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 스포츠 브랜드를 사랑하는 이유
지난 2월 구찌 쇼에서 공개한 구찌×아디다스, 일명 ‘구찌다스(Guccidas)’ 컬렉션이 얼마 전 출시되었습니다. 현재 구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구찌 패턴이 새겨진 트랙 수트와 스니커즈, 헤드밴드 및 넥 보우, 아디다스의 트레포일 로고와 스트라이프를 절묘하게 디자인한 액세서리와 슈즈, 가방까지 많은 상품을 살펴볼 수 있죠. 아디다스의 심벌이 컬렉션 곳곳에 들어갔지만 가격은 기존 구찌 상품에 맞췄군요.
요즘 가장 핫한 포토그래퍼 칼린 제이콥스(Carlijn Jacobs)가 촬영을 맡고 구찌의 수장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디렉팅한 캠페인은 곧 인터넷을 강타했습니다.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럭셔리 하우스 구찌, 운동화를 신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협업은 그만큼 강력했죠.
그리고 바로 오늘 또 한 번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든 협업 소식이 공개됐습니다. 바로 프랑스 브랜드 자크무스와 나이키의 협업이죠. 컬렉션은 익스클루시브로 6월 28일 자크무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할 예정입니다. 2020년부터 준비해온 초특급 프로젝트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톤이 주를 이룹니다. 나이키의 휴마라 스니커즈, 버킷 햇, 자크무스의 시그니처가 된 로고 잠금이 달린 화이트 드레스까지, 자크무스의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반영됐죠. 자크무스가 만든 스포츠웨어는 헬스장에서 운동할 때나 브런치 먹을 때, 클럽에서 춤출 때 모두 어울릴 만한 감성입니다.
패션계가 스포츠 브랜드에 구애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 얼마 전에는 프라다와 아디다스의 만남이 있었고, 킴 존스의 디올과 나이키, 웨일스 보너와 아디다스의 협업, 매튜 윌리엄스의 1017 알릭스 9SM과 나이키, 미우미우와 뉴발란스, 아미와 푸마 등 색다른 디자인으로 패션계의 지형도를 바꿔가는 디자이너들이 유독 스포츠 브랜드와 만났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됐습니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이번 자크무스와 나이키의 협업에 함께한 나이키 캐털리스트 어패럴 디자인 부문 부사장 자렛 레이놀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키라는 브랜드가 갖지 않은 부분을 제공할 수 있는 협업 대상을 항상 찾고 있습니다.” 즉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는 개성 있는 디자이너들이 생각해내는 아이디어와 캠페인에서 신선함이라는 동력을 얻고,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중에게 친숙한 스포츠 브랜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죠. 또한 스포츠 브랜드는 패션 브랜드보다 좀 더 포괄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내포합니다. “아디다스는 다양한 문화의 멜팅 포트입니다. 대중, 아티스트, 특정 그룹 사람들까지 늘 모두를 포용해왔죠.” 과거 아디다스 스포츠 스타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던 디르크 쇤베르거의 말입니다. 그는 뮤지션 퍼렐 윌리엄스, 릭 오웬스, 오프닝 세레모니, Y-3 등 다양한 아티스트, 브랜드와 아디다스의 협업을 이끈 인물입니다.
패션 팬들을 끌어당기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협업 컬렉션엔 오랜 역사의 스포츠 브랜드만 구현할 수 있는 실용성과 기술이 뒷받침되는 데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덤이죠. 여기에 ‘한정 컬렉션’이라는 조건까지 붙는다면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템’이 됩니다. 지난해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패션 아이템을 찾는 젊은 구매자의 72%가 가장 많이 구입하는 품목은 스니커즈, 58%는 후디와 티셔츠라고 합니다. 버질 아블로의 루이 비통,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가 지난 몇 년간 이끌어온 스포츠웨어와 럭셔리 패션의 만남은 이제 젊은 구매자들이 비스포크 테일러 수트가 아닌 후디와 스니커즈에 천문학적 금액을 쓰는 데 당위성을 부여했습니다. 여기에 팬데믹으로 인해 건강과 스포츠, 애슬레저 룩에 자연스럽게 쏠린 관심도 패션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의 끊이지 않는 공생 관계에 한몫했죠.
마침 오는 11월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립니다. 그 전에 눈여겨보던 디자이너와 스포츠 브랜드의 협업 아이템을 하나 장만하는 건 어떨까요.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죠. 앞서 말한 대로 쿨한 스포츠웨어를 고르는 선택지는 이렇게나 다양해졌습니다.
- 프리랜스 에디터
- 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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