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샤넬과 모나코에서 보낸 하루

2022.05.27

by 손기호

    샤넬과 모나코에서 보낸 하루

    모나코와 샤넬이 함께한 하루.

    몬테카를로 더 비치 호텔에서 열린 샤넬의 2023 크루즈 컬렉션. 선착장 위로 등장한 모델들이 해변을 따라 워킹했다.

    프랑스와 모나코의 국경을 정확히 체험하기란 쉽지 않다. 니스에서 이어지는 ‘프렌치 리비에라’ 해안선을 따라 터널 몇 개를 지나고 보면, 어느 순간 프랑스 국적의 휴대전화 신호가 희미해질 때가 있다. ‘국경을 넘는 것이 이토록 쉬운 일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때쯤 눈앞에 모나코의 풍경이 펼쳐진다. 절벽 위 도로에서 내려다보이는 항구에 가득한 고급 요트와 대형 크루즈 선박, 하양과 빨강이 반으로 나뉜 국기, 시내 곳곳을 가로막은 포뮬러 원 레이스를 위한 철조망이 모나코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되어준다.

    지난 5월 5일, 모나코에는 또 다른 위대한 아이콘이 정박했다. 아기자기한 소국을 찾은 건 더블 C 로고의 패션 제국, 샤넬이었다. 거리 곳곳을 채운 샤넬의 ‘22 백’ 광고가 그 예고편이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보이는 릴리 로즈 뎁의 이미지를 따라 몬테카를로 도심 끝까지 가면, 웅장한 테라코타 컬러의 건물 ‘더 비치 호텔’이 자리한다. 바로 이곳이 샤넬이 2023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이는 현장이 되었다.

    서울을 비롯해 싱가포르, 두바이, 쿠바 등 전 세계 곳곳을 누비던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은 팬데믹이라는 브레이크를 만나 잠시 파리에 머물렀다. 그리고 빗장이 풀린 후 처음으로 찾은 곳이 모나코였다. 1913년 코코 샤넬이 처음으로 매장을 열었던 곳도 바로 몬테카를로의 에르미타주 호텔이었고, 칼 라거펠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모나코에 아파트와 별장을 둘 정도로 이 작은 나라를 아꼈다. 그리고 지금 샤넬을 이끌고 있는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는 모나코 공주인 샬롯 카시라기와 아주 친밀한 관계다. 비아르가 칼의 후계자가 되자마자 카시라기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초대한 것조차 모나코를 향한 찬가의 전주와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영감을 줍니다.” 매년 칼 라거펠트와 함께 모나코에서 여름을 보냈던 비아르는 이곳이 제2의 고향처럼 자연스럽다. “사실 전 모나코 대공인 레니에 3세의 보좌관이었던 부모님 친구 덕분에 칼을 만날 수 있었어요. 샬롯의 세례식에서 저를 인턴으로 써달라고 부탁하셨죠.” 그토록 편안한 곳에서 선보이는 컬렉션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법했지만, 오히려 그녀는 평범한 아이디어를 자신의 시선으로 해석했다. “카지노와 헬무트 뉴튼의 여인들, 자동차 레이스까지 모나코를 바탕으로 한 모든 클리셰를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 런웨이를 대신하던 해변 카바나 사이로 ‘샤넬 걸’이 등장했다. 고급 요트에서 내린 듯한 모델들은 선착장을 걸어 해변을 한 바퀴 크게 돈 뒤 비치 클럽 안으로 사라졌다. 그 시작은 포뮬러 원이었다. 운전대 뒤의 레이서가 입을 법한 점프수트와 헬멧은 샤넬 로고와 함께 등장했다. 그 뒤로 이어진 건 테니스를 비롯한 스포티한 디자인, 요트를 모티브로 한 셔츠 스타일, 카시라기의 엄마이자 라거펠트의 절친이었던 카롤린 공주의 1980년대 실크 드레스와 시퀸 장식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모나코와 샤넬은 아주 강렬한 역사를 공유해왔습니다. 버지니 비아르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그 관계를 기리려는 듯했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지드래곤, 틸다 스윈튼 등 쇼를 찾은 스타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샬롯 카시라기가 쇼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했다. “몇몇 디자인은 모나코에 대한 아이디어가 아주 분명히 보였습니다. 하지만 비아르는 그 속에 시적 감각과 부드러움을 담아냈습니다.” 스튜어트 역시 컬렉션의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분명 버지니는 이번 컬렉션을 디자인하면서 마음껏 웃었을 거예요. 무엇보다 그녀의 여성은 스스로를 내보이는 걸 즐기고,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그게 가장 멋진 점입니다.”

    몬테카를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빌라 라 비지에서 열린 샤넬의 애프터 파티. 샬롯 카시라기는 이곳에서 칼 라거펠트와 함께한 추억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지드래곤을 비롯한 게스트들은 밤늦은 시간까지 파티를 즐겼다.

    한낮의 꿈과 같던 쇼가 끝나자 이제 샤넬만의 밤이 펼쳐질 때다. 해가 질 때쯤 샤넬의 게스트 모두가 호텔 바로 뒤에 자리한 언덕 위 저택 ‘빌라 라 비지(Villa La Vigie)’로 향했다. 한동안 라거펠트의 별장이었던 이곳에서 카시라기가 이번 파티의 호스트 역할을 했다. “예닐곱 살 때쯤 아래 호텔에서 오빠들과 놀다가 이곳에 있는 엄마를 찾으러 오곤 했죠.” 파티 직전 잠시 마이크를 잡은 카시라기가 말했다. “이곳은 거대한 촬영장으로 변해 있었고, 어머니는 시퀸으로 별을 장식한 아주 아름다운 미드나잇 블루 컬러의 드레스 차림이었어요. 칼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 아름다움과 이 저택을 감싼 마법 같은 분위기에 반해버렸어요.”

    그 마법 같은 분위기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디너가 끝난 뒤 나일 로저스가 저택 한쪽에 자리한 무대에 올라 소울 가득한 공연을 선보였고, 행운의 게스트 모두 함께 신나게 파티를 즐겼다. 물론 그 뒤에는 버지니 비아르와 샬롯 카시라기가 함께했다. 지중해 밤바다를 향해 샤넬의 디스코가 더 크게 울려 퍼지자 샤넬의 모나코 상륙을 이끈 두 사람의 미소가 살짝 더 크게 번지고 있었다. (VK)

    에디터
    손기호
    Courtesy of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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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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