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Le19M 투어 5: 플리츠 공방 로뇽(Lognon)의 아름다운 선율
샤넬 공방 컬렉션을 유심히 보았다면, 고이 접힌 플리츠 디테일을 얼마나 다양한 소재로 표현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실크, 튤, 시폰, 오간자, 벨벳, 가죽까지,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직물에 종이접기 공예품이 연상되는 모양으로 실루엣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경쾌한 플리츠! 이 모든 섬세한 플리츠 디테일은 공방 ‘로뇽(Lognon)’이 있기에 가능했다.
파리의 오뜨 꾸뛰르와 동시대 설립된 로뇽은 1853년 리넨 장인 에밀리에 로뇽(Émilie Lognon)이 다리미를 사용해 패브릭에 컬을 넣는 방식으로 시작했다. 그 계보는 그의 증손자 제라르 로뇽(Gérard Lognon)까지 이어졌고,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로뇽 공방에는 나폴레옹 3세 시대부터 전수되어온 기술과 마분지 형판 수천 개가 남아 있다. 옷감과 형판을 사이에 끼워 압력과 증기를 가한 뒤 건조기를 거치면 주름이 고정되는데 이런 주름 잡기 방식은 매우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므로 꾸뛰르에서 필수 스킬로 손꼽힌다.
로뇽은 오목한 주름, 둥근 주름, 아코디언 주름 등 그들만의 전문용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보통의 공방과 달리 2인 1조로 정교하게 작업하기 때문에 장인 두 명의 움직임이 완벽하게 일치해야 하고 패브릭의 특성에 따른 정확한 작업 또한 필수적이다.
물론 로뇽이 과거의 유산에만 머문 것은 아니다. 2013년 샤넬 공방에 합류한 로뇽 공방의 장인들은 끊임없이 샤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를 위해 새로운 플리츠를 개발하려는 도전을 계속 해왔다. 손으로 주름을 잡는 전통 공예 방식과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접목해 작업 시간을 단축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패브릭과 새로운 실루엣의 플리츠를 선보였다.
최근 열린 2021/2022 공방 컬렉션에서도 로뇽의 정교한 기술력은 빛을 발했다. 발목까지 오는 긴 길이의 카디건에 동일한 간격의 주름 디테일을 넣어 공방 컬렉션의 묘미를 배가시켰다. 심플한 시폰 소재 스커트는 풍성한 라인과 찰랑거리는 새로운 실루엣으로 변주해 룩에 경쾌함까지 불어넣었다.
“샤넬과 함께 우리 장인들의 기술과 고유의 전통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제라르 로뇽의 말처럼 오늘날 샤넬과 로뇽 공방은 서로의 아카이브를 보존해 헤리티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다. 샤넬이 그렇듯, 과거의 유산을 이어가되 가장 동시대적이고 현대적인 방법으로.
- 에디터
- 가남희
- 포토
-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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