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Le19M 투어 7: 구두 공방 마사로(Massaro)의 150계단
바바라 허튼, 엘리자베스 테일러, 윈저 공작 부인, 프란체스코 스말토, 레이디 가가 등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 인사들의 단골이 된 마사로. 섬세하고 창의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의 고객을 부르는 이 슈즈 공방은 ‘Le19M’ 1층에 있다.
현대식 건물에 둥지를 튼 마사로 공방의 문을 열면 나무, 가죽, 풀, 구두약 등 오래된 작업장에서 나는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라스트와 굽을 만드는 너도밤나무와 소사나무, 식물성 타닌으로 무두질한 가죽이 공방 천장까지 켜켜이 쌓인 채 작업을 기다린다.
1894년 파리에 설립된 마사로는 현재 주문 제작 여성용 하이힐을 만드는 지구 상의 유일한 공방이다. 어쩌면 기성품으로 제작된 신발 사이에서 장인의 가치를 이어가며 생존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마사로에서는 신발 모양과 컬러, 재료에 따라 무한한 변형이 가능하다. 공방 컬렉션과 오뜨 꾸뛰르를 비롯한 샤넬의 컬렉션, 마사로 고객의 맞춤화, 편안하면서 스타일을 놓치지 않으려는 고객들의 정형외과용 슈즈까지 이곳에서 만든다.
1957년 창립자의 손자 레몽 마사로(Raymond Massaro)가 가브리엘 샤넬을 위해 만든 투톤 슈즈는 마사로에 영광을 안겨준 스타 아이템이다. 반세기를 넘긴 이 신발을 보란 듯이 마사로 공방 입구에 전시했다. 당시 유행하던 스틸레토 힐 대신 샤넬은 6cm라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베이지 컬러 염소가죽을 선택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주고, 블랙 새틴으로 마감해 발이 작아 보이는 효과를 더했다. 게다가 그동안 사용하던 버클 스트랩을 엘라스틱으로 대체해 활동적인 여성들에게 새로운 미학까지 제시한 것. 낮과 밤을 넘나들며 사랑받아온 이 클래식 아이콘은 그 시대에 어울리는 실루엣으로 몇 차례 수정했지만, 여전히 마사로 공방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 것은 아니다. 그 뒤로 마사로와 샤넬의 협업은 끈끈하게 이어졌고, 2002년 마사로 공방은 샤넬 하우스에 합류한다. 칼 라거펠트와 함께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 펌프스, 보석 장식 샌들, 코르크 소재의 굽, 르마리에 공방의 도움을 받은 타조털 펌프스, 진주 장식 힐까지, 수준 높은 기술과 디자인이 돋보이는 슈즈가 쏟아져 나왔다.
2021/2022 공방 컬렉션에서도 마사로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 아이템이 눈에 띈다. 힐 윗부분에 커다란 진주 장식을 단 투톤 메리 제인 슈즈는 버지니 비아르가 지향하는 도시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하기에 충분했다.
마침 이 슈즈의 패턴을 자르고, 재단한 가죽과 새틴을 조합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라스트 메이커가 제작한 구두 골을 바탕으로 패턴을 만든 후, 그것을 늘리고 반듯하게 편 가죽 위에 놓고 재단하는데, 이 단계도 이미 수많은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보통 여성화 한 켤레는 30시간, 남성화는 50여 시간이 꼬박 소요됩니다. 커스텀 슈즈는 나무로 구두 골을 만드는 데만 4~6시간이 걸리죠. 고객 이름이 적힌 20세기 초기의 라스트부터 현재 사용하는 기성화 모델까지 6,000쌍이 넘는 라스트를 전부 보관하고 있어요.” 마사로의 제너럴 디렉터 장 에티엔 프하슈(Jean-Étienne Prach)의 설명이다.
아카이브에는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은 고객의 선물이자 마사로의 보물 라스트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최근엔 3D 스캐너를 사용해 프로토타입 샘플을 만들거나, 대칭을 만들고 복사본을 만드는 작업의 정밀도를 높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정이 장인의 세밀하고 인내심 넘치는 손을 거쳐야 마사로의 신발은 완성된다. 트위드, 새틴, 플라스틱 등의 재료나 얇은 밴드 모양의 꼬임 또는 독창적인 장식의 힐처럼 디자인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샤넬의 슈즈라면 더 그렇다. 이를테면 샤넬의 베스트셀러 투톤 슈즈는 무려 15시간의 수작업과 150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부티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
샤넬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장인의 탁월한 재능이 만나 어떤 슈즈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마사로 공방이다. 오늘도 이곳에는 장인이 두드리는 망치 소리와 가죽과 나무를 다듬는 소리가 숭고하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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