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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체중 미국인, 병원행이 두려운 이유

2022.05.10

by 권민지

    과체중 미국인, 병원행이 두려운 이유

    나는 28세의 성인이며, 직장에서 지원하는 좋은 의료보험이 있다. 그런데도 지난 2년 반 동안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뚱뚱하다. (전문용어로는 비만이라고 한다.) 만약 지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왜 나 같은 사람이 건강에 이토록 무심한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아마 당신은 비만인으로서 미국 의료 체계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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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눈으로 0.2초 정도 바라본 후, 마치 참신한 해결책이라도 되는 듯이 살을 빼라고 권하는 의료인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나? 이유를 알 수 없는 통증과 고통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척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인의 42.4%는 비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서 뚱뚱한 사람으로 사는 경험을 세세하고 허심탄회하게, 유의미한 방식으로 거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체중인 사람들은 정말 다양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무섭게 치솟는 의료보험료의 주범으로, 건강하지 못한 식생활의 상징으로, 비만은 아주 빈번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마른 몸에 집착하는 문화계가 우리에게 말을 걸거나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우리에관해떠들어대기 좋아한다는 냉엄한 현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이 낙인이 비만인으로 하여금 예방 의료는커녕 응급 의료 조치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가로막는다는 사실은 전혀 새롭지 않다. 팟캐스트 ‘메인터넌스 페이즈(Maintenance Phase)’의 진행자 오브리 고든(Aubrey Gordon) 2018년에 쓴 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그녀는 겨우 용기를 내 병원을 방문한 참이었다. “귀 염증부터 내분비 장애까지 모든 증상이 신체 사이즈 때문이며, 따라서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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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든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브루클린의 한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온 지난날이 떠올랐다. 자궁경부암 검사를 하면서 의사는 내게 무심한 태도로 매일 걷는 습관이 얼마나 좋은지 상기시켰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은 나와 고든뿐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체중 증가와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의 사례가 늘며, 제도적 지원도 없이 갑자기 달라진 몸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 환자 가운데 55%는 몸무게에 관한 걱정 때문에 병원 예약을 취소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사실 우리의 공포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2012년 의학박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비만인 사람보다 날씬한 사람을 훨씬 선호한다”, “비만에 대해 강하고 노골적인 편견이 있다에 거의 만장일치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럴 뿐 아니라 우리가 보는 영화, 프로그램, 잡지, 책부터 의류 매장까지, ‘비만 공포는 우리 주변에 만연하다. 그런데 왜 전국의 의과대학과 실험실에서 다루는 내용은 왜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까? 

    공중 보건 분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비만 해방 연대 활동가 모니카 크리테(Monica Kriete)에게 왜 과체중인 사람들이 의료 지원을 받는 문제에서 그토록 많은 갈등을 겪는지 물었다그녀가 곧바로 답했다. “그 공포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죠. 몸무게 때문에 거부당할지도 모르는 두려움은 바로 과거의 유사한 경험에서 옵니다. 저 같은 경우 어린 시절 소아과에서 겪은 경험 때문에 성인인 지금도 여전히 병원에 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요. 사람들은 공포 자체를 없애야 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공포를 느낀다는 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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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무게를 바탕으로 한 차별은 의료 진단 체계에 꽤 많은 부분에 녹아들었다고 크리테는 지적한다. “비만은 체질량 지수(BMI)로 진단합니다. BMI는 환자가 어떤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사용되죠. 이건 차별입니다. 이렇게 하면 비만인이 받을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제한되죠.” 의료 산업이 비만 공포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도록 돕기 위한 연구에 집중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크리테의 관심사는 이제 달라졌다. 현실을 반영하다 보니, 요즘 그녀는 과체중인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이토록 무심한 의료 체계에 더 쉽게 다가갈지 고민한다고 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 병원에서 수석 비만 전문가로 활동하는 파티마 코디 스탠퍼드(Fatima Cody Stanford) 역시 비만 공포에 사로잡힌 전문 의료진이 과체중 환자에게 미치는 유해한 영향을 염려한다. 스탠퍼드는 비만 환자가 겪은 경험에 대해 세심한 마음과 공감을 바탕으로 진료하지만, 이런 방식이 의료계 전반에 퍼져 있지는 않다고 단언한다. 

    의료계의 어느 누구도 비만 환자에 관한 교육을 꾸준히 받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도 아는 정도의 지식으로 그들을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과체중에 대한 교육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안타깝게도 진료실은 과체중 환자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닙니다. 비만이 인류 역사상 가장 흔하고 만성적인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만에 관해 제대로 된 교육도, 이해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그저 추측할 뿐이죠.”

    아주 작은 희망은 의료계가점차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점점 더 많은 의료인이 인종, 성별, 성적 취향, 사이즈, 그 밖에 환자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그 어떤 부분에 대해 차별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배우고 있다. 정확한 진단만큼 환자의 정체성에 대해 차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디케어(Medicare)나 메디케이드(Medicaid)와 같은 공공 보험 수령인이 민영 보험에 가입한 이들보다 비만일 확률이 25% 더 높다는 사실, 그리고 미국에서 과체중과 빈곤을 으레 연결 짓는 세태를 생각할 때 모든 인종, 민족, 사회 경제적 배경의 비만인이 충분한 의료적 지원을 받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나처럼 스스로 소리 높여 권리를 요구할 제도적 특권을 가진 비만인을 위한 괜찮은 의료 서비스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비만인이 유능한 의사를 고를 만큼 충분한 경제력이 있더라도 우리의 보험을 받아주고, 기적적으로몸무게와 상관없이 우리를 인간으로 바라봐주는의사를 찾기 위한 끝없는 탐색의 책임과 부담을 우리가 느껴서는 안 된다. 의료계가 과체중 환자의 가치를 깨닫고 개개인을 소중히 대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이런 분위기여야 했다. 

      Emma Specter
      사진
      Getty Images, Unsplash
      출처
      www.vo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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