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닉 백] 로고보다 강력한 소재, 보테가 베네타의 파우치 백

Fashion

[아이코닉 백] 로고보다 강력한 소재, 보테가 베네타의 파우치 백

2022-06-27T15:36:13+00:00 2022.05.17|

로고로 전체를 휘감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소재만으로 가치를 드러내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는 후자에 속하는 브랜드죠. 손으로 가죽을 엮어 만드는 인트레치아토 공법은 보테가 베네타의 또 다른 이름이라 할 정도고요.

손으로 가죽을 엮어 만드는 인트레치아토 공법으로 탄생한 보테가 베네타 파우치 백.

이탤리언 장인 정신의 기준을 세운 하우스 중 하나인 보테가 베네타. 인트레치아토는 이탈리아어로 ‘엮다, 꼬다’라는 뜻으로, 이 공법은 사실 우연의 산물입니다. 1966년 하우스가 자리 잡은 이탈리아 북부 도시 비첸차는 기성복 제조로 이름난 곳이었어요. 아틀리에를 채운 직물용 재봉틀의 바늘이 두꺼운 핸드백용 가죽을 뚫을 리 만무한 상황. 이들은 재봉틀을 새로 준비하는 대신 가볍고 유연한 장갑용 가죽을 선택했습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가방은 그렇게 세상의 빛을 보았죠.

오늘날 보테가 베네타의 아틀리에는 비첸차에서 18km 떨어진 몬테벨로 비첸티노에 있습니다. 광활한 공원 지대의 18세기 별장을 리노베이션한 아틀리에엔 300여 명의 장인들이 하우스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죠.

매년 한정 수량의 제품만 제작하는 이곳 몬테벨로 비첸티노 본사는 하우스 특유의 인트레치아토 공법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정한 크기와 길이를 한 양면 가죽 조각에 장인이 일정한 장력을 가해 손으로 꼼꼼하게 짜는 과정이죠. 작업이 완성되면 겉에 보이는 것처럼 안쪽 또한 아름답게 마무리합니다. 라피아 또는 스탠드 등이 형태를 잡기 위한 보조 수단으로 쓰이곤 하죠.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보테가 베네타 파우치 백을 든 로렌 허튼.

박음질을 찾아볼 수 없는 격자 꼬임 가방은 로고 없이도 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눈에 띄었습니다. ‘당신의 이니셜만으로도 충분할 때’라는 1980년대 하우스의 슬로건에 안성맞춤이었죠. 과시를 꺼리는 우아한 젯셋족으로부터 사랑받은 건 그 때문이에요.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 출연한 로렌 허튼은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파우치 백을 옆구리에 낀 채 리처드 기어 곁을 맴도는 그녀의 모습은 사랑을 찾는 현대 여성의 초상으로 강렬하게 각인되었죠.

2017 S/S 보테가 베네타 런웨이에 선 로렌 허튼.

‘더 로렌 1980 클러치’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백을 다시 선보였다.

운명적 만남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로렌 허튼은 토마스 마이어가 보테가 베네타의 수장이던 시절 2017년 S/S 시즌 하우스의 연락을 받습니다. ‘더 로렌 1980 클러치’라는 이름 아래, 영화에 나온 그녀의 백을 다시 선보인 거예요. 이를 기념하며 <아메리칸 지골로>의 모습 그대로, 트렌치 코트 차림에 와인 컬러 파우치 백을 옆구리에 낀 채 런웨이에 오른 73세의 로렌 허튼. 시간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향한 보테가 베네타 하우스의 신념을 보여주는 순간이었죠.

이후 파우치 백은 다니엘 리, 지난해 11월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마티유 블라지와 함께 새로운 모습으로 업데이트되었습니다. 강렬한 패러킷 그린 컬러의 인트레치아토 파우치 백은 물론, 메탈 소재로 호보 백 형태를 하거나 볼드한 체인을 더하는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으로 선보이고 있어요. 리한나, 헤일리 비버, 로지 헌팅턴 휘틀리,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등은 이렇듯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 파우치 백의 팬임을 자처하며 하우스의 새로운 변화를 환영하고 있죠.

보테가 베네타 파우치 백을 든 헤일리 비버. @stylememaeve

헤일리 비버는 다양한 스타일의 보테가 베네타 백을 즐겨 든다. @stylememaeve

보테가 베네타 백을 든 아나 쉬를레(Anna Schürrle). 아나는 웰니스 브랜드 ‘헬스 바’ 파운더로 인플루언서로 활동한다. Getty Images.

이뿐만이 아닙니다. 하우스를 대표하는 인트레치아토 기법은 다양한 디자인을 탄생시켰어요. 유명한 까바 백, 아르코 백, 루프 백, 조디 백… 그야말로 모든 백을 인트레치아토 버전으로 선보이죠. 인트레치아토를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포동포동한 부피감의 카세트 백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는 이제 첫 컬렉션을 발표한 참이에요. 인트레치아토 소재 파우치 백에 어떤 변화를 더할지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적어도 인트레치아토와 파우치 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보테가 베네타의 DNA 한가운데에 자리한다는 점은 기억해야겠죠. 이것이야말로 보테가 베네타 백을 구매할 때 참고해야 할 사실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