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샤넬 Le19M 투어 6: 꾸뛰리에를 위한 주얼리 공방 구센(Goossens)

2022.05.27

샤넬 Le19M 투어 6: 꾸뛰리에를 위한 주얼리 공방 구센(Goossens)

까멜리아, 2.55 백, 리틀 블랙 드레스, 진주, 트위드, 체인 등 가브리엘 샤넬을 떠올리는 오브제는 수없이 많다. 캉봉가에 있는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에도 여전히 샤넬 하우스에 영감이 되는 소중한 그녀의 물건이 남아 있다. 구센의 창립자 로베르 구센(Robert Goossens)이 샤넬의 아파트를 위해 만든 사자상이 받치고 있는 수정 구슬, 황금 뭉치 같은 이삭 모티브의 테이블, 곳곳의 장식품과 샹들리에가 그렇다.

어린 나이에 마레 지구의 주조 공장에서 아버지에게 금속 세공과 보석 세공을 배운 로베르 구센은 1950년 구센의 이름으로 공방을 열었다. 브론즈, 수정, 우드와 유리 등을 가공해 온갖 형태의 주얼리를 만들던 중 1953년 가브리엘 샤넬과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리스와 로마, 고대 이집트를 비롯해 다채로운 문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주얼리를 재해석하는 구센의 능력에 매료되어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사실 1900년대 초반까지는 경제적 여유를 상징하는 파인 주얼리만 절대적으로 인정받던 시기다. 당대 샤넬은 인조 진주와 모조 보석으로 만든 코스튬 주얼리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누구나 주얼리를 패션 액세서리로 누릴 자유를 선사한다. 구센이 계속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진짜와 가짜의 모호함을 활용하도록 자극한 것이 바로 샤넬이다. 이후 구센은 멈추지 않고 샤넬의 코스튬 주얼리 컬렉션을 더 풍요롭게, 샤넬다운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크와 비잔틴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십자 모티브와 청동과 금박을 입힌 황동, 수정과 유리, 진주를 사용한 그들의 초기 콜라보레이션은 현재 샤넬 주얼리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로베르와 가브리엘은 비잔틴 주얼리에서 받은 영감과 주얼리에 대한 애정을 많이 공유했다고 들었어요. 비잔틴 시대나 박물관에서 볼 법한 창작물을 만들었죠. 원석과 컬러를 믹스하기도 하고 금속의 질감을 살리는 디테일로 수작업을 강조한 시그니처 아이템이 탄생했습니다. 가브리엘을 위해 만들던 로베르의 작품은 오늘날 판타지 주얼리의 본보기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제너럴 디렉터 그웨날레 크레알레(Gwenaëlle Créhalet)가 구센의 작품을 담은 두꺼운 책을 내밀었다.

샤넬의 비잔틴 주얼리는 수많은 원석과 골드 컬러, 십자가 형태가 묵직한 느낌을 전달해 코스튬 주얼리의 가벼운 이미지를 벗겨내는데, 2021/2022 공방 컬렉션 역시 구센의 기술력과 전통을 빌렸다.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2021/2022 Chanel Métiers d'Art

공방에서는 목걸이와 뱅글, 벨트, 목걸이 등 다양한 스타일로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비잔틴 장식이 장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핑크와 그린 두 컬러가 묘하게 조합된 유리 장식이 십자가 펜던트 위로 올랐는데, 그 아래 살며시 드러나는 더블 C 로고와 햇살같이 보이는 세공은 탄성을 자아냈다.

한편 구센은 샤넬 컬렉션의 다양함을 위해 캐스팅과 3D 프린트 기술을 오가며 영감이 되는 과거 피스에 새로운 터치를 더하거나 다른 모티브와 결합해 재해석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버지니와 디자인 팀이 보내는 초안을 토대로 장인이 직접 주석을 조각하고, 그것을 의도에 맞는 작업이 되도록 스튜디오와 의견을 교환해 컬렉션을 구체적으로 완성해나간다. 공방 한쪽에 3D로 복원한 오래된 사자 모티브로 작업 중인 장인 곁에 잠시 머물렀다.

그녀는 사자 장식이 붙은 브로치 크기의 더블 C 로고를 세공한다. 기계 소음이 멈추고 그녀가 내민 더블 C에는 2022/2023 컬렉션을 수놓은 아름다운 트위드 모티브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수작업의 깊이가 느껴지는 샘플을 만들고 나면, 캐스팅과 복제를 거쳐 주얼리 사용처에 따라 또 다른 장인의 손과 손으로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 런웨이에서 빛을 보게 된다.

2019 Chanel Métiers d'Art

2019 Chanel Métiers d'Art

매 시즌이 소중하지만 그웨날레는 특히 2019 프리폴 컬렉션에서 선보인 풍뎅이 오브제가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당시 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주물로 만들어낸 풍뎅이 오브제는 주얼리뿐 아니라 벨트, 신발, 단추 등 다양한 디테일에 이르며 전례 없이 다채롭게 활용됐다. 구센 관계자들은 기술과 상상력을 아낌없이 발휘한 당시 컬렉션이 샤넬 협력 공방으로서 다시 한번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상한다.

2005년 샤넬 공방에 합류한 구센은 공방의 노하우와 명성에 걸맞은 전설적인 피스로 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창립자의 아들 파트리크 구센의 말처럼 ‘전통적인 노하우를 주얼리로 승화시키며, 환상으로 향할 수 있는 능력’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에디터
    가남희
    이혜원(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김형식, COURTESY OF CHANEL(2021/2022 샤넬 공방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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