는 아주 멋진 장신구를 만들기 위해 시공을 넘나들며 영감을 끌어낸다.

    루이 비통 주얼리 & 워치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가 코네티컷 리치필드 카운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상과 부츠, 주얼리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브레이버리 컬렉션 ‘라 스타 뒤 노흐’ 목걸이의 스케치.

    브랜드라면 자랑스러울 만한 기원 스토리가 있다. 1832년 프랑스 동부 쥐라(Jura)에 살던 열한 살짜리 꼬마가 모자 만드는 일을 하던 어머니를 여읜다. 농부였던 아버지는 못된 여자와 재혼하지만, 곧 세상을 하직하고 만다. 열네 살이 된 소년은 성공의 꿈을 안고 파리를 향해 집을 나선다. 파리로 가던 중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470km를 걸어가는 데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 소년은 다름 아닌 루이 비통이다. 20년 후 그는 프랑스 황후의 트렁크를 제작하게 된다. 탄생 200주년이 되자 그의 이름이 랩 가사에 등장하고, 레드 카펫을 화려하게 수놓는 주역으로 주목받는다.

    “무슨 신데렐라 스토리 같죠.” 루이 비통의 주얼리 & 워치 부문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Francesca Amfitheatrof)가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녀는 루이 비통의 젊은 시절 여정으로부터 지난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영감을 얻었다. 놀라운 작품 90점으로 구성된 이 ‘브레이버리(Bravery)’ 컬렉션은 설립자 루이 비통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했다.

    나는 루이 비통이 자리한 프랑스와 멀리 떨어진 코네티컷의 한 복합 주거지에서 암피시트로프를 만났다. 그녀는 그곳에서 투자 자문 회사 임원인 남편 벤 커윈(Ben Curwin), 10대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 작은 흰색 건물 여러 채(메인 주택, 암피시트로프의 스튜디오, 게스트하우스, 창고 두 채)로 구성된 1880년대 리치필드 카운티에 지어진 이 주거지는 거의 1만8,000평에 걸쳐 뻗어 있으며, 자연적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수영장과 일광 욕실도 갖췄다. 뒤쪽에는 폴 세잔이 욕심냈을 법한 배나무가 있다. 우리는 파티오에 놓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촬영을 위해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헐렁한 실크 드레스로 갈아입은 암피시트로프의 왼손 약지에서 다이아몬드 반지 두 개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른손 손목에서는 2019년 설립된 그녀의 독립 레이블 시프앤하이스트(Thief&Heist)의 블랙 태그 팔찌가 자태를 뽐냈다.

    루이 비통이 지닌 위대한 힘은 대중문화에서 오랫동안 부의 환유어(Metonym) 역할을 해왔다. 물론 주로 이 브랜드의 상징적인 가죽 제품과 관련되어 있기는 하다(1963년 작품 <샤레이드(Charade)>에서 보석 도둑의 미망인 역을 맡은 오드리 헵번이 루이 비통 여행 가방 세트를 들고 다닌다. 1988년 작품 <에디 머피의 구혼 작전(Coming to America)>에서 아킴 왕자(에디 머피 분) 역시 그 가방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었다). 최근 들어 이 브랜드는 주얼리 부문의 투자를 늘려왔다. 2018년 암피시트로프의 영입이 바로 그 신호탄이었다. 2020년 초, 루이 비통은 모기업 LVMH가 티파니를 162억 달러에 인수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원석을 사들이면서 원석 시장에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19년에 채굴된 1,758캐럿의 이 ‘세웰로(Sewelô)’ 다이아몬드는 사람 입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크다. 대중문화가 바로미터라면, 넷플릭스에서 2021년 초 방영한 상류층을 다룬 리얼리티 쇼 <Bling Empire>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루이 비통 가방 대신 주얼리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Necklacegate 90210’이라 불린 클라이맥스 장면은 2012년 루이 비통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특별한 핑크 사파이어 목걸이를 착용한 백만장자가 똑같은 작품을 소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갑부의 집을 찾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화이트 골드와 맞춤 커팅 다이아몬드 104개가 특색을 이루는 ‘라 스타 뒤 노흐’ 목걸이.

    브레이버리 컬렉션에서는 루이 비통 이름의 알파벳 V를 문자 그대로 옮겨놓은 ‘디 애로우’ 목걸이와 반지, 화이트 골드와 플래티넘으로 만든 ‘라 꽁스뗄라씨옹 데르퀼’도 이목을 끈다.

    브레이버리 컬렉션에서는 루이 비통 이름의 알파벳 V를 문자 그대로 옮겨놓은 ‘디 애로우’ 목걸이와 반지, 화이트 골드와 플래티넘으로 만든 ‘라 꽁스뗄라씨옹 데르퀼’도 이목을 끈다.

    브레이버리 컬렉션에서는 루이 비통 이름의 알파벳 V를 문자 그대로 옮겨놓은 ‘디 애로우’ 목걸이와 반지, 화이트 골드와 플래티넘으로 만든 ‘라 꽁스뗄라씨옹 데르퀼’도 이목을 끈다.

    이 디자이너를 한마디로 묘사해야 한다면, 그녀가 강렬하게 눈을 내리깔고 상대의 시선을 사로잡을 때를 꼽을지도 모른다. 말로는 충분히 커버되지 않아 텔레파시를 보내는 듯하다. 그녀의 짙은 눈썹과 높은 광대뼈 사이는 오드리 헵번의 얼굴과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클레오파트라와 닮았다. 그리고 목소리가 굵직하다. 그녀는 도쿄에서 태어나 뉴욕, 모스크바, 로마(루이 비통의 유산을 잇는 사람에게 알맞은 유목민의 성장 배경이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국 켄트에 있는 기숙 여학교에서 익히고 런던 왕립예술대학교와 그 후 그 도시에서 10여 년을 살면서 고착된 영국식 악센트를 구사한다. 그녀는 웨지우드 컨설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렌체의 뮤제오 구찌 수석 큐레이터와 티파니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해왔다. 재택근무 복장에 대해 질문하자, 그녀는 “구두를 신지는 않았지만 트레이닝복 차림도 아니었어요”라고 말했다.

    암피시트로프가 선보인 루이 비통 파인 주얼리(지난해 발표해 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하며 많은 인기를 누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의 ‘B Blossom’ 메달리온 같은 작품)와 하이 주얼리(암피시트로프가 종종 직접 만나는 고객들에게 상당히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의 컬렉션 디자인 모두 강렬하며 모던하다. 그녀는 자신의 테크닉을 ‘원석으로 그림 그리기’라 표현했다. “저는 많은 원석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면서 더 작은 다이아몬드로 강렬한 원석을 둘러싸는 전형적인 방식을 기피한다. “보석 감정사가 아니기에 저는 좀 더 급진적으로 보석을 다루는 것 같아요.” 디자인 팀은 그녀의 합류에 당혹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녀는 루이 14세를 기리기 위해 건설된 광장에 자리한 루이 비통의 파리 플래그십 매장에 대해 언급했다. “방돔 광장에 있죠. 굉장히 고전적입니다.”

    그렇지만 암피시트로프의 이 ‘다다익선’식 방식은 명성이 절대 무색해지지 않을 이 브랜드에 딱 맞아떨어진다.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를 세팅하고 루이 비통의 백합 문양(Fleur-de-Lis)이 중앙에서 자태를 뽐내는, 여러 가닥으로 된 목걸이 ‘르 미스(Le Mythe)’는 거대한 보석 세 개를 품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 정도 보석이면 목걸이 세 개를 만들겠죠. 그렇지만 저는 ‘오, 다 합쳐!’ 이렇게 말하죠.” 또 다른 작품 ‘라 꽁스뗄라씨옹 데르퀼(La Constellation d’Hercule)’은 루이 비통이 태어난 때의 별자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서른 개가 넘는 풍뎅이 크기 탄자나이트, 차보라이트, 오팔이 하모니를 이루어 허블 망원경으로 다운로드받은 우주의 모습처럼 보인다. 여기에 루이 비통이 특허받은 꽃과 별 모양 커팅 다이아몬드 15개가 아름다움을 한층 더 보탠다.

    “다른 패션 하우스는 다이아몬드를 특유의 문양으로 커팅하지 않죠.” 암피시트로프는 루이 비통의 CEO 미카엘 버크(Michael Burke)가 보석 구매를 승인해준 것은 이 브랜드의 뛰어난 보석 감정 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채굴 현황과 관련해, 그녀는 “채굴 관행에 대한 기준이 더 의식적으로 이행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보츠와나에서 다이아몬드 거래는 보편적인 의료 서비스와 기본 무상 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채굴 작업은 위험하며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그녀가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작품은 실제로 두 개나 다름없다. 다이아몬드와 ‘라방튀르(L’Aventure)’라 불리는 콜롬비아 무소(Muzo) 광산에서 채굴된 에메랄드가 이란성 쌍둥이처럼 나란히 중앙에 박힌 팔찌가 그것이다. 두개를 하나의 팔찌로 착용할 수 있고, 하나씩 양 팔목에 착용할 수 있다. “밸런스가 완벽해요. 그래서 더 이상 손볼 게 없을 정도죠.”

    “저는 CEO에게 가서 ‘저에게 이런 아이디어가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녀가 자신의 창작 과정에 대해 말했다. “그다음 저는 물러서죠.” 그녀는 무드보드를 만들고 더 중요한 내러티브(브레이버리는 10대 시절 루이 비통이 경험한 2년간의 여정)를 주제별 챕터로 나눴다. “저는 ‘오, 여기, 아름다운 별이 있네요’라고 말할 순 없어요.” 그녀가 즉흥으로 연극하듯 말했다. “‘어디에서든 저 별을 떠올립시다. 그러면 그것은 제 영감이 될 거예요’라고 한다면 저는 그냥 지루해질 거예요.”

    내러티브는 이제 버즈워드(Buzzword, 언론과 마케팅에 반짝 사용되는 유행어)다. 그렇지만 암피시트로프에게 그것은 단지 그녀의 사고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아버지는 <타임>지의 러시아 지국장이었다. 어머니는 발렌티노와 아르마니의 PR을 담당했다. 할아버지는 ‘래시 컴 홈(Lassie Come Home)’을 작곡한 작곡가 겸 지휘자였다. 그리고 증조부는 한때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를 질책한 러시아 소설가였다. 그녀는 그것을 묘사하면서 “저는 늘 어느 정도 심오함을 지닌 것으로 둘러싸여 있었죠”라고 말한다. 동굴 같은 스튜디오에 놓인 책장에는 유명인의 회고록뿐 아니라 플라톤의 책까지 컬러별로 정리돼 있다. 레코드 플레이어에서 허비 행콕(Herbie Hancock), 더 도어스(The Doors) 등이 함께하는 블루노트 록시클럽 실황 앨범(Blue Note Live at the Roxy) 수록곡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늘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를 좋아했다. 최근에는 귄터 위커(Günther Uecker)에 완전히 빠져 있다. “온통 크리스마스 연휴에 대한 생각뿐이죠. 그 손톱으로 그림을 그린 독일 작가 이름이 뭐죠?” 그녀가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내게 말했다.

    최근 몇 년은 럭셔리 기업에 그다지 녹록한 시기가 아니었다. LVMH의 수익이 2019년 530억 유로에서 2020년 447억 유로로 하락했다(그런데 그것은 ‘세웰로’ 다이아몬드가 채굴된 국가의 한 해 GDP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하이 주얼리가 실제로 코로나가 창궐하는 동안 재평가됐어요. 사람들, 특히 부유한 사람들은 열정을 멈춰야 했기에 만족을 느끼기 어려웠죠. 주얼리는 경이적 투자 대상일 뿐 아니라, 착용하고 즐길 수 있는 대상이죠. 그리고 남편이 자신의 아내에게 그것을 확인할 수도 있어요.” 세상은 충격적인 양극화로 가득하지만, 팬데믹은 그것을 더 극명히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암피시트로프가 대항하거나 씨름하는 대상이 이 이분법인지 물었다. 그녀가 말했다. “아니요. 아닙니다. 우리가 종사하는 산업 분야는 템포가 빠르지 않아요. 제가 하는 일이 우리 생애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저는 알아요. 그래서 저는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을 방식으로 사고해야 합니다.”

    패션에서의 희귀성은 거의 항상 가공된 희소성이다. 스니커즈의 경우 더 많은 수량을 생산할 수 있어도, 생산자가 그러지 않을 수 있다. 하이 주얼리 세계에서는 공급량이 인위적으로 늘어날 수 없고, 날조될 수 없다. 지구상에 채굴된 금 대부분이 지구가 비교적 어린 나이였을 때 지구와 충돌했던 유성, 즉 아름다운 우주 쓰레기 같은 것에 의해 매장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다이아몬드는 수억 년, 심지어 수십억 년에 걸쳐 지구 표면의 100마일 아래에 형성된 신비스러운 물체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이야말로 ‘럭셔리’ 그 자체인 것이다. 그래서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루이 비통의 원석은 절대 석유(때때로 에메랄드는 제외하고) 또는 열(컬러를 변형시킨다)로 처리하거나 실험실에서 배양(신이 금지하는)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대화 시간이 끝나가는 것을 알아챈 듯, 암피시트로프의 애완견들이 크기 순서로 어딘가에 열려 있는 문으로부터 달려 나왔다. 작은 블랙 포메라니안 아치(Archie)를 선두로, 뒤이어 괴팍한 잭 러셀(Jack Russell) 벨라(Bella)와 맨 뒤의 가족 경비견 퀸시(Quincy)까지. 그들은 풀장 주변에 깔린 포석 위에 만족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개도 사람도 오랫동안 지구에 존재해왔다. 그러나 원석의 생명력에 비하면 이 두 생명체 모두 미약해 보일 뿐이다. 2021년 미국의 14세 아이는 1835년 프랑스의 14세 아이보다 더 어리다. 그리고 암피시트로프의 10대들이 워싱턴 D.C.를 향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진 않겠지만, 가족과 충분한 시간을 보낸 후, 곧 그 아이들이 이런저런 파티에 참석할 것을 그녀는 희망한다.

    “그는 2주 정도면 파리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암피시트로프가 루이 비통에 대해 말했다. 요즘 루이 비통 고향 지역은 아마 ‘거대 하드론 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로 더 유명할지 모른다. 그것은 쥐라산맥 기저부 약 300피트 아래 스위스 국경에 걸쳐 있으며, 우리의 독특한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찾는 과학자들이 빅뱅 이후 10억분의 1초 동안 존재한 상태를 모방할 수 있게 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경이롭게 여깁니다.” (VK)

    에디터
    김다혜
    Keziah Weir
    사진
    Sebastian Kim
    스타일리스트
    Kia D. Goosby
    헤어
    Christopher Naselli
    메이크업
    Maud Lace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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