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애정하는 물건 3’ <보그> 신광호 편집장_THE LIST
‘The List’는 패션과 문화의 범주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의 사적인 쇼핑 리스트를 면밀히 살펴보는 칼럼입니다.
모두가 자칭 타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외치는 시대, <보그 코리아>의 신광호 편집장은 날 선 감각으로 패션 콘텐츠를 디렉팅해온 한국 패션계에 몇 안 되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일할 때도 그 도시를 대표하는 하우스 브랜드의 스토어를 방문해 신상 옷을 찾고, 글로벌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 올라온 신인 디자이너의 컬렉션을 눈여겨본다. 서울의 디자이너 또한 오랫동안 서포트해왔고 그들의 옷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는 일을 즐긴다.
방을 빼곡히 채운 책 역시 그가 자주 쇼핑하는 아이템이다. 매달 막힘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편집장의 글(Front Row)은 잡지가 남다른 안목과 취향의 집합체임을 보여준다. 화보 시작 페이지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이라면 알아차릴 법한 문구를 툭 하고 배치하는 센스는 빽빽한 이미지로 점철된 페이지 사이에 숨통을 틔운다. 2022년 지금 신광호 편집장은 어떤 물건에 관심이 있을까? 여기 ‘보편’적 취향이 드러나는 쇼핑 리스트를 소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더 스크랩>
“나는 1980년대에 세상을 배웠다. 또래의 가치관이 형성되던 중·고등학교 시절, 내가 만끽하던 1980년대 풍경을 무라카미 하루키는 또 다른 관점으로 풀이한다. 특히 <에스콰이어> <뉴요커>처럼 지금 내가 일하는 ‘잡지’ 얘기가 나올 땐 더 솔깃했고 무릎을 탁 치며 읽었다.”
렉토 ‘와이드 팬츠’
“여자는 ‘성장(盛裝)’할 때 드레스를 입곤 한다. 나는 이화여대에서 열린 디올 쇼를 위해 렉토의 카멜 컬러 와이드 팬츠를 입었다. 허리에 잡힌 네 개의 주름, 밑단의 커프스, 그리하여 흐르는 듯한 실루엣. 디올 숙녀들이 입고 온 2022년형 뉴 룩 못지않게 우아했다.”
레 조 드 샤넬 오 드 뚜왈렛 ‘파리-에든버러’
“출장을 비롯해 해외여행이 금지되던 지난 2년 동안 유럽, 특히 프랑스 향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그나마 이국적 향수를 뿌리며 ‘순간이동’할 수 있었다. 특히 ‘파리-에든버러’ 향수는 맑은 연둣빛 용액을 보는 건 물론 납작한 타원형 보틀을 쥐는 것만으로도 정신 승리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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